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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점선면 / 권태윤

  안녕?
  이 글을 처음 봤다면 너는 아마 위에 있는 점이 인쇄소의 실수라고 생각할 거야. “에이, 무슨 인쇄소가 이런 일 하나 제대로 못 해”라고 투덜거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위의 점은 바로 이 글의 주인공, 점 씨니까.
  주인공 점 씨는 그 날도 끙끙거리며 힘겹게 침대에서 눈을 떴어. 항상 그랬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회사에 가야 한다는 게 끔찍하게 느껴졌지.
  ‘나 하나쯤 빠져봐야 이 세상에 아무런 문제도 없지 않을까?’
  점 씨는 이불 속에서 한참 동안 회사에 가야 할 지를 고민했어. 그러나 어쩌겠어? 할 일은 해야지. 점 씨는 뭉그적대며 출근 준비를 하고 집 밖으로 나왔어.
  아침 거리는 이미 출근하러 나온 수많은 다른 점들로 빼곡했지. 점들은 모두 하나같이 둥근 얼굴에 검은 옷만을 입었어. 점 씨는 그 수없이 많은 점들의 무리 속에 끼여서 출근길을 걸어 올라갔지.
  자신과 똑같이 생긴 점들을 보자 점 씨는 특히나 더 우울한 생각이 들었어.
  ‘이 세상은 수없이 많은 점들로 이뤄져 있어. 그리고 그 수많은 점들 중 난 한 점을 맡고 있을 뿐이야. 아, 이 얼마나 사소하고 하찮은 존재인가! 당장 나 하나쯤 지워진다고 하더라도 세상에는 아무런 문제도 생기지 않겠지!’
  그 때 저 멀리 구석에서는 얼룩덜룩할 색깔의 점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어. 그들은 직장을 구하지 못해서 탈색이 돼 버린 점들이었지. 그들은 꼬질꼬질한 색의 옷을 입고 검정 옷을 입고 출근하고 있는 점들을 부러운 듯 바라봤지. 검정 점들은 얼룩덜룩한 점들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재빨리 지나쳐 갔어. 마치 자칫 그들과 어울렸다 가는 자신 역시 탈색돼 버릴 수 있다는 듯했지. 검정 점들은 자신이 저들과 같은 무리가 아니라는 데 안도의 한숨을 쉬며 재빨리 회사로 들어갔어.
  회사에 들어간 점 씨는 조그마한 자신의 책상에 털썩 주저앉았지. 옆으로는 점 씨와 같은 모양의 수없이 많은 점들이 책상에 앉아 있었어.
  점 씨는 인사과에서 일했어. 그의 업무는 다른 점들이 하는 일을 평가하고, 능력 있는 점들을 찾는 거였지. 오늘도 점 씨는 자신에게 온 수백 통의 메일들을 열어봤어. 그러나 지원한 수백의 점들은 모두 하나같이 비슷한 능력, 배경을 갖고 있었지. 점 씨는 오늘도 비슷한 점들 중 누구를 뽑아야 하나 고민을 했어.
  그 때 천장에 달린 거대한 텔레비전 화면이 켜지더니 회사의 사장이 나왔어.
  “점 여러분, 사장 ‘선’입니다.”
  사장은 점 씨와는 다른 ‘선’이었어. 길고 날렵하게 쭉 뻗은 몸매와 울리는 듯한 목소리. 몇몇 점들이 감탄을 했지. 
  “역시 우리와는 아예 다른 차원에 있어…….”
  그러나 오늘 선은 매우 기분이 안 좋아 보였어.
  “이번 분기 회사의 실적이 매우 안 좋습니다. 생산량이 저번에 비해서 절반가량이나 떨어졌다고요. 이건 모두 여러분의 게으름 때문입니다.”
  화면 속 선이 고압적인 말투로 으르렁댔지.
  “여러분의 게으르고, 나태한 태도! 회사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적인 태도 때문이란 말입니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 세계에는 수많은 점들이 있습니다. 여러분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을 대체할 점들은 얼마든지 있다고요! 점 여러분은 선인 제 말만 똑바로 듣고, 하라는대로 하기만 하세요. 안 그러면 지워버릴 테니까요.”
  선의 말이 끝나자 화면이 검은색으로 바뀌었어. 사무실에는 무시무시한 침묵만이 감돌았어. 그리고 하나 둘 점들은 자리에 앉아 책상 위에 코를 박고 미친 듯이 일하기 시작했지. 사무실에는 다급히 종이 넘기는 소리, 자판 두드리는 소리만이 가득했어. 
