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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아빠 마음속에 사는 도깨비 / 최모림

 

도깨비가 산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아빠 몸속에 산다고 했습니다. 이흠이는 그 이야기를 아빠에게서 들었을 때 콧방귀부터 뀌었습니다.

"아빠 몸에 도깨비가 산다고?"

아빠의 몸은 손잡이 부분만 남겨두고 초콜릿을 입힌 빼빼 마른 과자를 꼭 닮았습니다. 조금만 힘을 줘도 허리가 댕강 부러질 것만 같습니다. 그런 아빠의 몸에 천하장사도 단번에 넘어뜨린다는 도깨비가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말도 되지 않는 그 말을 들은 것은 일주일 전쯤입니다. 마지막 5교시 수업이 막 시작될 때 멀쩡했던 하늘이 갑자기 시커먼 먹구름이 몰려오며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뒤 창밖을 보고 있던 반 아이 하나가 소리쳤습니다.

"와, 비다."

그 소리를 시작으로 비는 하늘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쏟아져 내렸습니다. 금방 운동장에는 첨벙 뛰어 들어가 물장난을 쳐도 될 정도로 제법 큰 웅덩이가 곳곳에 만들어졌습니다. 비는 수업 시간이 다 끝나 가는데도 그칠 줄 모르고 계속 내렸습니다.

이흠이는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른 아이들도 우산을 가지고 오지 않았지만 이흠이와 같은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엄마들이 우산을 가지고 학교로 올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썰물처럼 교실을 빠져 나갔지만 이흠이는 교실에 혼자 남아 있었습니다. 이흠이가 교실에 남은 이유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려서가 아니었습니다. 혼자서 우산도 없이 물에 빠진 생쥐꼴로 빗속을 뛰어가는 모습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흠이는 복도가 조용해졌다고 느꼈을 때, 교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터벅터벅 걸음을 옮겨 놓았습니다. 복도 끝에는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의 어깨는 한쪽 언저리가 부러진 우산살처럼 축 처져 보였습니다. 바로 이흠이 아빠였습니다.

이흠이는 못 본 척 아빠 옆을 지나치며 빗속으로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빠는 이흠이가 자기를 못 본 줄 알고 급하게 뒤를 쫓아왔습니다.

"이흠아."

뒤에서 이흠이를 부르는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이흠이는 그 소리도 못 들은 척 계속 빗속을 뛰었습니다. 막 교문을 벗어났을 때 바짝 뒤로 쫓아온 아빠가 숨이 턱까지 차오른 목소리로 불렀습니다.

"이흠아."

그때서야 이흠이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잔뜩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학교까지 왜 온 거야? 이 시간에 아빠가 우산 가지고 오는 집이 어디 있다고?"

그 말에 아빠의 걸음이 멈칫했습니다. 사실 이흠이는 반 아이들이 우산을 들고 찾아온 엄마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을 걸어가는 것을 보며 마음 한구석에 불만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아빠 때문에 생긴 불만이었습니다. 이흠이 아빠도 다른 집 아빠들처럼 직장이 있다면 엄마가 우산을 들고 학교로 찾아왔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는데 그럼 어떻게 해? 엄마가 집에 없으니까 아빠라도 이흠이 우산을 챙겨 가지고 와야지."

이흠이는 그 말을 밀쳐내듯 아빠가 머리 위로 걸쳐 놓은 우산 밖으로 빠져 나갔습니다. 그리고 식식거리는 숨소리와 함께 입 안에 혀로 눌러 두고 있던 말까지 하고 말았습니다.

"…창피하게."

그 말을 들은 아빠의 걸음이 또 한 번 우두커니 멈춰 섰습니다. 이흠이가 뒤를 돌아다봤을 때, 아빠는 축 처진 어깨에 꾹 닫은 입 모양을 하고 빗속에 서 있었습니다. 헐렁한 셔츠 차림에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기울어진 몸이 꼭 허수아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거기에 콜록콜록 기침까지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아빠의 모습이 갑자기 불쌍하게 보였습니다. 이흠이는 걸음을 돌려 미안한 표정 대신 잔뜩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툴툴거리는 말투로 말했습니다.

"내가 애기야? 아빠 눈에는 내가 비가 온다고 집도 못 찾아오는 그런 어린애로 보여? …감기까지 들었으면서."

