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조 당선작] 내성천변 물래실 / 구지평
내성천변 물래실 / 구지평 어정쩡한 물안개가 저녁 강을 서성이다 속기 벗는 투명함에 산 빛이 검어질 때 실골목 저뭇해지는 내성천을 감싸고 굼닐대던 저녁연기 모래톱으로 불러내면 속 깊도록 시詩에 숨어 우련한 물래실이 갈라진 시간 틈새로 제 몸피를 드러낸다 허물어진 돌담 너머 마당귀에 마른 장작더미 텅 빈 방 잠긴 시간 푸른 여백 문장인데 이제야 적요를 푸는 한 올 한 올 자화상 평면으로 구겨지는 빛바랜 담초談草 위에 창문마다 달이 뜨면 거기에, 아! 거기에 묏등에 답청하시는 어머니가 서 있네 ※ 물래실 : 경상북도 예천군 마을 이름 “금빛 반짝이는 내성천이 시조의 모태” 사무실 창밖으로 찌뿌듯한 눈발이 희끗희끗 날린다. 며칠째 일없이 심란하여 맥 놓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시대가 하수상한지라 모르는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