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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필승 최원도 / 정순희

 

  책상 줄을 맞추던 원도가 바깥을 보다가 흠칫했다.

"오늘 미꾸라지 잡으러 갈 거니까 학교 마치면 퍼뜩 오너래이."

아침에 책가방을 메던 원도에게 단단히 이르던 할머니가 교문 앞에 서 있었다. 원도는 그만 짜증이 났다. 학교 마치고 아이들이랑 공군 부대의 전투기를 구경하기로 약속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원도야, 어떻게 할래?"

준기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너희들 먼저 가라. 난 조금 이따가 갈게."

아이들을 보낸 뒤, 원도는 학교 뒷문으로 도망을 쳤다.

원도가 부대 담벼락으로 가자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할머니가 '5학년 우리 원도 못 봤나?' 묻길래 모른다고 했어."

"잘했다!"

준기는 거짓말 한 것이 불편해서 얼굴을 찌푸렸지만 원도는 덤덤했다.

담장에 붙어 아이들이 엎드리고 맨 먼저 준기가 올라섰다.

", 전투기다!"

준기 목소리가 붕 떴다. 그 다음 원도 차례였다.

"하나, , …… , 열 대도 넘는다."

원도는 나란히 줄지어 선 전투기의 우람한 모습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나머지 아이들도 차례를 바꿔가며 전투기 구경을 마쳤다.

그제서야 원도는 걱정이 되었다. 할머니가 불같이 화를 낼 것 같아 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부대 담벼락을 따라 찻길로 갔다. 부대 옆에 있는 학교가 찻길에서는 자그맣게 보였다. 불로교를 지났다. 시장 큰길을 한참 걸어 장터로 들어갔다. 장터 삼거리에서 준기와 헤어지고 원도는 혼자 터덜터덜 걸었다. 엄마가 일하는 막걸리 공장 간판이 보였다. 집에서 가까워 엄마는 퇴근하면 금방 뛰어왔다. 고분군으로 가는 골목 끝 집, 허름한 스레트지붕 앞에 섰다. 원도 네 집이었다.

원도는 방에 들어가 알림장을 폈다. '글라이드 대회 신청서'가 툭 떨어졌다.

잠시 뒤, 할머니 목소리가 들렸다.

"이노무 자쓱, 제철에 한 푼이라도 벌라 카는데 니는 우째 할미 말을 이리도 안 듣노?"

원도는 겁먹은 표정으로 방문을 열었다. 얼굴에 진흙을 묻힌 채 장화와 주전자를 담은 고무통을 이고 할머니가 서 있었다.

"이거 좀 받아 보거래이."

할머니가 무릎을 굽혔다. 원도는 좁은 마루에 서서 할머니를 도와 고무통을 내렸다. 주전자에서 미꾸라지 파닥거리는 소리가 났다.

"내일 장에 낼 때까지 잘 살아 있으래이."

할머니는 주전자 뚜껑을 열고 미꾸라지한테 말을 했다.

다음 날 아침, 원도가 일어났을 때 할머니는 벌써 미꾸라지를 들고 장에 가고 없었다. 엄마는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원도가 글라이더 대회 신청서를 내밀었다.

"안 된다."

엄마는 보자마자 반대부터 했다.

"올해는 꼭 나가게 해준다고 약속했잖아,"

원도가 울먹이며 떼를 써도 엄마는 대꾸를 안 했다.

마침 할머니가 장사꾼에게 미꾸라지를 일찍 넘겼다며 돌아왔다.

"아침부터 와 카노?"

"몰라요!"

할머니 말에 원도는 씩씩거리며 신을 신었다.

"아침도 안 묵고 가나?"

할머니 목소리가 담을 넘어왔다. 골목에 나가 뒤를 돌아보았다. 울룩불룩 솟은 고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시장에, 옛날 공동묘지에, 전투기까지 날아다니는 이곳을 준기는 맹자 엄마가 제일 싫어할 것 같은 동네라고 했다. 거기다 약속을 안 지키는 엄마와 맨날 돈 이야기만 하는 할머니가 있는 곳. 원도는 일찍 하늘나라로 간 아빠도 미워졌다.

점심시간까지 가만히 있던 원도가 집에 오기 전에 선생님께 글라이더 대회 신청서를 냈다. 엄마 사인을 흉내 내어 쓸 때 가슴이 콩닥거렸지만 아직 한 달이 남았으니까 어떻게 해서든지 나갈 거라고 다짐했다.

오일장을 이틀 앞둔 날이었다.

"원도야, 내일은 꼭 같이 가재이."

원도는 싫었지만 할머니는 저녁부터 고무통에 주전자와 장화를 담아 마당에 내놓았다.

