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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소원이 닿지 않는 이유 / 한지선

  -.

저 많은 소망들을 들어주려면

신은 바쁘겠지

내 소원만 꼭대기에 올려 새치기를 하려는데

한 아이가

누군가 놓고 간 마음을 기웃거린다.


 

  <당선소감>

 

처음으로 시를 쓴 것은 대학시절…첫 응모 당선 감사
저에게 디카시를 쓰는 일은 ‘정신적 생존의 몸부림’
글이 주는 치유의 힘 일상속에서 모두에게 닿았으면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5년 경남도민신문 디카시 신춘문예에 당선된 한지선입니다. 저는 세종시에 거주하고 있고요. 현재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합니다.

-신춘문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소감이 어떠신지
▲당선 전화를 받고도 믿지 못했던 거 같습니다. 제가 경쟁률이 치열한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서 핸드폰에 찍힌 전화번호를 여러 번 확인했어요. 마음이 안정이 안 되어 우왕좌왕하다가 공중으로 붕 떠버렸습니다. 그렇게 허공에 뜬 마음이 아직도 내려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중력을 잃어버린 것 같아요.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에 응모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글쓰기에 대한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을 때 어진동 주민센터 글쓰기 강의를 듣게 되었어요. 거기서 김분홍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2023년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디카시 당선작인 정병윤 시인님의 《뜸》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생동감이 살아있는 사진과 짧은 문구가 마음에 깊게 닿았습니다. 김분홍 선생님이 제가 쓴 디카시를 보고 신춘문예에 응모해보라고 권유하셨어요. 사실 신춘문예는 올해 처음 응모했기에 당선보다는 응모 자체에 의미를 두었습니다. 제 시가 옹달샘 밖으로 나가 심사위원 선생님들을 첫 독자로 만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는데 당선이라는 과분한 영광을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선작인 본인의 시에 대해 간단히 소개 바랍니다
▲《소원이 닿지 않는 이유》는 저의 부끄러움에 관한 디카시입니다. 많은 염원이 돌탑 위에 쌓인 모습에서 상상력이 발아 했는데요. 새치기를 해서라도 자신의 소원만 높은 곳에 두고 싶어 하는 어른들의 욕망에 관한 시에요. 소원을 올려놓고 빠르게 지나치는 사람들은 다 어른들이었죠. 저 또한 다르지 않았고요. 내 소원만 타인보다 우선이길 바란다는 점에서 아이일 때와 다르게 변한 제 모습을 돌아보며 썼습니다.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나요
▲누구에게나 소망이 있지요. 신에게 기도해야만 하는 그런 간절함이요. 그리고 신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니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빌어서 아무리 전지전능한 신이라도 차례대로 소원을 처리하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릴 것 같았어요. 수많은 돌탑을 보는 순간 소원이 닿는 것조차 번호표를 뽑고 대기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나이를 먹어 할머니가 되어도 제 차례가 안 올 것 같았어요. 소원이 닿는 것조차 경쟁해야 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안 그래도 다들 바쁘고 힘든데…. 왜 이리 쉬운 일이 없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저의 아이에게 소원을 물어본 적이 있었어요. 아이는 한참을 생각한 후 “마시멜로를 불에 구워 먹는 거”라고 말했어요. 제가 아이의 소원을 이뤄줬기에 지금은 같은 질문을 해도 답을 못해요. 저도 그런 시간이 있었고 그땐 가진 게 없어도 행복했어요. 아이들은 타인의 마음을 때론 어른보다 더 살피는 것 같아요. ‘소원이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저는 왜 변했을까요? 사실 이번에 당선된 작품은 아이의 눈을 통해 제가 세상에 던진 질문이었고 질문을 던짐으로써 답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메시지)을 담고 있습니다.

-시를 처음 쓴 게 언제였나요? 무슨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대학에서 산업경제학과를 전공했는데 경제학이 적성에 맞지 않았어요. 도서관에 제가 좋아하는 자리가 있었는데요. 그곳이 저에겐 가장 편안한 장소였어요. 수업 시간 빼고는 종일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어요. 동아리 활동에서 만난 친구들이 다 문예창작학과 친구들이었어요. 그 친구들이 오히려 저와 정서가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문예창작학과 강의실도 마침 저의 학부 옆이라서 자연스럽게 문예창작학과 수업을 들었어요. 그때 처음으로 시를 썼습니다.

-대략 발표하거나 보관하고 있는 시가 몇 편 정도나 되나요. 그중 대표적인 시나 특별히 아끼는 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디카시를 쓴 기간이 길지 않아서 시가 많지는 않습니다만 지금도 꾸준하게 사진을 찍으며 창작활동을 하고 있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저의 결핍을 닮은 사진과 시에 애착을 더 느낍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시를 다시 쓰게 된 계기는 제가 힘들고 지쳐있을 때 디카시를 통해 치유의 힘을 얻었거든요.

-시를 쓸 때 주로 영감은 어디에서 찾고 시상은 어디서 얻는 편인가요
▲디카시 특성상 어떤 대상이나 상황, 풍경을 봤을 때 직관적으로 떠오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끌림의 정도가 다른데 가끔은 아주 강하게 끌어당기는 대상도 있어요. 파블로 네루다의 말처럼 ‘시가 내게로 올 때’가 있어요. 그럴 땐 핸드폰에 떠오르는 문장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 디카시가 됩니다. 자꾸 눈에 밟혀 사진을 찍었는데 시가 떠오르지 않는 때도 있어요. 그럴 때면 왜 끌리는지 저에게 계속 질문을 던집니다. 일상생활에서 툭 하고 답이 나올 때도 있습니다. 쓰고 나면 그 대상이나 풍경이 저랑 닮았거나 닿아있는 부분이 있다는 걸 느낍니다. 사진이 끌리는 이유를 찾는 시간이 곧 저 자신에게 닿는 여정인 셈이죠. 그 과정 자체에서 치유를 받았고 안식을 느꼈습니다.

