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일 - 눈썹이라는 가장자리 [2016 '제9회 '웹진 시인광장 선정 올해의 좋은 시' 賞 수상시]
눈썹이라는 가장자리
- 2015 봄
눈동자는 일년간 내린 눈물에 다 잠겼지만, 눈썹은 여전히 성긴 이엉처럼 눈동자 위에 얹혀 있다. 집 너머의 모래 너머의 파도 너머의 뒤집힌 봄.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는 바람의 눈썹이다. 바람은 지구의 눈썹이다. 못 잊을 기억은 모래 한 알 물 한 방울까지 다 밀려온다. 계속 밀려온다. 쉼 없이 밀려온다. 얼굴 위로 밀려온다. 눈썹은 감정의 너울이 가 닿을 수 있는 끝. 일렁이는 눈썹은 표정의 끝으로 밀려간다. 눈썹은 몸의 가장자리다. 매 순간 발끝에서부터 시작된 울음이 울컥 모두 눈썹으로 밀려간다. 눈썹을 가리는 밤. 세상에 비도 오는데, 눈썹도 없는 생물들을 생각하는 밤. 얼마나 뜬 눈으로 있으면 눈썹이 다 지워지는가에 대해서 생각하는 밤. 온몸에 주운 눈썹을 매단 편백나무가 바람을 뒤흔든다. 나무에 기대 앉아 다 같이 뜬 눈으로 눈썹을 만지는 시간이다.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의 털과 다르게 눈썹은 몸의 가장자리인 얼굴에, 얼굴의 변두리에 난다. 눈썹은 사계절 모두의 얼굴에 떠 있는 구름이다. 작은 영혼의 구름이다. 비구름처럼 낀 눈썹 아래, 새까만 비웅덩이처럼 고인 눈동자 속에, 고인의 눈동자로부터 되돌아 나가는 길은 이미 다 잠겼다. 저기 저 멀리 고인의 눈썹이 누가 훅 분 홀씨처럼 바람타고 날아가는 게 보이는가? 심해어처럼 더 깊은 해저로 잠수해 들어가는 게 보이는가? 미안하다. 안되겠다. 먼 길 간 눈썹을 다시 붙들어 올 수 없다. 얼굴로 다시 데려와 앉힐 수 없다. 짝 잃은 눈썹 한 짝처럼 방 가장자리에 모로 누워 뒤척이는 사람. 방 한가운데가 미망의 동공처럼 검고 깊다. 눈물이 다 떨어지고 나자 눈썹이 한올 한올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 사람의 가장자리에는 누가 심은 편백나무가 한 그루.
그 위에 앉아 가만히 눈시울을 핥는 별이 한 마리.
월간 『현대시학』 2015년 6월호 발표
김중일 시인
1977년 서울애서 출생. 200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부문에 〈가문비냉장고〉가 당선되어 등단. 시집으로 『국경꽃집』(창비, 2007)과 『아무튼 씨 미안해요』(창비, 2012), 『내가 살아갈 사람』(창비, 2015)이 있음.
■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6 올해의 좋은 시 1차 선정 100選
순서
| 이름 | 제목 | 구분 |
1 | 강서완 | 밀밭소나타 | 계간 『애지』 2014년 겨울호 발표 |
2 | 강영은 | 거울의 방향 | 월간 『현대시학』 2015년 4월호 발표 |
3 | 고영민 | 식물 | 계간 『POSITION』 2014년 가을호 발표 |
4 | 고은강 | 비문들 | 계간 『창작과 비평』 2014년 가을호 발표 |
5 | 구현우 | 회색 | 계간 『창작과 비평』 2015년 여름호 발표 |
6 | 권행은 | 물의 주소 | 계간 『다층』 2014년 가을호 발표 |
7 | 금시아 | 안개는 사람을 닮았다 | 월간 『시와 표현』 2015년 3월호 발표 |
8 | 기 혁 | 무운시 | 격월간 『시사사』 2014년 9~10월호 발표 |
9 | 김규진 | 달걀에 대한 명상 | 계간 『작가세계』 2014년 겨울호 발표 |
10 | 김나영 | 코르셋 | 월간 『유심』 2014년 11월호 발표 |
11 | 김대호 |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기 위해 아무거나 한다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4월호 발표 |
12 | 김미정 | 혀 | 계간 『미네르바』 2014년 겨울호 발표 |
13 | 김백겸 | 명자꽃 | 월간 『시와 표현』 2015년 6월호 발표 |
14 | 김선재 | 어떤 날의 사과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월호 발표 |
15 | 김승일 | 9시간 동안 읽어야 하는 시 | 월간 『유심』 2014년 7월호 발표 |
16 | 김 안 | 디아스포라 | 월간 『현대시학』 2014년 11월호 발표 |
17 | 김언희 | 一者 | 계간 『창작과 비평』 2015년 가을호 발표 |
18 | 김유석 | 유월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3월호 발표 |
19 | 김은상 | 트락타트 | 월간 『현대시』 2015년 4월호 발표 |
