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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제비집 / 안형미

 

  돌고래가 그려진 벽화를 지나 골목을 돌아 흙빛 돌계단을 오르면 너희 집이 보여. 대문이 끼익 하고 초인종처럼 울리는 집. 거친 연둣빛 넝쿨들이 타고 오르는 스레트집. 나무기둥 사이로 마루가 한눈에 보이는 집. 그리고 우리 집.

아저씨가 일을 다녀왔어. 오자마자 마루 앞에 비스듬히 놓여있는 작대기를 들었어. 동시에 우리 집을 향해 고개를 번쩍 들어 올리는 거야. 난 깃털이 삐쭉 서고 다리가 후들거렸어.

그때 오소소 들어오는 너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어. 그제서야 작대기를 툭 하고 마당으로 던지셨지. 흙물이 툇마루까지 튀겼어.

에이, 비가 와서 오늘도 허탕이야.”

흙과 비가 진득하게 엉겨 붙은 운동화 밑창을 툴툴 털었어. 그리곤 금방이라도 우르릉하며 울림이 시작될 거 같은 하늘을 물끄러미 보시는 거야.

망할 하늘!”

난 많은 곳을 여행하다 왔지만 말이야. 회색빛 하늘에 눈 하나 깜짝이지 않고 대드는 사람은 처음 봤어. 저렇게 무서운 아저씨와 함께 올해를 무사하게 보낼 수 있을까.

아무리 그래도 사실 선택의 여지는 없어. 집을 찾는 건 여간 어려운 게 아니거든.

한 번은 지붕이 있는 집을 못 찾아 높은 건물 안에 둥지를 만든 적이 있어. 엄마는 사람들을 나르는 기계를 놓는 창고라 했어. 나는 말했어. 여기는 네모 세상 같다고, 사람들을 나르는 기계도 네모고, 기둥도 네모고, 사람들의 집들도 네모라고.

예전엔 풀 냄새 나는 흙이었는데, 지금은 그런 흙이 없다고 엄마는 한탄하며 흙을 구해왔어. 아빠가 볏짚을 물어오고, 흙과 볏짚을 이었어. 볏짚을 더 이상 구할 수 없었던 아빠는 빨간 끈을 부리에 물고 왔지. 나일론이라던가. 암튼 이상한 실오라기 같은 거였어. 아빠는 아쉬운 대로 그걸로 이어보자 했어. 부실공사가 될 거 같아 불안했지만, 만들어보니 괜찮았어. 네모 속은 생각보다는 따뜻했거든. 바람도 불어오지 않았어. 바람의 향기가 꽃내음처럼 향기롭다지만 중요하지 않았어. 엄마는 따뜻하면 됐다 했어. 저녁이 되자 붕붕거리며 네모들이 들어왔어. 네모들이 줄줄이 개미떼 같았어.

조용히 해야 해. 사람들한테 들키면 힘들어엄마는 날갯죽지로 우리들을 감싸 안으며 속삭였어.

그때였어. 엄마의 왼쪽 깃털 하나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동생의 시선이 그리 향하는 거야. 휘릭하고 깃털을 주우려 동생이 내려갔지. 신기한 것들을 본거처럼 두리번거리더니 지지윅! 지지윅윅! 나를 부르는 거 있지. 동생의 등에 아슬아슬하게 줄을 메달아 놓은 것 같았어. 떨어질 듯 말 듯 낮게 날고 있었지.

주차장에 웬 제비들이죠?”

경비아저씨!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예요?”

새로 산 차에 새 똥이 묻었잖아요.”

몇 마디의 앙칼진 목소리들이 흩어졌어. 곧 마녀빗자루 같은 게 다가왔어. 공들여 지은 둥지는 차가운 아스팔트위에 널브러졌어.

그렇게 다시 떠돌이가 되었지. 아침이슬이 차가울 때는 사람들이 다니지 않는 건물위에 올라가 잠도 잤어. 또 어떤 때는 전깃줄에 앉아 날을 지새우기도 했지. 돌아가서 쉴 곳이 없다는 건 참 슬펐어. 그때 엄마가 태어난 둥지가 너의 집 처마 밑에 온전히 보이는 거야. 둥지를 발견 했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아니? 이렇게 귀한 집을 두고 내가 어디 갈 수 있겠니.

어둑한 구름 사이로 달빛이 얼굴을 내밀고 들어가. 저기 너의 아빠가 보여. 아저씨가 좋아하는 먹이가게, 아니, 포장마차라고 불렀던가. 포장을 한 마차. 나는 이 이름이 좀 재밌어. 아저씨는 마차 아줌마에게 말해.

