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영주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작] 5월 억새에게 내미는 시 / 임지나
5월 억새에게 내미는 시 / 임지나 할머니들 아직 하늘로 올라가지 마세요 똑똑 분질러져도 자꾸 휘어져도 같이 살아요 저는 꽃의 키만큼도 닿지 않은 걸요 사람이 사람을 뚫고 나오는 걸 알았네요 할머니의 뻣뻣한 발등에서 푸른 순이 올라오는 걸 봤어요 오늘은 밀알만 한 무당벌레가 어디서부터 기어 왔는지 얇고 가는 마른 대를 타고 끝까지 올라가더군요 모든 것들은 꼭대기라는 정자亭子를 향해 나는 걸 좋아하지요 그러다 갑자기 날개를 펼치고 붕붕대네요 늙어서 너무 길어진다고 말씀하지 마세요 누구에게나 넓은 등이 되어 주셨잖아요 쓸쓸한 할머니의 은비녀 사이로 저수지도 보이네요 저수지는 삶이 관통한 듯 여지없이 파랗군요 누런 풀들 사이로 제 눈에 막 들어오고 있어요 그것은 드문드문 보이는, 만질 수 없는 영애令愛같은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