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경남신문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내 이름은 미호종개 / 정남득

<당선작>
내 이름은 미호종개 / 정남득
붉게 물든 노을 너머로 은빛 모래가 반짝이고 있었다. 금강으로 흐르는 미호강 여울은 작은 물고기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곳이다. 갑자기 나타난 등장한 못 보던 물고기로 인해 많은 물고기들은 혼란에 빠졌다.
“누구여? 새로운 얼굴인데?”
“혹시 그 유명한 미호종개 아녀? 등에 얼룩무늬며 세 쌍의 수염까지 있는 녀석이 흔하지는 않은데.”
미호강의 터줏대감 말조개 할아버지가 점잖게 이야기했다.
“미호종개라면 전 세계에 이곳 미호강에서만 발견됐다던 그 물고기 말이유?”
말조개 할아버지의 주변을 어슬렁대던 납자루 아줌마가 되물었다.
“아니 얼룩무늬만 있으면 미호종개예요? 저렇게 작고 볼품없는 녀석이 미호종개라니 말도 안 돼요.”
미호강의 떠벌이 송사리가 납자루 아줌마의 말을 끊고 끼어들었다. 많은 물고기들은 반신반의했지만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얼룩무늬 물고기에 대한 관심 없다는 듯 사라졌다.
산들바람이 미호강에 물보라를 일으키던 아침 모래무지의 외침에 조용하던 미호강이 발칵 뒤집혔다.
“이게 무슨 일이야?”
모래무지의 외침에 가장 먼저 송사리가 꼬리를 흔들며 헤엄쳐 왔다.
“모래무지야, 무슨 일이야?”
“우리 집이, 우리 집이 무너져 내렸다고.”
놀란 송사리 떼가 주위를 살펴보자, 어제까지 멀쩡하던 모래무지의 보금자리 터가 반쯤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지나가던 납자루 아줌마도 놀라서 한마디 거들었다.
“지난 폭우 때도 멀쩡하던 집이 갑자기 무슨 일이다냐?”
한바탕 소란이 일고 있는 모래밭에서 빼꼼히 얼굴을 내미는 물고기는 다름 아닌 얼룩무늬 물고기였다.
“무슨 일 있으세요?”
“너였구나? 우리 집을 망친 장본인이?”
모래무지의 다그침에 꼬리를 축 내리고 기가 죽어 한마디했다.
“저는 그저 아침 밥을 먹었을 뿐인데….”
얼룩무늬 물고기는 먹이로 고운 모래 속에 있는 먹이를 먹는데 오늘 아침 모래무지 집을 먹어 치운 모양이었다.
“미안해요. 저는 모래무지 집인지 모르고 그만.”
“몰랐다고 하면 어쩌냐고? 당장 오늘 저녁 잘 곳도 없는데 말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어유. 어서 모래무지 집부터 수리해유.”
납자루 아줌마의 중재로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주변의 물고기들은 얼룩무늬 물고기에 대한 반감이 심해졌다. 낯선 곳에 온 얼룩무늬 물고기는 미호강에 살기는 힘들어 보였다. 산란을 앞두고 잔뜩 예민해진 납자루 아줌마가 걱정스러운 듯 한마디 거들었다.
“지난번에 그 뭐시냐 베스 녀석 이사 왔다고 인사하고 난리더니 우리 애기들을 잡아먹으려 했잖아유.”
“맞아요. 이름도 모르는 녀석이랑 같이 살 수는 없어요.”
납자루 아줌마의 말에 이어 송사리 떼가 가슴지느러미를 흔들며 말을 보탰다.
“그래도 혼자 살기는 어려워 보이니 우리가 좀 돌봐 줍시다.”
바위 뒤 모래에 몸을 웅크리고 있던 말조개 할아버지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얼룩무늬 물고기는 말조개 할아버지의 말이 고마워 꼬리만 살랑거리고 있었다.
며칠 뒤 미호강에는 납자루 아줌마의 놀란 울음소리가 번지고 있었다.
“아이고, 아이고.”
“무슨 일인데 아침부터 이 난리지? 납자루 아줌마, 무슨 일인데요?”
역시나 미호강 송사리 떼였다.
