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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새사람 / 이슬기

 

  [줄거리]

  공무원 임용 장수생 ‘유일한’은 재수없게도 적사병 3호 확진자와 접촉해버린다. 감염되면 12시간 발작후 돌변해 사람을 공격하고 감염시키는 적사병은, 메뉴얼대로 격리후 안락사 조치를 취하는데, 일한은 12시간이 지나도 몸에 아무 이상이 없어 제 발로 병원을 나왔다가 발견되어, 경찰에 포위당한다. 일한은 외친다. 880928-1508711. 그리고 변호사를 선임하게 해주세요!

  법률사무소 율동의 ‘구세라’ 변호사는 밖에서 국선으로 뛰다, 스카웃되어 공익 사회팀에서 무료 변론으로 각종 억울하고 사건, 누명을 쓴 재심 사건을 맡아, 승소를 이끌고 스타가 되는데, 가족들이 대중은 세라에게 속고 있다며 고발 인터뷰를 한다. 세라의 이미지에 대형 스크래치가 나는 와중에, 일한이 구세라 변호사를 특정한다. 법률사무소 대표 대익은 이 건을 반대한다. ‘자각있는 좀비의 생명권을 변론하는 변호사’ 라니. 하지만 세라는 이미지 쇄신을 위해서 사건을 수임한다.

  세라는 일한을 면회하고, 사정을 묻는다. 일한에게 홀어머니가 계신데, 함바집을 홀로 운영하다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했고, 그걸 병문안하러 갔다가 3호 확진자와 접촉하는 바람에 격리되었다, 그런데 몸이 멀쩡하고 급히 갈데가 있어 탈출했다는게 일한의 변이다. 도대체 누굴 만나길래? 일한은 하이미니를 만나기로 했다.

  하이미니는 유튜버이자 BJ인데, 일한이 장수생으로 심신이 지칠때 일한의 이름을 불러주던 메시아다. 일한은 어느새 빚을 내서 후원하는 네임드가 되었고, 팬미팅 최우수 회원으로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세라는 하이미니와 일한의 사이를 엮어, 일한이 일개 감정이 있는 인간임을 증명하려하지만, 법률사무소측은 홀어머니와 효자 프레임으로 가닥을 잡는다. 세라는 가족의 고발건을 수습하는 와중에 엄마의 진심을 알고, 일한의 엄마부터 먼저 만나는데, 일한의 엄마는 반찬까지 싸주며 세라에게 일한을 부탁한다.

  효자 프레임으로 일한에게 유리한 여론이 형성되는데, 일한은 그저 하이미니 만나게 해달라고 난리고, 하이미니는 그 사이 팬미팅을 열고, 일한의 자리는 다른 후원자가 대신한다. 하이미니에게 일한은 일개 후원자일뿐. 그 사이 일한에게 불리한 뉴스가 터진다. 증상 발현이 언제일지도 모른다는 권위자의 인터뷰. 그리고 BJ 후원하는 등골브레이커라는 폭로. 이것은 ‘위’의 뜻이다. 변호 살살하고 수습하자는.

  세라는 일한 어머니의 영상 인터뷰까지 따서 여론을 돌려보려하지만 역부족이다. 그러나 일한은 어머니의 눈물의 인터뷰를 보곤 결심을 세워, 옥상에서 투신한다. 그러나 곧 다시 일어난다. “나는 새로운 사람입니다.” 여론이 뒤집히고 일한은 세계급 인플루언서가 된다.

  하이미니는 일한과 사랑한 사이였다고 말을 바꾸고 면회까지 추진하고, 그걸 생방으로 찍는데, 일한은 하이미니에게 냉담하다. 일한은 어느덧 다른 사람이 되어있고, 하이미니는 배알이 골려 일한을 협박하는데.. 일한은 면회실 유리벽을 부수고 위협한다. 그 틈에 하이미니는 일한의 팔을 깨문다. 계획이라도 한듯이. 그리고 본인도 새사람이 되었다고 말하는 순간, 적사병이 도져 참관하던 세라를 공격한다. 일한은 하이미니를 죽임으로서 세라를 지키지만, 살인죄가 추가 기소된다.

  세라는 격리되고, 제약회사 대표인 세라의 아버지 정무는 법률사무소 대표 대익과 청와대에 불려가고, 일한을 국가 전력으로서 샘플 채취 및 실험 동의하는 조건으로 국방부에 스카웃한다는 프로젝트에 입을 맞춘다. 그러니 격리 해제된 세라에게는 재판에 집중하고 무죄받아도 좋다고 힘을 싣는데, 세라는 함정임을 알아채고 일한에게 달려간다.

  일한은 재판은 안받으면 그만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응한다. 그리고 자신은 러시아에 잡혀있는 적사병 최초 전파자를 구하겠다며 떠나려 한다. 세라는 막아서지만, 일한은 세라에게 최후의 선택을 하라고 말하곤, 탈출한다. 세라는 변호사일을 쉬고 있다가 집에서 만삭인 채로 홀로 쓰러진다. 세라가 쓰러지는 때, 일한은 활화산의 분화구에 뛰어든다. 세라는 새로운 아이를 출산하고 일한은 분화구에서 살아서 나온다.

 
[전문]
 

S#0. 고해성사실. INT. 밤.

빠른 F.I
화면에 작은 사각 프레임. 문이 덜컥 열린다.
수도사로 보이는 외국인이 루마니아로 고해를 시작하고, 자막이 달린다.

수도사 “(헐떡이는 숨소리)파더, 저는... 죄를 지었습니다... 죄의 이름은, 욕망의 노예입니다....단 한 번의 실수가 비교할 수 없는 큰 재난을 가져오리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부디 저를 용서하시고...구원하시고... 이 붉은 사탄으로부터... 사탄으로부터...”

수도사의 충혈된 눈에서 피가 흐른다. 신부가 앉아있을 사각한 프레임 안으로 손을 확 뻗는 수도사.
신부로 추정되는 검은 인영이 멱살 잡히다가 윽 소리와 함께 절명한다.

S#1. 도로. EXT. 밤.

주황색 가로등이 비치는 차도.
그리고 빠르게 움직이는 경찰의 발, 그리고 전투화들.
한 남자가 거리 가운데에 무릎을 쭈그리고 얼굴을 무릎에 파 묻은 채로 가만히 앉아있다.
그 주위로 둥글게 노랜색 바리케이드가 둘러쳐지고, 전경들을 방패로 그 뒤에 에워싼다
경찰 특공대, 그리고 대테러 특임대 들이 바리케이드 위로 총구를 겨누고 빙 둘러싼다.
경찰 특공대 팀장으로 보이는 사람이 무전기로 지휘본부와 연락을 취한다.

팀장 “현장 상황 보고, 현재 타깃 신체활력 없습니다. 행동징후 없습니다.”
무전 “(노이즈와 함께) 잠시 대기....(몇 초간 정적) 집행 명령 떨어졌습니다. 방역법에 근거, 사살 가능합니다.”

팀장의 손짓에 따라 특공대원들이 총구를 꼬나쥐고 몇몇은 돌아서 뚜어들어갈 준비를 한다.
그 사이 전투경찰들은 방패를 들고 앞으로 움직이면 점점 남자와 거리를 좁힌다.
팀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스나이퍼가 총구를 당기려는 순간, 남자가 소리친다

남자 “880829!! 1508711!!!”
팀장 “(손을 위로 뻗고)사수 대기! 저격조 대기!”

남자는 품에서 손을 꺼내는가 싶더니 무언가 집어 던진다.
남자가 던진 것이 바리케이드 앞으로 떨어진다.
특공대원이 바리케이드를 젖히고 들어가 줍는다. 그것은 주민등록증이다.
팀장이 주민등록증을 받아든다.
이름 유일한. 주민등록번호 880928-1508711

팀장 “현장 상황보고, 현재 타깃, 의식이 명료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무전 “아, 소통 가능한지 확인 바람.”
팀장 “(무전기를 내리고) 지금 제 말 들립니까?!”
남자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로)네. 너무 잘 들립니다!”
팀장 “격리 병동에서 나온지 얼마나 됐습니까!?”
남자 “(곰곰히 무언가 생각을 하는 듯 말하고 있지 않다가 고개를 천천히 든다) 변호사를 선임하게 해주세요.”

