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강원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멍도둑 / 하지연
멍도둑 / 하지연 텅빈 버스가 덜컹거렸다. 나는 엉덩이에 힘을 주고 앉았다. 버스 앞 전자시계가 눈에 띄었다. 오후 5시 28분. 집까진 아직 20분 더 남았다. 엄마한테 5시 반까진 들어간다고 했는데, 벌써 늦었다. 나는 잠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문자 한 통이 와 있었다. 엄마였다. `유소운. 비도 오는데 위험하니까 빨리 들어와.' “가고 있어.” 나는 짧은 답장을 보낸 뒤, 휴대폰을 도로 집어넣었다. 그리고 손으로 어깨를 주물렀다. 노래방에서 너무 열심히 뛰놀았나 보다. 온몸이 쑤셨다. 오늘 낮, 학교에서 중간고사 점수가 나왔다. 늘 그렇듯 결과는 형편없었다. 시험지 가득 빨간 비가 퍼부었다. 내 시험지는 1년 내내 장마철이다. 비가 안 오는 날이 없다. “헐, 나 진짜 바본가? 어떻게 만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