다음 날 수업 마칠 때 쯤 할머니는 또 교문에서 기다렸다. 원도는 미적거리며 교문으로 나갔다. 할머니는 원도에게 주전자를 건네고 고무통을 머리에 이고 걸었다.

"할머니, 어디로 갈 건데요?"

원도는 길바닥을 툭툭 차며 불퉁하게 물었다.

"사람들이 봉무동 논에 미꾸라지가 많이 잡힌다 카더라."

할머니는 불로천 징검다리를 건너 고분군 샛길을 앞장 서 걸어갔다. 원도는 주전자를 흔들며 곱게 길을 내준 코스모스를 애꿎게 쓰러뜨렸다. 고속도로 다리 밑을 지나자 봉무동 들이 보였다.

할머니는 물이 질척한 빈 논에 들어가 허리를 구부렸다.

"원도야, 주전자 이리 갖고 온나."

원도는 할머니를 따라가며 주전자를 갖다 댔다. 할머니 손에 잡힌 미꾸라지가 빠져나가려고 몸부림을 쳤다. 할머니한테서 도망치려는 원도처럼 말이다.

어느새 해가 넘어갔다.

"하이구, 오늘 거는 실해서 값 좀 받겠대이."

할머니는 주전자 안에서 파닥거리는 미꾸라지를 보며 흡족한 웃음을 지었다.

다음 날, 할머니는 미꾸라지 값을 잘 받았다고 흐뭇해했다. 할머니는 시장통에 살아서 뭐든지 팔 수 있으니 좋다고 했다. 남의 밭일을 해 주고 얻어온 호박, 가지, 열무 등도 시장판에 펴 놓고 팔았다. 정말 어려웠을 때는 집안에 있던 작은 석류나무도 캐서 팔았다고 했다. 그런 할머니한테 원도는 글라이더 대회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었다.

다음 날, 준기와 같이 나란히 불로교를 건너 학교로 갈 때였다. 공군부대 위로 엄청난 소리를 내며 전투기가 날아올랐다. 전투기가 머리 위에서 나는 건 처음이었다. 준기는 귀를 막았지만 원도는 손을 흔들었다.

"와아아!"

몸체에 붙은 태극마크가 선명하게 보였다. 전투기는 독수리처럼 높이 떠서 금세 금호강을 넘어갔다. 원도는 그때까지 눈을 떼지 못했다.

운동장에 놓인 축구 골대를 보며 준기가 말을 꺼냈다.

"아참, 내일 2반이랑 축구 붙기로 했어."

얼마 전에 끝난 한일월드컵 덕분에 남자 아이들의 취미는 축구가 되었다.

"내일 붉은 악마 옷 입고 와야 해."

원도도 그 옷이 있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저녁에 할머니가 불렀다.

"원도야, 내일도 봉무동 간대이!"

"에잇, 내일은 진짜 안 된단 말이에요!"

원도는 투덜거렸다.

"이놈아. 이것도 한 철인데 와 자꾸 도망칠 궁리만 하노?"

원도는 잠이 오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끝날 무렵 비가 내렸다. 처음엔 가랑비 같더니 가을비 치고는 꽤 굵은 비였다.

"계속 비오면 축구 안 되겠다."

준기가 큰소리로 말했다. 원도는 비를 맞으며 할머니랑 미꾸라지 잡는 건 정말 싫었다.

수업이 끝날 때쯤 비가 가늘어졌다. 축구를 못 하는 대신 준기와 고분군에 가서 놀기로 했다.

원도와 준기는 뒷문으로 빠져나와 불로천 징검다리를 쏜살같이 건넜다. 고분군 샛길에서 할머니를 만날까 봐 뒤쪽 언덕으로 올라갔다. 고분군 둘레에 있던 도꼬마리가 원도와 준기 옷에 달라붙었다. 도꼬마리처럼 같이 붙어 미꾸라지 잡으러 가자는 할머니처럼.

원도와 준기가 고분에 올라서자 어느새 햇볕이 났다. 신발주머니를 꺼내 앉아 미끄럼을 타기 시작했다. 바지가 축축해졌지만 신나게 오르내렸다.

그때, 제일 높은 고분 쪽에서 아이들 소리가 났다. 원도와 준기는 목을 빼고 쳐다보았다. 남자 아이 둘이었다.

", 내가 먼저 날려 볼게!"

"잠깐, 바람을 타야 하니까 동네 쪽으로 날려!"

작은 아이 손에 글라이더가 쥐어 있었다. 원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작은 아이는 시장 동네 쪽으로 글라이더를 힘껏 날렸다.

"원도야, 다시 타자."

준기가 원도 옷자락을 당겼다.

"가만있어 봐."

원도는 준기 손을 떨치며 두 아이 쪽으로 걸어갔다. 글라이더가 고분 둘레를 빙 돌더니 갈대숲에 떨어졌다. 원도도 그 쪽으로 갔다. 큰 아이가 원도를 보고 발끈 화를 냈다.

