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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털실 / 박민정

 

하나의 길이 동그랗게 뭉쳐져 있어요

길은 따뜻한 꿈들을 꾸면서 기다리고 있어요

그 꿈들이 풀어져 수많은 길로 나눠져요

길들은 한 땀 한 땀 걸어가며

장갑, 목도리, 조끼, 모자로 변신해요

겨울을 따뜻하게 감싸 안아요




  <당선소감>


   "10시간 습작 매달리기도…먼길 책임감 갖고 임해"


  한 권의 동시집이 저를 이 길로 이끌었습니다. 마냥 재미있고, 늦게 시작한 게 아쉬워 일주일에 5일, 하루 5편씩 써내려갔습니다. 10시간 이상 견딘 때도 있었지만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세 달 정도 되니 200편 넘는 동시가 쌓여 모아놓고 분석해봤습니다. 그제야 제 상태가 보였습니다. 한 동안 머릿속이 깜깜했습니다. 쉬운 길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 후론 아픈 날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당선 소식을 듣고 처음 느낀 감정은 안도감이었습니다. 희망과 좌절 사이를 오가다 이제 겨우 땅을 밟은 것 같습니다. 가야 할 길이 먼 것을 압니다. 가능성을 봐주신 심사위원의 믿음에 책임감을 갖고 노력하겠습니다. 김바다 선생님과 남편에게 감사의 마음을 보냅니다.


  ● 서울 生.

  ● 관동대 국문과 졸업.


 

  <심사평>


  동심·시심 절묘하게 만나 따뜻함 묻어나는 가작


  동시는 동심에 시심을 녹여 쓰는 시다. 좋은 동시는 동심과 시심이 절묘한 공간에서 만날 때 창조된다. 당선작 <털실>이 그렇다. 털실은 시성이 따뜻하고 아름답다. 세상에 없는 가작이다.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도 당선작과 맞먹어서 꽤나 오래 내공을 쌓은 흔적이 보인다. `하나의 길이 동그랗게 뭉쳐져' `따뜻한 꿈들을 꾸면서 기다리는' 털실은 우리가 꿈꾸는 바로 그런 세상이다. <삐딱한 우산>(박수진)은 후반부에서 반전의 힘을 보여줬다. <오목판 세상>(허아성)도 동심과 시심을 살려내는 신비로움이 컸다. 두 작품 모두 손에서 놓기가 아까웠다. 올해도 응모작이 2,000여편이 넘었다. 내년에도 많은 응모를 바라며 당선자에게 기쁨을 누리라고 전한다. 


심사위원 : 이창건, 이화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