“말조개 할아버지, 말조개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아.”
납자루 아줌마의 울음 섞인 목소리에 다들 깜짝 놀랐다. 말조개의 단단한 껍질은 납자루 새끼들을 보호해 주었다. 대신 납자루는 혼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말조개 새끼들에게 미호강 구경시켜 주곤 했다. 비바람이 일지 않는 날에는 언제나 바위 뒤에 있던 말조개 할아버지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놈이 그런거여. 얼룩이 녀석이 아침부터 모래밭 주변을 헤엄치는 걸 내가 봤슈.”
납자루 아줌마가 두리번거리며 얼룩무늬 물고기를 찾았다.
“맞아요. 우리 집도 먹어 치웠잖아요. 그때만 생각하면 정말.”
모래무지까지 모두 얼룩무늬 물고기를 험담하기 시작했다.
“그래요. 아가미로 모래를 내뿜는 바람에 헤엄치던 막내 눈에 들어갔잖아요.”
얼룩무늬 물고기는 고운 모래에 붙어 있는 조류를 먹고 아가미로 모래를 뱉어내는데 하필 그 모래가 송사리 눈에 튀어 한바탕 소동이 있었던 적이 있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어유. 말조개 할아버지가 그대로 쓸려 내려가 금강까지 가면 큰일이니께, 우선 말조개 할아버지부터 찾아봐야겠슈.”
납자루 아줌마가 서둘러 말조개를 찾아 나서자, 송사리 떼가 뒤를 이었다.
“아이구 우리 아기들 이제 부화할 때가 다 됐는데 이러다 큰일이라도 나면 난 못 살아유.”
그날 마을 물고기들은 드넓은 미호강을 휘적이고 다니면서 납자루 새끼들과 말조개 할아버지를 찾아 나섰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급류가 거세지고 물고기들은 떠밀려 갈까 봐 더는 내려가지 못하고 동동거리고 있었다.
그 시간 얼룩무늬 물고기는 말조개 할아버지를 따라 하류까지 내려갔다. 물살이 세 어쩌지 못하고 말조개 할아버지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쿵, 말조개 할아버지가 세종보에 걸려 멈추자, 얼룩무늬 물고기가 다가갔다.
“말조개 할아버지, 정신 차리세요.”
“여기가 어디냐? 아이고 죽는 줄 알았네. 여기가 천국이냐?”
“할아버지 여기 미호강이에요. 아침에 여울까지 포클레인이 들어와서 모래를 퍼갔어요. 그 바람에 바위가 움직이며 할아버지가 떠내려간 거예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모래밭을 서성이던 얼룩무늬 물고기가 급류에 흘러가는 말조개 할아버지를 보고 걱정되는 마음에 세종보까지 따라 내려왔다.
“그럼 나 좀 일으켜봐라. 아니 작은 너한테 부탁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겠구나.”
얼룩무늬 물고기는 오도 가도 못하게 된 말조개를 보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기 시작했다.
“이럴 때 내가 조금만 컸으면 말조개 할아버지를 마을까지 모시고 가는 건데.”
그때 말조개의 열린 틈으로 작은 납자루 10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나오고 있었다. 얼룩무늬 물고기는 백곡저수지에서 내려오다 엄마 아빠를 잃어버렸을 때 생각이 나 마음이 아팠다.
‘이제 막 태어난 납자루 아이들이 엄마도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걱정도 잠시, 작은 납자루 아이들을 보고 말조개 할아버지가 한껏 미소를 지었다.
“난 신경 쓰지 말고 납자루 아이들만 챙겨서 마을로 돌아가렴. 나야 물살 따라 흘러가다 터 잡는 게 일상이니까.”
“제가 납자루 아이들을 데리고 잘 갈 수 있을까요?”
“얼룩아, 일단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야 하니 급류에 휩쓸리지 않게 조심하고 중간중간 모래톱이 보이면 쉬었다 가고.”
“예, 알겠어요. 그런데 말조개 할아버지는.”
얼룩무늬 물고기는 걱정되는 마음에 쉽사리 출발하지 못하고 주저했다.