  방금 전 일에 대해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어. 선의 말이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
  이 세상에는 점과 선이 있었어. 선들은 점들보다 잘 생기고, 똑똑하고, 강했지. 태어나는 순간부터 선은 무엇이든 될 수 있었지. 반면 점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둘 사이의 차이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거였어. 선은 평생을 선으로, 점은 평생을 점으로 살았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선은 점을 지배했고, 점은 선을 따랐지. 예전부터 전해져 내려온 이런 계층 구조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어.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렸어. 누구도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어. 점들은 서로서로 눈치만을 보며 일을 계속 했지. 어쩔 수 없었어. 다른 점들보다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가는 사장한테 해고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 점들은 지워지는 게 무서워 찍 소리도 할 수 없었지. 점들은 서로 지워지지 않기 위해, 이기기 위해서 다퉈야 했지. 
  결국 점 씨는 오늘도 밤 늦게야 집에 돌아올 수 있었어. 텔레비전을 켜자 유명한 정치인이 나와 연설을 하고 있었어.
  “점 여러분, 국가를 위해 헌신하십시오! 저를 따라 모두가 하나 돼 희생, 노력을 해야지 우리 사회가 더 위대해 질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 말로 점 여러분이 국가에 대해 갖는 의무입니다.”
  정치인의 선은 사장의 선보다도 깔끔하고, 수려했어. 누구라도 보는 순간 매력에 빠질 정도로 아름다운 선이었지. 그의 말이 끝나자 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가 울렸어.
  점 씨는 철퍼덕 침대에 누워 버렸어. 내일도 똑같이 회사를 가서, 똑같은 일을 할 생각을 하자 안 그래도 우울하던 기분이 한층 더 우울해졌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걸. 난 선이 아니니까…….”
  점 씨는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잠에 빠졌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점 씨가 회사에 출근하자 다른 점들이 무언가를 중심으로 모여서 웅성대고 있지 뭐야? 
  다가가 보자 무리의 중심에 애처롭게 서 있는 늙은 점이 보였어. 세월에 색이 바랜 늙은 점은 검정색이 거의 지워져 회색이 돼 있었지. 얼마 안 가 그는 지워질 듯했어. 늙은 점 앞에는 사장인 선이 고압적인 자세로 서 있었지. 
  “사장님, 이럴 수는 없습니다! 저는 평생 이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회사는 제 집이나 마찬가지예요. 그런데 저 보고 나가라니요!”
  늙은 점이 애처롭게 울부짖었어. 그러나 선은 콧방귀만 뀌었지.
  “흥! 이 회사는 당신의 집이 아닙니다. 제 회사죠. 그리고 당신 같이 늙어서 색까지 바랜 점이 이곳에 있으면 오히려 우리 회사의 이미지에 안 좋다는 걸 모르나요? 회사를 위해서라도 나가세요.”
   “하지만 저보다 회사를 잘 아는 사람도, 저만큼 일을 잘 하는 사람도 없을 겁니다.”
   “착각하지 마세요. 어차피 당신은 점일 뿐입니다. 당신 같은 점들은 얼마든지 있어요.”
  선의 말에 늙은 점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표정을 지었어. 입조차 뻥긋할 수 없어 보였지. 그는 간절히 도움을 청하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봤어. 그러나 주변의 다른 점들은 늙은 점의 시선을 피하기만 했어. 자칫 자신도 저렇게 될까 봐 두려워하기에만 바빴지.
  선은 언제나처럼 꼿꼿이 목을 들고 점들을 내려다 봤어. 
  “다른 점 여러분 모두에게도 말합니다. 여러분은 점일 뿐이에요. 여러분은 특별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똑똑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분수를 알고 행동하세요.”
  선이 냉정하게 말했어. 점들은 말없이 공포에 질린 표정으로 선을 올려 봤어. 그리고는 하나둘 서둘러 자리로 돌아갔지. 얼마 안 가 그 자리에는 늙은 점만이 덩그러니 남았어.
  늙은 점은 불안한 눈초리로 이리 저리를 쳐다봤어. 그때 점 씨와 그의 눈이 딱 마주쳤지 뭐야? 늙은 점은 점 씨에게 도와 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어. 그러나 점 씨는 모른 척 고개를 돌렸지. 한낱 점인 자신이 뭘 할 수 있겠어? 결국 늙은 점은 고개를 푹 떨군 채 터벅터벅 회사에서 걸어나갔어. 
  그 날도 저녁 늦게 점 씨는 퇴근을 했지. 그때 회사 문밖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회사에서 나오는 점들을 기다리고 있는 늙은 점이 눈에 들어왔어. 그는 차마 회사를 떠나지 못 하고 서성이는 듯했어. 나오는 점들 중 아는 점을 만나면 붙잡고 얘기라도 하고 싶은 듯했지. 그러나 점들은 늙은 점을 빠르게 스쳐 지나갔어. 점 씨 역시 그를 지나쳐 가려고 했지. 그러나 곧 지워버릴 듯 희미해진 늙은 점이 불쌍해서일까? 아니면 자신 역시 나중에 저 늙은 점처럼 될 거라는 불안감에서였을까? 점 씨는 평소 같으면, 아니 정신이 제대로 박힌 점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을 했지.