곧 물어 드리리다. 요 며칠만 기다려 줘요.”

마차 아줌마가 뭔가를 따각따각 썰다말고 아저씨를 향해 손가락을 치켜들었어. 마차 아줌마가 소금까지 길가에 뿌렸어.

네 아빠 흉을 보면 기분이 상하겠지만, 아저씨가 잘못한 거니까 욕을 들어도 괜찮다 생각했어. 아까 우리 집을 부수려 했다는 복수로 마차 아줌마 편을 드는 건 아니야. 정말이야. 나는 생각보다 공평하다고. 우리도 그래. 엄마가 이웃아줌마에게 애써 잡은 벌레를 빌려오면, 그 대신 집짓는 걸 도와주곤 하지. 하다못해 올이 고운 볏짚이 있는 곳을 알려주기도 해. 그런 거잖아. 무엇인가를 누군가에게 받았으면, 당연히 보답해야 되는 거라고.

일한 일당을 열흘 치나 밀렸지 뭡니까. 그거 나오는 대로 내 가장 먼저 외상값부터 갚겠수다.”

하지만 아저씨도 누군가에게 보답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지. 아저씨의 목소리가 밟힌 지렁이처럼 꼬불거리며 작아졌어. 뿌연 하늘에 대고 욕을 하던 아저씨의 목소리가 아니었어. 나는 마차아줌마가 세상에서 가장 무섭구나 생각했어. 저 마차를 지날 때 조심해야겠다고도 말이야. 터덜터덜 걸어가다 말고 아저씨는 노란 천막 앞에 또 스셨어.

붕어빵 팥고물 든든하게 배 채운 걸로 두 봉지 줘요.”

미안한데, 너의 아빠 거짓말쟁이 인가봐. 분명 없다고 했던 하얀 종이가, 주머니에서 두 뭉치로 나왔어, 구겨진 돈을 입김까지 후후 불며 폈어.

째앵하고, 해뜰 날 돌아온단다.”

, 그리 좋은 음성은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저 노래를 들으면 아저씨가 안 무서워. 아저씨가 흙빛 계단을 위태롭게 걸어가. 너 그거 알아? 너희 집 가는 골목의 벽화고래와 아저씨그림자는 친구사이야. 아저씨의 그림자와 돌고래 그림들이 어두워지면 만나거든. 매일 밤 고래그림들은 아저씨그림자에게 인사를 해. 늦은 시각 고래를 만나는 사람은 많지 않거든. 힘내라, 잘했다, 멋있다, 내일은 잘 될 거다. 잘은 모르지만 그런 말들 아닐까. 사람들은 그런 말 들을 아끼니까, 고래가 그림자들에게 해주는 게 아닐까.

, 지금 보니 아저씨와 우리아빠가 닮았다. 아빠도 매일 맛있는 먹이를 물어 오시곤 하셨거든. 함께 드시라 하면, 날갯죽지 치켜 올리며 부른 배를 볼록하게 내밀었지. 아빠는 늘 배가 부르다고 했어.

그래서 난 세상을 향해 빨리 날아보고 싶었어. 세상엔 먹을 것이 많고 재밌는 곳이라 생각했지. 하지만 내 날개가 점점 구름에 가깝게 되었을 때 쯤 알았어.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먹이를 구하는 게 쉬운 게 아니란 것을 말이야. 아빠는 어디에서 그렇게 매일 먹고 오셨을까.

오늘은 맑은 햇살이 더욱 눈부신 날이야. 이렇게 햇살이 커튼처럼 쳐져있는 날엔, 벌레들이 보이지 않아. 난 배가 고픈데. 독립을 하고 나서 늘 배가 고파. 희망초등학교. 너의 학교가 보여. 저기 분홍색 롱티를 입은 연두가 있어. 연두가 너를 보며 인사를 하네. 너희 둘은 살랑거리는 꽃대처럼 손을 흔들 거렸어.

그때 네 옆에 한 녀석이 성큼성큼 다가왔어. 두툼한 인중에, 깨알 같은 점 하나가 박힌 아이였어.

너희아빠 로열 빌라에서 일한다며?”

얼떨결에 대답을 한 너에게 녀석이 어깨를 으쓱거렸어.

네 아빠에게 우리 아파트 빨리 좀 지어달라고 좀 해. 다 지어야 거기로 우리집 이사간다고. 거긴 놀이터도 엄청 근사할 거야.”

너의 앙다문 입술이 조금 떨리는 게 보였어.

