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국제신문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레이니데이 / 정재운
레이니데이 / 정재운 1. 안다, 기억이 시작될 무렵부터 구금비 씨가 바깥의 궂은 일기를 알아차린 것은 그녀의 딸, 신은비 양이 길쯤한 배추 잎사귀를 찢어내고 있을 때였다. 은비는 오른손에 쥔 포크수저로 고춧가루 듬성하게 묻은 김치를 찍어 비틀어댔다. 배식 아주머니는 다른 친구들에겐 모두 잘게 잘린 김치를 주면서 왜 나한테만 넙데데한 걸 얹었을까, 은비는 갸웃거리지 않았다. 그건 은비도 알 만큼 안다는 얘기였다. 엄마 금비 씨만 몰랐다. 은비가 알고 있다는 것을. 사실, 은비가 알아차린 건 꽤 오래 전의 일이었다. 누군가 그게 언제부터였냐 묻는다면, 은비는 이렇게 말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기억이 시작될 무렵부터?” 2. 상대가 김치이기 때문 은비가 아무 이유 없이 그렇게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