  “이 쪽으로 잠시만 와보세요.”
  점 씨는 늙은 점의 어깨에 대뜸 손을 올려서 그를 구석으로 이끌었어. 늙은 점은 깜짝 놀라 동그래진 눈으로 점 씨를 바라봤지. 다른 점들의 눈에서 보이는 않는 구석으로 온 점 씨는 재빨리 입을 열었어.
  “삼일 후에 재무관리팀에서 오후 2시에 추가로 사원을 뽑을 겁니다. 그때 최대한 빨리 지원하세요. 어차피 대부분의 경우 순서대로 뽑아요. 빨리만 지원하면 뽑힐 수 있으실 거에요.”
  늙은 점은 휘둥그레진 눈으로 점 씨를 바라봤어. 점 씨는 그런 그를 내버려두고 재빨리 다른 점들에 섞여 사라졌지.
  “감사합니다!”
  그때 뒤에서 늙은 점이 점 씨를 향해 소리쳤어. 퇴근을 하던 점들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지. 늙은 점은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점 씨를 향해 손을 흔들었어. 점 씨는 화들짝 놀라 서둘러 집으로 향했지. 집으로 향하는 내내 그의 심장은 방금 전 있었던 일로 인해 쿵쾅거렸어.
  ‘세상에,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겨우 점에 불과한 내가 분수도 모르고 다른 점을 도와 주다니!’
  방으로 돌아와서도 점 씨의 심장은 미칠 듯이 뛰어 댔어. 점 씨는 침대에 눕지도 않고 방을 이리저리 돌아다녔어.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어. 마치 발끝에서부터 따뜻한 무언가가 올라와 점 씨 몸 안 가득 휘몰아치는 거 같았거든. 점 씨는 그때 무심코 바라본 거울에서 미소 짓고 있는 자신의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랐지. 
  딩동.
  그 때 갑자기 종이 울렸어! 점 씨는 더욱 놀라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지. 집에 손님이 찾아온 적은 처음이었거든. 점 씨는 어쩔 줄 몰라 그 자리에 멍하니 있었지. 그러자 또 다시 종이 울렸어.
  점 씨는 옷을 가다듬고 덜덜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문을 열었지. 문밖에는 여러 점들이 서 있었어. 그들은 모두 오래 동안 거리에서 지낸 듯 꼬질꼬질, 얼룩덜룩한 색이었어. 얼마 안 가 지워질 듯 색이 희미하게 바래 점들도 있었지.
  “어, 어떻게 오셨죠?”
  점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가장 앞에 서 있는 점이 공손하게 모은 두 손에 모자를 들고 말했지.
  “저희는 회사에 입사하지 못 했거나, 해고를 당해 길거리에서 살고 있는 점들입니다.”
  점이 공손하게 말했지. 점 씨는 뒤에 서 있는 점들을 훑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어.
  “선생님을 찾아온 것은 다름 아니라 선생님이 방금 전에 회사 앞에서 늙은 점에게 하신 말을 저희가 우연히 엿들어서 입니다.”
  점들이 고개를 끄덕였어. 점 씨는 불안한 눈초리로 그들을 바라봤어.
  “네, 그런데요……?”
   “선생님 저희도 좀 도와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일자리가 필요합니다!”
  그때 줄지어 서 있던 점들이 서로 외쳐 댔지. 점 씨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을 쳤어.
  “네? 제가 여러분을 도와요? 어떻게요? 저는 한낱 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점들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말했지.
  “방금 전 선생님께서 늙은 점에게 하셨던 것처럼 저희에게도 취업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세요.”
   “이러다 언제 지워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모인 점들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어. 그러나 점 씨는 우물쭈물 거리만 했어. 점에 불과한 자신이 다른 점을 도와준다는 건 상상도 못 했거든. 지금까지는 점은 항상 선이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배워왔어. 자신에게 도움을 구하는 점들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아뇨 이런 일은 선에게 가세요. 저는 할 수 없습니다.”
  점 씨는 문을 닫아버리려고 했어. 그러나 가장 앞에 있는 점이 닫히는 문을 붙잡았어.
  “하지만 선들은 저희 말을 들어주지도 않습니다. 저희가 게을러서 이렇다고, 시키는 대로 살라고만 할 뿐이에요.”
  닫혀가는 문틈 사이로 점들은 애처롭게 외쳐댔어. 문을 닫던 점 씨의 손이 문득 멈췄어. 자신을 바라보는 점들이 애처롭기 짝이 없었어. 그들은 이제 곧 지워져 버릴 듯 색이 희미하게 바래 있었지. 얼마나 충고를 구할 곳이 없으면 점에 불과한 자신에게까지 찾아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방금 전 늙은 점에게 충고를 한 뒤로 쿵쾅거리며 뛰어대는 심장은 여태껏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뛰고 있었어. 마치 심장이 점 씨에게 말을 걸고 있는 듯했지. 점 씨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선의 명령 없이도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 수 있었어.
