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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행복한 무진장 / 김임지

 

꼬불꼬불 산모롱이 길을 오른 버스에서 할머니 한 분이 내렸다. 할머니는 숨을 몰아쉰 뒤 좁다랗게 난 길을 따라 올라갔다.

툴, 툴, 투르르.

멈춘 버스에서 기사아저씨가 내렸다. 얼굴과 몸이 둥글둥글한 아저씨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이마빡에 ‘행복한 무진장’이라는 이름표를 단 버스가 못마땅한지 부루퉁했다.

‘쳇, 뭐가 좋아서 콧노래야?’

기사아저씨는 둥글한 허리를 이러저리 돌리며 목청을 돋웠다.

“음. 공기 좋~다.”

‘쳇, 그깟 공기만 좋으면 뭐해!’

기사아저씨 말에 또박또박 토를 달던 무진장 깜빡이 눈에 금방 올라온 길이 보였다.

겹겹이 이어진 산 사이로 구불한 길이 끝없이 펼쳐져 있다. 쳐다보기만 해도 어지러웠다.

‘쓸데없는 산들은 왜 저렇게 많은 거야!’

원래 무진장은 큰 도시에서 쌩쌩 달리던 버스였다. 이런 산골짜기 꼬부랑길이 있는지도 몰랐다.

기사아저씨도 지금처럼 뚱뚱하고 허허 웃기만 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입을 굳게 다문 모습이 멋있어 덩달아 우쭐해지곤 했다.

버스를 타는 사람들도 빠릿빠릿했다. 이미 출발한 버스는 사람이 쫓아와도 쉽게 서는 법이 없기 때문에 탈 사람이 두 눈을 똑바로 뜨고 기다렸다.

옛 생각에 젖어 있던 무진장 깜빡이 눈에 다시 꼬부랑길이 들어왔다. 힘이 쭉 빠졌다.

‘뭘 잘못했다고 여기로 내쫓은 걸까? 난 열심히 달렸다고. 그래…, 자주 아프긴 했어. 하지만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무진장은 브레이크와 가속페달을 마구 밟아대던 옛날 아저씨가 원망스러웠다.

‘누구라도 그랬을 거야. 밤이고 낮이고 그렇게 실컷 부려먹으면 안 아프고 견딜 버스가 어디 있겠어?’

한 달 전이었다. 그날, 무진장은 기분이 이상했다. 기사아저씨가 정류장을 그냥 지나치고 낯선 길로 접어든 것이다.

멈춘 곳은 아프고 병든 버스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 잠시 뒤,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잠이 깼을 때 무진장은 깜빡이 눈을 사정없이 끔뻑거렸다. 앞 버스 유리창에 비친 촌스런 버스가 자신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온몸이 늙은 호박색으로 변해 있었고, 이마빡엔 ‘행복한 무진장’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무진장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

기사아저씨가 운전석에 앉았다.

“무진장아, 일찍 출발혀서 좀 기다리자. 차 놓치고 사람이 있으면 안되잖여.”

‘쳇, 언제부터 버스가 사람을 기다린 거야!’

무진장은 심술이 나서 아저씨 의자 스프링을 높이 튕겼다.

“어메, 재밌어라. 우리 무진장이 무진~장 화가 나 부렀네.”

무진장은 더 높이 의자 스프링을 튕겨 보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휘파람을 불며 어깨를 들썩였다.

첫 번째 정류장에 섰다. 할머니가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버스 계단을 올라왔다. 어제도 탔고, 그제도 탔던 보따리 할머니다.

기사 아저씨가 보따리 할머니께 인사를 했다.

“어서 오셔유.”

“나 또 짐 있는디.”

기사 아저씨는 얼른 내려서 커다란 짐을 들고 올라탔다.

‘기사 아저씨가 왜 저래? 종점도 아닌데 불쑥불쑥 내리고 말이야.’

무진장은 혼잣말을 하며 툴툴거렸다.

짐을 다 실은 아저씨가 할머니에게 먼저 말을 건넸다.

“오늘은 뭐 파시러 가는데유?”

“잉, 뭐 팔러 가는 게 아니라 오늘은 딸네 집에 다니러 가는 거유.”

“아, 오늘 안에 못 돌아오시겠네유?”

무진장은 혼자서 계속 툴툴거렸다.

‘남이야 딸네 집에 가든 장에 무얼 팔러 가든, 오늘 안에 오든 말든, 무슨 상관이람!’

버스 안은 라디오 소리랑 사람들 이야기 소리로 금방 북적북적해졌다. 무진장은 귀를 틀어막고 싶었다.

