2014. 06. 19. 만년설.

category 청춘이야기 2014. 6.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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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쯤은

일 년 내내

눈이 쌓여 있다는

만년설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만남과 이별의

지나친 반복,

 

친했던 사람들의

부재.

 

사람이 살아가는

사회에서는

당연시되는 일들이

아주 가끔은

고독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

 

1년 내내,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만년설은

늘 같은 자리에

망부석처럼 멈춰 서있다.

 

군대에서

이병률 작가의

끌림을 읽었다.

 

그 중,

가장 와닿았던

거북이 이야기.

 

사람이 사람을 믿어야 하는 일은

당연하고도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 일로 몇 번의 죽을 것 같은

고비를 겪은 적이 있는 사람한테는

사람 믿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

내가 아는 사람 중에는 마음 아프게도

사람 때문에 마음 아픈 일이 많아

아주 먼 나라에 가서 살게 된 사람이 있다.

정말 그렇게까진 하지 않으려 했던 사람인데

사람을 등지는 일이,

나라를 등지는 일이 돼버린 사람.

 

쓸쓸한 그 사람은 먼 타국에 혼자 살면서

거북이 한 마리를 기른다.

매일매일 거북이한테 온갖 정성을 다 기울인다.

말을 붙인다.

그럴 일도 아닌데 꾸짖기까지 한다.

불 꺼진 집에 들어와 불 켜는 것도 잊은 채

거북이를 찾는다.

외로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존재가

분명 세상 어딘가에 있을 거란 확신으로

거북이에게 기댄다.

근데 왜 하필 거북이었을까?

 

거북이의 그 속도로는

절대로 멀리 도망가지 않아요.

그리고 나보다도 아주 오래 살 테니까요.

 

도망가지 못하며,

무엇보다 자기보다 오래 살 것이므로

먼저 거북이의 등을 보는 일은 없을 거라는 것.

 

이 두 가지 이유가

그 사람이 거북이를 기르게 된 이유.

사람으로부터 마음을 심하게 다친

한 사람의 이야기

 

일 년이란

긴 시간 동안,

낯선 외국에서 살면서

나는 거북이를 찾았다.

 

도망가지 못하며,

나보다 오래 살 수 있는 존재.

 

지금쯤

내가 찾은 거북이를

많은 사람들이

마음으로

기르고 있을 거란 생각이

문득 든다.

 

그 때의 나처럼.

 

2013. 01. 19. 키르기스스탄 비슈케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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