  점 씨는 긴 한 숨을 쉬고 문을 다시 열었어.
  “하아, 좋습니다. 제가 도움이 못 될 수도 있지만…… 이력서를 봐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열린 점 씨의 문으로 수많은 이력서가 날아들었지. 점 씨는 그 날 자신의 방 문밖으로 길게 줄 서 있는 점들의 이력서를 하나하나 봐주었어. 그러다 보니 어느새 해가 뜨고 다시 출근해야 할 시간이 왔지. 그러나 피곤하기는커녕 점 씨는 어느 때보다도 활기찼어. 몸을 휘감아 돌던 따뜻한 감정은 밤새 더욱 커져서 거대한 소용돌이가 돼 있었지. 점 씨는 그 소용돌이에 날아갈 듯 뛰며 출근길에 나섰어.
  세 달 정도 지나자 점 씨는 어느덧 회사에서 유명인사가 돼 있었어. 출근하면 점 씨의 양 옆 책상에 앉아 있던 점들이 인사를 했지. 점 씨 덕분에 회사에 들어온 점들이었어. 더 이상 혼자 밥을 먹는 일도, 퇴근을 하는 일도 없었지. 점 씨는 항상 수많은 점들의 한 가운데 있었어. 퇴근을 하고 나면 또 수없이 많은 점들이 점 씨의 집 앞에 줄을 서 있었어. 점 씨를 찾아오는 점들의 수는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늘어났지. 점들 사이에 점 씨의 소문이 널리 퍼져 버렸거든. 어느새 점 씨의 집 앞에 늘어선 줄은 점 씨의 건물 밖에까지 이어졌지. 점 씨는 옷을 갈아 입지도 못 하고 모인 점들의 이력서를 하나하나 봐 줘야 했어.
  그런 점 씨의 소문은 점들의 귀를 타고 퍼져나갔어. 그리고 어느새 선들의 귀에까지 들어갔지.
  어느 날 아침, 점 씨는 기분 좋게 출근을 해서 자리에 앉았어. 그러자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쪽지가 눈에 들어왔지. 그곳에는 반듯하다 못해 각이 진 글자가 쓰여 있었어.
  “최대한 빨리 사장 사무실로 올 것.”
  점 씨는 마른 침을 꿀꺽 삼켰어. 그리고 사장인 선이 있는 사무실로 다가가 조심스레 문을 두드렸지.
  “들어와.”
  안에서 고압적인 선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점 씨는 목을 조여오는 넥타이를 더욱 꽉 조이고 사장실로 들어갔지. 그곳에는 달랑 하나 있는 푹신한 가죽의자에 앉은 선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지. 점 씨를 위한 의자는 없었어.
  “자네 대체 요즘 뭐를 하고 돌아다니는 건가?”
  어정쩡하게 서 있는 점 씨를 향해 선이 으르렁댔지.
  “누가 자네더러 분수에 맞지 않게 다른 점들을 도와주라고 했지?”
  선은 서서히 의자에서 몸을 꼿꼿이 들어 올린 채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점 씨를 내려 봤어. 점 씨는 공포에 질려 선을 올려 봤지. 
  “저는 힘들어하는 다른 점들에게 조언을 해줬을 뿐입니다.”
   “그러니까! 자네가 뭔데? 점 밖에 안 되는 자네가 어떻게 조언을 해주냐고? 내가 저번에 했던 말을 잊었나?”
  선은 점점 더 점 씨를 잡아먹을 듯 으르렁거렸어. 어느새 선의 기다란 그림자는 점 씨를 완전히 가려버렸지.
  “우리 회사에 다닌다고 자네가 특별한 줄 아나 보지? 웃기지 마! 자네는 점이야. 점은 점일 뿐이야. 우리 선들의 얘기나 잘 들으라고! 자네는 평생 정해진 책상에서 조용히 시키는 일만 하다가 지워지면 되는 거야. 쓸데없는 생각일랑 시도하려고도 하지 말고.”
  선이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씩씩거렸지. 점 씨는 자신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어. 차마 선의 눈을 마주 보지도 못 하고 점 씨는 땅바닥만을 바라봤어. 한동안 잊고 있었던 불쾌한 감정이 스멀스멀 다시 발에서부터 올라 왔어.
  뒷걸음질을 쳐 사장실에서 서둘러 나간 점 씨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어. 털썩 주저앉은 점 씨는 멍한 눈빛으로 모니터를 바라봤어. 잊고 있었던 피로감이 갑자기 몰려오는 듯했어. 둥둥 하늘을 떠다니다가 갑자기 뚝 하고 바닥에 떨어진 거 같았어.
  ‘이렇게 될 줄 알았지. 난 점일 뿐인 걸.’