“할 수 있을 거야. 얼룩이 너는 아무도 모르는 우리 마을에서도 살아남았잖아. 그걸 보면 넌 충분히 잘할 수 있어. 난 널 믿는다.”
말조개 할아버지의 응원에 얼룩무늬 물고기가 결심한 듯 앞장섰다. 작은 조약돌만 한 납자루 새끼들이 그 뒤를 따랐다.
노란색 비늘을 뽐내며 헤엄치는 납자루 무리는 얼핏 금모래처럼 반짝였다. 한참을 올라가고 있는데 저 멀리서 미호강 사냥꾼 메기가 긴 수염을 쓸며 내려오고 있었다.
“아 배고팠는데 마침 잘 됐다.”
얼룩무늬 물고기와 납자루 새끼를 보고는 입맛을 다시며 다가왔다. 깜짝 놀란 얼룩무늬 물고기가 납자루 새끼들을 데리고 작은 수초 뒤에 숨었다.
“방금 전 있었는데 어디 간 거지?”
메기가 두리번거릴 때 얼룩무늬 물고기가 메기 앞으로 헤엄쳐 나갔다. 얼룩무늬 물고기의 등장에 메기는 다시 한번 입맛을 다시며 빠르게 헤엄쳐 왔다.
“이때다.”
얼룩무늬 물고기는 작은 바위틈으로 쏜살같이 빠져나갔다. 얼룩무늬 물고기를 쫓던 메기는 바위틈에 머리를 쿵 박으며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 틈을 타서 얼룩무늬 물고기가 납자루 새끼들을 데리고 잽싸게 헤엄쳐 나갔다.
“정말 큰일 날 뻔했다. 얘들아, 강가는 위험한 곳이야.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말고 따라와.”
강을 거슬러 가자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 멀리 미호강 다리 너머 노을이 붉게 물들어 갔다.
“에구구 형아, 너무 힘들어요. 조금만 쉬었다 가요.”
“지금은 안돼. 조금만 가면 엄마를 만날 수 있어.”
아침부터 말조개 할아버지를 따라 세종보 유역까지 내려왔던 얼룩무늬 물고기도 힘에 부쳐 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서 노란색 빛 비늘이 반짝였다.
“납자루 아줌마다. 아줌마 여기예요.”
반가운 마음에 큰소리를 치는 얼룩무늬 물고기에게 먼저 다가온 건 송사리 떼였다.
“얼룩무늬예요. 얼룩무늬 저 녀석이 말조개 할아버지를 보내 버린 거였어요. 제 말이 맞죠.”
“아니 그게 아니라.”
얼룩무늬 물고기가 대답하려고 하는 순간 모래무지가 모래 속에서 얼굴을 내밀며 말했다.
“금빛 아가들은 누구지?”
“안녕하세요. 우리들은 납자루들이에요.”
10마리의 납자루들이 합창하듯 이야기했다.
“형아가 저 아래까지 떠내려간 말조개 할아버지와 우리를 따라왔어요. 그리고 여기까지 우리를 데리고 왔어요.”
“우리 아이들이 무사했구먼. 정말 다행이여. 정말 고맙구나, 얼룩아.”
납자루 아줌마가 얼룩무늬 물고기를 살펴보며 놀라서 말을 이었다.
“제가 조금 더 힘이 셌더라면 말조개 할아버지도 구할 수 있었을 텐데 죄송해요.”
얼룩무늬 물고기의 말에 모래무지가 얼굴을 붉히며 사과했다.
“미안, 내가 너를 오해했나 보구나.”
떠벌이 송사리들은 사과 대신 납자루 새끼들을 몰려들며 재잘거렸다.
“거봐요. 제가 얼룩무늬 생긴 것만 그렇지 괜찮은 애라고 했잖아요.”
“얼룩이? 얼룩무늬? 도대체 형아, 이름이 뭐예요?”
“나는 아직 내 이름을 모르겠어.”
“그럼, 형 이름은 우리가 지어볼까. 미호강의 일등 물고기니까 미호 물고기 어때?”
작은 새끼 납자루들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얼룩무늬에 세 쌍의 수염 미호종개가 아닌가 싶네유.”
