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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굿샷! 쭈글이 / 도희주

 

식은 어묵을 먹다 말고 뛰기 시작했어. 검은색 승용차가 언덕길을 올라오고 있거든. 놓치지 않으려고 있는 힘을 다해 나는 뛰었지.

"저 녀석 또 뛰네!"

그런데 승용차는 경적을 날카롭게 울리며 내 앞을 휙 하고 스쳐 가고 말았어. 한 걸음만 빨리 뛰었으면 바퀴 아래로 들어갈 뻔 했지.

"쭈글아! 괜찮아?"

김밥 아줌마 목소리가 경적소리보다 크게 들렸어. 나도 놀랐지만 김밥 아줌마와 요구르트 아줌마가 더 놀랐나 봐. 두 아줌마는 횡단보도 앞에서 수레에 파라솔 쳐놓고 장사를 하고 있어. 여긴 골프장과 등산로가 있어 늘 사람들이 붐벼.

나는 멀어져가는 자동차를 물끄러미 바라봤어. 비슷했지만, 내가 기다리는 차는 아닌 것 같아. 그런데 이번엔 배달통을 든 오토바이 한 대가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내 꼬리를 스치고 쌩 지나가는 거야.

"쭈글이 죽겠다!" 

"저 집에 짜장면 시키지 마!"

쭈글이. 김밥 아줌마가 붙여준 나의 새로운 이름이지. 난 불도그 샤페이 종으로 얼굴과 발에 주름 많은 게 특징이야. 하지만 내 이름은 굿샷. 이곳에서 내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두 아줌마를 만난 지 한 달이 됐어. 한 달 전엔 넓은 마당에 퍼팅 연습 홀이 있고 바다가 보이는 이층집에서 살았지. 외출 때는 예쁜 신발을 신었어. 선택된 개만 간다는 애견유치원도 다녔고. 그런데 여기서 뭐 하냐고? 나도 그게 궁금해. 어느 날 주인이 이곳에 나를 내려놓고 가버렸어. 그게 다야.

지금은 종일 오가는 검은색 승용차를 관찰하는 게 내 일과야. 주인이 이 골프장 고객이거든. 언제라도 굿샷! 하며 주인이 차에서 내리면 나는 빠르게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지. 내 이름 굿샷은 공을 잘 쳤다는 뜻이야.

쫓겨났다고? 아냐. 벌을 조금 받고 있는 걸 거야. 주인 아들이 마당에서 테니스공을 던지면 나는 잽싸게 뛰어가서 공을 물고 왔어. 주인 아들은 잘했다며 쿠키를 하나씩 주곤 했지.

주인아저씨가 잔디 마당에서 퍼팅을 할 때도 골프공이 홀에 가 닿기도 전에 얼른 물어다가 주인 앞에 놓았지. 쿠키를 안 주더군. 다음번엔 더 빨리 물어 왔지. 그랬더니 주말에 나를 여기 내려두고 가는 거야. 내 속도가 마음에 안 들었나 봐. 주인이 용서해주면 나는 더 빨리 공을 물어오겠다고 약속할 거야.

턱 괴고 졸다가 눈을 떴어. 주인아줌마와 같은 화장품 냄새. 여자가 김밥을 사고 있네. 그런데 커다란 선글라스 때문에 얼굴을 잘 알아볼 수가 없어, 뒤따라가다 나란히 걷다 하며 몇 번 올려다봤지만 나를 본 체도 않아. 등산로를 따라 한참 갔지만 눈길 한 번 주지 않기에 앞을 막아서며 나를 좀 보아달라고 짖었지.

"올! 올!"

그런데 스틱을 휘두르며 위협하더군. 주인아줌마는 분명 아니었어. 내게 그럴 리가 없거든.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런데 여기까지 올라오긴 처음이야. 등산로의 음식점 앞에 누런색 개가 나를 보네. 개 껌을 질겅거리다가 일어나서 내게 슬슬 다가 와.

"처음 보는데, 어디서 왔냐?"

나는 못 본 척 시선을 딴 데로 향했지. 남의 영역에서는 조심해야 돼. 조금이라도 제 영역을 침범한다고 생각하면 사정없이 달려들어 깨물어 버리니까.

"딱 보니까 버림받았네."