  점 씨는 우울한 표정으로 자판을 기계적으로 쳤어. 점심시간이 되자 옆자리의 점들이 점 씨에게 다가왔지. 그러나 점 씨는 그들을 무시하고 점심도 먹지 않았지.
  ‘그래, 이게 나한테 맞는 일이야. 원래 이래야 했어.’
  점 씨는 화면에서 코를 떼지 않고 일만을 해댔어. 마땅히 이랬어야 했었지.
  그런데 쉬지 않고 일을 한 지 얼마나 지났을까?
  우당탕-!
  갑자기 무언가 엎어지는 소리에 그제서야 점 씨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어. 그러자 사장인 선과 그의 앞에서 덜덜 떨고 있는 어린 점 하나가 눈에 들어왔지. 어린 점의 발 밑에는 책상 위의 물품들이 내팽개쳐져 있었지. 선은 마치 먹이를 노리는 거대한 뱀처럼 어린 점을 내려봤어. 어린 점은 있는 힘을 쥐어짜듯 선을 향해 반항을 했어.
  ”억울합니다. 전 과로로 이틀간 입원해 있느라 출근을 못 한 건데…….”
  그러나 점의 반항은 결국 소심하게 끝나 버렸어. 그를 잡아먹을 듯 바라보는 선이 떽떽거리며 말했지.
  “그건 자네의 사정이지. 회사에서 고작 점 하나의 사정을 봐줘야 한다고 생각하나? 자네를 대체할 수 있는 점들은 얼마든지 있다고!”
  선은 말을 끝내고 주위를 쓰윽 둘러봤지. 사무실에 있는 모든 점들이 지금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한 그는 목을 가다듬었지. 그리고는 차갑게 외쳤어.
  “자네는 해고야.”
  선의 마지막 말이 끝나자 어린 점은 몸에 있는 힘이 쭉 빠져버리는 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어. 얼마나 놀랐는지 검정색이었던 어린 점은 색이 빠져 회색이 돼 있었지. 그는 다른 점들을 향해 도와달라는 듯한 눈빛을 보냈지. 그러나 점들은 고개를 돌렸어.
  “나보고 어떡하라는 거야? 나도 점에 불과한데.”
   “반대로 내가 저 상황에 놓였더라면 저 점은 나를 안 도왔을 거야.”
  점들은 웅성거리며 서서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지. 결국 어린 점을 둘러쌌던 점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어린 점만이 덩그러니 남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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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은 어린 점의 눈가에 눈물이 핑 돌았어. 하지만 어쩌겠어? 자신은 점일 뿐인 걸? 회사에 들어온 순간부터 언젠가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알고 있었어. 자신은 선이 아니란 것도, 특별하지 않은 것도 알고 있었지. 하지만 이렇게 되니 특별하지 않기에 여기까지 더더욱 노력해 온 자신이 바보 같았어.
  “내가 바보였지. 난 결국 점일 뿐인데. 나 하나쯤이야 전혀 특별하지도 않은데.”
  어린 점은 훌쩍이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물건들을 향해 손을 뻗었어. 그 때 누군가 먼저 손을 뻗어 물건을 잡아 건네주지 뭐야? 그 손의 주인공은 점 씨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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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점은 나란히 서서 물건을 주웠지. 이를 본 선이 버럭 외쳤어.
  “지금 뭐 하는 거죠? 당장 자리에 돌아가서 일하세요.”
  하지만 점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선을 마주 봤지. 점 씨는 여전히 공포에 다리가 덜덜 떨렸어. 하지만 사장실에 혼자 있을 때보다는 훨씬 더 당당한 모습이었지.
  “사장님, 이 친구는 재무 관리팀의 소중한 일원입니다. 항상 열정적으로 일해서 가장 먼저 출근하고, 가장 나중에 퇴근하는 직원입니다. 과로에 걸린 것도 몇 주 동안이나 몸을 버려가면서 회사를 위해 일했기 때문입니다. 이런 특별한 인재를 해고하는 건 회사의 큰 손실입니다.”
  점 씨의 말이 계속될수록 선의 얼굴은 점점 붉은색으로 변했어. 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점과 제대로 된 대화를 한 적이 없었어. 항상 자신이 말하면 점들은 따르기만 했지. 그러니 처음으로 점에게 반박을 들은 선은 어쩔 줄 몰라 했지. 당혹감과 분노로 인해 말이 제대로 나오지도 않았어.
  “어, 어떻게 감히? 점 따위가? 당신들은 점일 뿐입니다. 전혀 특별하지 않다고요! 감히 선인 저에게 대들다니? 당신이 무슨 특별한 존재라도 된 줄 아나보죠? 어림없는 소리! 당신 역시 점일 뿐이에요. 언제든지 해고할 수 있다고요. 당신도 해고에요!”