납자루 아줌마의 말에 모두 어리둥절했지만 그사이 쑥 자란 얼룩이는 누가 봐도 미호강의 미호종개였다.
‘내가 미호강에 남아있는 미호종개라고?’
얼룩이도 자신이 미호종개라는 사실에 가슴이 울렁이게 했다.
“내 이름은 미호종개다!”
미호종개가 큰 소리로 외치자 물고기들도 지느러미를 흔들며 소리쳤다.
“미호강 제일의 미호종개!”
<당선소감>
모두에게 위로 되는 글 쓰도록 매진
글을 쓰면서 나의 삶이 돌아봐졌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변변한 직장 없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자 어려운 생활을 자처했던 나의 지난날이. 늘상 지켜야 한다고 외치던 미호종개 이야기를 풀어내자 생각지도 못한 큰 상을 받게 됐습니다.
3학년이 되도록 한글을 읽지 못하는 느린 학습자, 피부색이 다른 다문화 아이, 이름을 못 써 쩔쩔매던 80대 어머니, 누구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내가 만난 이들에게는 누구도 그 자리를 내어주지 않았습니다. 빛나는 자리에 앉은 적 없지만 자기 자리에서 살아내는 모든 이들이 주인공이 되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경남신문사에서 주신 상은 미려한 글은 아니지만 작은 생명의 소중함을 알아주신 거라 생각됩니다. 부족한 글을 읽고 수상의 영광을 주신 심사위원님과 저를 작가로 불러주신 경남신문사에 감사드립니다.
함께 글 쓰며 응원하던 동화 클래스 동기들과 선생님들께 감사함을 전합니다. 앞으로 나의 이야기가 모두에게 위로가 되는 그런 글이 될 수 있도록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 1971년생
● 청주 거주
● 사회복지사
<심사평>
어린이들에 다양한 민물 생물 알려줘
한국창작동화 출판 시장은 위축되고 있지만 동화작가 지망생은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는 추세다. 동화부문 응모작들은 어린이 현실을 탐구하는 사실 동화가 많았지만 판타지 기법으로 변화를 준 작품들, 동심을 손쉽게 표현할 수 있는 의인화 작품들이 여전했고, AI 로봇을 등장시켜 인공지능 윤리나 인간과의 교감에 대한 주제를 진지하게 다룬 작품들도 한 흐름을 형성하고 있었다.
본심에서 오랫동안 논의된 작품은 4편이었다. 남다른 용모 때문에 수난을 겪는 꼬마물떼새 블랙이 어렵게 짝을 만나 자갈밭에 알을 낳으면서 사람들의 보호를 받게 된다는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아름답게 그려낸 ‘내 이름은 블랙’, 해가 떠오르면 떠오르는 수천 개의 빛 조각 중 작은 돌 틈 속을 비추는 빛 조각 ‘돌틈빛’을 주인공으로 삼은 ‘빛 조각’, 2학년이기 때문에 4학년 형처럼 핸드폰을 가질 수 없는 건찬이가 종이핸드폰까지 만들어 내며 자신의 간절함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종이핸드폰’, 민물고기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내 이름은 미호종개’.
미호종개는 금강 지류인 미호천에서 처음 발견되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세계자연보전연맹에서도 국제적인 멸종 위기 동물로 지정한 우리의 민물고기다.
‘내 이름은 미호종개’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한국 고유종 민물고기 미호종개를 내세워 이야기를 전개시킨 흥미로운 작품이다. 미호강 여울에 나타난 얼룩무늬 물고기는 다른 물고기들의 견제와 따돌림을 당하며 외롭게 살아가지만 막 태어난 납자루의 새끼를 구해내며 그동안의 여러 의혹을 불식시키고 미호강 여울의 물고기들에게 인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자신이 미호종개라는 정체성을 찾게 된다. 말조개와 납자루의 공생관계를 더욱 선명하고 분명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잘 읽히며 어린이들에게 다양한 민물 생물들을 알려주는 장점을 지닌 작품이다.
4편의 작품들을 다시 읽으며 오래 논의한 끝에 ‘내 이름은 미호종개’를 당선작으로 올렸다.