"아냐. 주인 잃은 거지. 금방 찾을 거다."

"버림받은 놈들은 다 그렇게 말해."

덩치는 나보다 조금 큰데 특징이 없는 게 똥개가 분명해. 그런 생각을 하니 내 처지가 더 한심하네. 어쩌다 똥개한테까지 멸시를 당하다니.

그때 음식점 주인이 녀석에게 사료 한 그릇을 담아주고 내게 다가왔어. 축 늘어진 눈꺼풀을 걷어 올리더니 내게도 사료 한 그릇을 따로 주네.

"쯧쯧, 어쩌다가 이렇게 더러워졌어. 많이 먹어둬라."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 예전엔 사람들의 친절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한 달쯤 혼자 생활해보니 그게 아니었어. 발로 차지를 않나 침을 뱉지를 않나. 먹을 걸 주는척하다가 가까이 가면 한 대 때리는 인간도 있어. 그래서 모든 사람이 내게 잘 해주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았지.

음식점 주인의 마음은 고마웠지만 한 입 깨물었다가 살짝 뱉었어. 너무 거칠어. 이렇게 딱딱한 것은 먹어본 적이 없거든. 부드러운 것만 먹어서 이가 약해진 거 같아.

"너무 굶어서 사료도 못 먹나 봐. 백숙 국물에 밥 좀 말아줄까?"

국에서 닭 냄새가 났어. 우리 주인은 밥에 부드러운 닭 가슴살 스테이크를 얹어줬지. 그 생각을 하니 또 눈물이 나지만 이제 그런 행복했던 기억은 한동안 잊어야 해.

"불쌍해라. 여기서 우리 누렁이랑 같이 살래?"

음식점 주인이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들어가네. 주인의 행동을 살피던 누렁이가 갑자기 친한 척했어.

"갈 데 없거든 여기 있어."

"주인 찾아야 해."

"못 찾을걸."

"어떻게 알아?"

"나도 작년에 버림받았거든." 

"너도 주인아저씨 공 물어왔어?"

"아니, 어릴 땐 귀여웠는데 키워보니 똥개라고." 

내가 쳐다보니까 누렁이가 얼른 내 귀에 바짝 대고 조용히 말하는 거야.

"이거 비밀이다.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웃음이 나올 뻔했어. 비밀이라고? 누가 봐도 귀는 처지고 눈은 힘이 없고 털은 누레서 그냥 똥개인데. 하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였어.

"절대 말 안 할게."

"배고프면 언제든지 와."

친구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좀 나아졌어. 물론 예전 같으면 똥개하고 친구는 절대 하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사귀어보니 예전에 똥개들을 가볍게 봤던 게 미안해졌어. 이게 다 사람들이 만든 편견이라는 걸 알았지.

돌아오는 길에 골프장 쪽으로 가던 차의 창문으로 몰티즈가 날 보고 있네. 예쁘게 털을 깎고 리본까지 한 몰티즈가 낯이 익어. 아 이런, 예전 미용실 친구야. 한 달 넘게 목욕을 못 해 지저분한 내 모습을 어떻게 생각할까. 너무 창피해 뛰기 시작했어. 한참 뛰다 보니 파라솔 아래 김밥 아줌마가 보여. 언제부턴가 김밥 아줌마를 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고 있어.

김밥 아줌마의 의자 밑에 들어가서 웅크리고 앉으니 포만감으로 졸음이 몰려와. 등산로를 오르내리느라 피곤하기도 했지.

많이 잤나 봐. 눈 뜨니 해가 지고 있네. 빗방울도 하나씩 떨어져. 김밥 아줌마는 파라솔을 접고 장사 마무리 중이야. 등산로 입구는 해가 지면 사람이 안 다니거든. 요구르트 아줌마가 자신의 작은 수레를 끌고 먼저 일어나 손을 흔들었어.

"먼저 가요. 쭈글아, 내일 보자!"

잠시 후 김밥 아줌마도 팔다 남은 것을 그릇과 함께 작은 손수레에 옮겨 싣고 파라솔을 접은 후 큰 손수레를 두꺼운 천으로 덮고 줄로 단단히 묶었어. 그리고 나를 바라보는 거야.

"오늘도 우리 집 안 갈래? 우리 애가 너 보고 싶대."