너희 아빤 왜 매일 남의 집이나 지어주고 다니냐, 너희 집은 언덕배기에서 넘어져 가고 있는데. 바람을 불면 날아가겠더라.”

녀석이 하얀 덧니를 보이며 사라졌어.

너는 연두에게 말했지. 좋은 집이 되려면, 짓는 사람과 사는 사람의 정성이 만나야 되는 거라고. 어른처럼 녀석에게 말해 줄까 하다 참았다고 했어. 왜냐하면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사람이 있다고 했지. 녀석은 분명 그런 아이 같아.

얼굴이 붉어진 연두에게 너는 멋진 집을 그려 준다고 했어. 빛바랜 노란색 가방을 뒤적여 작은 분필 하나를 꺼냈지. 바닥에 큰 사각형을 그렸어. 그 위에 지붕처럼 삼각형도 그렸어. 사각형 안에 또 반듯한 사각형이 있고, 또 각진 삼각형이 따라 붙었어. 그리고 테두리마다 올망졸망한 꽃들과 넝쿨잎을 그려 넣었지.

이건 땅따먹기 그림이잖아.” 연두가 그림을 가리키며 피식 웃었어.

이건 그냥 땅따먹기가 아니야. 바로 하늘로 만든 집이야. 여기 사각형들이 우리방 이고, 여기는 우리 놀이방, 여기는 침대가 있는 아빠엄마 방, 따뜻한 물이 나오는 콸콸 나오는 욕실, 여기는 꽃들이 많은 정원, 그리고 이렇게 하늘을 올려다봐.”

너는 엄지와 검지로 만든 둥근 원으로 하늘을 쳐다봤어. 나도 하늘을 담은 방을 보았어. 햇살처럼 반짝이고, 구름처럼 따뜻하고, 꽃향기가 나는 근사한 집이었어.

연두가 잿빛 사금파리 하나를 주워 왔어. 번갈아 가며 한발을 들고 콩콩 뛰었어.

그때, 그 옆에 깨알만한 그림자들이 바쁘게 돌아다니는 게 보여. 얼마 만에 보는 건지. 나는 사냥이 익숙하지 못해서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거든. 벌레를 먹으려고 내려가는데 연두의 검지가 나를 가리켰어. 바닥 가까이 날지 말라고 말했어. 내가 낮게 날면 비가 오고, 비가 오면 아저씨가 화를 낸다고. 화를 내서 아줌마가 사라졌다고. 난 너희들의 즐거운 놀이를 방해하고 싶은 게 정말 아니야. 배가 고파서 그냥 먹이를 따라 난거뿐인데. 오늘은 입맛이 없는 날이야. 그렇다고 너희 때문은 아니야. 입맛이 없는 게 꼭 이유가 필요한건 아니니까.

빗물을 털며 우리는 함께 집으로 돌아왔어, 돌고래가 그려진 골목을 지나고, 삐걱거리는 문을 초인종처럼 울리며 왔지. 연두는 엄마가 보고 싶다고 했어. 나는 본적이 없지만 반짝이는 네 눈을 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푸른색 초원을 천 미터 앞에서도 볼 수 있는 예쁜 눈을 가진 사람이라고 들었어. 보라색 풀꽃을 참 좋아하는 사람. ‘!’. 나중에 알게 됐지만, 그 이름이 몽골어로 제비꽃이라는 이름이란 걸 알게 되었지. 참 예쁜 이름이다.

왜 편지도 전화도 없을까? 비가 오니까 엄마가 더 보고 싶다. 그치. 그날 밤, 비가 내린 날. 그 소리 땜에 엄마 발걸음소리도 못 듣고 잠만 잤어. 엄마의 발을 잡았으면, 엄마의 손을 놓지 말았다면…….”

연두가 말끝을 흐리고는 툇마루에 앉았어. 구슬 같은 눈물들이 또르륵 떨어졌어.

연두야, 몇 년 전 아빠가 제비둥지를 헐려고 하니까, 우리가 헐지 말자고 말했던 거 기억나?”

연두가 눈물을 그치고 고개를 까닥였어.

둥지를 그냥 두니까, 올봄에 제비가 다시 찾아왔잖아. 우리 집이 여기 있으니까 엄마도 제비처럼 다시 올 거야.”

곧 낡은 슬리퍼를 신고, 부엌으로 갔어. 복지사 언니가 가져온 탱탱한 수박을 쟁반위에 아슬아슬하게 놓았지. 연두를 달래기 위해 너는 재밌는 노래를 불러줬어.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흥부 놀부 살았다네. 맘씨 고운 흥부는 제비 다리 고쳐 주고 박씨 하나 얻어서 울 밑에 심었더니 주렁주렁 열렸다네. 복 바가지가 열렸다네…….”