그때 이흠이는 아빠에게 바로 그 말도 되지 않는 도깨비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걱정 마. 아빠 마음속에는 이 세상에서 제일 힘이 센 도깨비가 살고 있으니까. 이까짓 감기쯤은 문제없어. 아빠 안에서 도깨비가 기침 몇 번만 하면 다 도망가 버린다고."

이흠이는 도깨비가 산다고 말하는 아빠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빼빼 마른 과자를 앞니로 댕강댕강 끊어 놓듯이 말했습니다.

"아빠 몸에 도깨비가 산다고? 빼빼로 과자보다도 더 마른 아빠 몸에?"

"우리 아들이 아빠 말을 못 믿나 본데. 진짠지 아닌지 잘 봐."

아빠는 허리까지 뒤로 젖혔다 다시 앞으로 숙여 가며 몇 번 연거푸 기침 소리를 만들어 냈습니다.

"에취. …에에치이."

그런 아빠의 모습은 달밤에 체조, 아니 빗속에서 윗몸일으키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흠이는 아빠를 말리기 위해 몇 마디를 슬쩍 흘리며 돌아서 버렸습니다.

"그만 해, 아빠. 엄마 마음속에 도깨비가 산다면 또 몰라도."

정말 이흠이는 엄마 안에 사는 도깨비를 본 적이 있습니다. 엉망인 성적표를 받아 들고 집으로 갔을 때입니다.

"어서 내놔."

이흠이는 엄마의 말을 못 들은 척 아빠가 보고 있는 텔레비전 화면에만 눈을 두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습니다.

"어서 성적표 가져오라니까."

이흠이는 그 말도 잘못 들은 것처럼 미적거립니다.

"뭐라고 했어, 엄마?"

반만 고개를 돌리고 다시 묻는 이흠이에게 엄마는 살짝 눈을 흘기는가 싶더니 이내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엄마가 모를 줄 알아? 지난번 수행평가 성적표 받은 것 가져오라고."

이흠이는 그제서야 신발장 옆에 내팽개치듯 던져둔 가방을 부스럭부스럭 뒤져 반으로 접은 성적표를 내밀었습니다. 그런 이흠이의 얼굴에는 억울한 표정과 '잘못했습니다'라는 표정이 반반씩 떠올랐습니다. 그때 이흠이는 엄마 몸속 어딘가에 눈에 파란 불빛이 나는 도깨비가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게 뭐야? …수학 삼십오, 과학 사십, 사회 오십유욱…."

순간 엄마의 눈에는 파란 불이 켜졌습니다. 그리고 사정없이 이흠이의 등을 손바닥으로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그 동작은 눈에서 파란 불빛이 사그라질 때까지 계속됐습니다. 그날 밤 이흠이는 밤새 식은땀을 흘리며 눈에서 파란 불빛이 나는 도깨비에게 쫓기는 꿈을 꾸었습니다.

이흠이가 요즘 들어 다시 도깨비 생각을 하게 된 것은 바로 도깨비 저금통 때문입니다. 이흠이의 앉은뱅이책상 위에는 꼬마 도깨비 모양을 하고 있는 저금통이 놓여 있습니다. 지난 설날에 외숙모로부터 받은 선물입니다.

외숙모는 그 저금통을 이흠이에게 선물하면서 만 원짜리 한 장까지 넣어 주었습니다. 이흠이는 저금통 안에 시골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큰아빠들로부터 받은 세뱃돈도 모두 넣었습니다. 그 뒤에는 엄마 심부름을 하고 받은 동전까지도 저금통에 모았습니다. 그 돈으로 이흠이는 게임기를 살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그 저금통에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저금통의 무게가 점점 줄어들고 있었던 것입니다. 더 이상한 건 저금통의 무게가 줄어들 때마다 아빠의 모습이 달라지고, 또 뭔가 없던 물건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처음 저금통의 무게가 줄어들었을 때는 아빠가 이발을 했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손톱깎이를 찾기 위해 서랍을 열다가 본 것이지만 새로 찍은 아빠의 증명사진도 보였습니다. 그 사진 속 아빠의 얼굴은 며칠 전, 이발을 했을 때의 모습이었습니다. 손바닥보다도 작은 하얀 봉투 위에는 사진을 찍은 날짜가 쓰여 있었습니다. 바로 두 번째로 저금통의 무게가 줄어든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저금통에서 종이돈 몇 장도 없어진 어제는 아빠에게 새 운동화가 생겼습니다. 아빠의 새 운동화는 신발장이 아닌 장롱 속 맨 아래 칸에 비닐봉투로 꼭꼭 싸인 채 있었습니다. 이흠이는 그것을 목욕하고 갈아입을 속옷을 꺼내다가 봤습니다.

