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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액자 속의 나 / 박지영

 

언제부턴가

엄마가 날 보고 잘 웃지 않아요


나를 보며 웃는

엄마 얼굴이 보고 싶을 땐


반짝이는 금박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요


태권도 발차기를 하는

미술대회에서 그림을 그리는

피아노 콩쿠르에서 연주를 하는

영어 상장을 든 귀여운 아이 옆에

슬며시 다가서요




  <당선소감>


   "-"


  회사 동료들로부터 4차원이란 소리를 종종 들었습니다. 어른들은 관심도 없는 일에 호기심을 갖고, 엉뚱한 상상을 하고, 별일도 아닌 일에 깔깔거렸으니까요. 하지만 어른 행세하느라 마음껏 까불지 못했습니다.

  퇴직 후 우연한 기회에 동시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동시를 쓰면 마음껏 까불수 있겠구나!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동시 공부를 하면서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동시는 분명 동童+시詩인데 저는 동童으로만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시詩를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부를 계속 하다 보니 동童도 모르는 것이었습니다. 동童도 모르고 시詩도 모른 채 동시를 쓰고 있었던 게지요. 그래도 다행인 건 동童과 시詩 둘 다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그리고 그 둘을 함께 고민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동시가 마냥 까부는 것만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고민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음을, 그 고민의 옅은 흔적을 알아봐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감사한 분이 많습니다. 혜암 최춘해선생님, 혜암아동문학교실 김성민, 정순오선생님, 낙선도 공부라 생각하고 도전을 권하신 선배님들, 즐거운 합평시간을 함께한 15기 동기들. 모두 감사합니다.

  제게 문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그건 제 아버지 덕분입니다. 가난한 촌부이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분입니다. 집안사정으로 펼치진 못한 아버지의 꿈을 대신 이뤄 드리고 싶었습니다. 아직도 아버지 마음 깊은 곳에는, 월사금을 내지 못해 수업 중에 쫓겨 난 어린 아이가 울고 있습니다. 이 상이 그 눈물을 닦아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젠 그만 웃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그런 아버지와 평생을 함께 하느라 자신을 돌보지 못한 엄마에게도 이 상을 바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겉으로는 남의 편인 척 하지만 항상 제 편인 남편 그리고 키워준 것보다 더 잘 자라준 아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 1968년 경주 출생.

  ● 2017 머니투데이 경제신춘문예 당선(산문).

  ● 2017 경북일보문학대전 은상(수필).


 

  <심사평>


  "사물의 의미 포착해 탄탄한 시적 기량으로 구현"


  일천 편에 가까운 응모작(945편) 중에서 시로서의 격식을 갖추고 동심과 시심의 조화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짐작되는 다음 여섯 편의 동시를 우선 뽑았다.

  장재옥(경기) 씨의 '할머니와 채송화' 김양희(서울) 씨의 '붕어빵이다!', 권영하(경북) 씨의 '할아버지가 쓰시던 카세트테이프', 이미화(대전) 씨의 '굄돌', 민진식(대구) 씨의 '씨앗', 박지영(대구) 씨의 '액자 속의 나'였다. 이 작품들에 대해 동시로서의 시적 형상화 능력 및 작품의 참신성과 독창성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 다음 두 편 중에서 당선작을 결정하기로 했다.

  민진식 씨의 '씨앗'은 시가 다소 길다는 느낌이 있었지만 동심의 눈높이에 마음이 끌렸다. 또한 여섯 개 연의 중심 생각들이 조화를 이룬 시의 구조가 자연스러웠고, 화자가 속삭이는 듯한 이야기를 머리에 떠올리며 지루하지 않게 시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응축되지 못한 메시지로 인해 전체적으로 시가 산만하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고, 시의 내용이 특별히 새롭다는 느낌을 갖지 못해 먼저 내려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 분이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을 통해 볼 때 동시인으로서의 충분한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어 다음을 기대하기로 한다.

  마지막으로 남은 박지영 씨의 '액자 속의 나'는 동심의 주체인 어린이 화자가 직접 말하는 듯한 시적 표현에 호감이 갔다. 화자의 차분한 목소리를 통해 자아가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엄마의 기대에 못 미치는 어린이들의 보편적인 심정을 우회적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진솔함을 느꼈다. 특히 '나를 보며 웃는/ 엄마 얼굴이 보고 싶을 때'의 현실적 상황과 '번쩍이는 금박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요'의 상상적 상황을 적절하게 배치한 점과 감정의 절제 등이 시를 돋보이게 했다. 소박하면서도 전체 구조가 단순해서 쉽게 읽혔지만, 동심을 제대로 살린 표현에서 끌림과 여운이 있어 작품을 끝까지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당선작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당선을 축하하며, 한번 빛났다가 사라지는 별이 아니라 문단의 지평을 여는 동시인으로 대성하기를 기대한다.



심사위원 : 권영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