  선이 점 씨를 향해 침을 튀겨가며 목청을 올렸어. 점 씨는 이를 악 물고 다리에 힘을 꽉 줬어.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실제로 해고를 당하자 앞이 깜깜했지. 억울하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었어. 자신은 점일 뿐이니까. 그 때 누군가 점 씨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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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의 주인공은 해고된 날 점 씨 덕분에 다시 일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늙은 점이었어. 그는 점 씨를 향해 눈인사를 한 뒤 선을 향해 외쳤어.
  “사장님 이 친구를 해고할 수는 없습니다. 이 점은 특별한 점입니다.”
   “맞습니다.”
  그 때 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나 점 씨의 등뒤에 섰어. 점 씨 덕분에 일자리를 찾은 점 중 하나였지. 그러자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는 점들이 생겨났어. 그리고는 점 씨의 등뒤에 서지 뭐야? 얼마 안 가 점 씨의 등 뒤로 수많은 점들이 길게 늘어섰지. 
  점 씨는 깜짝 놀라 등뒤를 돌아봤어.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 그러나 정말 놀란 사람은 다름 아닌 사장, 선이었어. 길게 늘어선 점들을 본 선의 얼굴은 붉으락푸르락 한 정도를 넘어 새하얗게 질려 있었지. 
  “이게 무슨……. 이러면 제가 눈이나 깜빡할 거 같아? 점들이 모여봤자 점일 뿐이지! 점이면 점 답게 선인 내 말이나 잘 들으란 말-.”
  하지만 선은 말을 끝 맺지 못 했어. 바로 그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 때문이었지.
··················································································
  끝도 없이 늘어선 점들. 길게 이어져 늘어선 점들이 하나의 선으로 보이지 뭐야! 그것도 자신보다 훨씬 더 길고 뚜렷한 색의 선이었지. 너무나도 아름다운 그 모습에 사장, 선은 그만 입을 쩍 벌려 버렸어.
  “야, 저거 봤어?”
   “말도 안 돼.”
  이를 알아차린 다른 점들 역시 하나둘 수근거렸어. 점들은 자신들이 모여서 선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도 없었어. 점과 선은 다른 차원에 있는 존재라고만 생각해왔지. 그러나 지금 평범한 점들이 모여서 너무나도 아름다운 선을 만드는 것을 보자 모두 깜짝 놀라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어. 
  “사장님, 평범해지기 위해 태어난 점은 없습니다. 그러나 이를 인정해주지 않는 회사와는 저희도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겠군요.”
  어느새 사장 보다도 긴 선이 된 점 씨가 사장을 향해 말했어. 그리고는 회사 밖을 향해 걸어 나갔지. 
  “나, 나도 따라갈래.”
  지금껏 자리에 앉아 있던 다른 점들 역시 점 씨를 따라 자리에서 일어났어. 결국 점들의 행렬은 거대한 선이 됐지. 마침내 거대한 선이 회사를 완전히 빠져나갔을 때쯤, 회사에는 선 하나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지. 
  그 일이 있고부터 이 년 후. 텔레비전에서는 유명한 연예인이 사회를 보는 토크쇼가 진행되고 있었어.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제 곧 대통령 선거 날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유력한 대통령 후보 분들을 모시고 토론을 해볼까 합니다.”
  유명 토크쇼 호스트인 ‘곡선’이 능수능란하게 말을 이어 나갔어. 사람들은 모두 텔레비전 앞으로 몰려들었지.
  “그럼 먼저 너무나도 유명한 정치인, 선 씨입니다!”
  진행자의 소개가 끝나자 무대의 장막이 오르며 선 씨가 나타났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이라고 불리는 그가 나타나자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어. 쫙 뻗은 직선, 한 치의 흐트러짐도 없는 그 모습이 아름답기 그지 없었지. 선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시작했어.
  “안녕하십니까? 선은 선의 자리에서, 점은 점의 자리에서 노력해 규칙적이고, 질서 있는 나라를 만들어가자는 선입니다.”
   “와, 선 씨 언제나 느끼지만 정말 아름다운 선이군요.”
  선 씨의 질문에 곡선이 감탄하듯 말했어. 그러자 선 씨는 씨익 미소를 지었어.
  “감사합니다. 사실 선이란 단지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얼마나 곧게 뻗어 있는지, 얼마나 색깔이 선명한지 등 여러 항목들이 있는데 요즘 단순히 길이가 길다고 자신이 선인 줄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선 씨가 혀를 차듯 말했어. 누가 봐도 점 씨를 노린 말 같았지. 몇몇이 동의의 표시로 박수를 쳤지. 선 씨는 더욱 신 나서 외쳤어.
  “그런 사기꾼에게 어떻게 대통령 자리를 맡길 수 있겠습니까?”
  선 씨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어. 곡선은 간신히 선 씨를 가라앉히고 말을 이어갔어.