당선자에게 큰 축하를 드린다. 좋은 동화작품 쓰기에 더욱 정진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
심사위원 : 송채찬, 김륭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작품 전체 인상
「내 이름은 미호종개」는 낯선 존재가 공동체 안에서 오해와 배제를 겪다가, 위기 상황에서 타인을 구해내며 신뢰를 회복하고 자기 정체성(이름)을 찾아가는 성장 서사이다. 동시에 인간의 개입(모래 퍼가기)으로 서식지가 흔들리는 장면을 넣어, 어린 독자에게 생태 감수성과 멸종위기 생물의 현실을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동화이다.
줄거리 구조
이 작품은 전형적인 ‘성장-인정’ 구조를 비교적 선명하게 밟는다.
- 등장/낙인: 얼룩무늬 물고기가 미호강에 나타나지만 외형이 낯설어 의심을 받는다.
- 첫 갈등(실수의 사건): 먹이활동 때문에 모래무지 집이 무너지고, 공동체 반감이 커진다.
- 두 번째 갈등(희생양 만들기): 말조개 할아버지가 사라지자, 얼룩무늬 물고기가 범인처럼 지목된다.
- 진실의 발견: 실제 원인은 여울에 들어온 포클레인이 모래를 퍼가 생긴 급류와 지형 변화이다.
- 영웅의 행동(구조/보호): 얼룩무늬 물고기가 말조개를 따라가 납자루 새끼들을 보호하며 상류로 이끈다.
- 시험(포식자 메기): 메기와의 조우에서 기지를 발휘해 새끼들을 지킨다.
- 인정/이름의 획득: 공동체가 오해를 풀고 감사하며, 주인공은 “내 이름은 미호종개다!”라고 선언한다.
이 흐름은 어린 독자가 따라가기 쉬운 사건 배열이며, “오해 → 진실 → 행동으로 증명 → 인정”이라는 윤리적 메시지가 자연스럽게 도착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주제 해석
1) “이름”은 존재의 권리이자 자기 정체성의 완성이다
주인공은 처음부터 “미호종개”로 불리지 못한다. 공동체는 이름 대신 “얼룩무늬 녀석”이라 부르며, 그 말 속에는 경계와 경멸이 섞인다. 작품의 결말에서 주인공이 직접 이름을 외치는 장면은, 단순한 신분 확인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스스로 승인하는 선언이다.
- “나는 아직 내 이름을 모르겠어”는 타자의 시선에 갇힌 상태를 드러내는 문장이다.
- “내 이름은 미호종개다!”는 공동체의 인정을 ‘받아서’가 아니라, 자신의 행동과 선택을 통해 ‘획득한’ 정체성으로 읽힌다.
2) ‘다름’은 위험이 아니라, 공동체를 살리는 힘이 될 수 있다
초반의 갈등은 외부자 혐오에 가깝다. 송사리 떼는 외형만 보고, 과거의 침입종(베스)의 기억을 끌어와 불안을 부풀린다. 그러나 위기에서 공동체를 구하는 것은 그 ‘낯선 존재’이다.
이 작품은 “겉모습이 이상해도, 실수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강조한다.
3) 생태 위기의 원인은 개인이 아니라 구조(환경 파괴)라는 관점이 숨어 있다
말조개 할아버지가 떠내려간 이유는 얼룩무늬 물고기의 악의가 아니라 포클레인이 모래를 퍼간 인간 활동 때문이다. 이 장면은 어린 독자에게 “자연의 사건처럼 보이는 일” 뒤에 인간의 개입과 책임이 있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즉 작품은 ‘희생양 찾기’의 습관을 비판하고, 문제의 원인을 더 넓은 시야에서 보게 만든다.
인물과 관계 읽기
얼룩무늬 물고기(주인공)
- 약점: 작고, 낯설고, 자기 이름도 확신하지 못하는 존재이다.
- 전환점: 말조개 할아버지를 따라가며 ‘누명’ 대신 ‘책임’을 선택한다.
- 성장: 힘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동선 설계(모래톱에서 쉬기), 위험 회피, 기지(바위틈 유인) 같은 생존지혜로 돌파한다.
