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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태양 셰프 / 김동원

 

  나는 우주에서 제일 어린 태양 셰프

  황소별을 통째로 구워 메인 요리로 낼 거야

  지구의 모든 어린 친구들 다 불러올려

  달 위에서 콘서트를 열 거야

  K팝 아이돌 형아들 초대해 힙합을 추게 하고

  걸그룹 누나들 샛별과 댄스를 추게 할 거야

  수천 대 인공위성은 녹여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고

  달빛 속에서 친구들과 손잡고

  싸이 아저씨의 강남스타일 말춤을 출 거야

  화성에겐 북극 오로라 빛을 섞은

  달콤한 아이스크림 천 개쯤 만들어 오게 하고

  물고기별과 고래별은 밤하늘 바닷속에 헤엄치게 할 거야

  아! 그 새벽 만약 내가 오줌이 마려워

  꿈만 깨지 않았다면,

  나는 우주에서 제일 멋진 태양 셰프



  <당선소감>


   동해 바다와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영광을


  떠오르는 아침 해만 보면 어머니는 “아이고, 바닷속에 장작불 잘도 타는 것 보래이" 그러셨다. 동해 바다를 숫제 우리 집의 가마솥으로, 붉은 해를 아궁이의 장작불로, 방어나 고등어나 고기들을 무슨 고봉밥처럼 귀히 여기셨다. 나만 보면 까까머리통을 쓰다듬으며, “누굴 닮아 이렇게도 잘 났노”라며 좋아하셨다. 언제나 엇비슷 웃는 그 청상의 어머니는 수평선 위에 핀 모란꽃처럼 환하셨다.

  어린 때 나는 먼 도시에도 고향 구계항처럼 엄청 많은 물이 집집마다 앞마당 앞에 담겨 있는 줄로만 알았다. 고래가 잡히고 오징어가 뛰놀고 시원한 대구탕국을 마음껏 먹는 그런 동해 바다가 도시 옆구리에 하나씩 매달려 있는 줄로만 알았다. 열두 살 어린 나이에 혼자 대구로 전학 오고서야, 동해 바다는 고향 앞마당에 하나뿐 임을 알았다. 그날 엄마의 손에 이끌려 포항 역사(驛舍)에서 처음 타보았던 그 기차를 잊을 수가 없다. 나는 마냥 신기하여 차가운 쇳덩어리를 만지고 또 만져보면서, 고래보다 더 큰 기차 칸을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학교를 파하고 돌아오면, 나는 텅 빈 하숙집 골방에 쪼그려 앉아 늘상 바다를 그리워했다. 비릿한 엄마 냄새가 그리웠고 4살 때 돌아가신 어부 아버지가 보고 싶었다.

  나는 외로울 때마다 동시나 시를 썼다. 그럴 때면, 어릴 때 바다 위에 쏟아지던 그 소낙비들의 음표가 떠오르곤 했다. 한겨울 엄마의 손을 잡고 보았던, 수천수만 송이의 흰 눈은 멋진 한 편의 동시였다. 지금은 그 엄마가 하늘에 계신다. 돌아가시기 얼마 전 병상에 누워 “시가 그렇게도 좋으냐?”고 물으셨던 그 말씀만 떠올리면, 내 가슴 한쪽이 무너지는 것 같다.

  당선 통보를 받은 순간, 내 머릿속은 어릴 때 그토록 좋아했던 동해 바다가 제일 먼저 떠올랐다. 그리고 엄마의 얼굴과 어슴푸레한 아버지의 온기와 아침 해가 보고 싶었다. ‘아이들 마음은 하늘의 거울’이라고 했는데, 혹여 내 시가 그 동심에 흠결이나 남기지 말았으면 좋겠다. 결혼 후 줄곧 병(病)치레만 한 나를 살뜰히 살펴준 아내와 두 자식에게 이 영광을 돌린다. 한없는 사랑과 용기를 준 텃밭시인학교 문우들과 당선의 기쁨을 나누고 싶다. 부족한 작품을 읽어 주시고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고개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 1962년 경북 영덕 출생