충혈된 눈에, 핏줄에 드문드문 서있는 얼굴. 그리고 가뿐 숨. 하지만 의식은 또렷하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경찰들의 플래시 불빛을 바라보는 눈. 유일한 (34세).
빠른 F.O

S#2. 법률사무소. 율동. 중앙 응접실. INT. 낮.

빠른 F.I
꽤 잘나가는 로펌인듯 사무소 안의 큰 중앙홀에 여러 직원들이 나와있고
커피를 한잔 하거나 소파에서 앉아서 티비를 본다.
티비는 대형 벽걸이 티비고, 뉴스가 털어져있다.
뉴스의 볼륨이 높아진다.

뉴스 “속보입니다. 전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은 적사병 1호 확진자인 루마니아 수도사, 기억하시죠? 그런데, 기존에 알려진 바와 달리 정교회 수도승인 나르시카 씨가 1호 확진자가 아니라는 소식이 들어와 있습니다..”

직원 “(커피를 홀짝이며) 또 뭔일이래 이게... 큰일이다 큰일.”
변호사 최성식 “(커피를 들고 건들건들 티비 앞으로 오며)왜요? 무슨 일인데요?”

커피에 빨때를 꽂아, 한모금씩 얕게 홀짝이며 등장하는 최성식(41세) 변호사.

직원 “아, 그 루마니아 수도사 있잖아요. 적사병 1호 확진자.”
성식 “나르시슨가 나르시칸가?”
직원 “원래는 뭐 성찬 포도주 조달하겠다고 몰도바 카훌에 갔다고 알려졌잖아...”
성식 “그렇지 몰도바.... 루마니아 옆에. 거기 와인 맛있어. 근데?”
직원 “(티비를 가리키며) 저봐요.”

뉴스 “나르시카 씨는 사실, 몰도바 키시너우의 매춘 업소를 다녀온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성식 “매춘?”
직원 “그러니까. 수도승이... 참...”
성식 “그럼 감염원이 나온거네.”
직원 “그렇죠. 0호라고 그럴까. 근데 문제는 그게 아냐.(다시 티비를 가리킨다)”

뉴스 “이 매춘부가 행방이 묘연해 전세계는 다시금 공포에 떨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성식 “에? 신변 확보 못 했대요?”
직원 “그래요. 유럽 전역에서 비상이라고 아침부터 속보 뜨고 난리였어요.”
성식 “그래도, 뭐 우리나라 까지 오겠어? 가봤자, 동유럽 어디 있겠지.”
직원 “말이 동유럽이지, 그 넓은데를 다 다닌다고 쳐봐. 치료도 없이.”
성식 “(커피를 홀짝이며)그러게요. 치료나 받지. 왜 도망 갔데?”

여자목소리 “무료변론이 있었으면 도망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겠죠.”

최변의 뒤로 무채색 정장의 구세라 등장한다. 양 손에는 점심거리 포장이 양것 들려있다.
S#3. 회의실. INT. 낮.

테이블에 포장해온 점심을 까는 직원들.
그리고 잘 풀리지 않는 포장 매듭을 잡고, 좌우로 뜯어버리는 손. 구세라(29세) 변호사.
세라는 김치 볶음밥을 최변, 그리고 직원들에게 나눠주고 본인은 나시고랭 볶음밥을 먹는다.

성식 “(밥을 비비면서)너는 꼭 다른 거 시키더라. 그것도 비싼 거.”

세라, 500원을 테이블에 탁하고 올려 성식에게 밀어준다.

성식 “마다하지 않지, 내가, 이런 거 또. (500원을 챙기는 성식)”

성식이 웃으며 말하는데, 세라는 눈길 안주고 밥 비벼 먹는데 열중한다.

성식 “구변, 너 어제 대익이랑 또 밥먹었지.”
세라 “네.”
성식 “왜?(능글맞게)”
세라 “아 네. TV 출연건 때문에요.(시종 시크한 톤)”
성식 “어디? 유퀴즈? 옥탑방?”
세라 “둘 다요.”
성식 “역시 잘 나가. 아우 배 아파. 배는 아픈데, 또 배는 고파. 그래서 넣어야 돼. 싼 김치볶음밥. 너는 나시고랭. (쩝쩝대며 세라를 아니꼽게 보다가) 근데, 대익이랑은 뭐 먹었어?”
세라 “중국집이요.”
성식 “그땐 뭐 시켰냐?”
세라 “제가 먹고 싶은 거요. 오향장육.”
성식 “와씨, 나도 대익이 앞에서 먹고 싶은 안주 시켜보고 싶다. 맨날 군만두 아니면.. 군만둔데. 올드보이도 아니고. 아니 대익이는 올드보이긴 하지. 나이는 먹었는데...”

문이 벌컥 열리고 부스스한 머리의 올드보이 최민식 같은 대익, 장대익(63세)이 등장한다.

성식 “(밥을 입에 양것 넣고 일어나며) 대표팀, 오셨어요?”

일어나려는 직원들.
대익은 앉으라고 손짓을 한다.

대익 “(성식을 조금 째려보다가) 구변. 잠깐 나 좀 보자”
세라 “지금 밥 먹고 있는데, 다 먹고 봬도 될까요?”
성식 “어휴(저 깡은 뭐냐는 표정)”
대익 “먹으면서 보자.”

S#4. 대표실. INT. 낮.

대표실 응접 테이블에 볶음밥을 올려놓고 꿋꿋하게 밥을 먹는 세라.
대익, 자신의 책상머리에 걽어앉아, 세라 밥 먹는 걸 내려보다가, 한숨 쉰다.

대익 “구변, 너, 나하고 일하기 전에 인권 변호사로 바깥에 있을때, 의뢰인하고 밥은 먹었니?”
세라 “아뇨. 사건 논의하기 바쁩니다.”
대익 “그럼 앞으로 의뢰인하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그래라. 좀 살갑게 하고. 가족처럼. 그림 나오게.”
세라 “그게 사건에 도움이 되면 할게요. 근데 잘 모르겠습니다. 밥 먹는 시간에 증언 하나라도 더 듣는게 좋겠다 싶어서요.”
대익 “부모님한테 전화는 드리니?”
세라 “그건 사적인 일이라서 답변 안해도 될것 같습니다.”
대익 “해야 돼. 기사 났거든. (태블릿 피씨 보여주며) 자, 내가 읽어줄게. 공익변호사의 민낯, 오죽 답답한 가족의 증언. 변호사의 어머니라고 밝힌 A씨. 난 딸래미. 얼굴도 못봐요. 불효가 따로 없어. 아니 대형 로펌에서 하는 공익사회팀에서 무료변론 전문한다고 언론에서 천사 변호사니 이 시대의 성자니 하는데... 가서 한 번 물어봐요. 의뢰인하고 밥 한끼 먹은 적 있나!?”

화면이 태블릿 PC 속 영상으로 전환된다.
모자이크 된 A씨. 라는 사람. 세라의 어머니로 추정되는 여자. 인터뷰를 하는데.

A “가족을 완전 사람 취급 하지도 않고 척지는데... 자기 키워준 건 깡그리 잊어버리고, 지가 다 이뤘다고 생각하고, 완전 가족 쌩까고, 세상에 그런 불효가 어디있습니까? 완전 가족과 담쌓고 자기 뱃속만 채우는게...”

세라, 대익에게서 태블릿 PC를 받아, 영상을 끈다.
대익은 태블릿 PC를 책상 위로 툭 던지고, 다시 신문을 꺼내든다.

대익 “(안경을 고쳐 쓰며) 무료변론 전문 공식 변호사의 두 얼굴. 역시나 대형 로펌의 이미지 세탁용. 벌어드리는 후원금 출처 의문...”
세라 “반박 기사 내겠습니다.”
대익 “어떻게?”
세라 “팩트대로 가겠습니다. 수임한 사건만을 보기 위해 주변 가지를 털어내는 편이라고.”
대익 “그럼 정치할 거냐고, 어디 공천 받을 거냐고, 지역구인지 비례인지, 또 물어뜯기겠지.”
세라 “정치는 절대 안하겠다고 대응하겠습니다.”
대익 “구변아, 팩트만이 모든 사건을 해결하진 않아. 답은 내가 아까 제시했잖아. 의뢰인하고 국밥도 먹고. 부모님한테 전화도 좀 하고... 그게 더 인간적이지 않겠니? 공익변호사로서 이미지 쇄신으로서도 말이야.”