", 만지지 마!"

원도가 멈칫하자 큰 아이는 팔을 뻗어 떨어진 글라이더를 잡았다.

"이번엔 내 거 날려볼게. 이건 고무동력이 있어서 잘 날 거야."

큰 아이는 작은 아이 것을 돌려주고, 오른 손으로 동력글라이더 몸체에 늘어진 고무줄을 팽팽하게 감았다.

"원도야, 나 속셈학원 갈 시간이야."

준기가 퉁명스럽게 말하고 가버렸다.

큰 아이는 동력글라이더를 높이 들고 힘껏 날렸다. 동력글라이더는 바람을 가르며 시원하게 날아갔다. 두 아이는 소리를 지르며 따라 달렸다.

"좋겠다."

원도는 가만히 서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공군부대 담에 붙어 전투기를 구경하는 것만큼이나 재미있었다.

갑자기 원도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내가 미꾸라지를 잡아서 팔면……."

원도는 곧장 집으로 달려갔다. 작은 통을 들고 봉무동 들로 내달렸다. 고속도로 다리 밑을 지나자 멀리 할머니가 보였다.

"할머니!"

원도가 할머니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미꾸라지 잡으러 가기 싫다꼬 카더니 우째 왔노?"

할머니가 허리를 펴고 말했다.

"나도 잡을래요."

원도는 신을 벗고 할머니 옆으로 갔다.

"할 수 있겠나?"

원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손가락 사이로 미끄덩한 진흙이 삐져나오자 찝찝했지만 글라이더만 생각했다.

"잡았다!"

드디어 원도의 손에 미꾸라지가 걸려들었다. 바로 통에 넣었다.

"아따, 이제 니도 한 몫 할랑갑네."

할머니가 원도를 보며 빙그레 웃었다. 원도의 손가락은 미꾸라지를 찾기에 바빴다.

"형아, 다시 날려 봐!"

그때, 건너편 논두렁에 고분군에서 본 두 아이가 나타났다. 동력글라이더가 쌩하고 날았다. 원도가 허리를 폈다. 그런데 동력글라이더가 소리를 내며 원도 쪽으로 날아왔다.

"어어어!"

원도는 놀라 몸을 구부렸다. 동력글라이더가 주전자에 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원도는 동력글라이더를 잡아야할지 주전자를 잡아야할지 비틀거리다 그만 주전자 쪽으로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주전자는 순식간에 엎어지고, 동력글라이더는 진흙에 머리를 박았다. 주전자와 통에 있던 미꾸라지가 다 쏟아졌다. 미꾸라지는 흙속으로 도망치려고 꼬리만 내놓고 꼬물거렸다. 할머니는 미꾸라지를 놓칠세라 날다시피 달려들었다. 순식간에 모든 게 엉망이 되어버렸다.

"야아아!"

원도가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다. 두 아이는 겁먹은 얼굴로 눈만 껌벅거렸다.

"원도야, 퍼뜩 미꾸라지부터 잡아라!"

할머니는 미꾸라지를 쓸어 담기에 바빴다.

"형아 거 부서졌잖아."

작은 아이가 울먹거렸다.

"아빠한테 고쳐 달라고 하면 되잖아."

큰 아이가 작은 아이를 달랬다.

"너그들 공군관사에 사는 갑네."

", 우리 아빠 조종사예요."

작은 아이는 울다말고 대답했다. 조종사란 말에 원도는 그 아이들을 한 번 더 쳐다보았다.

아이들이 돌아가고 원도는 다시 미꾸라지를 잡았다. 주전자와 작은 통에 미꾸라지가 가득하자 원도와 할머니는 도랑에서 손과 발을 씻었다.

"할머니, 내가 잡은 거 팔아서 글라이더 살 거예요."

"아까 관사 애들 날리던 거 말이가?"

", 그 애 아빠처럼 내 꿈도 조종사거든요. 조금 있으면 대회도 있어요."

원도가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

"니가 뱅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원도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원도가 조종사가 된다면야. 할미가 사 주지. , 사 주고말고!"

할머니는 원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시장 삼거리 오른 편에 있는 옥자추어탕 가게 앞, 큰 솥에서 김이 허옇게 오르고 있었다. 제복 차림의 군인이 그 앞에 멈춰 섰다. 어깨와 모자에 붙은 다이아몬드 모양의 계급장 두 개가 유난히 반짝거렸다. 군인은 당당하게 가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필승! 중위, , , ! 공군 제11전투비행단 조종사로 명받았습니다!"

군인은 힘차게 거수경례를 했다.

"아이고, 야가 누고? 원도 아이가."

"할매하고 원도 엄마가 추어탕 가게 열어서 고생한 보람이 있네예."

