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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캉캉 / 황인선

 

성준이는 경상도에서 전학 왔다 

나는 서울말을 

성준이는 경상도 말을 쓴다 


그래도 너랑 나랑은 친구다 

나는 이렇게 말하는데 


그래도 니캉 내캉은 친구다 

성준이는 이렇게 말한다 


성준이의 볼을 꼬집으면 

말랑말랑하다 

성준이는 내 볼을 꼬집고 

말캉말캉하다고 한다 





  <당선소감>


   "더 많은 사람들에 믿음 주는 글 쓰고 싶어"


  전화가 울렸습니다. 평소라면 자고 있어야할 시간이었습니다. 휴대전화 화면에는 모르는 번호가 찍혀있었습니다. 저는 단번에 제가 신춘문예에 당선됐다는 걸 알아차렸습니다. 역시나 예상이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놀라지 않고 담담하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평소 촉이 좋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그런 제가 어떻게 모르는 번호만 보고 당선 됐다는 걸 알 수 있었을까요. 원래부터 저는 모르는 번호만 보면 당선 됐구나하고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당선소식을 들었을 때가 아니라, 당선소식을 못 들었을 때 놀랐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동안 참 많이도 놀랐습니다. 세상은 참 알면 알수록 놀랍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스스로의 글을 보며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는데 저는 제 글이 너무 좋았습니다. 볼 때마다 너무 좋아서 제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는 수상자들을 제대로 볼 수 없었습니다. 뭔가 비리가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됐습니다. 지금도 그 의심을 버리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용의선상에서 대전일보는 제외합니다. 대전일보는 아주 깨끗한 신문사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믿고 읽으시기를 바랍니다. 

  그러고보니 저 역시 크게 믿음을 주며 살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저를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 저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글을 써왔습니다. 저를 믿어주는 사람은 결국 저 혼자였고, 저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은 저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저를 믿어주는 사람을 위해, 저를 믿어주지 않는 사람을 위해 글을 쓸 생각입니다. 다만, 저를 믿어주는 사람이 조금 더 늘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한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일산에 사시는 김창수씨, 세종에 사시는 김기영씨, 부여에 사시는 최고은씨, 마포구에 사시는 윤제희씨, 송파구에 사시는 황지석씨, 서천에 사시는 김선준씨, 대전에 사시는 하재일씨 모두 감사합니다. 이름을 말하지 못한 다른 분들께도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저에게 재능을 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감사해하며 글을 더 열심히 쓰겠습니다.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1990년 서산출생.

  ● 동화로 창비어린이 신인문학상을 수상.


 

  <심사평>


  꾸밈 없는 표현…가장 동시 다운 동심 담아  


  올해 신춘문예 응모 작품은 예년에 비해 더욱 풍성한 느낌이 들었다. 응모 편수도 많이 늘어났지만, 전국 각 지역에서 골고루 응모되어 작품 수준도 예년에 비해 한 단계 높아진 느낌이다. 

  일천 편이 넘는 응모작 가운데 예심을 거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캉캉」, 「반성문」, 「너 혼자가 아니야」, 「덤벙이 미술관」, 「사과의 상처」, 「반올림」 등 여섯 편이었다. 이 여섯 편은 한결같이 작품의 완성도도 높았지만, 어느 정도 수련을 쌓은 것 같아 믿음이 갔다. 그러나 당선 작품은 단 한 편만 뽑아야 했기에 부득이 장단점을 찾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동시는 시가 갖추어야 될 모든 조건에 '동심(어린이 마음)'을 하나 더 얹어 놓아야 비로소 작품의 기능을 가지게 된다. 시적 감성은 갖추었지만 동심을 제대로 담지 못한 작품이라든가, 또 어린이들이 주로 읽는다고 너무 쉽게만 쓰서 시적 감성을 제대로 담지 못한 작품들은 감동을 주지 못한다. 그러나 본심에 오른 여섯 편은 대부분 이런 점을 잘 극복해 내고 있어서,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올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동시의 기능을 잘 갖추고 있었다. 

  「반성문」은 어린이의 마음을 잘 담아내었지만, 소재와 표현 기법이 좀 흔한 것이었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너 혼자가 아니야」는 사물의 이미지 표현을 매우 감성적으로 나타내었지만, 작품에 담긴 이미지가 너무 단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덤벙이 미술관」은 다랑이 밭을 가꾸는 덤벙이 아저씨의 생활 모습을 매우 섬세하게 그려내었지만, 이 작품도 이미지가 좀 단순하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설치해 놓은 모습을 미술관에 비유한 점은 참신해 보였다. 「사과의 상처」는 작품의 완성도도 높고 앞뒤 이미지 연결도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사과의 상처와 친구의 상처를 빗댄 표현 기법이 이미 다른 시인들이 사용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망설여졌다. 「반올림」은 엄마의 칭찬으로 화자의 생각이 한 폄쯤 반올림되었다는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도 새로움을 주는 자기만의 발견이 좀 미흡하게 보였다. 

  마지막 남은 작품 「캉캉」(황인선)은 꾸밈이 없고 어린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나타내어서 당선작으로 올리게 되었다. 서울말과 경상도 사투리의 서로 다른 점을 절묘하게 대비시켜서 가장 동시다운 동심을 보여준 것이 심사위원의 마음을 끌었다. 함께 보내온 다른 네 편은 이미지가 단순하고 삽화적인 느낌을 주었지만, 작품마다 시적 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어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었다. 당선을 축하하며 좋은 작품을 쓰기 바란다.


심사위원 : 노원호, 김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