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문화일보 신춘문예 평론 당선작] 실종자의 미궁 - 차선일
실종자의 미궁 / 차선일 1. 실종과 미궁 실종자는 사회 바깥의 사람이다. 그는 이 세계 어딘가에 존재하지만 오직 몸이 없는 상태에서만 그러하다.(김현경, 『사람, 장소, 환대』, 문학과지성사, 2015, 35면) 몸이 없으므로 어떤 물리적 장소를 점유할 수 없고, 자신만의 거처가 없으므로 사회적 인격 또한 말소된다. 그가 누린 모든 권리는 유예되고 재산은 유실물로 처분된다. 실종자는 죽은 자의 자격으로 추방되는 것이고, 공백으로서만 실증되는 것이다. 이처럼 실종자는 배제[공백]의 방식으로 포함[존재]되는 예외적 인간이라는 점에서, 죽은 자로서 살아 있는 유령적 존재라는 점에서 ‘인간적인 것’이 박탈된 헐벗음의 상태로 살아가는 현대인의 초상에 대한 적절한 은유로 여겨질 수 있다. 가령 최후의 인간(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