20 | 김이듬 | 나는 춤춘다 | 계간 『포엠포엠』 2015년 봄호 발표 |
21 | 김재근 | 저녁의 부력 | 계간 『세계의 문학』 2015년 여름호 발표 |
22 | 김중일 | 눈썹이라는 가장자리 | 월간 『현대시학』 2015년 6월호 발표 |
23 | 김지녀 | 폭이 좁고 옆으로 긴 형식 | 월간 『유심』 2015년 4월호 발표 |
24 | 김지요 | 물메기를 읽다 | 계간 『불교문예』 2014년 가을호 발표 |
25 | 김지율 | 멀리서 온 책 | 월간 『현대시』 2015년 4월호 발표 |
26 | 김 춘 | 도둑게 별자리 | 계간 『미네르바』 2015년 여름호 발표 |
27 | 김행숙 | 잠들지 않는 귀 | 계간 『시산맥』 2014년 겨울호 발표 |
28 | 김혜순 | 바람의 장례 | 계간 『창작과 비평』 2015년 봄호 발표 |
29 | 나희덕 | 가라앉은 자와 구조된 자 | 계간 『발견』 2014년 가을호 발표 |
30 | 박남희 | 환유악기점 | 계간 『POSITION』 2015년 여름호 발표 |
31 | 박상순 | 밤의 누드 | 계간 『시인수첩』 2015년 여름호 발표 |
32 | 박서영 | 월력 | 월간 『시와 표현』 2015년 2월호 발표 |
33 | 박수현 | 매미 | 계간 『포엠포엠』 2014년 겨울호 발표 |
34 | 박연준 | 당신이 물고기로 잠든 밤 | 월간 『유심』 2015년 2월호 발표 |
35 | 박용하 | 싫어한다는 말 |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4년 여름호 발표 |
36 | 박은정 | 아내의 과일 | 계간 『문학 · 선』 2014년 겨울호 발표 |
37 | 박정대 | 말을 타고 이고르가 온다 | 월간 『시와 표현』 2015년 6월호 발표 |
38 | 박지웅 | 어깨너머라는 말은 | 계간 『시인동네』 2015년 가을호 발표 |
39 | 박진성 | 물속의 눈보라 | 계간 『시작』 2014년 가을호 발표 |
40 | 반칠환 | 눈길 | 계간 『시와 경계』 2014년 가을호 발표 |
41 | 배수연 | 오렌지빛 줄무늬 교복 | 계간 『열린시학』 2014년 봄호 발표 |
42 | 서안나 | 나는 물을 이렇게 고쳐쓴다 | 계간 『애지』 2015년 봄호 발표 |
43 | 송종규 | 방어가 몰려오는 저녁 | 계간 『시와 표현』 2015년 겨울호 발표 |
44 | 송찬호 | 울부짖는 서정 | 웹진 『22세기 시인』 2015년 여름호 발표 |
45 | 신용목 | 산책자보고서 | 계간 『애지』 2014년 겨울호 발표 |
46 | 신철규 | 바벨 | 계간 『21세기 문학』 2014년 겨울호 발표 |
47 | 심언주 | 사과에 도착한 후 |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4년 가을호 발표 |
48 | 안 민 | 나와 나의 분인分人과 겨울에 갇히던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2월호 발표 |
49 | 안차애 | 사랑의 방식 | 계간 『문학과 창작』 2015년 여름호 발표 |
50 | 안현미 | 깊은 일 | 월간 『문학사상』 2015년 2월호 발표 |
51 | 안희연 | 파랑의 습격 | 월간 『현대시학』 2014년 4월호 발표 |
52 | 우진용 | 치국약사문 | 격월간 『시사사』 2014년 11~12월호 발표 |
53 | 유미애 | 입체적 눈물 | 계간 『시와 정신』 2015년 봄호 발표 |
54 | 유병록 | 사과 | 월간 『현대시』 2015년 6월호 발표 |
55 | 유홍준 | 유골 | 계간 『작가세계』 2014년 가을호 발표 |
56 | 윤의섭 | 필담 | 월간 『시와 표현』 2015년 3월호 발표 |
57 | 이기성 | 혁명의 기술 | 계간 『작가들』 2014년 겨울호 발표 |
58 | 이기철 | 만질 수 없는 평화 | 월간 『현대시』 2014년 12월호 발표 |
59 | 이 령 | 손바닥으로 읽는 태초의 아침 | 월간 『현대시』 2014년 12월호 발표 |
60 | 이미산 | 엘리베이터 | 계간 『시와 미학』 2015년 봄호 발표 |
61 | 이병일 | 검은 구두의 시 | 월간 『현대시학』 2015년2월호 발표 |
62 | 이병철 | 비의 미장센 | 월간 『현대시학』 2015년 9월호 발표 |
63 | 이수명 | 통영 | 월간 『현대시학』 2015년 5월호 발표 |
64 | 이승희 | 모든 가구는 거울이다 | 계간 『예술가』 2015년 봄호 발표 |
65 | 이용한 | 한밤의 멍키스패너 | 계간 『창작과 비평』 2014년 가을호 발표 |
66 | 이 원 | 사월四月 사월斜月 사월死月 | 계간 『시와 사상』 2015년 여름호 발표 |
67 | 이은규 | 매화, 풀리다 | 계간 『발견』 2014년 봄호 발표 |
68 | 이은림 | 월하정인 | 계간 『POSITION』 2014년 겨울호 발표 |
