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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새놀이 / 최류빈

 

겨드랑이를 벌리면 새가 돼요

새가 될 때면 쿵쿵 점프해도 괜찮아요

점프를 해도 그저 날아가는 동안이니까


새 놀이를 하면 날갯죽지가 아파와요

저 멀리 프랑스 파리 조그맣게 보이는데

기웃기웃 창문 밖

빨강, 파랑, 하얀 빛 프랑스 만국기처럼 들어와요


짹짹거리는 울음소리를 내 주어야 해요

그래야 꼭 날고 있는 기분이니까요


너무 멀리 떠나와 둥지를 잊었어요

여섯시 반이면 애벌레 찌개 코끝을 찔러요

찌르르르 하며 몸을 감싸는

달콤한 냄새, 흔적을 찾아가야 해요


한 점씩 떨어뜨려 놓은 새의 깃털. 그담엔 저 바람을 느끼는 거예요


가득한 냄새들 깃털 속에 품고 돌아와서는

주머니를 홀랑 비우고 세모 부리 뻐끔이는 거예요

그곳이야말로 포근한 둥지예요




  <당선소감>


   "아이들에게 살아 움직이는 동심 주고파"


  갱민아, 멋진 날 이렇게 귀엽게 불러도 괜찮을까? 삼촌이 널 위해 썼던 동시가 신춘문예에 당선됐어. 신춘문예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멋지고 큰 문학대회야. 네 앞에서 항상 웃는 삼촌도 이 순간을 위해 셀 수 없이 끙끙 앓았어. 신춘 병(病)이라나 방에 틀어박혀서 한동안 많이 아팠어. 차갑고 지리멸렬한 세상. 삼촌은 동시를 쓰는 게 결코 사치가 아니길 바라. 세상이 아무리 차가워도 <새 놀이>를 들을 때면 깨끗한 하늘처럼 네가 훨훨 웃잖아. 내가 계속해서 동시를 쓰는 이유는 딱 그것뿐이어서, 너와 아이들이 세상으로 힘차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싶어. 그걸 보면 마치 내 몸도 떠오르는 것 같고. 동시를 쓰는 순간마다 빠져들던 너의 세상 참 따뜻하더라. 갱민아 삼촌의 詩, 들을 때마다 날개뼈가 가려웠니? 이제 나도 순백의 날개를 펴려 해.

나를 아이처럼 사랑해주는 모든 이에게 감사를… 가족들, 신수임 교수님, 한창옥 선생님, 상준, 철준, 사랑하는이여! 작은 나를 대한민국 최고 시인이라 불러주는 그대들에게 영광을 바칩니다. 경상일보에는 이리 강렬하게 적(籍)을 두게 되었으니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젊은 시인의 어깨를 믿고 밀어주시는 심사위원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 1993년생, 전남대 재학 중.

  ● 2017 ‘포엠포엠’ 신인문학상.


 

  <심사평>


  "어린이들 눈높이에 맞춘 상상력 돋보여"


  신춘문예 응모작품을 심사하는 일은 설렘도 있지만, 요즘의 동시 경향을 읽을 수 있는 기회도 된다. 최종심으로 넘어온 일곱 사람의 작품 25편을 읽었다.

  그 중에서 <새 놀이>외, <나뭇잎 침낭>외, <내 얼굴의 숨바꼭질>외 작품이 마지막으로 겨루게 되었다. 세사람의 작품은 1990년대 후반부터 활발히 쓰여, 오늘날 동시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입말 형식의 동시가 대부분이었다. 입말은 우선 정감이 있어 독자에게 쉽게 다가가지만 자칫 잘못하면 얕은 심상에 머물고 언어적 유희에 빠질 우려가 있다. 하지만 세사람의 작품은 위에 적시한 입말을 활용하였으나 그러한 문제점을 잘 극복하였다.

  소재와 시를 형상화하는 과정에서에서는 각자 개성적인 차이를 보였다. 먼저 <새 놀이>의 작자는 동심의 상상력이 돋보였고,<나뭇잎 침낭>외, <내 얼굴의 숨바꼭질> 외 작자는 생활 속에서 글감을 선택하여 사실감 있게 나타내었다. 고심 끝에 선자는 상상력이 돋보인 <새 놀이>를 당선작으로 선정하였다. 그 까닭은 새를 통한 동심의 상상력이 자유롭고 활달하였기 때문이다. 그 상상력은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고 생동감이 있었다. 특히 동시가 앞으로 열어가야 할 새로운 방향은 상상의 힘을 독자에게 길러주는 것이다. 상상력은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 같은 지적활동이다. 지식은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무한한 것이다. 아쉬운 점은 보다 유기적인 구조와 정제된 시어를 통한 명징한 이미지 구축이다. 당선을 축하하며 정진을 빈다.



심사위원 : 하청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