너는 빙싯 웃으며 그 수박이 흥부네 아저씨 수박이라고 했어. 복지사 언니가 특별히 흥부아저씨한테 부탁 한 거라 했지. 그 속에서 나왔으면 하는 것들을 상상하며 씨앗을 심자고 했어.

연두가 말했어. 요정이 그려진 운동화, 레이스가 달린 원피스, 리본 단추로 열수 있는 가방, 움직이는 토끼모자, 비와도 양말이 안 젖는 핑크 장화, 너와 함께 쓸 수 있는 이층침대, 그리고 ''. 네가 하고 불었어. 연두는 하고 뱉었어. 씨앗이 마당에 별처럼 콕 박히고 있어. 난 사실 박씨 같은 거 어디에 있는지 몰라. 내가 진짜 알았다면 너에게 일순위로 물어다 줬을 거야. 넌 흥부아저씨만큼 따뜻한 아이니까. 근데 말이야, 무슨 소리 안 들리니? 바퀴두개가 바쁘게 돌아가는 소리 같은 거. ‘부웅하고, 서두르는 소리 말이야. 저 소리는 네모난 기계 창고에서 들은 소리 같지만, 분명 다른 소리야. 나를 믿어 보라니까. 이래봬도 우리 조상님 대대로 반가움의 상징이라고. 저 중에 너희들이 원하는 반가운 선물이 있을 것만 같아. 어쩌면 아주 먼 나라의 푸른 평야의 냄새도 갖고 있지. 보라색 꽃냄새도 난다. 그치. 기다렸던 것이 오면 우리 또 하늘을 담은 집을 그려보는 거야. 어때.





  <당선소감>


   "작은 소리 귀 기울이는 부지런한 글쟁이 될 터"


언젠가 빨리 어른이 되고 싶은 작은아이가 있었습니다. 수줍음 많고, 앞으로 나서는 게 두려웠던 아이. 혼자 낡은 책의 색지를 걷으며 읽는 게 설레던 아이. 한번 쯤 책을 써보고 싶다고 소망을 적던 아이.

미래의 어른에게 편지를 쓴 날을 기억합니다. 하고 싶은 것, 꿈꾸는 것을 조금씩 이루고 있을 미래의 어른을 상상했습니다. 어른이 되면, 이유 없이 베갯잇에 눈물을 훔칠 일도 없고, 무엇이든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길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어른이 되고 보니, 무엇이든 당당하게 맞설 수 있는 힘도 없었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용기도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그때, 순수했고 꿈 많던 작은 아이가 생각났습니다. 세상의 작은 풀 한포기, 작은 새들에게도 말을 걸고 싶었던 작은 아이. 세상에게 즐거운 물음표를 던지던 아이.

그래서 참 오랜만에 펜을 들었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작은 아이는 누군가에게 행복을 주고 싶은 글을 쓰고 싶었고, 어른의 나는 스스로 행복 하고 싶어서 글을 쓴 거 같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방향이 잘 잡히지 않아 힘든 적도 있었지만, 이야기를 통해 다시 설레는 아이를 만나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작은 아이가 편지를 썼던, 미래의 어른을 오늘만큼은 조금 닮아가고 있는 거 같아, 그 아이에게 덜 부끄러운 날입니다.

어릴 적 편지 속에서 네 안에 있는 글감들을 다 펼칠 수 있는 작가가 되라.”라고 말씀하신 작은 아이의 은사님!

한번 쯤 뵙고 싶습니다. 어쩌면 꿈도 없이 사는 아이에게 해준 기억 없는 말일지 모르지만, 선생님의 말씀으로 제 삶은 가끔씩 두근거리는 심장을 지니곤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사랑하는 우리 가족!

가끔은 넘어지고 힘이 들 때도 있지만, 우리는 지금 잘 살아가고 있다고, 서로의 등을 두드려 줍시다.

부치지 않은 편지처럼 쌓여가는 글들이 덜컥 바깥세상에 나오니 겁이 나고, 무게가 느껴집니다. 부족한 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께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제가 다시 어린 시절 작은 아이를 만나 행복해 진거처럼, 어른이 함께 읽어도 아이처럼 따뜻해 지는 동화를 쓰고 싶다고, 감히 욕심을 부려봅니다.

