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소(沼) / 김윤진
소(沼) / 김윤진 고양이소에서 정말 고양이 우는 소리가 들릴 때까지 당신은 물웅덩이를 지켰다. 짙은 녹색의 고양이소처럼 당신의 집은 고양이의 눈처럼 깊고 고요하다.가만히 있다가도 다이빙하거나 발을 헛디뎌서 누가 그 깊이를 만지면, 털을 바짝 세우고 물보라를 일으키며 가릉, 하고 울어댔다. 몸을 으스스 떨며 건져 올린 신발의 개수를 일지에 적어넣는 것이 여름 당번의 일. 개학 후 신발의 개수만큼 책상이 비고, 당신이 지키지 못한 동생들은 집을 떠나고당신은 항상 깊이를 알 수 없어 두근대는 소(沼)에서 산다. 꿈속에 당신의 아비는 칼을 들고 당신을 쫓아오고. 또 하나 당신의 아비는 발목이 부러진 당신을 부축하고. 한 손에는 칼을 들고 한 손은 당신 어깨를 감싸고, 파도가 되었다가 호수가 되었다가 그저 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