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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모서리의 엔딩 / 한상우

 

어둠은 한낮을 낫질하던 허리를 펴 동족인 별을 음미하고

나는 잠이 무거워진다

꿈에 이끌려온 틀 떨어진 모서리 전쟁터

무기도 군량미도 없이

숨 쉬는 입들만 깊은 서쪽 어디쯤 되는 나라

맨몸으로 포격 맞는 판자촌 사이에서

주사기로 틀어막은 비명이 뜯겨 날아간다

막바지 전투라는 공이 울린 건

방어선을 넘어온 쓰레기 수거차의 반 박자 빠른 멜로디 때문

누전된 전쟁터로 다시 끌려간다

거미와 박쥐가 시시덕거리는 지붕 없는 흙색 창고

난민으로 탈바꿈하는 병사들은 군번줄 없이

녹슨 군번으로 정리된다

박쥐가 배급해준 빵이 딱딱하다

뱃속을 긁어대는 빗물에 불린다

팔다리 없는 물컹한 기억들이 벽 쪽으로 기울다 무너진다

꽃잎을 따듯 파편을 지우는 거미

틈을 보인 바닥에선 구더기가 팝콘처럼 튀어 오른다

허투루 빗자루를 찾다 그만두기로 한다

한창 뜨겁다는 아이돌 노래가

모스 부호 라디오에서 총성으로 빚는다

십이월을 막 지나는 오전 여섯 시가 실눈을 모로 뜬다

바람이 폭격하다 목이 꺽이는 소리가 창문까지 다가온다

모처럼 새우등이 펴진 아내

마침표를 찍지 않는 전사로 디자인된다

주머니 없는 소매 긴 전투복으로 강의 바깥 문을 열고 선

방아쇠 없는 뒷모습이 모서리를 가린 거울보다 간략하다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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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회 중부광역신문 신춘문예공모’에서 대상으로 당선된 한상우씨는 “마당을 다져준 시처럼문학회, 멍석을 마련해 준 청주시문학협회, 판을 키워 준 솜다리문학회, 차거운 머리를 가슴의 불로 옮겨주신 이상미 교수님과 전문수 교수님, 들꽃 같은 남혜란 시인님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아울러 그 외 지도해 주신 모든 분과 영광을 안게 해주신 관계자분들께도 고개 숙여 감사드린다”고 당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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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참신한 발상 안정적으로 끌어가는 솜씨 일품”

  정종진 심사위원장은 “결선에 넘어온 30편의 시들은 전반적으로 수준이 뛰어났고 우열을 가리기가 쉽지 않았다”며 “모든 장단점을 따져 심사위원들은 가슴에 와닿는 출품작으로‘모서리의 엔딩’를 당선작으로 뽑는 것에 의견을 일치했다”고 말했다.

  신춘문예준비위원장 성낙수 시인은 “‘제1회 중부광역신문 신춘문예공모’는 미국 등 외국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1395편 응모작품이 출품됐다”며 “일정한 수준을 갖춘 작품이 많았다”고 밝혔다.

  또, 성낙수 신춘문예추진위원장은 “시상금을 200만원으로 준비했지만 내년에는 시상금을 보다 현실화하고 시인들 신인 등용문 역할로 전환해 보는 것도 청주시문학협회 발전에 도움이 클 것”이라고 기대했다.

  또한, 그는 “충북 지역신문에서 유일하게 시부 신춘문예를 실시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청주시문학협회와 공동주최로 하고 있어 더 의미가 크다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심사위원 : 정종진, 성낙수, 김이철, 김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