햇살이 이불처럼 무진장을 덮었다. 사람들도 햇살 때문에 눈꺼풀이 무거워진 듯 조용했다. 무진장도 졸음이 밀려와서 가까스로 참고 있었다.

그때, 기사아저씨가 브레이크를 밟고 소리쳤다.

“저, 저런!”

무진장은 굽은 길을 돌다가 놀라 멈춰 섰다. 졸음이 확 달아났다. 무슨 일인가 싶어 깜빡이 눈을 크게 뜨고 앞을 보았다. 털이 북슬북슬한 강아지 한 마리가 내빼고 있었다.

기사아저씨가 몸을 앞으로 쭉 펴서 살폈다.

“괜찮은겨?”

“그려. 버스가 잘 섰어. 오메, 오늘 저 강아지 무진~장 운이 좋네 그려.”

무진장도 멍하니 서 있어야 했다. 강아지가 사라질 때까지 아저씨는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지 않았다.

‘저깟 강아지 한 마리 때문에 굽은 길에서 멈추다니!’

하룻강아지 버스 무서운지 모른다더니, 무진장은 강아지 엉덩이를 한 대 때려 주고 싶었다. 그리고 강아지 걱정만 하는 사람들이 미워 일부러 덜컹거리며 출발했다.

새로울 게 없는 나날이 지나갔다.

무진장은 어느 정류장에 누가 타는지 보지 않고도 줄줄 욀 정도가 되었다.

‘세상에 이것보다 시시한 일이 또 있을까!’

그래서 늘 그런 건 아니다. 하루 종일 신경을 써야 되는 날도 있었다. 새벽에 내린 눈이 꼬부랑길을 덮은 오늘 같은 날이 그렇다. 아무리 눈에 빤해도 눈길은 조심해야 한다.

오늘도 보따리 할머니가 보따리 두 개를 들고 버스에 올랐다. 또 버스 안이 시끄러울 게 뻔했다. 무진장은 앞만 보고 출발했다.

고갯길에 접어든 무진장은 바짝 긴장이 되었다. 햇볕에 눈이 녹기 시작했는지 길이 질척거렸다. 그때 기사 아저씨가 브레이크를 밟았다.

‘어, 무슨 일이지!’ 무진장은 덜컥 겁부터 났다.

보따리 할머니가 창문을 열어젖혀서 소리쳤다.

“빠리 오소, 뭐하다 인제 나왔어?

허리가 아픈 할머니가 풀쩍풀쩍 쫓아오고 있었다. 할머니 뒤에 여섯 살 정도 아이가 마스크를 한 채 따라오고 있었다.

그때 무진장은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기사 아저씨가 후진 기어를 넣은 것이다.

‘이런, 이제는 별짓을 다 하는 군!’

무진장은 눈길에서 뒷걸음치느라 바퀴가 후들들거렸다. 얼마 뒤에 할머니와 여자아이가 버스에 올랐다.

“하이고, 숨차. 우리 집 시계가 고장이 났지 뭐여. 자꾸 봐도 그 시간인겨. 미안혀, 기사 양반.”

할머니는 틀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무진장은 아저씨가 버럭 화를 냈으면 했다. 그래야 속이라도 후련할 것 같았다. 하지만 아저씨는 고개를 마구 흔들며 말했다.

“아니여유. 보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유. 오늘이 할머니 침 맞으러 읍내 가시는 날이라면서유.”

침 맞으러 가는 할머니가 보따리 할머니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아이고, 어떻게 안겨?”

“왜 몰러? 내가 모르는 것 빼곤 다 알지. 그러니 없는 것 빼곤 다 있는 보따리 장시 아녀. 아니 근디, 예쁜 공주님은 누구여?”

보따리 할머니가 여자아이 손을 잡으려는데 여자아이는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고개를 돌려버렸다.

“잉, 외손녀여. 내 침이 침이지만 외손녀 병원도 가야 혀. 감기에 딱 걸려 버렸어.”

“감기 걸렸다고 저렇게 퉁한겨?”

“아니…, 지 애미가 데리러 온다고 했는데 벌써 며칠째 안 온다고 저랴.”

“잉. 오죽 사정이 있으면 그러까.”

보따리 할머니는 주머니에서 무얼 만지작거리더니 사탕 하나를 꺼내서 여자아이 앞으로 다가갔다.

“아가, 이 사탕 묵고 마음 풀어, 잉?”

여자아이는 보따리 할머니는 본체만체 사탕만 받아서 쏙 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이 껄껄 웃었다. 무진장은 강아지 때문에 놀란 일도 그렇고 모든 게 어이가 없었다.


‘쳇, 아무도 내 생각은 안 하잖아. 여자아이 토라진 게 무슨 큰일이라고 저래? 난 하마터면 미끄러질 뻔했는데 말이야.’