세라, 묵묵부답하며 마지막 밥 숟갈을 뜨고 볼을 불려 씹기만 한다.

대익 “아, 그리고 어제 얘기했던 TV 출연은 취소다.”
세라 “왜요? 전혀 관련성 없는 개별 사건인데요?”
대익 “너는 상관 없을 지 몰라도, 세상은 아주 크게 상관시켜. 알겠냐? (세라의 빈 밥용기를 보고) 맛있게 잘 먹었어?”
세라 “네. 맛있네요. 이집.”
대익 “그래, 내 조언도, 밥도 개별 건이니까, 소화 시키면서 생각 잘 해봐.”
세하 “소화 다 하고 추후 검토해보겠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하고 사무실을 나간다)”

S#5. 세라의 사무실. INT. 낮.

세라, 폰에서 연락처를 내려본다. 동생이라고 되어있는 곳을 찾는다.
문자를 보낸다. [엄마 번호 뭐니?]
답을 가디리다가, 이내 쌓여있는 사건 파일들, 의뢰서들 들쳐본다.
그러다 조금 머리 떨어진 테이블에 앉아있는 사무장, 기수(48세)를 콜하는 세라.

세라 “사무장님, 혹시 새로 들어온 의뢰는 없어요?”
기수 “오늘은 테이블에 놓인 게 다고, 메일이나, 전화는 따로 없었는데요. 혹시 국민청원 좀 살펴볼까요?”
세라 “아뇨. 괜찮습니다.”

팩스 소리 지잉 하고 울린다.

기수 “어, 마침 지금 팩스 하나 들어오는데요. (팩스를 들어 살펴보는데)어? 이거?”

사무장 기수는 큰 창문 너머로 손가락을 가리킨다.
세라의 사무실과 각자의 변호사 개인 사무실은 ‘투명성’을 근거로, 큰 창을 내 서로 바라볼 수 있는 구조고, 응접실도 사무실에서 볼 수 있는데, 기수가 가리킨 곳에 응접실 대형 TV가 있고, TV에선 경찰의 손에 이끌러 차를 타고 구치소로 향하는 일한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사무실에 전화가 막 걸려온다.
전화를 받던 직원들이 모두 세라를 창문너머로 지켜본다.
대익이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까딱하며 세라를 사무실로 호출한다.
세라가 방을 나가 걸어가고 카메라는 세라의 뒤를 따르다가 응접실 대형 TV를 비춘다.
일한의 클로즈업된 얼굴. 기자들의 마이크게 화면 가에서 불쑥 불쑥 들어온다.
일한이 헐떡이는 숨소리와 함께 말한다.

일한 “변호는.... 변호는.... 유명하신... 구세라 변호사님 선임하겠습니다.”

그 모습을 보던 세라 다시, 대익실을 쳐다보는데, 대익이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오라고 손직한다.

S#6. 장 대표 사무실, INT 낮.

자기 사무실 의자에 앉아 있는 대익. 태블릿으로 기사를 슥슥 넘겨본다.

대익 “세계에 보고된 적 없는 적사병 사례... 적사병 4호 확진자. 의식있고, 소통 가능해... 적사병의 역습, 변호사 선임해... 적사병 괴물이 천사에게 손을 뻗다...”
세라 “다 확인했습니다. 검토는...”
대익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구변. 이거, 너 소화 안된다. 법원에 얘기해서 국선 따로 배당받거나, 아니면 법원 들어가 있는 로펌 국선전담들한테 토스해. 그게 우리 원칙이다. 그러니까 니 대답은 ...”
세라 “(고민하다가 덤덤하게) 하겠습니다.”
대익 “그래... 하겠... 뭐?”
세라 “(보다 단호히)하겠습니다. 이 케이스.”
대익 “구변아. 이거 패소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알아? 질본 메뉴얼대로 이 양반. 12시간 내로 안락사야.”
세라 “사형선고도 무기, 장기, 모범수로 시간을 두고 감형 가능하지 않습니까?”
대익 “야, 한 판에 즉각 목숨이 왔다갔다 한다고. 그리고 이건, 이미 죽을 사람 다시 죽이는 게임이야. 알아? 근데 이 위험한 판에 손 대겠다고? 왜?”
세라 “저를 지목했잖아요.”
대익 “시킨다고 다 하니? 내가 시킨 건, 따지고 고르고, 잘 하지도 않으면서.”
세라 “부모님 고발 기사... 한 방에 덮을수도 있고요.”
대익 “음... 잘못뒤면 더 득달같이 뜯길 수도 있고. 그거, 감당할 수 있겠어?”
세라 “제가 감당해야하는 건... 의뢰인의 간절함이라고 배웠습니다. 대표님한테...(대익의 표정이 어그러지는 걸 보고) 그러니까, 만나보겠습니다.”
S#7. 격리 병동, INT. 낮.

일한이 헉헉 숨을 몰아쉬면서 계단을 미친듯이 뛰어올라간다.
마치 쫓기는듯한 화면의 흔들림.
그리고 일한이 문을 열고 도착한 곳은 옥상, 하지만 따라오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없다.
공기를 한 껏 마시고 대자로 눕는 일한.
하늘을 올려본다. 충혈된 눈은 더욱 붉다.
그러다 눈을 감고 잠이 드는 일한.
부감으로 왜인지 평온해 보이는 병원 옥상과 주변의 풍광.

S#8. 격리 병동. 방호 면회실. INT. 낮.

어둑한 방, 불이 들어오지 않고 사방은 두꺼운 커튼이 쳐 있다.
세라가 면회실에 들어서니 미리 방호복을 입고 대기하던 방역 요원이 세라에게도 방호복을 하나 건네준다.

요원 “옷 위로 그대로 입으시면 돼요.”

세라는 방호복을 입고, 앞에 보이는 의자에 앉는다.
불이 켜지고, 앞의 커튼이 자동으로 옆으로 제쳐진다.
면회실은 회색 톤의 벽지에 아주 두꺼운 유리벽이 있고, 세라는 그 앞에 앉아 있다.
그리고 유리벽 넘어 분이 열린다.
붉은 눈, 날이 선 핏줄, 헐떡이는 숨을 쉬며, 일한이 들어온다.
일한의 앞에도 의자가 있다.
일한은 의자로 천천히 다가온다.
그리고 세라와 일한 눈이 마주친다.
긴장되는 분위기에서 일한이, 90도로 인사한다.

일한 “선생님, 감사합니다!”
세라 “아, 네(당황해서 자기도 모르게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를 꾸벅한다)”
일한 “(자리에 앉으며)실물로 뵈니까 더... 신기하네요.”
세라 “그러세요?”
일한 “네. 아,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여) 감사합니다. 정말. 변호 맡아주셔서...”
세라 “그게 아직...(이라고 하려다가 정신을 가다듬고) 아니 저는 어떻게 알았어요? 뵌 기억은 없는데요.”
일한 “아, 네. 유트브에서 봤어요. 그, 전에 살인사건 누명쓴 그분 있잖아요. 그... 이름이... 하여튼 그분 재심 변호하신거.. 그거 특집으로 그알인가? 거기도 나오시고... 그...”
세라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일한 “예? 아, 네 감사합니다. 저도. (맹탕처럼 웃는 일한)”

세라 “그래요. 우리는 이제부터 사건 얘기에 집중할게요. 절차상 몇가지 질문이 있어요. 우선... 3호 확진자와 접촉했죠?”
일한 “아, 네. 그게, 그러니까... 병원에 가다가 응급실 앞에서....”
세라 “당일, 병원에는 왜 가셨어요?”
일한 “어머니가 입원중이셨거든요...”
세라 “(무미한 톤을 유지하며)네. 어머니는 어떻게 하시다가 입원 하셨어요?”

S#9. 도로. EXT. 낮.

빨래 널자마자 입은 듯한 옷과 청바지, 그리고 뚱뚱한 백팩을 맨 일한, 무선 이어폰을 끼고 폰을 보면서 걷는 일한.
폰에는 유튜브 화면이 나오는데, BJ가 제로투 댄스를 추고 있다.
일한의 엄마, 명선에게 전화가 걸려오고, 귀의 이어폰을 눌러 받는 일한.