  “네, 그럼 또 다른 대통령 후보를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몇 년 전 유명 회사에서 나와 최초로 점들로 이뤄진 회사 ‘모자이크’를 차려 큰 성공을 거두고, 이제 대통령까지 노리고 있는 점 씨입니다!”
  사회자의 소개가 마치기가 무섭게 장막이 거둬지며 점 씨가 나왔어. 그러나 선 씨와 비교해 너무나도 초라해 보이는 그 모습에 박수는 없었지. 몇몇은 심지어 야유를 보내기도 했어.
  “저 모습을 보십시오! 저게 대통령에 어울리는 모습입니까?”
  선 씨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외쳤지. 그러나 점 씨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어.
  “안녕하세요? 점과 선의 손잡고 같이 일해 더욱 좋은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점입니다.”
  그러나 점의 말에 동의를 하는 사람은 없었어. 몇몇 점들마저 고개를 저어댔지.
  “저런 생각이야 말로 현실을 모르는 생각입니다. 지금껏 우리는 선이 이끌고 점이 따라왔습니다. 항상 그래 왔어요!”
  선 씨의 말에 사람들이 동의의 표시로 박수를 쳤어. 당황한 사회자 곡선은 선 씨를 가라앉히고 질문을 이어 나갔지. 
  “점 씨, 그럼 회사인 ‘모자이크’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시죠.”
   “네 저희는 모든 점들이 특별해지는 것을 목표로 하는 회사입니다.”
  점 씨의 말이 끝나자 무대 위의 거대한 텔레비전이 켜지며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점들이 나왔지. 점들은 서로 같이 협력하며 거대한 점으로 된 선을 만들어내고 있었지. 그러나 선 씨는 콧방귀를 뀌었어.
  “흥, 저런 선 따위. 저 보다 뚜렷하지도, 선이 매끈하지도 않습니다.”
  선 씨의 말에 시청자들이 고개를 끄덕였어. 과연 화면 속 점선은 삐뚤삐뚤했지. 하지만 점 씨는 당황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어 나갔어.
  “그리고 최근에는 많은 선들도 우리 회사에서 같이 일하고 싶다 하여 저희 회사를 찾아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화면에서는 선이 점들과 같이 일하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지. 시청자들은 깜짝 놀라 화면을 바라봤어. 지금껏 점과 선은 항상 나뉘어져 있었거든. 같이 일하는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고만 생각했지. 그러나 활짝 웃으며 즐겁게 일하고 있는 선과 점을 보자 모두 큰 충격을 먹었어. 이 때 점 씨가 다시 입을 열었어.
  “여러분, 저는 특별한 세상을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 모두는 특별합니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보다 우월한 사람은 없습니다. 특별한 점과 특별한 선들이 모여 같이 일을 할 때 저는 지금까지 없었던, 특별한 세상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점 씨의 말이 끝나자 화면이 점점 위로 올라갔어. 위로 올라간 화면은 밑에서 같이 일하고 있는 점들과 선들을 찍었지. 그 모습을 본 시청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어.   공중에서 바라본 여러 선들과 점들은 서로 같이 일하며 엉켜져 ‘면’을 만들어 내고 있었어.
  “아름다워…….”
   “차원이 다른 아름다움이야.”
  여기저기서 관객들이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어. 심지어 방금 전 점 씨에게 야유를 퍼붓던 관객들 까지도 감탄사를 해댔지. 
  곧 이어 화면이 꺼졌어. 그러나 방금 본 장면의 충격은 사람들의 뇌리에 여전히 박혀 있었지. 한 동안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 했어. 그러다 누군가 박수를 치기 시작했어.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박수를 치기 시작했지. 박수는 하나 둘 전염되기 시작했어. 얼마 안 가 박수소리가 사방을 메웠어. 방금 전 선 씨가 나왔을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소리였지.
  선 씨의 얼굴이 분한 듯 붉은 빛으로 물들었어. 그러나 차마 그마저 아무런 말도 꺼낼 수 없었지. 그때 사회자는 문득 정신을 차렸어. 감탄을 하다 보니 어느새 예정된 방송 시간이 한참 지나있지 뭐야? 사회자는 재빨리 외쳤어.
  “그럼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토론장 밖에, 길거리에서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어. 펑펑 내린 눈은 온 세상을 하얀 도화지처럼 덮어 버렸어. 그 위로 점들과 선들이 함께 춤을 춰 댔어. 그 모습은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었지.


  <당선소감>

   "비범하고 대체 불가능하며 특별한 개인에게…특별한 선을 그리길"

  진정으로 자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드뭅니다. 대부분은 자신이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평범하고, 상식적, 합리적인 선택을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해집니다. 어릴 적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도 시간이 지나 점점 더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이 축적되면서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평가합니다.