69 | 이응준 | 쓸쓸한 서문을 쓰고 있는 밤 | 계간 『문예중앙』 2015년 봄호 발표 |
70 | 이장욱 | 표백 | 계간 『시인동네』 2015년 여름호 발표 |
71 | 이혜미 | 목련이 자신의 극을 모르듯이 | 계간 『창작과 비평』 2014년 겨울호 발표 |
72 | 임 봄 | 백색-모서리를 읽다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3월호 발표 |
73 | 임솔아 | 아홉 살 |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5년 가을호 발표 |
74 | 임승유 | 화단 만드는 방법 | 월간 『현대시학』 2015년 2월호 발표 |
75 | 장상관 | 미필적 고의 | 계간 『시산맥』 2014년 가을호 발표 |
76 | 장성혜 | 흰 곰은 곰이 아니다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6월호 발표 |
77 | 정끝별 | 소금 인간 | 계간 『문학동네』 2015년 봄호 발표 |
78 | 정다인 | 분다 | 계간 『시로 여는 세상』 2015년 가을호 발표 |
79 | 정숙자 | 이슬프로젝트 9 | 계간 『시작』 2014년 겨울호 발표 |
80 | 정용화 | 서투른 다정 | 계간 『문학청춘』 2014년 봄호 발표 |
81 | 정원숙 | 분서焚書 | 계간 『포엠포엠』 2015년 봄호 발표 |
82 | 정채원 | 피, 피아노 | 계간 『詩로 여는 세상』 2014년 가을호 발표 |
83 | 조동범 | 렌트 | 계간 『미네르바』 2014년 가을호 발표 |
84 | 조말선 | 감수성 | 웹진 『시인불멸』 2015년 반년간 상반기호 발표 |
85 | 조연향 | 복면의 나날 | 월간 『시와 표현』 2015년 6월호 발표 |
86 | 조용미 | 질서의 구조 | 계간 『문학의 오늘』 2015년 여름호 발표 |
87 | 조정인 | 리비도의 미소 | 계간 『시와 표현』 2014년 겨울호 발표 |
88 | 채상우 | 波瀾(파란) | 계간 『시와 세계』 2014년 가을호 발표 |
89 | 최금진 | 어린이들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0월호 발표 |
90 | 최문자 | 구름 애인 | 월간 『유심』 2015년 7월호 발표 |
91 | 최서진 | 줄넘기 | 계간 『딩아돌하』 2015년 여름호 발표 |
92 | 최호일 | 일반일들 | 계간 『애지』 2015년 가을호 발표 |
93 | 최형심 | 물속의 요람 | 계간 『시와 미학』 2015년 봄호 발표 |
94 | 한인준 | 무게 | 계간 『시산맥』 2014년 겨울호 발표 |
95 | 한헤영 | 거대한 밥 | 계간 『시인수첩』 2015년 가을호 발표 |
96 | 함기석 | 수학자 누Nu 7 | 웹진 『시인불멸』 2015년 반년간 상반기호 발표 |
97 | 허 민 | 끝나지 않은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2월호 발표 |
98 | 허은희 | 손바닥을 벗어난 편자 | 계간 『시산맥』 2014년 여름호 발표 |
99 | 홍일표 | 부서진 귀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월호 발표 |
100 | 황주은 | 깊이를 알 수 없는 운동장 | 월간 『현대시』 2014년 11월호 발표 |
■ 웹진 시인광장 선정 2016 올해의 좋은 시 2차 선정 10選
순서
| 이름 | 제목 | 구분 |
1 | 신용목 | 산책자보고서 | 계간 『애지』 2014년 겨울호 발표 |
2 | 박진성 | 물속의 눈보라 | 계간 『시작』 2014년 가을호 발표 |
3 | 박수현 | 매미 | 계간 『포엠포엠』 2014년 겨울호 발표 |
4 | 이혜미 | 목련이 자신의 극을 모르듯이 | 계간 『창작과 비평』 2014년 겨울호 발표 |
5 | 홍일표 | 부서진 귀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1월호 발표 |
6 | 김중일 | 눈썹이라는 가장자리 | 월간 『현대시학』 2015년 6월호 발표 |
7 | 김 안 | 디아스포라 | 월간 『현대시학』 2014년 11월호 발표 |
8 | 고영민 | 식물 | 계간 『POSITION』 2014년 가을호 발표 |
9 | 김지녀 | 폭이 좁고 옆으로 긴 형식 | 월간 『유심』 2015년 4월호 발표 |
10 | 김유석 | 유월 | 웹진 『시인광장』 2015년 3월호 발표 |
평소 자주 방문하는 웹진 시인광장.
2016 올해의 좋은 시는 정말 좋은 시란 생각이 든다.
김중일 시인의 담담한 시가 가슴에 쏙 박힌다.
한 동안 그의 시를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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