일한 “어, 엄마. 나 지금 가고 있어.”
명선 “오지 말래도 그러네.”
일한 “잠깐 지나는 길이야.”
명선 “그러니까 이 병원 옆 동이 적사병인가 뭐시기 격리시설 지정병원이잖아. 그래서 사람도 잘 안와.”
일한 “아, 거, 괜찮대도. 분리 되어 있잖아. 잠깐 보는 건데 뭐, 그렇게 엄마는 또 잔소리야.”
명선 “잔소리가 아니라, 너 혹시나, 혹시나 위험할까 봐 그러지.”
일한 “아, 됐어. 끊어, 가서 전화할게.”

전화를 끊고, 일한은 다시 폰을 보는데, 제로투 댄스는 끝나있다.

일한 “아, 엄마는 괜히 전화해가지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한.
크게 병원 입구가 보이고, 일한이 그대로 망설임 없이 병원으로 들어간다.

S#10. 병원. EXT. 낮.

병원 입구로 급하게 들어오는 앰뷸런스 한 대. 그리고 뒤를 따르는 경찰기동대 차량, 그리고 군용차량
폰에서 유튜브를 보던 일한은 앰뷸련스 소리에 볼륨을 더욱 높인다.
앰뷸런스가 응급실 정문 앞에 서는데 고요한 적막이 잠시간 있다가, 뒷 트렁크가 확 열리면서 방역복을 입은 소방대원들, 방역요원들이 뛰쳐 나와 도망친다.
뒷문에서 확 튀어나오는 3호 확진자. 고등학생 즈음으로 보이는 여자.
여자는 용수철처럼 바닥에 튕기고는 일한이 있는 곳까지 날아간다.
일한은 벽에 부딪혀 나뒹굴고, 여자 아이는 바닥에 두 발을 딛고 바로 서는데, 경찰, 군인의 총구가 겨눠진다.
경찰 간부가 어디론가 급히 전화한다.

경찰 “적사병, 3호 확진자! 후송 도중 방호포 벗고 탈출! 대치중입니다!”
통화 “의식 확인, 공격성 확인하고 메뉴얼대로!”
경찰 “(전화를 끊고)이봐요! 학생! 학...”

말을 건네기도 전에, 3호 확진자가 이빨을 보이며 경찰을 덮친다.
그리고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격.
3호 확진자는 그 자리에서 절명한다.
그리고 이제 총구의 방향은 일한에게로 미친다.
일한은 양 손을 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그러면서 두려움에 턱이 덜덜 떨리고, 말을 못한다.
이내 일한의 머리 위로 어둡게 덮히는 검은 그림자,
흰 방호포가 일한을 감싼다.
그대로 방호포에 감겨 격리 시설로 옮겨지는 일한.
빠른 F.O

S#11. 격리 병동. 일한의 격리실. INT. 밤.

F.I
일한이 병실에 누워있다가 서서히 눈을 뜬다. 하지만 어두운 병실, 큰 병실 가운데 침대 하나만 놓여있고, 그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는 일한.
일한의 몸에 덕지덕지 검사기기들이 붙어있다. 하나씩 떼어내는 일한.
바구니에 가방과 물품이 있고, 휴대폰을 열어보는 일한. 밤 9시.
그리고 밖에서 누군가 크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린다.
일한은 조심스럽게 일어나서 문 가까이 가는데, 손잡이가 없다.
문틈으로 손을 넣어보려하나, 열리지 않는다.
대신 문 옆에 커튼을 젖히니, 큰 창이 나있는데, 거기 가까이 얼굴을 붙여 복도를 본다.
사람들이 옆 격리실 앞에 서있는게 보인다.

S#12. 격리병동. 격리실 밖 복도. INT. 밤.

격리실 앞에 선 사람들은 가족처럼보인다. 방호복을 입긴 했지만, 중년 부부, 그리고 직장인으로 보이는 청년, 장년들, 그 뒤로 노부부도 있다.
중년 부부 중 엄마로 보이는 사람, 2호 확진자의 엄마다. 이엄마는 격리실에 대고 울면서 소리친다.

2호 확진자의 모 “아들, 엄마야... 엄마라고... 모르겠어? 잘 봐봐. 잘 보라고 엄마잖아. 엄마라고!!”

카메라는 복도에서 격리시설 안을 비추는데, 창문에 대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서 있다. 붉은 눈에 헐떡이는 숨, 그리고 핏줄이 서있는 온몸.
그의 눈빛에 초첨은 없고, 조용히 바깥에 있는 자신의 가족을 천천히 살펴보는듯 싶더니, 이내 주먹으로 격리실 창문을 쾅 친다.
입을 벌리고 침을 질질 흘리며, 괴성을 지른다. 답답한 듯 계속 창문을 치며,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에 아버지는 입고 있던 방호복을 벗는다.

2호 확진자의 부 “아들!! (옷을 벗으며) 이거 봐봐. 아빠야! 아빠라고! 맞지? 자 봐봐! 제발! 똑바로 봐봐!!”
요원 “(옷을 다시 챙겨서 억지로 입히려고)아버님! 이러시면 안됩니다!”

아버지는 창문을 두드리며 울면서 아들을 달래지만, 아들은 의식이 없고,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 공격적으로 창문을 두드리면서 날뛴다.
뒤에 있던 노부부 중 할머니는 쓰러진다.
옆에 서 있던 방역복 입은 사람 중 하나가 한 발 앞으로 나선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나온 담당 과장이다.

과장 “(같이 애석하고 애통한 마음으로)아버님, 질본에서 나온 최과장입니다... 애석하게도 우리 2호 확진자는 지남력 상실, 기억 중추 소실, 의사소통 불가의 상태입니다... 그러니... 그러니... 적사병 확진자 대응법에 따라서 1호 명령 처분을...”
부 “(과장의 옷깃을 잡아며)안돼요!! 누구 마음대로 저 멀쩡한 애를 죽여!! 저렇게!! 애가 저렇게 멀쩡히 살아있잖아!!”
과장 “아버님, 저희도 어쩔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정말...”
부 “(옆에 있는 의사를 붙잡고) 선생님, 선생님 의사죠! 선생님이 판단하시는 거죠? 우리 아들,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보면, 의식이 돌아올 수도 있잖아요!!?? 그렇죠??”
의사 “죄송합니다... 아버님... 12시간이 메뉴얼이라...”
부 “웃기지마. 내가! 내가 데려갈 거야!”

아버지는 격리실 문을 열려고 하지만, 요원들의 제지를 받는다. 그리고 질본 과장은 근처에 배치된 경찰에게 손짓을 하고, 경찰이 나서서 문을 열려는 가족들을 모두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한다. 그 중 젊은 경찰이 2호 확진자의 아버지를 맡게 되고.

경찰 “아버님... 조금만... 조금만...(같이 눈물을 흘리는 경찰)”
과장 “그럼... 1호 명령 처분 진행하겠습니다.”

과장이 고개를 끄덕 하자, 의사도 고개를 끄덕하고, 격리실 옆 벽에 붙은 수화기를 든다.

의사 “(비통한 표정)1호 명령... 시행하세요...”

격리실에 가스가 분출된다. 발광하던 2호 확진자는 가스가 멎고 보이지 않는데, 가스가 조금 걷히자, 바닥에 그대로 쓰러져 있다. 2호 확진자는 그렇게 안락사 되고, 가족은 경찰의 손에 이끌려 대기실까지 간다.
의사는 격리실 안으로 들어가, 사망선고를 내린다.

S#13. 격리 병동. 일한의 격리실. INT. 밤.

일한은 격리실 창에 얼굴을 붙이고 있다가, 경찰이 뛰어가는 것을 보고 얼굴을 황급히 뗀다.

일한 “아씨, 나가도 되는건가?”

폰을 꺼내 시계를 본다.
그리고 달력어플을 켜고, 빨갛게 표시된 날짜가 보인다.

일한 “12시간 지났는데...”

유튜브 알림이 뜬다.
병원에 오기 전 일한이 계속 보던 유튜버의 썸네일, [꼭 올거쥐?]

일한 “근데, 어디로 나가는 거야?”