이흠이는 그때, 집 안 어딘가에 사는 도깨비가 도깨비 저금통에서 돈을 꺼내 아빠에게 선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니면 정말 아빠 마음속에 도깨비가 살고 있어서 그런 짓을 아빠에게 시킬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했습니다. 심술 많은 도깨비가 아니고는 어른이 꼬맹이 저금통에 손을 댄다는 것을 이흠이는 생각할 수 없었습니다.

이흠이는 집 어딘가에 도깨비가 살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집으로 가는 것이 망설여집니다. 도깨비가 이흠이에게 어떤 해코지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일주일 전 비가 올 때처럼 이흠이는 혼자 남아 미적거립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갑자기 조용해진 교실이 어느 순간부터는 조금씩 무서워지기 시작합니다. 꼭 뒤에서 뭔가가 소리 없이 다가와 어깨를 확 잡아챌 것만 같습니다. 이흠이는 교실보다는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합니다. 거기라면 수업을 마치고 이흠이처럼 학원을 가지 않는 아이들이 공을 차며 놀고 있을지도 몰랐습니다.

복도로 나온 이흠이의 걸음이 점점 빨라집니다. 어둑한 구석에서 누군가가 쫓아오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쫓기듯이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왔을 때 운동장에는 아이들 대신 어른들이 작은 운동회라도 열렸는지 달리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린이들 운동회와는 달리 어른들은 무거운 주머니를 어깨에 하나씩 둘러매고 달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가슴에는 이름표 같은 것도 달려 있습니다.

이흠이가 앉아 있는 반대편에서부터 달려온 어른들은 결승점을 들어오자마자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이흠이는 그래도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이 교실에 혼자 앉아 있는 것보다 훨씬 재미가 납니다. 이흠이는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무슨 운동회인지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조금 전 달리기를 마치고 이흠이가 있는 그늘 쪽으로 걸어오는 아저씨에게 물어 봅니다.

"아저씨, 무슨 운동회라도 열렸어요?"

이흠이가 말을 건 아저씨는 금방 대답을 못합니다. 숨이 가빴기 때문입니다. 한참 동안 숨을 돌린 아저씨는 계속해서 자기를 바라보고 있는 이흠이의 눈을 피하지 못하고 대답을 해줍니다.

"운동회가 아니고 시험을 보는 거야. 환경미화원시험."

이흠이는 환경미화원이 무슨 말인지 몰라 아저씨를 다시 빤히 쳐다봅니다. 이번에도 아저씨는 이흠이의 눈길을 외면하지 못합니다.

"거리에서 쓰레기를 치우는 아저씨를 뽑는 시험이야."

그때 이흠이가 있는 쪽으로 어깨에 무거운 주머니를 맨 채 달려오는 사람들 속에 낯익은 얼굴이 보입니다. 바로 이흠이 아빠입니다. 그 순간 어떤 낱말 하나가 시원스레 넘어오지 못하고 목구멍 어딘가에 걸립니다.

"아빠아."

그 말을 이흠이는 입 밖으로 흘리며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그리고 아빠가 달려오는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이흠이 쪽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아빠의 가슴에는 서랍 속에서 봤던 사진을 붙인 종이가 달려 있습니다. 또 장롱 속에서 봤던 운동화도 신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빠 몸속에 살고 있다는 도깨비도 봤습니다. 무거워 보이는 자루를 어깨에 둘러맨 채 일등으로 달려오고 있는 아빠의 눈에는 엄마의 눈에서 봤던 파란 도깨비불이 켜져 있습니다.

일등으로 결승점을 들어온 아빠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맙니다. 이흠이는 숨을 헐떡이고 있는 아빠 옆으로 다가갑니다. 그리고 아빠의 귀에 입을 갖다 대며 울먹이는 소리로 말합니다.

"정말, 아빠 마음속에 도깨비가 있나 보네. 아빠가 일등을 하고. 새 직장이 생기면 아빠 마음속에 사는 도깨비가 이흠이 저금통도 열 개, 아니 백 개로 만들어 주는 거지? 나도 게임기 가지고 싶단 말야."