햇볕에 녹기 시작한 눈이 무진장 바퀴에 닿자 질척질척해졌다. 무진장 기분과 똑같았다.

오늘도 무진장은 고갯마루를 오르고 있었다.

끙끙대며 고갯마루를 오르는데 힘에 부쳤다.

고개를 겨우 다 올랐을 때다. 무진장은 갑자기 멈춰 서고 말았다. 온몸이 후끈후끈하고 어질어질했다. 어디에 탈이 났는지 고약한 냄새도 났다.

‘아니, 무슨 일이지?’

무진장은 덜컥 겁부터 났다.

도시에 있을 때도 그랬다. 한참 달리고 나면 꼭 어딘가 탈이 났다. 그럴 때마다 기사아저씨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버스’라며 고함을 질렀다.

‘이 산골짜기에서도 필요 없게 된 걸까?’

조금 전까지 귓가에 모기처럼 앵앵거리던 사람들 소리도 뚝 그쳤다.

지나온 순간들이 휙휙 지나갔다.

‘그래, 차라리 잘 됐어. 속이 다 시원해.’ 무진장은 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가까스로 삼켰다.

“어이구, 뭔 일이데?”

보따리 할머니가 불쑥 일어나며 물었다.

기사 아저씨도 운전석에서 일어섰다.

“걱정하지 마세유. 내려서 함 볼게유.”

아저씨가 무진장 뒷문을 활짝 열어서 이곳저곳을 살폈다. 어느 한 곳을 뚫어져라 볼 때는 무진장 온몸에 땀이 뱄다. 잠시 뒤, 기사 아저씨가 뒷문을 쾅 닫았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버스 같으니라고! 고물상에 내다버려도 시원찮겠다!’

예전에 수없이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무진장은 숨죽인 채 기사아저씨의 꾸지람을 기다렸다.

어느새 사람들이 모두 내려서 기사아저씨 주위를 빙 둘러섰다. 사람들 이마에 걱정스러운 주름이 졌다.

“별거 아녀유. 엔진에 열이 나서 그려유. 좀 식혔다 가면 되겠어유. 요 며칠 사이 무리를 했나 봐유.”

그때 무진장은 온몸에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따뜻한 것 같기도 하고 울컥 서러운 것 같기도 했다.

아저씨가 무진장 엉덩이를 톡톡 어루만진 것이다.

그런데 엉덩이에 아저씨 손길보다 더 보드라운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그 기운이 점점 앞으로 다가왔다. 깜빡이 눈 가까이까지 기운이 퍼졌을 때 무진장은 눈을 끔뻑거렸다. 뒷걸음질해서 태운 여자아이가 무진장 앞에 서 있는 게 아닌가. 보드라운 손바닥을 무진장 차가운 몸에 대고 온 것이다. 무진장 깜빡이 눈과 마주친 여자아이는 방긋 웃어 주었다.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보따리 할머니가 말했다.

“그려. 버스가 좀 힘들었겠어?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이놈의 보따리랑 할망구 태우고 다닌다고 말이여. 맨 처음 이 버스가 왔을 때부터 알아봤제. 이 인물로 나 같은 할망구 태우고 다니기엔 무진~장 아깝다고 말이여.”

침을 맞으러 다니던 할머니도 거들었다.

“난 이 버스 없으면 침 맞으러도 못 가고, 우리 외손녀 맛난 것도 못 사줘. 자식보다 낫다고.”

“자식보다 낫지 그럼.”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맞장구를 쳤다.

보따리 할머니가 기사 아저씨 옆으로 다가갔다.

“여기에 바쁜 사람 없으니께 천천히 야무딱지게 고쳐. 대충 혀선 절대 안 돼. 안 그려?”

“그럼. 이 일보다 급한 일이 워딨겠어?”

“그려. 그려.”

무진장은 사람들 얘기소리가 둥둥 북소리처럼 들리다가, 바람결처럼 잔잔하게 들려왔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동이 가뿐하게 걸렸다.

사람들이 모두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고갯마루를 내려오던 무진장은 처음으로 해가 넘어가는 하늘을 봤다. 노을이 붉게 번져 있었다.

‘어제도 저런 노을이 고개를 넘어 갔을까? 언제부터 하늘이 저렇게 곱게 물들어 있었을까?’

무진장이 고갯마루를 다 내려왔을 때 해가 서산으로 꼴딱 넘어갔다.

무진장은 날마다 고갯마루를 오르고 다리를 건너고 들을 지났다. 사람들 얘기에 울고 웃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버렸다.