  그러나 평범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모든 개개인은 특별한 개인으로 태어나 고유의 가치를 지닙니다. 2016년 하버드 졸업 연설에서 도노반 리빙스턴이라는 학생은 ‘우리는 마치 유성처럼 떨어져 내리면서 모든 것들과 부딪히고, 이 과정에서 아름다운 불빛을 만들어낸다’고 했습니다. 우리 모두 자신만의 선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제가 이번에 글을 쓴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스스로 취업을 하고, 창업을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좌절과 맞닥뜨렸습니다. 주변의 친구들 역시 꺾이면서 특별함 보다는 평범함이라도 찾고자 하는 경향이 점차 늘고 있는 듯합니다. 빅데이터가 늘어날수록 개인이 개인으로 받아 들여지기 보다는 거대한 사회라는 데이터의 일부로만 받아들여지는 듯합니다.

  그렇기에 이 얘기를 통해 더더욱 당신이 평범한, 대체 가능한, 특별하지 않은 사회 구성원의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에 맞서고 싶었습니다. 당신이 비범하고, 대체 불가능하며, 특별한 개인이라는 얘기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12년 전 인도의 국제학교에서 ‘아비납 버마’라는 인도 친구와 함께 얘기를 하다가 처음 떠 오른 선과 점 간의 분쟁이라는 주제는 그 동안 계속 변화하다 지금의 평범한 다수와 특별한 소수 간의 분쟁이라는 줄거리로 정리됐고, 결국 이렇게 신춘문예라는 기회를 통해 대중의 앞에 모습을 드러낼 수 있게 됐습니다.

  당시에 한국, 인도 중학생이 장난처럼 한 얘기가 신춘문예를 통해 한국 신문에서 출판된다고 하면 말도 안 되는 얘기라고 치부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저희의 평범했던 얘기가 이처럼 특별한 결말을 맞은 것처럼, 이 글을 읽는 독자 분들도 출근한 순간, 가족들과 얘기를 한 순간, 이 글을 읽은 순간 등등 자칫 평범해 보일 수 있는 모든 순간 순간들이 점점 모여서 결국 아름답고, 특별한 선을 그리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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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일반문예에 출품해도 뛰어난 작품…한편의 단편영화 보는 듯

  머니투데이가 우리나라 최초로 경제신춘문예를 시작한 지 15년이 됐다. 초기엔 출품작이 많지 않아 당선 작품도 일반문예와 조금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경제에 대한 문예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작품의 응모수나 당선작 수준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산문 부문은 소설과 수필(수기)를 구분해 최종 심사 대상 작품을 뽑았다. 먼저 소설에서는 ‘여왕개미의 하루’, ‘디트로이트에서 길을 묻다’, ‘점 선 면’ 3편을 골랐다. ‘여왕개미의 하루’는 증권에 매달려 사는 한 개인의 모습을 그렸지만,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지나친 설정에 의한 작위성 때문에 일찍이 배제됐다. ‘디트로이트에서 길을 묻다’는 국내에서 문을 닫은 자동차 회사의 중견 간부가 거래처의 지인을 따라 디트로이트로 진출하지만 그곳에서 역시 일이 여의치 않아 국제미아처럼 주저앉게 되는 이야기인데 전체적으로 미숙하고 시간상 흐름을 잘 파악해 나가기 어렵다.

  대상으로 뽑은 ‘점 선 면’은 점으로 표시되는 일반회사원과 선으로 표시되는 기업 소유주 사이의 서로 다른 생각을 갈등의 대결이 아니라 읽으면서 생각할 것이 많은 우화 형식으로 아주 잘 그려냈다. 특히나 결말에 이르러 많은 점들이 모여 선을 만들어내 면을 만들어 보여주는 장면이 감동적이다. 경제문예가 아니라 일반문예에 출품해도 단연 뛰어나 보이는 작품이다.

  수필과 수기 부문에서는 ‘나를 바꾼 한 마디, 통장잔고 0원에서 경제멘토로!’, ‘나의 경제교육’, ‘아버지의 신용카드’가 결선에 올라왔다. ‘나를 바꾼 한마디’는 돈이 들어올 때마다 써버리는 주인공이 ‘통장 쪼개기’를 통해 자신과 동생이 함께 계획성 있는 소비를 통해 저금의 즐거움을 아는 이야기인데 공감 면에서 조금 떨어지는 작품이었다. ‘나의 경제교육’은 경제 전문연구원의 강연내용을 압축해 잘 정리한 글이지만 문예적 측면의 감동이 덜하다. 

  가작으로 뽑은 ‘아버지의 신용카드’는 예전에 목돈을 들고 버스를 탔다가 소매치기 당한 아버지가 실의에 빠졌다가 다시 일어난 일에서부터 그런 아버지가 신용카드 사용법을 배워 이용하는 일상의 이야기가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 잔잔하게 그려졌다.

심사위원 : 이순원, 이희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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