아직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아빠는 아무런 대답도 못하고 이흠이의 볼에 뺨을 비빕니다. 이흠이의 볼이 아빠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로 따뜻해집니다.





  <당선소감>


   "동화를 향해 하얀 꿈속을 걸어왔다"


'꿈'이 되는 동화로 대답하겠습니다. 언제나 일은 밥상머리에서 벌어졌습니다.

"도대체 뭐가 될라꼬 이라노?"

밥을 한 술 입에 떠넣자마자 어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됐습니다.

"넘들은 학교에서 책 펴놓고 공부하고 있을 시간에 허구한 날 방구석에 처박히서…."

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나는 깍두기를 입 속으로 가져갔습니다. 그리고 일부러 '우기적 우기적' 소리가 나게 씹었습니다.

"옴마는 머시 걱정이요? 나 말고도 어느 세상에 내놔도 한 군데 빠질 기 없는 아들들이 셋이나 있는데."

그 말끝에 아버지는 어김없이 들고 있던 숟가락을 밥상 위로 집어던졌습니다. 집어던진 숟가락은 매번 계산이라도 한 듯이 정확하게 미간 사이를 맞췄습니다. 그때마다 하얀 밥이 파랗게 멍든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직도 통영에 계신 어머니와 아버지에게는 당선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어머니의 입에서 나올 말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라모 언자 밥은 묵고 살게 되는 기가?"

그 말에 "그래도 꿈은 될 낍니다"라는 대답은 아무래도 어머니 걱정을 덜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선 소감을 보고 '소설인지 동화인지 헷갈린다'라며 나무랄지도 모를 심사위원님 먼저 감사합니다. 아이들의 생각을 끌어오기 위해 마음을 하얗게 만들어 놓고 있겠습니다. 하지만 아내 임정연과 첫째 아들 가흠이, 이 동화에 이름을 빌려준 작은아들 이흠이에게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녀석들에게는 다시 꿈이 되는 동화로 대답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 1968년 경남 통영 출생.

  ●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 1999년도 경남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


 

  <심사평>


  "안정된 문장, 다음작품이 벌써 기대"


응모한 작품들을 읽으면서 신선하고 다양한 동화 소재 발굴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설령 소재의 신선함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소재의 내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시선이 필요하다. 그것은 곧 주제의 경중을 가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동화와 거리가 먼 작품들도 있었다. 동화를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어린이들의 자잘한 일상을 다룬 글들이 많아서 안타까웠으며, 동화문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작가의 대변인으로 여기며 쓴 글들이 많았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별똥별 이야기' '신문배달 소년과 소설가' '할아버지의 상자' '착한 마법사가 왔다' '수희와 돼지꿈' '아빠 마음속에 사는 도깨비'들로 모두 6편이었다. 이중 다시 최종심으로 3편을 가려 놓았다. '신문배달 소년과 소설가'는 본인이 소재를 직접 탐색한 것이 아니고, 누군가에게서 전해 들은 일화를 마치 스케치 형태로 쓴 듯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즉 작가의 문학적인 고뇌로 육화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별똥별 이야기'는 눈먼 소녀가 안구수술을 받아 빛을 찾는 이야기로, 하늘의 샛별과의 아름다운 교감을 나누는데, 현실과 판타지가 어우러져 있음을 감안해도 별이 내려와 귀뚜라미가 된다는 비현실적인 구성과 스토리가 장황하다.

당선작 '아빠 마음속에 사는 도깨비'는 무엇보다 어느 집에서나 있을 수 있는 평범한 소재를 잘 탐색하여 작가가 담고 싶은 이야기를 별다른 기교 없이 안정된 문장으로 보여주고 있다. 아이의 저금통이 아이도 모르게 자꾸만 가벼워질 때마다 실직한 아빠가 증명사진, 운동화 등을 준비하는 과정과 마지막에 그 쓰임새가 극적으로 나타나는 장면, 가족을 위해 무거운 짐을 지고 뛰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우리의 희망을 볼 수 있어 감동적이었다. 동화는 비록 신인이지만, 그동안 문학수업을 많이 하였음을 엿볼 수 있다. 앞으로 동화 창작을 열심히 해주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이상배, 소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