일한이 격리실 바깥으로 난 창으로 다가간다.
창문을 열어보는 이한. 역시 열리지 않아 힘을 주는데 창문이 창 밖으로 떨어진다.
일한의 시선에서 얼마 높아 보이지 않는 1층 정도 높이.
일한은 폴짝 뛰어서 땅에 선다. 그런데 효과음은 쿵.
일한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다가 고개를 돌리는데, 열려있는 창문의 높이가 족히 10층은 되어 보인다.
일한은 고개를 갸웃하고 길을 따라 병원을 빠져나간다.

S#14. 면회실. INT. 낮.

세라는 역시 방역복을 입고 있고, 육중한 유리벽 너머로 일한이 앉아있다.

세라 “방역수칙을 어겼다고 볼 여지가 많네요.”
일한 “그... 열두시간 지나서요... 그래도 멀쩡하니까... 그냥 가도 되는 줄 알았죠.”
세라 “절차, 보고도 없이 창문 뚫고 제발로요.”
일한 “그게... 나가는 문이 없길래, 근데 창문은 열려서... 살짝 넘었는데...”
세라 “그게 10층이었고, 멀쩡했다.”
일한 “죄송합니다... 근데... 저 진짜 멀쩡해요! 보시라구요.(몸을 일으켜 보이며)”
세라 “(살짝 쫄았지만 덤덤한 척)의학적 소견은 저희가 방역관리팀에게 따로 청취할 예정이예요. 중요한건, 지금 우리가 풀어가야할 케이스구요. 자, 일한씨가 원하는 건 정확히 뭐예요?”
일한 “집에... 집에 가는 거요.”
세라 “그렇죠. 집에. 집에 가려면, 두 가지가 필요해요. 첫째, 방역법 위반. 이 부분은 12시간 경과, 그리고 질본의 안내 불찰, 의학적 소견을 취합해서 대응할 거구요. 둘째는... 생명권이예요.”
일한 “예? 생명.... 저... 방역법 위반만 벗으면...풀려 나는 거 아니예요? 그래서 변호사님 선임한 건데... 근데 생명권이라니... 저... 죽나요? 멀쩡한데?”
세라 “일한씨는 지금... 적사병 확진 판정을 받았잖아요. 그럼 방역 개정법에 따라서 12시간 경과 후 의료기관 질본의 판단에 따라 안락사가 절차예요.”
일한 “근데... 그럼... 12시간 경과 후 멀쩡하면요. 저처럼요...”
세라 “지금 일한씨는 본인이 멀쩡하다고 하지만, 그건 일방적 주장이예요. 검찰은 일한씨가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그리고 위험인자로 여겨서, 안락사를 절차대로 밟으라고 소를 제기했습니다. 그래서 재판은, 방역법에다가 일한씨의 생명권을 다투는 일이 될 거예요. 일한씨가 온전히 사람으로서 자기 주장 가능한지 사람인지 판단을 받아야 해요.”
일한 “아니... 내가... 내가... 사람이 아니라니요... 나 지금... 억울해서 눈물 날 것 같은데...”

일한이 주먹을 불끈 쥐자, 일한 앞의 간이 테이블에 금이 간다.

세라 “일한씨. 잠깐만. 심호흡 하세요. (일한과 함께 심호흡을 맞춰가며 내쉬고는)중요한 건 흥분하지 않는 자세예요. 법은 판사가 법리대로 판단하지만, 판사도 사람이예요. 여론이 우리를 어떻게 보느냐, 그것도 중요해요. 그러니 일한씨는 일상적일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방역법 위반 혐의도 풀고 생명권도 보장받을 수 있어요. 그러니 차근차근이 풀어가 보자구요.”
일한 “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저 뭐부터 하면 될까요?”
세라 “(진정하라는 제스처를 하고) 자, 격리 병동으로 돌아가보자구요. 격리 후 12시간 지났어요. 본인은 멀쩡해요. 자, 여기서 굳이 뛰어 나와야 했던 이유가 있나요?”
일한 “급한 일이 있었거든요.”
세라 “어떤 일이요?”
일한 “사람을 좀 만나기로 했어요.”
세라 “어떤 사람이요?”
일한 “(고민하다가 결심을 굳힌 듯이)하아미니요.”

S#15. 법률사무소 회의실. INT. 낮.

대형 프롬포터가 비추는 화면, 일한이 봐왔던 BJ이자 유튜버 하이미니가 제로투 댄스를 열심히 추고 있다.
그 모습을 짐짓 진지하가 보고 있는 대익과 성식.

대익 “음..(헛기침을 하고) 저 뭐야?”
성식 “제로투 댄스예요. 요즘 유행하는건데 골반을 좌우로...”
대익 “야, 누가 춤 물어봤어? 저 참고인 신상이 어떻게 되냐고?”

세라 “(리모컨으로 다음 장으로 넘긴다.) 자, 우선 UN 협약부터 짚고 넘어갈게요.”

프롬프터에 사건 개요 정리된 PPT가 비춰진다.

세라 “UN협약에 의거 국회에서 발의한 적사병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보면, 적사병 감염 확진자가 발작 후 증상 발현 시 가족 동의하에 의료법에 규정한 약물로 안락사한다. 고 되어있습니다. 세부 내용을 보면, 적사병의 발작은 WHO 기준 평균 12시간이고, 격리소에서 지켜보는 것을 권고, 이후 증상이 발현되면, 의료진 판단하에 감염자 처분의 효력이 발생한다.
증상의 발현이라 함은, 심장의 세동, 호르몬 분비 과다, 뇌기능의 이상, 이성 상실, 지남력 상실, 타인에 대한 공격성, 살상에 이를 수 있는 폭력성, 주 증상으로 사람를 치아로 직접 깨물어 전염하는 행위, 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익 “우선 적사병인 것은 맞지? 다른 병일 순 없나?”
세라 “방역당국의 확인으로 적사병 확진인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1차로 기대했던 적사병 음성 가능성에 대해선, 안타깝게도... 의학적 소견으로 다툴 내용은 없어보입니다. 대신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은 증상 발현입니다. 유일한 씨는 심장 세동, 호르몬의 영역에서 증상 발현에 맞는 수치를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성, 자각, 모두 온전하며, 특히나 타인에 대한 공격성, 폭력성을 볼 수 없습니다.”
대익 “그렇다고 살상력이 없는 건 아니잖아. 언제 헷가닥 할지도 모르고.”
세라 “그 부분입니다. 우리는 치료의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치료를 명목으로 바이러스가 사멸 가능할 기한까지 안락사 처분을 유예 가능합니다.”
대익 “치료가 되긴 한데?”
세라 “의학적으로 아직 확답을 받지 못했지만, 본인 의지가 큽니다. 우리는 의뢰인의 인간으로서의 의지를 강조할 방칩입니다. 방역수칙 위반에 관해서도 인간적인 사사로운 의지가 있었다고 논박 가능합니다.”
대익 “사사로운?”
세라 “앞으로 돌아가겠습니다.”

프롬프터 화면에 제로투 댄스를 추고 있는 하이미니의 모습이 보인다.
세라가 포인터로 PPT로 짚으며 이야기를 이어간다.

세라 “하이미니. 28세 여자. 유튜버, BJ 입니다.”

계속 골반을 흔들고 있는 하이미니

성식 “왜 계속 보여주는 거야?”
대익 “둘이 아는 사이야? 애인?”
세라 “설명하자면, 유튜버와 구독자, 스타와 팬 사이 정도로 규정할 수 있습니다.”
성식 “어느 정도 친밀한데?”
세라 “둘은 만난 적이 없습니다.”
대익 “아니 들어보니까, 둘이 만나기로 약속했다면서?”
세라 “팬미팅이었습니다. 하이미니의 팬미팅이 얼마 후 있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성식 “뭐야, 그럼 모르는 사이잖아. 그렇다고 뭐 요즘 그런 스폰서 관계도 아니고. 따로 본적도 없고. 남인데 이거 완전.”
세라 “그렇진 않습니다. 의뢰인은 유튜버 하이미니의 네임드 후원자입니다.”
대익 “네임드?”
세라 “네. 팬덤 사이에서 후원금을 많이 지불한 회원을 한해 붙이는 별칭입니다.”
성식 “요즘 그런 애들 많아요.”
세라 “맞습니다. 의뢰인은 하루 최대 300만원, 누적 2000만원 정도 후원금을 지불했습니다.”
대익 “아니 잠깐 잠깐.... 고시생이라며, 그것도 장수생... 근데 장수생이 돈이 어디 있다고?”
세라 “대부입니다.”
대익 “(머리를 긁적이면서 한숨을 쉬고) 생계는?”
세라 “어머니 용돈으로 공과금만 내고 식사는 연명할 정도로 이어갔다고 합니다.”
대익 “이게 어차피 법리적 다툼 빼면 여론전인데.... 이 건은... 생계곤란... 아니 이거 생계곤란이 성립되나... 저 춤추는 아가씨한테 빚내서 돈썼는데... 동정여론 형성이...”
성식 “생계곤란은 각이 안나오는데요.”
세라 “우리는 여기서 생계곤란보다 관계에 집중합니다. 홀어머니를 둔 장수생. 그리고 그가 생의 의미를 부여할만한 여자. 만일 둘의 관계가 일말이라도 연결지점이 있다면, 의뢰인은 인간으로서 의지,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한 의지로 비출 수 있어, 치료 가능성, 생의 의지 쪽으로 판단받을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대익 “의뢰인 입장은 뭐야? 정말 깊은 관계라고 생각하는 거야?”
세라 “의뢰인은.... (망설이다)사랑하는 사이였다고 합니다.”