시작이라는 오늘의 설렘을 잊지 않고, 아이들의 목소리, 자연의 목소리, 세상 모든 것들이 주는 작은 소리들에도 귀 기울이는 부지런한 글쟁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제주 애월읍 신엄 출생.

  ● 제주대학교 사회학과 졸업. 

  ● 前 제민일보 도민기자 활동.

  ● 현 사회복지사.

 


  <심사평>


  "환상성과 공명효과 기대…동화적 장점 고루 보여줘"


선자의 손에 들어온 예순 한 편의 응모작을 꼼꼼히 살폈다. 우선 소재가 생경하고 진부하거나 문장이 상투적이며 세련되지 못한 작품들이 걸러졌다. 오늘을 사는 진지한 동심주체의 물음과 고민이 결여되었거나 결말이 뻔히 내다뵈는 작품도 이차로 걸러졌다. 사회문제나 시대의식을 고발에 그친 경우나 문학적 형상화 확보가 미치지 못한 작품 또한 밀려났다. 전반적으로 본격 창작동화가 많지 않아 아쉬움을 주었다.

동화의 본질은 사실성과 환상성의 결합에 의한 고도의 예술성 확보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볍게 다루어진 환상성 또한 공명효과를 울리는데는 약점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고심 끝에 10편이 남아 겨루게 되었다.

눈썹며느리는 은백의 여우와 산골할머니와의 교감 소통을 그려낸 작품이다. 전래설화에서 착근하여 동화적 재미와 재구성의 묘미를 보여준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다른 창작동화와의 맞겨룸에서 잇점을 보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흥미성과 인간과 자연의 공존의 장면을 통해 삶의 가치를 덤으로 보여준다.

동생 같은 형은 장애를 겪는 형을 주인공이 관찰자적 시점에서 따라가며 형을 묘사한 작품이다. ‘관종같은 용어는 동심의 입장에서 어려운 언어여서 거슬린다. 그러나 안정되고 세련된 문장을 바탕으로 술술 익히는 점이 인상적이며 뻔한 결말이 아닌 끝 처리도 강점이다.

벽돌 형제는 빨간벽돌을 의인화하여 땅차지하기의 욕망으로 상징되는 담장과 이를 구성하는 벽돌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고 있다. 무거운 주제지만 발랄한 ‘~체의 대화체로 술술 전개시켜간 점이 강점이다. 그러나 벽돌의 시선, 사람의 시선 등이 맞물려 시점의 혼란이 아쉽다.

숨은 천사찾기는 가난한 형제와 따뜻한 이웃들의 이야기로 감동소와 재미성을 내재하고 있다. 하지만 보다 짙은 예술성의 향기에는 힘이 부쳐보인다. ‘열쇠를 찾는 아이는 어두운 가정의 주인공이 이상적 공간을 갈구하며 가난한 친구집에 갔다가 그 댁의 안온함, 밝음의 분위기를 동경하여 몰래 친구네 집에 들어갔다가 들킨 이야기다. 동심 본질인 순수이상을 지향하고 있다.

쥐돌이는 다소 감상적이지만 가족을 만나야 하는 쥐돌이가 성난 바다의 방해 속에서 꿈을 찾아가는 환타지물로 눈길을 끈다. 해피엔딩의 상투적 결말이 아쉽다. ‘외삼촌의 레시피는 비둘기를 통한 인간과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소 소품에 그치는 아쉬움을 보인다.

내 이름은 강뉴는 한국전쟁 소재로 강뉴부대에서 착상한 작품이다. 본격장편으로 써보면 좋을 작품이다. 단편의 한계가 있다. ‘빨간 모자는 문장의 안정감이 있고 무난한 구성이다. 비교적 간결한 문체로 가독력있게 읽힌다. 책에 묻혀 홀로 사는 할머니는 노인문제와 연결된다. 어딘가 소설적 분위기의 문체가 동심적 문체와 다소 유격된 듯한 인상을 주어 아쉬운 부분이다.

제비집은 문체에서 걸쭉한 입담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사라져가는 제비이야기에서 오늘날 개발로 인해 밀려나는 자연을 돌아보게 한다. 또한 제비집을 통해 암시되는 바처럼 제비처럼 돌아올 엄마를 기다리는 동심과 만나게 하는 대목도 순수교감으로서의 동화의 원형과 맞닿는 장면이다. 이는 독자와의 공명으로 이어지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마지막 남은 눈썹 며느리’ ‘열쇠를 찾는 아이’ ‘제비집중에서 동화적 장점을 상대적으로 고루 보여주는 제비집을 당선작으로 올린다.

 

심사위원 : 윤삼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