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면(面) - 정현우
면(面) / 정현우 면과 면이 뒤집어질 때, 우리에게 보이는 면들은 적다금 간 천장에는 면들이 쉼표로 떨어지고세숫대야는 면을 받아내고 위층에서 다시아래층 사람이 면을 받아내는 층층의 면면을 뒤집으면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복도에서, 우리의 면들이 뒤집어진다발바닥을 옮기지 않는 담쟁이들의 면.가끔 층층마다 떨어지는발바닥의 면들을 면하고, 새 한 마리가 끼어든다.부리가 서서히 거뭇해지는 앞면,발버둥치는 뒷면이 엉겨 붙는다앞면과 뒷면이 없는 죽음이가끔씩 날선 바람으로 층계를 도려내고접근금지 테이프가 각질처럼 붙어있다 얼굴과 얼굴이 마주할 때 내 면을 볼 수 없고 네 면을 볼 수 있다 반복과 소음이삐뚤하게 담쟁이 꽃으로 피어나고 균형을 유지하는 면, 과 면이 맞닿아 있다 어제는 누군가 엿듣고 있는 것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