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김밥 아줌마는 섭섭한 표정이야. 하지만 어떡해. 만약 주인이 날 찾으러 왔을 때 없으면 걱정하잖아.

아줌마는 손수레를 끌고 언덕길을 내려갔어. 비가 조금씩 더 많이 와. 이런 날은 금방 어두워지지. 언덕 아래 주택가에 하나씩 불이 켜지네. 그 따뜻한 불빛이 오히려 나를 우울하게 만들어.

밤이면 여기는 무법천지가 돼. 여기저기 몸을 감추고 있던 유기견들이 나타나는 거야. 덩치 큰 개가 작은 개를 잡아먹었다는 소문도 있어. 나처럼 작은 개들에게 여기는 위험한 곳이지. 그냥 오늘도 무사하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김밥 아줌마가 저녁으로 그릇에 담아준 어묵이 식어가지만, 오늘은 먹고 싶지 않아. 주인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어. 정말 나를 버린 걸까? 그 생각만 자꾸 나는 거야. 항상 나를 예쁘게 꾸며주고 최고급 음식만 주었지. 그런데 왜 나를 버렸을까?

밤새 주인아저씨 골프공 물어오는 꿈을 꿨어. 아주 빠르게.

 "쭈글이, 비 오는데 잘 잤어?"

새벽이 되면서 비가 그치더니 아침엔 완전히 맑은 하늘이야. 아줌마가 평소보다 일찍 왔다는 건 주말이라는 뜻이지. 새벽 산에 갔다 오는 등산객들이 김밥이나 어묵을 찾거든. 아줌마가 마른 수건을 꺼내 내 몸을 닦아 줬어.

"어유, 다 젖었네. 감기 걸릴라. 얼른 따뜻하게 어묵 데워줄게."

식은 어묵 그릇을 비운 뒤 아줌마가 따뜻한 국물에 새 어묵 몇 개를 넣어줬어. 한 그릇 뚝딱 비우고 나니 몸이 따뜻해지고 기분이 좋아지네. 주말이라 등산객들이 일찍 붐비더니 골프장 가는 차들이 하나씩 보여.

그때 내 머리가 뜨끔 하는 느낌이 드는 거야. 눈앞을 붕, 하고 스쳐 가는 검은 승용차. 아, 저 차야!

"쭈글이, 또 뛰냐!"

나는 검은 승용차를 따라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어. 이럴 때 다리가 짧은 게 화가 나. 그런데 승용차가 갑자기 멈추는 거야. 나는 단숨에 차에 가까이 갔지.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차 뒷문이 열리더니 누가 내렸거든. 누군지 맞춰봐. 맞아! 주인 아들이야. 그리운 얼굴. 주인 아들이 소리쳤어.

"아빠 굿샷 맞아요! 얘가 아직 여기 있었네."

주인 아들은 차 안에서 내가 따라오는 것을 봤나 봐. 그래서 차를 세운 거야. 그리움에 나는 주인 아들의 품으로 뛰어오르며 손을 핥았어. 어라, 근데 갑자기 주인 아들이 뒷걸음치며 표정이 변하는 거야.

"이게 왜 이래, 더럽게!"

그래도 나는 반가움에 주인의 신발을 핥고 바지를 물었어. 물론 살짝 물었지.

"아니 이게 어딜. 나이스샷, 물어!"

그러자 열린 뒷문으로 크르렁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덩치 큰 리트리버가 튀어나와서 내 귀를 덥석 무는 거야. 나는 깨갱 하고 주저앉았어. 주인 아들이 그만! 하고 소리치자 녀석은 내 귀를 놓아줬어, 나를 한 번 더 쓱 쳐다보던 주인 아들은 머리를 긁더니 나이스샷이라는 이름의 덩치와 차를 타고 가버렸어.

"얘 귀가 왜 이래!"

"호랑이한테 물렸나 봐!"

"에이, 호랑이가 어딨다고."

김밥 아줌마와 요구르트 아줌마가 내 귀에서 흐르는 피에 깜짝 놀라 식당에 가서 반창고와 바르는 약을 얻어왔어.

귀는 치료받았지만, 마음까지 치료가 된 건 아니야. 나는 한없이 슬퍼 손수레 아래로 기어들어가 혼자 끙끙 울었어.

