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당선작 없음
<당선작>
당선작 없음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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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평>
작품의 질적인 측면에서 균일성의 한계를 드러낸 점이 아쉬워…
2025년 경남도민신문 신춘문예 전체 응모작은 314명이 보내온 1725편이었다. 작년에 비해 응모자 수가 소폭 늘었다.(2024년엔 263명) 그중에서 본심에 올라온 작품은 30편이었는데 모두 무기명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각 작품들을 꼼꼼하게 읽어나가면서 최종 논의할 4명의 작품을 확정했다. 이때 변별점으로 삼은 것은 발상(접근 방법)의 신선함, 섬세함(관찰력, 사유, 표현력), 나만이 발견한 ‘시선’(메시지)이 있나 없나의 유무였다.
신춘문예는 ‘문청들’이 1년 혹은 여러 해 동안 시 농사를 짓고, 그것을 수확해 자신이 수확한 작품을 신문사에 응모해 검증받는 자리다. 그런데 수확한 5편 이상의 작품이 질적 수준을 일정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면 심사하는 사람에게 신뢰감을 주지 못한다. ‘신춘문예 당선 후 꾸준히 좋은 작품을 발표할 수 있을까?’하는 의구심이 따르게 된다. 단 한 편을 뽑지만 왜 5편 이상을 응모하라고 했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알 것이다.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많다면 상관없겠지만 적다면 분산해서 응모해서는 안 된다. 최종 논의에 들어간 4명의 응모자들은 그러한 균일성의 한계를 전부 드러냈다. 그래서 심사자들은 고심하고 고심한 끝에 당선작을 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럼에도 심사평에 4명의 응모자의 작품을 하나하나 언급한 이유는 그들이 가진 가능성에 응원을 보내주고 싶기 때문이다.
‘안스리움’은 식물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식물과 화자를 비교하면서 흥미롭게 전개해 나갔다. 하트 모양의 이파리와 꽃을 가진 ‘안스리움’은 꽃말이 번뇌라는 특징이 있다. 그것을 착안 삼아 화자 자신이 가진 ‘피움’의 양상을 시화한, 노련미가 돋보인 작품인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아쉬움을 갖게 했다. ‘번뇌’라는 매력적인 요소를 자신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하거나 한발 더 나아가는 지점까지 슬쩍 내비쳤다면 좋았을 것이다. 마지막 부분에 번뇌와 상관없는 장기를 떼어낸 이미지를 던진 것도 갑작스러웠다.
‘종이의 내부’는 종이가 가진 양면성을 응모자 만의 시각으로 읽어내고 해석하려는 방식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양면이 거대하다고 여기면서 그 안에 자리한 다양한 존재를 읽어낸 점이나 “구겨지는 일엔 양면이 없다”라고 말하며 확장성을 드러낸 점도 흡족한 마음에 이르게 했다. 그런데 “태양은 빛과 그늘이라는 양면”이라는 문장의 식상함과 후반부에 ‘새’를 너무나 쉽게 암시적 요소로 끌어온 점이 한계로 지적되었다. ‘난독의 부분’에 ‘새의 다리를 그려’ 넣는 이미지를 던졌는데 설득력이 부족했다. ‘왜 새인가?’ ‘왜 새여만 하는가?’ 라는 충분한 시적 탐구 없이 많은 기성시인들이 시에 차용하고 있는 ‘새’를 손쉽게 활용했다. 적어도 신인이라면 그런 손쉬운 것들이 갖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려는 태도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
‘가을비 혁명’은 암울한 일상을 살아가는 화자가 가을비 내리는 장면 속 요소들을 통해 자신의 심리적 양상을 암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다. 화자가 가진 생활 속 리듬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는데, “먼 길은 천천히 가야 한다. 모든 물은 바다에 모인다는 자위가 팽팽하다”와 같은 당연하고 관습적인 인식을 노출시키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에 극적인 효과를 위해 삽입한 “‘막차가 왔다’고 119가 울린다”란 문장이 긴장감을 배가 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의도적으로 연출된 마무리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시네마 창문’은 시의 전체적인 구조와 발상이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인들에게는 누구나 ‘관음’의 심리가 있다. 그런 심리를 창문이라는 극장을 통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조곤조곤 형상화하는 ‘시적 내공’이 느껴졌다. 그런데 화자가 끊임없이 ‘관음’하는 이유가 단순히 관음 심리의 반영으로만 읽혔다. 마지막 부분에 던진 ‘이중 관음’도 새로운 시선에 이르지 못했다. 일반적인 관음의 심리에서 화자만이 포착한 개별적 관음의 심리로 전환이 이루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여기 언급한 작품들의 순서는 무작위다. 언급 순서에 따라 실력의 차이를 드러내지 않는다. 4명 모두에게는 응모자만의 가능성과 개성, 장단점이 있다. 개성과 장점은 최대한 끌어올리고 단점을 극복한다면 좋은 시인 동료로서 곧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위에서 지적한 대로 균일성의 한계가 갖는 ‘손해’나 ‘손실’이 없도록 응모작 전체에 대한 균일성에 신경 쓴다면 신춘문예 당선에 한 발 더 가깝게 다가갈 것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의 위상이 높아졌다. 문학이 자아와 세계에 대한 특별하고 각별한 관심의 표방임을 감안할 때 한강은 분명 흔들림 없이 자신만의 ‘특별함’과 ‘각별함’을 실천했다. 자신만의 ‘특별함’과 ‘각별함’은 메시지 측면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대다수 응모자들이 메시지만을 신경 쓰다 ‘어떻게’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자신만의 메시지와 더불어 형식과 방식에 대해 충분히 노력한다면 본심에 올라 실력을 다투는 일이 잦아질 것이다.
심사위원 : 신미균, 하린 , 박우담, 김성진, 채수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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