풋, 코웃음을 치면서 웃는 성식. 마구 웃다가 혼자만 웃자 대익을 보고 꾸벅 인사를 하고 자중한다.

대익 “너도 알겠지만, 이건 기각이다. 만난적도 없다며, 안돼 여론전에 불리해.”
세라 “인간다움을 어필할 수 있습니다.”

세라는 PPT 다음장을 띄운다.

세라 “로버트 브라우닝의 연서입니다. 엘리자베스와 로버트는 서로 한차례도 보지 않고 사랑했다는 일화를 첨삭할 예정입니다. 인간으로서 보이지 않은 상대화 소통은 가능하다라는 건 이미 밝혀진 사실입니다. 그리고 랜선 연애라는 말도 근자에 회자되고 있고, 그러니 인간적으로 둘의 사랑은 가능하다라고 주장. 가능합니다.”
대익 “인간이라... 그럼 바람핀 배우자 죽이면 인간적이니까 봐줘도 되는거냐? 기억 잘 되새겨 봐. 법은 사람 위에 있어. 인간이라고 모든 게 허용되지 않아...(결심을 세운듯 안경을 벗고) 자, 우리 이렇게 합시다. 여론전부터 효자 컨셉으로 가는거야. 장수생, 생계곤란, 그리고 홀어머니까지. 여기까지만 편집 하는거야. 그러니까 너도... 저거... 저거 얼른 치워라.”

대익은 그대로 회의실을 빠져나가고, PPT 화면속 하이미니는 열심히 흔들고 있다.

S#16. 면회실. INT. 낮.

방역복을 입은 세라가, 면회실 이중 유리의 작은 창구로 일한에게 핸드폰을 전달한다.
핸드폰 살펴보는 일한.

세라 “법원에 가압류 취소시키고 찾았어요. 대신 개인전화는 안돼요. 문자도, 메시지 어플은 다 삭제, 못 깔게 루팅되었고, 인터넷 포털 기사만 확인 할 수 있어요. 우리 여론이 어떤지 알아야죠.”
일한 “근데, 변호사님... 하이미니 만나봤어요? 뭐래요? 하이미니도 저 여기 이렇게 있는 거 알아요?”
세라 “아직... 일정이 빠듯해요. 그리고 일한씨 여기 있는 거, 당연히 알죠. (일한 그 소리에 살짝 화색이 도는 듯 하다가)우리나라 모든 사람이 다 알아요.”
일한 “아, 바쁘시구나. 나중에 만나면 우리 아까 얘기한대로 저 치료 받고 나갈 수 있다고 말씀 좀 전해주실래요?”
세라 “일한씨. 솔직히 얘기할게요. 나는 일한씨의 사람다움을 위해 하이미니와의 관계를 적극 활용하자는 편이었어요. 그런데 법률사무소 윗선에서 짤렸어요. 그 이유는 안좋게 들릴 수 있지만... 과연 사랑하는 사이가 맞냐는 게 요지예요. 어떻게... 반박할 거리 있으세요? 어떤 인연이라던가, 대면하지 않더라도 연결고리가 있다던가.”
일한 “(고개를 떨구고 손가락을 만지작거린다)음... 변호사님은.. 변호사 한 번에 되셨어요?”
세라 “네. 코스대로.”
일한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대단하시네요. 저는 공무원 시험만 10년이거든요. 근데 아슬아슬하게 10년이예요. 분명히 저 앞에서 딱 짤리거든요. 100명 뽑으면 제가 101등 이예요. 근데요... 그럼 앞에 붙은 사람들 제외하고 그 다음은 나잖아요. 다음 시험은 내가 돼야 하잖아요. 근데 다음해에 또 그 앞에 100명이 채워져요. 아실려나, 그때의 마음...”
세라 “모르지만 계속 들어볼게요.”

S#17. 몽타주. 공무원시험 발표날.

>벽보에 성적을 보고 돌아서는 지금보다 어린 20살 초반의 일한.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성적을 보고 자리에 엎드리는 일한.
>동기들의 환호소리를 듣고만 있는 복도의 일한.
>정신과에서 진료를 보고 약을 타는 일한. 만30세 적힌 약봉투.
>엄마한테 전화하려다 마는 일한.

S#18. 일한의 고시원. INT. 밤.

침대, 책상, 컴퓨터가 전부은 3평 남짓한 고시원.
어두컴컴한 방에서 누워서 폰으로 [불효자] 검색하는 일한.
이것 저것 글들을 보다가, 구글 비디오탭에서 영상 하나를 보고 들어간다. 유튜브로 연결되는 하면.
[효자랑은 결혼도 하지 말라고? 불효자는 와이프한테도 못할 놈] 이라는 제목.
하이미니의 라방(라이브 방송) 녹화본이다.
1인 방송 화면에서 노출 있는 의상을 입고 하이미니가 일장연설중이다.

하이미니 “효자랑은 결혼도 하지 마라, 이런 말 하는 인간들 있잖아. 다 지들이 불효녀야. 가족적인게 잘못이야? 어디서 지는 맨날 등골 뽑아먹을 생각하면서, 지가 못하니까 우리 부모한테 잘할 사람 찾으면서 효자랑은 결혼하면 왜 안돼? 돈이 다 시댁으로 갈까봐? 결혼을 지 빨아먹을 거만 생각하는 애들이 그래.”

일한은 유튜브 슈퍼챗으로 1만원을 송금한다.
유튜브 알림기계음이 말한다. ‘유일한님이 1만원 후원하셨습니다.’

하아미니 “어머, 일한 오빠. 고마워. 처음오신 분인가? 그럼 첫방 기념으로 댄스 갑니다. 여러분! 다같이 환영해줘. 자, 노래는 헤이 마마!”

열심히 댄스 삼매경에 빠진 하이미니와 그것 보는 일한의 얼굴이 폰화면에 비치는데, 미소를 슬며시 짓는 일한.

S#19. 면회실. INT. 낮.

장소와 시간이 바뀐 면회실. 장면만으로 알 수 없다.
세라가 본인의 간이 테이블 위에 노트북을 두고, 타이핑을 한다.
일한, 방역 고글 너머로 세라의 얼굴을 유심히 본다.

일한 “저... 오늘은 렌즈 끼셨네요.”
세라 “네. (일에 집중하다가)아, 어떻게 아셨어요?”
일한 “보이니까요.”
세라 “렌즈가 보여요?”
일한 “아, 네. 각막과 굴절도가 있어서요.”
세라 “건강해 보이니 다행이네요. 안그래도 의료팀 만나고 오는 길이예요. 활력징후나, 심장, 뇌, 자율신경계가 안정을 이루고 있다고 해요. 물론 호르몬 분비가 일반인에 비해서 오버레이팅이긴 한데, 서로간의 균형을 이루고 있대요.”
일한 “몸이 좋아진 것 같긴 해요. 아, 이거 보여드릴까요.”

일한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한 팔로 물구나무 서기를 하더니, 팔굽혀펴기를 시작한다.
일한의 팔 근육이 꿈틀댄다.

