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전북일보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한 걸음 / 이진숙
한 걸음 / 이진숙 토오옥, 토오옥.봉황산 밑에서 깨 터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린다. 저기 엄마가 계시는구나, 비틀거리는 발걸음이 더욱 바빠진다. 예전 같으면 한걸음에 갔을 텐데…. 뇌경색으로 퇴원한 지 일주일. 아직은 마음을 안 따라주는 몸이다. 부르르, 부르르, 트리를 불고 혀를 잘근잘근 씹어본다. 다시 천천히 힘을 모아 한 걸음 한 걸음 엄마 숨결을 향해 발을 옮긴다.바람의 무게가 느껴진다. 한 걸음.탱자나무 울타리를 지난다. 샛노랗게 달린 열매에서 향긋한 향이 흘러나온다. 향의 소리도 가을 하늘만큼 상큼하고 신선하다. 어린 날의 추억이 슬그머니 기지개를 편다. 날카로운 가시를 피해가며 잘 익은 탱자 하나를 따서 입 안에 넣었다. 눈이 찡긋해질 만큼 새콤달콤한 맛이다. 동글동글 씨앗들이 한입 가득 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