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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네 우편함

김영두

철이네 우편함은 강 이 편에 있습니다.

집배원 아저씨가 강 건너 오시는 게 미안해

이 편 강가 숲 속 소나무에 우편함을

달아 놓았답니다.

며칠에 한번씩 배를 타고 건너와

편지를 찾아가는 철이 아빠.

 

우편함 속에 할미새 부부가

보금자리를 만들기 시작하더니

알록달록 귀여운 새알을

낳았답니다.

 

철이 아빠는

옆 소나무에 바구니를 하나 달아놓고

글을 써 붙였습니다.

"집배원 아저씨, 편지는 여기에 넣어주셔요."

"우편함에는 산새가 새끼를 치고 있어요."

 

호기심에 살금 살금 다가가

우편함을 가만히 들여다 보니

솜털 보송한 새끼들이 어미가 온 줄 알고

노란 입을 짝짝 벌립니다.

나는 나쁜 짓을 하다 들킨 아이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얼른 뒷걸음쳐 도망쳤습니다.

 

어린 것들이 다 자라 날개가 돋치면

철이 아빠의 고마움을 부리에 물고

저 파란 하늘로

날아오를 것만 같습니다.

 

 

<당선소감>


따뜻하고 소망 넘치는 글 띄어 보내고 싶어

 

10여년 전 일이다. 아버님은 금낭화 촬영을 위해 도천리에 은거해 사시는 신 화백의 집에 다녀오신 일이 있었다. 그분은 주천깅이 흐르는 주변 외진 산자락에 집을 짓고 사시는 세외 고인이었는데 집 주변에 밭을 일구어 농사를 지으면서 틈틈이 그림을 그리는 신선 같은 분이셨다. 우체부가 강을 건너 편지를 전하기가 어려우니 강 이편 소나무에 우편함을 달아 놓았는데 할미새가 우편함 속에다 새끼를 쳤다. 신 화백은 옆 소나무에 바구니를 달아 놓고 다음과 같은 글을 써 놓았다

'우체부 아저씨 편지는 이 바구니에 넣어 주세요. 우편함에는 산새가 새끼를 치고 있어요.' ,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나는 그 이야기를 오래도록 가슴에 묻어두고 있다가 올가을에 그 이야기를 동시로 형상해 보았는데 그 작품이 당선의 영광을 안겨줄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당선 소식을 듣고 한없이 기뻤다. 당선의 영광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지금껏 지도해주신 여러 스승님과 심사위원님께 큰절을 올린다. 이 작품 속의 새 새끼처럼 나도 감사한 모든 분들의 고마움을 가슴에 안고 파란 하늘을 날아오르고 싶다.

당선은 영광뿐만이 아니라 이제 새로운 시작이라는 아버님의 말씀을 마음에 새겨 열심히 노력할 것이다. 따뜻하고 소망에 넘치는 글을 쓰고 싶다. 글을 쓰면서 행복하고 싶어진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 바람이 인다. 꿈의 풍선을 띄우고 싶다.

 

1966년 강원도 횡성 출생강원대학교 졸업

 

<심사평>


산골 아이의 순박함이 마음을 녹였다

 

전반적으로 동시의 특성을 살려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동심의 따스한 마음결이 느껴지는 작품들이 많았다. 아쉬운 점은 소재의 폭이 좁다는 점이었다. 대부분 엄마, 나무, 아가 그리고 계절의 변화에 따른 자연에 머물고 있어 답답했다. 동심의 시각을 유지하면서도 시의 격조를 갖춘 참신한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최종적으로 함영균·신희·하미경·김경련·한수유·김영두의 작품을 가려냈다. 함영균의 '할머니의 고갯마루'는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건강하게 그려냈으나 흔한 발상이라는 것이 맘에 걸렸다. 신희의 '시인이 될 아이'는 책을 읽으면서 마음껏 상상을 펼치는 아이의 동심을 시적으로 표현했다. 하지만 상상이 너무 상식적이었다. 하미경의 '뭉게구름에게'는 뭉게구름이라는 말에서 연상하여 펼쳐가는 동심적인 상상이 미소를 짓게 하는 귀여운 작품이었다. 그러나 상투적인 비유가 단점이었다. 김경련의 '사진 속으로 풍덩'은 아빠의 딸에 대한 사랑을 흐뭇하고 자연스럽게 잘 그렸으나 너무 평범한 것이 흠이었다. 한수유의 '신문 한장'은 특이한 소재를 참신하고 재치 있게 표현했지만 내용이 약했다. 김영두의 '철이네 우편함'은 산골 강마을 우편함에 둥지를 틀고 새끼를 친 산새를 배려하는 철이 아빠의 따스한 마음씨가 잔잔한 감동의 울림을 주는 작품이었다. 호기심 많은 산골 아이의 순박한 마음도 가슴에 와 닿았다. 한 편의 동화를 읽는 듯한 느낌을 주는 아름다운 정경과 따스한 마음이 어우러진 수채화 같은 작품이다.

심사위원 : 이준관·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