세라 “(놀란 듯 하다가 마음을 가다듬고) 좋아요. 일할 컨디션 좋아 보이네요. 생각 정리는 다 됐어요? 우리가 믿고 있는 거. 하이미니와 관계성 증명하려면, 그날의 감정 말고, 증거, 물증이 필요해요. 그래야 효력이 발생하거든요.”
일한 “네. 그... 제 인스타 계정으로 들어가면 하이미니랑 대화 나눴던 DM이 저장되어 있을거예요. 원래 제가, 텍스트 파일 추출해서 저장해놨는데, 이 핸드폰에는 다 지워졌더라구요. 근데... 그거 완전히 날아간건 아니죠?”
세라 “아니예요. 인스타 계정은 저희 쪽에서 잠깐 막아놨었는데, 지금 확인해볼게요. 비밀번호부터 말해주세요.”

세라는 일한의 말한대로 일한의 인스타계정을 들어가서 저장된 DM들을 백업한다.
근데, 세라의 뒤편에 올려두었던 가방, 그 위의 핸드폰에서 문자가 들어온다.
일한의 위치에서 애매한 각도지만, 일한의 눈에 보이는듯, 일한은 계속 문자 알림이 오는 세라의 휴대픈을 가리킨다.

일한 “저기...”
세라 “아, (뒤돌아 핸드폰 보고) 지금은 업무중이니까, 괜찮아요. 아마 사무실 대표님일 거예요.”
일한 “아뇨. 동생분 같은데요.”
세라 “동생... 이라뇨.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핸드폰을 보는 세라) 어? 어떻게 아셨어요?”
일한 “똑같은데, 아까랑... 그냥 보여서요. 동생이라고 뜨니까.”

세라, 핸드폰을 확인해보는데 동생에게서 온 문자, [엄마 전번] 그리고 밑에 전화번호가 적혀있다. 그리고 확인할때까지 계속 보내는 동생의 문자.
세라 [확인] 이라고 답장한다.

일한 “동생분하고 우애가 좋으신가봐요... 저는 외동이라...”
세라 “딱히 그렇지도 않아요. 다들 집단 ADHD인지, 관심 끌려고 이상한 짓들을 많이 해서...(혼잣말로 자책하며) 아니, 무슨 얘길 하는거야. 자, 우리 일합시다.”

S#20. 일한의 DM 그래픽. INT. 낮.

일한과 하이미니가 나눴던 DM 내용들이 실시간 대화처럼 주고 받으며 뜬다.

일한 [나 오늘 엄마 보러가려고.]
하이미니 [어머 오빠 진짜 멋있다.] [근데 거기 적사병 병원아냐?] [나, 걱정 돼]
일한 [맞아. 적사병 지정 격리병동 있는데.] [그래도 괜찮아.] [적사병보다 엄마가 더 중요하지.]
하이미니 [와.] [감격 받은 이모티콘][하트 뿅뿅 이모티콘] [오빠 진짜 효자구나. 완전 멋져.] [기대된다.]
일한 [부모님한테 잘하는 건 다 하는건데 뭘]
하이미나 [그리고 오빠, 팬미팅 참석하는거지?] [베스트팬 상은 오빠거야.] [완전 꼭 와야돼.] [항상 궁금했잖아.] [하트.]
일한 [당연하지.] [내가 너 두고 어디가겠어?][하트]
하이미니 [완전 감동이다.] [하트] [오빤 완전 내 편이야.] [그래서 내가 사랑하는거 알쥐?]

S#21. 세라의 사무실. INT. 밤.

DM 그래픽에서 줌아웃되면서 세라의 사무실 책상으로 넓게 비춘다.
그리고 고민하며 볼을 불리고 키보드를 의미없이 톡톡 두드리는 세라.
이때, 일한의 목소리, 그리고 이어서 세라의 목소리가 오버랩된다.

일한 보이스 오버랩 “그냥... 마음이 통한다고 할까요. 딱 내가 듣고 싶은 말, 어떻게 알았는지 골라서 해주고. 내가 또 댓글로 얘기하면... 제가 좀 드립력이 좋아서 그런지..”
세라 “다른 사람에 비해 본인 댓글 위주로 읽어주고...”
일한 “(반색하며)네! 맞아요. 저만 특별하게 인식한다는 거잖아요. 그쵸?”

반색하며 좋아하는 일한의 상기된 얼굴이 INSERT로. 짧게 뜬다.

S#22. 법률사무소 율동. 회의실. INT. 낮.

대익의 고민하는 얼굴이 잡힌다. 고개를 갸웃하면서 스읍 침을 삼킨다.
대익이 보는 방향으로 일한과 하이미니의 DM내용이 스크린에 떠있다.

대익 “난 잘 모르겠다. 요즘 이걸 뭐라고 하지? 가두리 양식?”
성식 “어장관리요.”
대익 “어, 그래그래, 그런 느낌이라고 할까.”
성식 “저정도 되는 BJ면요. 사실 어장도 아니고, 완전 저인망. 쌍끌이로 그냥 애들 꼬셔가지고 돈을 막...”
세라 “우선 하이미니 인터뷰 따볼 예정입니다.”
대익 “기각이란 말 못 들었냐?”
세라 “기각을 기각하겠습니다.”
성식 “오, 멋있지만 재수없어.”
세라 “저는 애초에 두 사람의 관계성을 입증해야, 의뢰인의 인간다움을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 생각은 틀렸습니다.”
대익 “어째서?”
세라 “여기, 대표님이나, 직원분들, 다들 학창시절, 짝사랑 해본 경험 있으시잖아요. 그 애끓고 속이 아리는 마음들, 다들 경험해 보셨을거라고 믿습니다.”
성식 “언제적 얘기를...”
세라 “그리고 최변호사님, 최근에 신용정보사 스테파니 대표한테 어떻게 해보려다 까였다고 알고 있는데 맞으시죠?”
성식 “야! (커진 목소리에 눈치를 보다가) 그거 개인정보유출입니다. 구변호사님. 그리고 지금 우리는 팀으로 회의중이지, 재판정이 아니예요.”
세라 “자, 지금도 보시면 최변호사님, 화를 내시지 않습니까? 짝사랑은 아픕니다. 이루지 못하고 좌절되면 속이 쓰립니다. 그게 인간다운 겁니다. 사랑하는 관계여야만 인간인게 아니라, 못이루고 슬픈 것도 인간입니다. 그래서 하아미니를 인터뷰함으로서...”
대익 “그러니까 구변 말은, 이 관계성이 무너지더라도, 거기에 의뢰인이 마음에 상처를 입고 좌절하면 그걸로 인간성을 입증하겠다? 사랑에 좌절하는 것도 인간이니까?”
성식 “와...(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독하다, 독해. 어우, 야. 난 너랑 일 못하겠다.”
세라 “그게 사랑일지, 좌절일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습니다. 그러니 하아미니 인터뷰가 우선입니다.”
대익 “그래, 그렇게 하면 어떤 방향이든 와꾸 맞출 순 있겠네. 의뢰인 마음에 기스내고서라도 할 수 있다면...(품에서 카드를 꺼낸다) 자, 구변. 이거, 법인카드로 앞으로 비용처리하고.”

세라가 대식의 카드를 받으려는데 대식이 슥 카드 쥔 손을 뒤로 뺀다.

대익 “대신, 의뢰인 어머니 먼저(강조하며) 만나 봐. 연인만 사랑이 아니다. 가족도 사랑이야. 그 케이스도 준비하라고. 하이미니와 투트랙으로. 아무래도 난 어머니 코드, 효심 이미지가 더 유용할 것 같아. 홀어머니 모시는 장수생 프레임. 먹히지 않겠어?”
세라 “네. 고려하겠습니다.”

세라가 받으려는데 또 카드를 뒤로 빼는 대익

대익 “그리고 너네 엄마랑도 좀 만나봐. 그때도 이 카드 써도 참작해줄게.”
성식 “에이, 대표님, 이거 특혜아닙니까?”
대익 “그럼 니가 이 케이스 인계할래? (뒤에 있던 최변 팀을 보며)박 사무장님, 어떻게, 이첩하십니까?”
성식 “아이고, 식사 하셔야죠 대표님.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웃옷을 챙겨입고) 구변 화이팅. (주먹을 불끈 쥐어보인다)”

세라, 시크하고 주먹을 살짝 올려서 받아준다.
그리고 손에 들른 카드를 이리 저리 돌려본다.