긴 하루가 지나고 해가 서서히 질 때까지 나는 꼼짝도 않고 그렇게 있었지. 김밥 아줌마가 두 번이나 식은 밥그릇을 갈아주었지만, 어묵 하나 먹은 게 다야. 슬픈 게 아니라 마음이 아팠어. 뭐, 나이스샷이라고? 흥이다.

해가 지고 김밥 아줌마는 오늘 장사 마무리 중이야. 걱정스러운 눈으로 자꾸 나를 보면서. 앞발에 턱을 괴고 나는 그냥 힘없이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어. 아줌마가 내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네.

"오늘은 우리 집에 가서 자자."

나는 힘이 없어 가만히 있었어. 그랬더니 아줌마는 나를 안아 손수레 위에 태웠어. 드륵 드륵 손수레가 흔들릴 때마다 하늘이 흔들리고 아줌마 얼굴도 흔들렸어.

언덕 아래 오래된 주택의 일층 구석진 방이 아줌마가 사는 곳이었어. 입구가 어둡고 문도 낡아서 솔직히 들어가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 내가 지친 몸으로 어딜 가겠어. 가만있었지. 그런데 문이 열리고 아줌마가 쭈글이 왔다! 하고 소리치는 순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어. 방문이 우당탕 열리더니 소녀 셋이 튀어나온 거야.

"와, 쭈글이다!"

"진짜 쭈글쭈글, 너무 귀여워!"

"싫어, 내가 먼저 안을 거야!"

초등학생과 중학생쯤으로 보이는 소녀 셋이 나를 서로 뺏으려 해서 놀라 피곤이 다 달아났어.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욕실에 데려가더니 더운물에 풍덩 담그고 샴푸로 씻고 드라이어로 말리고 법석을 떠는 거야. 다친 귀에 약을 바르고 반창고를 갈더니 온몸에 로션까지 발라주더라고.

이불 위에 올려놓고 소녀 셋이 내 손과 발 그리고 턱밑의 주름을 폈다 쭈그렸다 하며 신기해 하는 거 있지. 아, 정말 얼마 만에 느껴보는 따스함인지. 번갈아가며 내 입에 뽀뽀를 하더라고. 아이쿠, 아까 어묵 건더기 하나 먹고 양치질도 안 했는데. 미안.

예전 집은 모든 게 고급이었지만, 이처럼 시끌벅적하지는 않았어. 치킨을 먹으면서 서로 내 입에 치킨을 자꾸 밀어 넣어서 배 터지는 줄 알았다니까. 그날 밤 나는 소녀들 틈바구니에서 따뜻한, 정말 모처럼 따뜻한 잠을 잘 수 있었어. 막내가 꿈꾸는지 자면서 쭈글아, 하고 내 이름을 부르네. 아마 영원히 그게 내 이름이 될 것 같은 느낌이야. 아주 좋은 느낌.

새날이 밝았어.

아침에 날 서로 안겠다고 법석거리다가 엄마한테 한 소리 들은 소녀들이 학교 갈 준비 끝내고 번갈아서 내 뺨에 뽀뽀했어.

"공부하다가 보고 싶으면 어떡해!"

"저녁에 보자, 쭈글아!"

"엄마, 쭈글이 잘 먹여."

손수레 위에서 흔들리며 언덕길을 오르는 내 기분은 어제와는 완전히 딴판이야. 어떠냐고? 가족이 생겼잖아. 이제 외로움 끝 행복 시작이라는 걸 느끼고 있어. 이따가 식당의 누렁이에게 가서 자랑해야지. 이거야말로 굿 샷이잖아? 다시는 차를 따라 뛰는 일 없을 거야.



<당선소감>

 

늘 출발이 늦었던 나, 제 때 기차에 오른 기분

 

비행기나 자동차보다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합니다. 어릴 때부터 기적을 울리며 달리는 기차를 바라보면서 기차가 닿는 다른 세상을 상상했습니다. 만화영화를 너무 봤는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되어 막상 기차를 타려 하면 항상 기차는 나보다 먼저 출발했습니다. 나는 늘 늦게 출발하고 늦게 도착합니다. 직장 생활을 하다가 남보다 늦게 대학을 갔고, 남보다 늦게 글을 쓰기 시작했고, 남보다 늦게 세상을 알아갔습니다.

