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동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어쨌든 하루하루 / 김홍
어쨌든 하루하루 / 김홍 내가 고향에 돌아와 ‘시리어스 리’에 드나들기 시작한 건 정리해고와 이혼을 한꺼번에 겪고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였다. 두 가지 모두 가볍지 않은 문제였지만 아무래도 이혼보다는 해고 쪽이 견딜만했다. 과거의 구조조정이 심각한 법적 분쟁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했던 것에 비하면 그때는 일종의 유행 같은 것이 돼버린 시점이었다. 시리어스 리는 안주가 형편없었지만 생맥주는 시원하고 맛있었다. 사장은 이혼과 해고 어느 쪽을 극복하는 데도 도움이 안 되는 인간이었다. 그는 기분이 좋을 때도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거구였고, 그 때문인지 시리어스 리를 찾는 손님보다 사장이 키우는 화분의 숫자가 많았다. 야구 경기가 시작할 시간에 고정적으로 가게를 찾는 너덧 명이 유일한 단골이었다. 야구 시청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