"너거 김옥자 할매가 살아계셨으면 얼매나 좋아하겠노?"

추어탕을 먹던 손님들이 군인을 쳐다보며 한 마디씩 했다.

원도 엄마는 손에 든 국자를 그대로 이마에 붙이며 조종사 최원도의 경례를 받아주었다.

"필승!"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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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바른 모습을 보이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어린이들은 멀찍이 서서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제 안에 덤벙거리고 까불거리는 어린이가 있다는 걸 숨기지 않았을 때 그들은 쉽게 다가왔습니다. 장난도 걸고, 스스럼없이 얘기도 텄습니다. 그것이 동화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구름 속에 가린 별처럼 또렷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영롱한 색깔로 빚고 싶었지만 쓰고 나면 늘 희미했습니다.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쓰는 순간은 항상 행복했으니까요.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샛노란 별 하나만이라도 품게 해 줄 수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하리라 생각했습니다. 혼자는 힘에 부쳤습니다. 기도의 무릎을 꿇었고, 동화를 사랑하는 순한 눈빛의 사람들을 만났습니다. 함께 격려하며 용기를 냈습니다. 천천히 오래오래 같이 가기로 새끼손가락을 걸었습니다.

당선 전화를 받고 한참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제 곁에 얼마나 고마운 분들이 많았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아동문학을 처음으로 만나게 해 주신 정휘창, 최춘해, 김선주 선생님. 동심이 세상을 구원한다는 확신을 심어주신 동화세상 선배님과 정진 선생님, 그동안 함께한 문우들. 모두 마음에 고이 간직하겠습니다. 엄마의 수다를 싫증내지 않고 밤을 새면서까지 맞장구 쳐준 세 딸과 소득 없는 일에 매달려도 언제나 엄지 척 들어주는 내편 경님께도 고맙다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동화의 길을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도록 힘을 보태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감사합니다.

아롱다롱 제각각 아름다운 빛을 뿜는 어린이들의 이야기가 답답한 세상에 희망이 되도록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좋은 어른이 되기보다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로 남겠습니다. 그들과 함께 뛰고, 웃고, 울면서 따뜻하게 손잡겠습니다. 제 안의 어린이가 철 들지 않도록 동화와 함께 열심히 놀겠습니다




  ● 1963년 대구 현풍 출생.

  ● 방송통신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 학교·도서관·아동센터에서 글짓기 지도.


 

  <심사평>


  "신춘문예라는 거울"


2019년 신춘문예 응모한 동화작품은 130편이었다. 이 중 최종 본심에 오른 것은 [악어에게 돌아간 아기새][파충류 가족][소파와 고양이] [필승 최원도]4편이었다.

[악어에게 돌아간 아기새] 은 집을 나간 엄마를 그리워하는 은아의 입에 아기 새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다. 새가 날아 갈까봐 말을 하지 않게 된 은아의 병명은 선택적 함구증이다. 엄마 잃은 충격으로 함구하게 된 까닭을 입안에 새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이야기를 풀어간 점이 참신 했다.

[파충류 가족]은 준호네 온 가족이 모두 파충류로 변한다는 이야기이다. 독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즐거움을 준 작품이다. 그러나 왜 그들이 파충류로 변했는가 하는 이유가 엄마 이외는 확실치 못한 단점을 가지고 있다.

최종적으로 [소파와 고양이][필승 최원도] 두 편이 남았다.

[소파와 고양이]에서 낡은 소파는 바닷가에 버려진다. 고양이가 찾아와 친구해 주지만 소파는 고래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고래가 되어 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헤엄쳐 다니고 싶어 헤엄치는 연습도 한다. 어느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 드디어 소파는 고래가 되어 바다로 들어간다.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이야기였으나 소파가 고래로 변하는 과정이 미흡했다는 아쉬움이 남는 작품이었다.

당선작으로 뽑힌 [필승 최원도]는 배경 묘사가 조금 과하다하는 싶은 작품이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구성이 탄탄하고 희망적인 결말이, 높은 점수를 얻어 당선작으로 선정 되었다. 원도는 장래 희망이 조종사이다. 글라이더 대회에 나가기 위해 원도는 할머니와 함께 미꾸라지를 잡는다. 할머니의 구수한 사투리가 맛깔스럽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솜씨가 돋보였다.

신춘문예 작품을 보면 사회를 반영하는 거울을 보는듯하다. 올해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야기가 많았다.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사회의 흐름을 소재로 삼는 것은 좋다. 어찌 보면 바람직하다. 그러나 천편일률적으로 할머니할아버지에게 대한 사랑 고백으로 끝맺은 것이 아쉬웠다. 참신한 나만의 글, 독자인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글이 필요하다

 

심사위원 : 김서정, 소중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