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산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동물 환상국 / 황경란
동물 환상국 / 황경란 문이 열렸다. 기다리고 있던 비둘기들이 한꺼번에 날아들었다. 꼬리 잘린 길고양이 발견 다리가 부러진 채 떠도는 강아지 발견 철새 떼 방음벽에 부딪혀 수십 마리 기절. 죽은 새도 있음 통신국 문이 닫힐 때까지 비둘기 통신은 쉬지 않고 올라왔다. 통신은 딱 한 줄이어야 했다. 그래야 비둘기들이 이곳까지 날 수 있었다. 두 줄도 아닌 딱 한 줄의 통신에서 나는 동물들의 피와 눈물을 보았다. 개미 선생님은 그럴수록 인간을 배워야 한다고 했다. 병들고, 다치고, 길거리에 버려져도 인간을 미워하면 안 된다고 했다. 이곳은 동물 환상국이다. 이곳은 끝이 없다. 크고, 넓고, 둥글고, 희고, 투명한 이곳은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이곳에 살고 있는 나는 동물로 태어난다. 내가 어떤 동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