글을 쓰고 있으면 내가 탄 기차 창밖으로 잠시 논과 밭이 보이고 집들이 보이고 자동차가 보이다가 이내 사라집니다. 그다음엔 강아지가 달려가고 달팽이가 달려가고 아이들이 달려가고 별이 달려갑니다. 내가 탄 기차도 그들의 세상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눈을 뜨면 기차는 나보다 이미 먼저 떠났습니다. 나는 그냥 현실에 던져져 있을 뿐.

원고를 부치고 올 때면 허전합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기차는 떠났고 잠시 상상의 즐거움을 갖지만 길게 가지는 않습니다. 나는 곧 현실에 던져질 것을 알기 때문이지요. 차라리 다음 차편을 준비하는 게 마음 편합니다. 늘 그랬듯이.

저녁 무렵 청소기 필터를 갈다가 받은 한 통의 전화에 머리가 아득해졌습니다. 전화기에서 어릴 때 들었던 기차의 기적(汽笛)소리가 둔탁하게 울렸습니다. 그리고 곧 기적(奇跡)이 일어났음을 알려왔습니다.

이제 제대로 기차에 탄 것 같습니다. 제 손에 따끈한 승차권을 쥐여주신 심사위원님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 약력

▶ 1968년 경남 창원 출생.

▶ 창원문성대 아동청소년복지과.
▶ 2007년 '아동문예' 동화 당선, 2009년 '문학예술' 시 당선.
▶ 7년간 방과후학교 한자 강사로 활동.
▶ 경남아동문학회 등 회원.



<심사평>

 

환상세계에 현실 담아…제대로 된 순수동화

 

심사위원 두 사람은 응모된 작품을 나눠 예심에 들어갔다. 여기서 추려진 십여 편씩의 작품을 다시 정독했고, 그중에서 결심에 오를 작품을 또 추려냈다. 그런 후 결심에서는 올라온 작품을 가지고 깊은 토론을 했다.

최종 결심에서 끝까지 토론의 대상이 된 작품은 '9번에서 9번까지' '어미 개' '마귀할멈의 꽃밭' '굿샷! 쭈글이'였다. 이 중 단점이 가장 적은 도희주 씨의 '굿샷! 쭈글이'를 당선작으로 뽑는 데 두 사람은 의외로 쉽게 합의했다. 작품을 보는 눈이 비슷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사람 대신 '쭈글이'라는 개가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부잣집에서 호강하며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던 개가 끝내 배반당하고 마는 줄거리다. 과잉 충성을 바치던 개의 입장에서 인간의 비정함을 고발한다. 개의 이야기지만, 주인공을 사람으로 환치시켜도 잘 어울리는 인간의 이야기가 된다.

동화는 이처럼 인간 외적인 것의 이야기를 다뤄도 인간에 들어맞는 다면성을 가져야 좋다. 동화는 산문의 범주 안에 들지만, 소설과는 달리 시에 가까운 장르다. 그게 동화의 특성이다. 요즘은 생활동화로 쏠림 현상이 너무 커 순수동화를 찾기가 힘들다. 순수동화는 대부분 환상적인 요소가 들어간다. 환상이라 해서 허망한 꿈 이야기로 그쳐서는 안 되고, 환상 속에 리얼리티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동화 쓰기가 어려운 것이다.

'굿샷! 쭈글이'는 많이 다뤄진 소재와 주제인데도 돋보이는 구성과 문장력으로 흔함 속에서도 새로움을 내보였다. 동화 특성에 다가가려 애썼다. 군더더기 없는 짧은 문장은 박진감과 다음 내용에 대한 궁금증을 갖게 했다. 긴 설명 없이도 적절한 한두 문장으로 주인공의 절박한 심리나 주변상황을 충분히 짐작게 했다. 작품 곳곳에서 글을 많이 다뤄본 솜씨가 엿보였다. 두 사람은 이 작품에서 앞으로 동화다운 동화를 많이 쓸 수 있겠다는 작가의 가능성까지도 읽었다. 그래 당선작으로 밀었다. 축하한다! 


심사 : 배익천· 이동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