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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매듭 / 오영록

 

오늘 학교에서 매듭 놀이를 배웠다 


영철이와 한 조가 되어 

팔자 매듭도 만들어보고 

고리 매듭도 만들어보고 

십자 매듭도 만들었다 


함께 맸다가 풀었다가 하다 보니 

가끔 영철이 손가락이 

얽히고설키는 매듭처럼 

내 손가락을 휘감기도 하고 

내 손가락이 영철이 손가락을 

휘감기도 했다 


마음도 매듭 놀이를 했는지 

집에 왔는데도 자꾸만 영철이가 생각난다 

무슨 매듭인지 알 수 없는 

풀리지 않는 매듭 하나 

생겼다. 




  <당선소감>


   "보이지 않아도 동그랗게 나이테를 그리는 나무처럼"


  늦은 나이에 자아 성찰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한 글쓰기였습니다. 20년 세월 가사를 도맡고 늘 독수공방처럼 선잠을 청해야만 했던 아내의 눈물에 이제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시가 무엇인지를 알게 하신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양형근 선생님과 동시방 곽해룡 선생님 시마을 문우님들 그리고 늘 믿어주시고 밀어주시는 다시올문학 김영은 선생님 그리고 습작시를 돋보기 너머로 토시 하나 놓치지 않고 꼼꼼히 읽어내시며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던 병석에서 사경을 넘나들고 계신 구순 노모가 스승이었습니다. 이 시가 탄생하게 된 것은 다섯 명의 손주들과의 시골 텃밭에 다니면서 새롭게 생긴 교감으로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동심이 되지 않으면 동시를 쓸 수 없다는 말도 있습니다. 지성이 아닌 인성으로 완성해야하는, 운문과는 또 다른 장르였습니다. 엄마 아빠 모르게 몰래 사 주는 그 과자 봉지가 할아버지의 사랑이라고 생각되는 것처럼 그런 마음을 담아 시를 짓고 싶습니다. 얼마나 더 순수한 동심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늙으면 애 된다는 말로 위안을 삼으며 새로운 시작인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이들과 접하며 느꼈습니다. 동심이 시심이라는 것을요. 앞으로 더욱더 높은 눈높이로 몸과 마음을 낮추려 노력하겠습니다. 도화지 같은 어린 마음에 따스한 이정표가 되는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어제가 아프고 쓸쓸하달 지라도 버텨냈던 것은 꿈처럼 찾아온 오늘 같은 행복과 희망 때문입니다. 부족하지만, 선하여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감사드리며 동시의 장을 열어 양심(良心)의 삶을 추구하게 하는 대전일보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졸시를 읽을 때 마다 가슴에 소중하고 커다란 매듭 하나씩 만들어지는 그런 시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1959년 8월 18일.

  ● 강원도 횡성 출생.

  ● 성남시 태평동에 거주.


 

  <심사평>


  "완성도가 높고 시적 감성을 잘 살린 작품"


  매년 이맘때쯤이면 당선작을 뽑는 심사위원들도 응모자 못지않게 가슴 설렘을 안고 작품을 읽는다. '이번에는 어떤 작품들이 응모되었을까, 눈을 번쩍이게 하는 작품이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지면서 작품을 자세히 읽었다. 응모 편수는 지난해에 비해 조금 줄었지만, 작품 수준이 전반적으로 조금 높았고, 다양한 소재들의 작품이 많이 응모되어 잠시 기쁨도 가질 수 있었다. 예년에 많이 볼 수 있었던 자연의 모습이나 흔한 생활상의 소재들이 많이 줄어든 것도 하나의 특징이기도 하다. 

  심사위원 두 사람이 장시간에 걸쳐 작품을 읽고 1차로 12편을 골라내었다. 시가 갖춰야 될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는지, 동심(童心)을 제대로 담고 있는지, 소재와 표현기법이 새로운지를 생각하면서 고르게 되었다. 1차로 뽑힌 작품을 다시 자세히 읽고, 그 가운데 「그림이 있는 동네」(조수옥), 「나무 톡」(최 원), 「다리」(유선우), 「가을날」(박희정), 「매듭」(오영록) 등 다섯 편을 마지막으로 남겼다. 이 다섯 작품은 모두 완성도가 높아서 어느 작품을 당선작으로 올려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그러나 한 작품만을 뽑아야하기 때문에 각 작품이 지니고 있는 장단점을 찾아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림이 있는 동네」는 사물의 이미지를 아주 자세히 그려낸 점이 돋보였으나, 조금 산문적인 표현이라 시적 함축미가 덜 느껴졌다. 「나무 톡」은 봄이 오는 정경을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것처럼 '톡'이라는 용어를 써서 신선한 느낌을 주었다. 그러나 표현은 새롭지만 내용이 새로운 것이 없어서 조금 아쉬웠다. 「다리」는 상황의 전개를 아주 재미있게 그려내었다. 앞부분은 엄마·아빠의 관계를 사실 그대로 나타내어 재미가 있었고, 뒷부분은 화자의 역할을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다리'의 이미지로 앞뒤 상황을 잘 이어나갔다. 그러나 이 작품도 완성도는 높았지만 소재의 참신함이 조금 미흡하지 않았나 싶다. 「가을날」은 이미지가 단순하고 시적 감성을 잘 살려내었으나, 전체적인 느낌이 조금 가볍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작품은 「매듭」이다. 이 작품은 소재도 쉽게 다루어지지 않은 것이지만, 시적 완성도가 높아 작품의 무게가 더 느껴졌다. 앞뒤의 연결도 자연스러웠지만 군더더기 없는 시인의 뛰어난 솜씨도 엿볼 수 있었다. 시 속에 담겨져 있는 화자의 생각도 시적 감성으로 잘 살려내고 있었으며, 함께 보내온 다른 작품들도 일정한 수준을 지니고 있어서 당선작으로 올리게 되었다. 당선을 축하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기대해 본다. 



심사위원 : 김응, 노원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