-시를 쓰는 일이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이 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에게 디카시를 쓰는 일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라고 생각합니다. 육체가 아닌 정신적인 생존이요. 저는 제가 시를 쓰는 것이 ‘사치’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졸업 이후로는 현실만 쫓으며 살았고 시인들은 저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라 생각했어요. 결핍이 없던 시절에는 글쓰기가 치유의 힘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했어요. 디카시를 쓰기 시작하며 때로는 우연히 만난 사진 한 장에도 위안을 얻기도 했습니다. 디카시는 제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큰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시란 어떤 것일까요
▲시를 잘 쓰시는 분들은 너무나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은 시라면 주관적으로 답변할 수밖에 없는데요. 저는 문장이 짧을수록 좋습니다. 단 한 줄에 우주를 담을 수도 있거든요. 마음 깊은 곳에서 오래 우려낸 시를 좋아합니다. 깊이와 사유가 있고 어렵지 않은데 쉽지 않아서 오래 들여다봐야 읽히는 시, 그러면서 관념어가 없는데 있는 것 같은 시, 마음에 그림처럼 생생하게 그려져 흡수되는 시, 그래서 오래 간직할 수 있고 불현듯 떠오르는 그런 시가 제가 생각하는 좋은 시입니다.

-시인에게 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저의 디카시는 ‘불안이 타고 남은 재’ 같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꺼지지 않는 그 불씨가 언제 다시 나를 태울까 두려워 글쓰기 수업을 찾아갔습니다. 김분홍 시인님은 메마른 저에게도 옹달샘이 있다고 칭찬과 격려를 해주셨어요. 처음엔 믿지 않았어요. 디카시를 쓰려면 저의 심연을 계속 들여다봐야 했어요. 그런데 그 재에서 싹이 발아하고 꽃봉오리가 맺혔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제 시는 불안에서 발아해서 핀 꽃입니다. 무너지지 않고 싶은 간절함이요. 어려운 질문입니다. 아직은 그 꽃의 이름도 색도 향기도 알 수 없어요. 제가 대답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인 것 같아요.

-앞으로 어떤 시를 쓰고 싶나요
▲제가 쓴 디카시가 어렵지 않았으면 합니다. 학생들부터 글자 읽는 게 부담스러운 어르신들까지 독자가 될 수 있는 시를 쓰고 싶어요. 평소에 문학을 가까이하지 않았던 독자들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디카시를 읽는 것이 과거의 저처럼 특별한 사치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글이 주는 치유의 힘은 저에게만 한정적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치유의 힘을 증명하는 시인이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 마음에 가볍게 왔다 날아가는 게 아니라, 독자의 마음에 둥지를 틀 수 있는 시인이 되고 싶습니다. 일상 속에서 문득 어느 구절이 떠올라 슬그머니 웃음이 나오거나 위로가 되는 그런 디카시를 쓰고 싶습니다.

● -


 

  <심사평>

  

  욕망을 아이 시선과 대비해 전하는 성찰적 울림

경남도민신문과 계간 시와편견이 공동으로 공모한 ‘2025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디카시 부문에 응모한 사람은 총 373명으로 2238편의 작품을 보내왔다. 디카시에 대한 관심을 증명해주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인적 사항은 별도 표지에 작성하여 응모해야 하며, 작품에는 인적 사항을 밝히면 심사에서 제외한다는 응모 요강으로 공시했지만 스물한 명의 응모자는 작품에 인적 사항을 표시하여 아예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는데, 그중에는 상당히 아까운 작품도 있었다.

응모자의 수나 작품 수에 비하면 전반적인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다. 디카시의 기본적인 창작 원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품도 없지 않았으며, 사진 이미지 안에 시적 모티프로 작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요소들이 많이 포함되어 이어지는 언술과 적절하게 융합을 이루지 못한 작품도 많았다. 예심을 거쳐 디카시로서 훌륭한 성취도를 인정받아 선정된 작품은 45편에 이른다.

당선자를 가리기 위해 최종 선정된 작품은 5명의 5편이었다. 「눈 개인 오후」, 「소원이 닿지 않는 이유」, 「생의 저편」, 「방문객」, 「가장家長」 등이 마지막까지 당선작으로 심사 대상이 된 작품들이다. 그 가운데 「생의 저편」과 「소원이 닿지 않는 이유」가 마지막까지 우열을 다투었다. 먼저 「생의 저편」은 메시지가 직접적이고 분명하게 드러나 독자의 몫이 크지 않다는 점이 흠으로 지적되었다. 반면 「소원이 닿지 않는 이유」는 적정한 긴장감을 품고 있어 독자로 하여금 사진 이미지와 언술을 오가며 추리하고 사유하게 하는 힘이 만만치 않다. 인간의 속물적 욕망을 아이의 시선과 대비시켜 독자에게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게 하는 성찰적 울림을 전해주고 있다. 제목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시작하여 사진 이미지만으로 구현되지 않은 메시지가 언술과 만나, 언술만으로 충분히 드러나지 않은 의미와 시적 울림이 사진 이미지를 만나 빚어지는 방식이 디카시의 전형적인 요건을 갖추었다. 당선작으로 「소원이 닿지 않는 이유」 로 민다.

심사위원 : 이어산, 복효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