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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소금꽃 / 장계원

 


개펄을 달구는 뜨거운 바람이 분다

달아나 숨을 곳은 그 어디에도 없기에

차라리 제 몸 가두고 웅크려 앉은 바다

 

발 물레 잣는 핏줄 터질 듯 꿈틀대면

맴도는 바퀴에 울렁증 난 바다는

울대에 걸린 갯물을 울컥울컥 토하고

 

숨 막힌 풀무질에 온전히 태워질 때

별처럼 돋아나는 순백의 결정들

정화된 우주 하나가 토판 위에 열린다



<당선소감>

 

 "품속 간직한 어릴 적 꿈 환갑 넘어 이뤄"

 

  첫 발령지의 흙벽으로 지어진 방은 아무리 불을 때도 냉골이었습니다. 늦가을이면 쥐가 벽을 후벼대는 소리가 밤새 들리기도 하던 그 방에서 저는 신춘문예의 첫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육십이 가까운 어느 날 문득, 스물두 살 때의 그 방을 몹시도 그리워하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사실 어릴 적 아버지 무릎 앞에 앉아 동시를 쓰던 그 따스했던 시절 이후, 시인이고 싶은 꿈은 항상 저를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여름의 끝에 시집 몇 권과 노트북을 챙겨 싣고 청송으로 향했습니다. 그 긴 시간 동안 저를 목마르게 했던 꿈을 이제는 해결해야겠다고.

  청송에서의 가을이 춥지 않았던 건 멀리서도 시조 세계를 열어주시느라 수고를 아끼지 않으신 시인의 가르침과, 같은 꿈을 꾸며 진심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구수산의 문우들, 늘 격려를 아끼지 않는 남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돌아가시던 날까지 쓰신 글들을 퇴고하셨던 어머니(수필가  민형기)께 오늘, 무척이나 그립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고개 숙여 깊이 감사드리며, 시조시인으로 더욱 성숙해가는 모습을 보여 드릴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하리라는 다짐을 해 봅니다.

 

장계원/1953년 진주 출생. 부산교육대학교 졸업. 초등 교사

 

 

<심사평>

 

'탕제원' 대상에 대한 따뜻한 시선 잔잔한 감동 '소금꽃' 바다와 사람 생애 상징화하는 솜씨 탁월

 

  올해 투고된 작품은 많았으나 전체적으로 그 수준은 평이했다.

 

  최종 심사에 오른 작품은 시 부분에서는 '대장장이 아버지' '피아노는 왜 뿔을 숨겼나' '최신버전 백신 다운로드하기' '탕제원' 4편이고, 시조 부분에서는 '겨울 꽃밭' '블랙커피를 읽다' '소금꽃' 3편이다.

 

  '대장장이 아버지'는 인간에 대한 따뜻한 성찰과 표현의 아름다움은 돋보였으나, 당대적 현실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측면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피아노는 왜 뿔을 숨겼나'는 피아노라는 시적 대상을 통해 현대적 삶의 고단함과 삭막함에 대해 재치 있고 도전적 자세로 표현해내고 있는 점은 주목되었으나 너무 표현의 신기성에 치우친 점, 이해불가의 내용이 상당수 끼어들어 있는 점 등이 지적됐다. '최신버전 백신 다운로드하기'는 젊은 세대의 목소리로 당대 사회적 특성을 담아내고 있고 표현의 참신성이 돋보였으나,시적 표현의 형식들이 역시 신기성에 머물러 감동을 주지 못했다. 이에 비해 당선작 '탕제원'은 표현의 묘미와 인간에 대한 따뜻한 관점이 주목을 끌었으며 무엇보다 대상을 참신하게 바라봄으로써 신선미와 함께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는 점이 점수를 받았다.

 

  시조 부분에서 보자면 '겨울 꽃밭'은 시조형식의 정제성을 잘 지키며 막내고모에 대한 추억을 참신한 표현으로 드러내고 있는 점이 주목되었으나, 표현의 참신성이 떨어졌다. '블랙커피를 읽다'는 대상의 선택이나 표현의 참신성이 매우 뛰어나 주목을 끌었으나 삶과 관련된 주제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 한계였다. 이에 비해 당선작 '소금꽃'은 시조형식의 정제성을 바탕으로 바다와 그 바다를 둘러싼 사람들의 생애를 소금꽃으로 상징화해내고 이를 참신한 표현으로 풀어가는 점이 매우 탁월하다는 평을 받았다. 시와 시조 부분에서 공히 훌륭한 작품이 나와 공동 당선을 결정했다.

 

심사위원 강은교·이우걸·김경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