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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징검돌 / 허은화

 

앞서거니 뒤서거니
물살이 달려가다가

잠시
멈칫거리는 거기

머리만 쏙, 쏙, 물 밖으로 내놓고
멱감는 아이들

      둘
하나   셋 넷      여섯 일곱
                  다섯

하하하
헤헤헤

해는 벌써
뉘엿뉘엿 지는데

아이들은 아직도 물속
해 지는 줄 모른다


 

  <당선소감>

 

   -

  눈이 많이 왔습니다. 춥기도 많이 춥습니다. 시베리아가 어디인지 구분이 안 되는 요 며칠입니다. 계절은 혹독하게 채찍질을 하는데 내 마음은 채찍질을 피해 자꾸만 달아날 궁리만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춥고 혹독해도 봄은 또 오리라 믿습니다.

  햇살이 늘 우리를 향해 비추고 있으니까요. 햇살이 저는 아이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햇살이 있는 곳엔 언제나 희망이 있으니까요. 햇살 속에 참새들이 앙증을 떱니다. 뭐라고 뭐라고 짹짹거리기도 합니다. 저들이 꼭 아이들 같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귀중한 아이들... 아이들은 우리 모두의 보물입니다. 그런 아이들의 가슴에 동심의 징검돌을 놓는 그런 시인되었으면 참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빙긋이 미소 지을 수 있는, 마음 한 자락에다 꽃을 피울 수 있는, 그런 동시를 썼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시를 쓰면서... 좋은 동시 한 편 써봐야겠다고 마음은 먹었지만 생각은 마음을 따라오지 못하고 마음은 생각을 따라가지 못하더군요. 돌아보면 늘 엇박자 속에 끼어 끙끙거렸던 날들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런 것들 하나하나가 밑거름이 아니었을까 감히 생각해 봅니다.

  이번 당선 소식을 전해 듣고 저는 이런 단어가 생각났습니다. “불현듯/갑자기” 당선 소식이 그렇게 불현듯 아니 갑자기 불시에 찾아오리라고는 생각 못 했으니까요. 신춘문예의 장을 열어 주신 강원일보사와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그리고 늘 저를 지지해주는 가족과 그리고 형제자매들에게도 감사한 마음을 전하며... 창석회 회원님들 그리고 일일이 호명은 다 못하지만, 저를 알고 계시는 모든 분들과도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 허은화(62)
● 경기 부천


 

  <심사평>

 

  -

  전국 곳곳에서 1,400여 편의 동시를 보내왔다. 풍성한 동시 잔칫상을 마주한 것처럼 심사위원들의 마음도 심사 내내 풍요로웠다. 끝까지 남은 작품은 ‘징검돌’, ‘보름달과 전깃줄’, ‘풍뎅이’, ‘공’, ‘인디언들도 실뜨기를 했대’ 등이다. 모두 문학성을 갖춘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당선작으로 모자람이 없다. ‘보름달과 전깃줄’은 동화적인 상상력이, ‘풍뎅이’ 와 ‘공’은 개성적인 비유와 묘사가 빛나는 발랄함이, ‘인디언도 실뜨기를 했대’는 재미와 신선함으로 눈길을 잡았다. 장시간의 논의 끝에 허은화의 ‘징검돌’을 윗자리에 놓았다. ‘징검돌’은 쉬고 맑은 언어로 풍경 속에 깃든 동심을 풀어냈다. 징검돌이 멱 감는 아이들이 되는 발상이 독특하다. 자연은 존재만으로도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임을 보여준다. 인공지능과의 공존을 고민해야 할 우리에게 건네주는 아름다운 영상 같은 동시다. 무엇보다 오랜 습작 과정을 거친 듯 보내온 작품의 수준이 모두 고르다는 점을 높이 샀다. 당선을 축하드린다.

심사위원 : 정유경, 이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