  ● 대구한의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시집 '시가 걸리는 저녁 풍경' 외 다수

  ● 평론집 '시에 미치다', 에세이집 '시, 낭송의 옷을 입다' 출간

  ● '텃밭시인학교' 대표
 

  <심사평>


  우주적 발상과 놀라운 상상력으로 평화의 메시지 던져


  심사위원의 책상 위에 쌓인 올해 동시 부문 응모작들을 마주하면서 느낀 소회는 배불리 실컷 먹어 보겠다는 것이었다. 정성스레 차려 내놓았을 응모자들의 성찬을 하나하나 맛보는 기분으로 한 편 두 편 기쁘게 읽어 나갔다.

  성인 시단에 이름이 알려진 시인도 있었고 시처럼 동시를 써 보낸 응모자들도 있었다. 전반적으로 상당한 수준을 보여주어 잘하면 월척을 건지겠다는 예감과 기대로 부풀었다. 눈에 드는 응모작은 우선 책상 왼편에 따로 놓고 처지는 응모작들은 오른편에 쌓아 놓았다. 그 나름대로 예심을 본 셈인데 모두 열 분의 작품을 뽑아 본심에 들어갔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다음 다시 정독하면서 비교우위 작품을 가려냈다. 일정한 역량을 보여줬으나 상대적으로 밀린 이시향, 조수옥, 박소이, 김경련, 김희원 등 다섯 분의 작품을 내려놓고 나머지 다섯 분의 작품을 가지고 거듭거듭 읽었다. 박진경의 '간지러운 말' 외 4편, 허아성의 '고슴도치가 된 사자' 외 2편, 박기태의 '초코파이' 외 2편, 최문성의 '가을 편지' 외 4편, 김동원의 '태양 셰프' 외 2편이었다.

  저마다 개성이 있었고 강점이 있었다. 박진경은 언어를 부리는 솜씨가 만만찮을 뿐 아니라 청소년 같은 발상과 감수성이 빛났으나 가볍다는 점에서, 허아성의 작품 '고슴도치가 된 사자'는 개구쟁이 같은 동심이 빛났고 시를 빚는 솜씨도 좋았으나 그것만으로 당선작으로 밀기에는 부족했다. 개성공단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는 초코파이를 소재로 한 박기태의 '초코파이'는 시의성 있는 주제에다 완성도도 높았으나 나머지 작품이 뒤를 받쳐주지 못해 아쉬웠다.

  그림 동시와 이야기 동시 등 동시의 여러 패턴을 보여준 최문성의 실험적인 작품들을 눈여겨보았다. 그러나 모두 다소간의 문제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 기린의 모습을 여러 가지로 변주하면서 그에 맞는 교훈적인 메시지들을 제시한 '기린'이 무난했다. 김동원의 '태양 셰프'는 우주적 상상력과 활달한 감성으로 빚어낸 한 편의 판타지 동시였다. 황소별을 통째로 구워 메인 요리로 내고 지구의 모든 어린 친구들을 불러 달 위에서 콘서트를 열겠다는 우주적 상상력과 수천 대 인공위성은 녹여 피아노를 연주하게 하고, 물고기별과 고래별은 밤하늘 바닷속에 헤엄치게 한다는 발상은 평화와 생명의 메시지까지 전달하는 수작(秀作)이 되게 하였다. 함께 보내온 '초록 수프' 역시 ‘아침마다 딱따구리 소리를 넣어’ 먹는다는 참신한 발상과 감각이 돋보여 최종 낙점을 하였다. 본심에 오른 응모자들에게 그것만으로도 축하와 격려를 드리고, 당선자에게는 축하와 아울러 더욱 정진하실 것을 당부 드린다.  

심사위원 : 박방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