말조개 할아버지(도덕적 중심)
- 공동체의 양심 역할을 한다. “돌봐주자”는 말이 초반에 나온다.
- 결정적 장면에서 “난 널 믿는다”라고 말하며 주인공의 자기 신뢰를 세워 준다.
- 다만 이야기상으로는 ‘사라짐 → 발견’ 장치로 기능하는데, 이 관계(말조개-납자루 공생)가 더 입체적으로 드러나면 주제의 밀도가 더 올라갈 여지가 있다.
납자루 아줌마/새끼들(보호받는 존재)
- 납자루 새끼들의 존재는 주인공이 영웅이 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윤리적 촉발 장치이다.
- 아이들의 합창 대사는 다소 교훈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동화 장르에서는 ‘공동체의 증언’으로 효과가 있다.
송사리 떼(편견의 목소리)
- 소문을 퍼뜨리고, 확신 없이 몰아세우며, 결말에서도 태도를 급히 바꾸는 집단이다.
- 이 존재는 어린 독자가 “나는 저 무리처럼 행동하지 않을까?”를 돌아보게 하는 거울이 된다.
메기(시험의 장치)
- 도덕적 악인이라기보다 자연의 포식자로, 위기와 긴장을 제공한다.
- 주인공의 ‘지혜’가 발휘되는 장면을 만들어주는 역할이다.
상징과 이미지
1) 모래(집/먹이/서식지)
모래는 모든 문제의 중심에 있다. 모래무지에게는 집이고, 주인공에게는 먹이이며, 인간에게는 퍼갈 자원이다. 하나의 재료가 누구에게는 “삶의 터전”이고, 누구에게는 “생존의 식사”이고, 또 누구에게는 “개발의 대상”이 된다.
이 다층성 때문에 갈등이 개인의 성격 문제가 아니라 자리의 충돌에서 비롯된다는 점이 설득력 있게 드러난다.
2) ‘하류로 떠내려감’과 ‘상류로 거슬러 올라감’
말조개가 떠내려가는 흐름은 공동체 붕괴의 위기이고, 주인공이 새끼들을 데리고 거슬러 올라가는 여정은 성장과 회복의 운동이다.
즉 물길의 방향이 곧 서사의 방향이 된다.
3) 노을/금모래/반짝임
노을과 반짝임은 결말의 ‘인정’ 분위기를 강화하는 장치이다. 특히 납자루 새끼를 “금모래처럼 반짝”이게 그린 부분은 보호의 대상이 왜 소중한지 감각적으로 납득시키는 장면이다.
문체·서술의 특징
- 충청도 방언/구어체를 적절히 사용해 미호강 공동체의 생활감을 만든다.
- 사건 전개는 직선적이라 어린 독자가 따라가기 쉽다.
- 다만 몇몇 대사는 교훈을 직접 말하는 방식이어서, 장면으로 한 번 더 보여주면 감동이 더 자연스럽게 깊어질 수 있다.
작품의 강점
- 오해-구조-인정의 정서 곡선이 또렷하다.
- “낯섦에 대한 배제”를 단순 훈계가 아니라 사건으로 풀어낸다.
- 인간의 환경 개입을 갈등의 원인으로 제시해 생태 메시지가 살아 있다.
- 주인공이 ‘힘’이 아니라 ‘지혜와 책임’으로 문제를 해결해, 어린 독자에게 좋은 모델을 준다.
더 좋아질 수 있는 지점
- 말조개와 납자루의 공생 관계가 서사상 중요하게 언급되는데, 실제 장면(서로 어떻게 돕는지)이 조금만 더 구체화되면 결말의 감동과 설득력이 강화될 수 있다.
- 초반 ‘모래무지 집’ 사건은 주인공의 실수로 남는데, 이후 주인공이 공동체에 보상하거나 수리 과정에 참여하는 장면이 한 컷이라도 들어가면 “책임”이 더 입체적으로 완성된다.
한 문장으로 정리
이 동화는 낯선 얼룩무늬 물고기가 편견과 누명을 견디며 타인의 생명을 지키는 행동으로 공동체의 신뢰를 얻고, 마침내 “미호종개”라는 이름을 스스로 선언하며 존재의 자리를 획득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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