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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선작>

 

   등대 / 정금희

 

그것은 선명한 결을 잘 익힌 맛이다

나의 하얀 말도 새벽 바다 동쪽 하늘을 잡아당긴다

잡아당겨도 그대로 서 있는 것은 뿌리가 있기 때문

어린 바다 뿌리를 이리저리 파 본다

바위 속에서 물의 보푸라기를 잡는다

그 보푸라기를 비벼 차를 끓이면

주전자 속에 끓어오르는 물의 시간

폭포소리가 보인다

소나무 송진향이 보인다

잠이 정수리를 타고 내려온다

고향의 뿌리를 천천히 잡아당긴다

새벽 닭 울음

먼 빛의 진동소리가 보인다

그 맛이 뾰족뾰족하다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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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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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심 없이 모두 본심에 올린다는 마음으로 작품을 일별했다. 옥석의 차이는 분명 있었다. 그리하여 최종적으로 선자(選者)의 손에 남은 것은, 네 사람이었다. 이혜숙님의 <비숍하임의 귀머거리>外는 나름의 시적 분위기를 일궈내는 세련된 눈썰미가 있었다.

  그러나 시의 정체(晶體)로 드러나는 어떤 결기가 부족해 보였다. 정현주님의 <나무를 키우는 나무>外도 대상 사물을 진부하지 않은 시각으로 켜나가려는 의도가 충만했다. 다만 그런 의도를 뒷받침할만 한 시적 구체성과 개연성이 부족해 보였다. 그리하여 끝까지 남은 것은 문혜영님과 정금희님이었다.

  문혜영님의 <유채꽃>外는 삶의 진솔한 단면을 따뜻한 정감 속에 풀어내는 무리 없는 전개가 호감이 갔다. 그러나 응모된 시편 간의 수준이 고르지 못한 것이 못내 불안했다. 그리하여 정금희님의 <등대>外로 자연스럽게 압축됐다.

무엇보다 응모된 시편들의 수준이 고른 게 믿음이 갔다. 사물이나 상황을 나름의 이미지로 축조하거나 그 뉘앙스를 감각적으로 켜낼 줄 안다. 그러한 말 부림이 상당한 수준에 올라있음을 보았다. 축하드린다. 아쉽게 제외된 분들께는 정진과 격려를 보낸다.

심사위원 : 변종태, 유종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