손바닥으로 무진장을 어루만져 준 여자아이도 엄마랑 도시로 떠났다. 그날 여자아이와 엄마를 읍내에 내려다 주고 돌아섰을 때 무진장은 조금 울었다.

보따리 할머니는 언제부턴가 보이지 않았다.

기사 아저씨도 바뀌었다. 새로 바뀐 기사 아저씨는 손을 흔드는 사람들을 가끔 지나치기도 한다.

무진장은 노을이 붉게 물든 하늘을 등지고 달렸다. 가을걷이를 끝낸 들판이 한가롭게 보였다.

그때, 스스륵.

무진장은 멈춰 서고 말았다.

무진장은 곡식을 다 걷어낸 들판을 지그시 바라봤다. 들판에서 놀던 기러기떼가 막 날아올랐다.

무진장은 눈을 살짝 감아보았다. 도시에서 마음껏 달릴 때부터 어제까지 차례차례 떠올랐다. 무진장은 무진장 행복했다.





  <당선소감>


   "동화는 내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


수상 소식을 들은 날은 그저 놀랍기만 했습니다. 다음 날은 겁이 났습니다. 그다음 날엔 눈물만 났습니다.

지금까지 북돋아주신 분들이 한 분 한 분 떠올랐습니다.

제게 있어 동화는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기도 하지만 제 스스로를 비춰 보는 거울입니다. 그래서 제 삶만큼이나 동화도 느리고 굼뜹니다. 지금의 일이 믿어지지 않고 두려운 이유입니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어린 시절이 떠올랐습니다. 봄이면 하나 둘 돋아난 나물을 캐러 다녔고, 여름이 되면 모깃불을 피워놓고 밤하늘을 봤습니다. 가을엔 낟가리를 은하철도999처럼 쌓기도 했고, 찬바람이 불어 오면 양지바른 골목에 앉아 놀기도 했지요.

그때를 생각하면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딸아이가 자라면 무엇을 추억하면서 위로 받을 수 있을까 하고요. 스스로 그 길을 찾아가는 걸 지켜보고 도와주고 싶습니다.

심사위원님들 감사드립니다. 어떤 부분을 믿어주셨는지 헤아리고 지켜나가는 게 숙제로 남은 것 같습니다. 제게 행운을 안겨 준 경남신문에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동화와 삶을 가르쳐주신 김재원 선생님과 글벗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고맙습니다.



  ● 1972년 11월 11일 밀양 출생.

  ● 경남대학교 무역학과 졸업.


 

  <심사평>


  "시골버스 이야기 정감있게 영상화"


누가 뭐라고 해도 동화의 본질은 환상적 서술의 형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여느 해나 같이 일정한 수준에 오른 작품 열세 편을 뽑아 놓고 숙독을 거듭했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내놓은 아이’, ‘기쁨을 파는 가게’, ‘엄마의 보물상자’, ‘산 따먹기’, ‘행복한 무진장’ 등 다섯 편이었다.

‘내놓은 아이’는 주인공 캐릭터는 잘 살렸으나 군데군데 허술해 보이는 문체와 동화를 얽어내는 솜씨가 서툴러 보였고, ‘기쁨을 파는 가게’는 끝마무리가 엉성했고 주제의식을 잘 드러내지 못해 돌려놓았고 ‘산 따먹기’는 목가적인 서정은 돋보이나 제목과 내용이 서로 어울리지 않아 서걱거렸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이 ‘엄마의 보물상자’와 ‘행복한 무진장’이었다.

‘엄마의 보물상자’는 가장인 아버지가 존재하지 않는 한부모 가정의 삶과 풍경을 온화하고 정감있게 그렸다. 폐품(재생상자)을 모아 하루하루 어렵사리 생활을 이어가는 정경이 따뜻하게 느껴졌으나 소년소설에 가깝고 도드라지게 새로움을 살려 내지 못한 것이 더없이 아쉬웠다.

당선작 ‘행복한 무진장’은 나이 많은 시골버스 이야기다. 젊은 날 대처에서 신나게 손님을 실어 나르다가 시골로 떠밀려와 시골분들을 태우는 그 과정을 몽타주해 낸 것이 돋보였다. 한 편의 독립영화를 보듯 영상화시킨 것이 심사위원의 호감을 샀다. 신춘문예의 역할이 새 얼굴을 뽑는 데 있다면 작품 역시 새로워야 더 좋은 작품을 생산해 낼 그 가능성을 엿본다.

응모한 작품들이 소재면에서는 다양성이 있었으나 동화가 지녀야 할 문체(문장)의 특장을 무시하고 있으므로 거듭 노력해야 할 문제라고 느낀다.

당선 작가에게는 갈채를 보내고 차점자에게는 다음 기회에 만날 것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 임신행, 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