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세계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정의권 / 스쿠티카
스쿠티카 정의권 1 날이 희붐히 밝아오자 수조 속이 한눈에 들어왔다. 죽은 광어들이 수조 가운데 서 있는 환수기둥에 가득 들러붙었다. 어젯밤에 예상했던 폐사보다 훨씬 많은 양이었다. 저녁에 사료를 주고 나서 수조의 물을 환수시킬 때면 다음날 광어가 얼마쯤 죽었을지 쉽사리 감이 왔다. 먹이를 잘못 먹었거나,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은 녀석들이 빠르게 헤엄쳐 다녔다. 이른바 회유(回遊)였다. 건강한 광어는 거의 돌아다니지 않는다. 양식업자들도 놈들이 그저 수조바닥에 엎드려 있길 바랐다. 회유란 광어에게 어떤 병이 서서히 퍼져온다는 불길한 신호였다. 뜰채를 이용해 폐사 한 마리를 건져 올렸다. 하얀 뱃바닥에는 부항을 뜬 모양새로 둥근 피멍이 울룩불룩 돋아났다. 골프공 크기로 촘촘히 구멍을 뚫어놓은 환수기둥에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