S#23. 세라의 본가. INT. 밤.

문이 열리고, 세라의 엄마. 미라가 문을 열어준다. 세라를 보고 반색하는 미라. 그리고 저편에서 뒤에서 고개를 빼꼼 내미는 세라의 동생 이든.

미라 “어서와, 딸.”
이든 “누나 왔어? 역시, 언론의 힘이 대단하네.”
미라 “한바탕 또 따지러 오셨어요? 소리 바락바락 지르면서?(말과 달리 웃는 얼굴)”
세라 “그러면 왜 또 인터뷰하게?”
미라 “왜 해? 이렇게 목표달성 했는데.”
세라 “나 씻을래.”
미라 “그래, 니가 쓰는 바디워시, 샴푸, 다 사놨다.”

세라의 엉덩이를 두드리는 미라. 세라는 별 반응 없이 화장실로 직행한다.

미라 “(장난끼 그득하게 웃으면서)아 역시 언플이야.”

S#24. 세라의 본가. 주방. INT. 밤.

머리를 말라면서 주방에 들어와 물을 마시는 세라.
식탁에는 저녁이 차려져 있다.

미라 “딸, 밥 먹어, 니가 좋아하는 새우 감바스, 만두 그라탕, 다 준비해놨어.”
세라 “밥 먹고 왔는데.”
미라 “또 먹을 수 있잖아.”
세라 “(반찬을 스캔하고) 맛만 볼게.”

식탁에 앉는 세라. 그리고 맞은편에 앉는 이든. 그리고 미라까지 식탁에 가족들이 모여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려는데.

미라 “그래. 저 반찬들 때문에 집에 온 건 아닐테고. 생각 끝났어? 결정했으니까 온 거 아냐.”
세라 “반찬 때문에 온 거야. 그거 말고 없어.”
미라 “그럼, 파주 건물 안 받겠다고?”
세라 “어. 사무실 있는데 뭐.”
미라 “다 큰 처녀가 사무실에서 먹고 자는게 말이 되니? 집이라도 있어야, 살림도 살림처럼 제 손으로 하고, 혼자 편하고 쉬고, 또 남자도 오고 그러는거지.”
세라 “필요 없다고.”
미라 “너는 애가, 어떻게 된 게 건물을 준대도 안받는다고 하니. 다른 애들은 몇십억 짜리 자기 아버지 뇌물을 자기 명의로 낼름낼름 받는데.”
세라 “파주 건물, 그거 다주택자 세금 털려고 나한테 떠넘기는 거잖아. 부자 커트라인 안들어갈려고.”
미라 “그래. 그래주면 덧나니? 너네 아빠 안 그래도 바빠가지고, 세금 처리, 보험 정리도 안되는데, 딸이 변호산데, 좀 해결해 주면 안되니?”
세라 “난 세금 전문이 아니라서.”
미라 “너 오게 하려고 언플에다가 한상 차림까지 바쳤드니...”
세라 “아빠는 한국 언제 들어와?”
미라 “주제 전환 스킬 쓰지 말고.”
이든 “아빠 말론 들어온다 들어온다 말은 하는데, 매번 연기야. 그래서 반찬이 냉동실에 다 쌓여있잖아. 이것도 냉동실 비우려고 차린거고. 그래서 누나도 부른거고.”
세라 “반찬은 내 배로 터는구나. 늘 그렇지 뭐.”
미라 “그러니까, 세라 니가 잘 해야돼. 적사병. 그거, 관련 테마주 뛰는 거 봤지? 아버지도 해외 확진자들 샘플 확보하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잖아. 아니 근데, 왜 우리나라는 샘플 채취도 못하게 하는 거야? 변호사님?”
세라 “일단 샘플 채취가 힘들고, 그리고 가족 동의도 어렵고, 무엇보다 DNA 지도를 스캔하려면 잡아두고 거의 생체실험급으로 해야하는데, 인권 때문에라도 그렇게 하면 안되지.”
미라 “그럼, 아버지 인권은? 바이오 산업이다 뭐다 죽어라 쪼으면서, 밥도 못 챙겨먹는다는데. 전화하면 힘이 없어가지고 진짜.”
세라 “전화 잘 돼?”
미라 “잘 되긴, 내가 100번 전화하면 겨우 한 번 연결 될까 말까다. 부녀가 아주 똑 닮아가지고, 에휴.”
세라 “근데, 엄마는 아빠 어디가 그렇게 좋아?”
미라 “갑자기?”
세라 “진짜로. 궁금해서.”
미라 “너네 아빠, 귀엽잖아.”
이든 “노 인정.”
세라 “대체 어디가?”
미라 “야, 니네 아버지 무뚝뚝하니 아무말도 없잔아. 근데 내가 옆에 조잘조잘 재밌게 하면, 안듣고 있는 것 같아도, 다 들어. 그러다 진짜 웃기면, 픽 하고 웃어. 근데 그게 그렇게 귀여울 수 없다. 너.”
이든 “노공감.”
세라 “나도.”
미라 “야, 여자는 남자 귀엽기 시작하면 그걸로 끝이야. 모성애가 별 건줄 아니?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이번에 저기 앞 동 박여사 만났는데, 그 양반 조카가 그렇게 귀엽다는거야. 공대 나와서 연구원인데...”
세라 “아, 뭐야. 선 얘기야 또?”
이든 “와, 대박, 엄마 빌드업 개쩐다. 여기서 누나 선으로 이어간다고? 와.”
미라 “아니, 사람이 순둥순둥 하니 괜찮다 하더라고, 그러니까 시간 좀 내서...”
세라 “나 바쁘고, 안 바빠도 생각 없어.”
미라 “야! 그럼 증여도 안받겠다 선도 안하겠다 결혼도 안하겠다, 뭐 할 거니?”

이때, 세라의 핸드폰이 울린다. [대익] 대익이다.

세라 “일. 잠깜만.”

세라 자리에서 일어나 주방에서 조금 떨어져 전화를 받는다.

대익 “어떻게 됐냐?”
세라 “오늘 의뢰인 어머니 만났고, 상황 전달 해드렸고, 정리된 입장문은 보고서로 올리겠습니다.”
대익 “아, 그래? 그 유튜브 하는 사람 만나러 갈 줄 알았더니. 잘했다. 잘했어. 지금 어디냐? 사무실이냐?”
세라 “집입니다.”
대익 “본가?”
세라 “네. 그렇습니다.”
대익 “그래, 카드 가지고 있지?”
세라 “네. 네. 네.”

세라가 전화를 끊고 다시 자리에 앉는다.

미라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엄마 위해서라도 증여, 소개팅, 둘 중 하나는 해! 엄마, 아빠를 위해서! 뭐라도 해달라고!?”

세라, 법인 카드를 내민다.

세라 “아빠, 들어오시면 낼 것들, 이걸로 다 재 놓으세요.”
미라 “뭐야, 이게?”
세라 “맘껏, 쓰래요. 그러니까, 써. 줄 때.”

미라는 금방 또 파르륵 신나서 카드를 받아든다.

S#25. 함바집. INT. 밤.

근처 아파트 신축현장 공사장 인부들이 작업을 마치고, 가방을 둘러매고 하나 둘 함바 식당으로 들어간다.
그 뒤를 따라서 들어가는 세라.
줄서서 들어가는데 세라의 정장과 공사 인부들의 작업복, 국방무늬 전투복 등이 대조적이다. 그리고 오픈 키친 형태로, 대형 솥들이 음식을 하고 퍼고 나르는 여자, 일한의 엄마 명선이다.
명선이 큰 밥틀에 다인용 밥솥에서 꺼내 뷔페식 밥통에 턱하고 내려쳐 밥을 쏟아낸다.

명선 “식사들 하셔요.”

인부들이 식판을 들고, 수저를 챙겨, 밥, 반찬, 국을 뜬다.
세라도 식판들 들고 줄을 선다.
명선은 메인 디쉬인 수육을 공정하게 나눠주고 있다.

명선 “이따가 부족하면 또 오셔. 지금 많이 펐다가 남기면 그게 더 아까워요. (세라의 차례가 되자) 아, 우리 젊은 사장님도 마찬가지. (수육을 퍼준다)”

세라는 홀로 앉아서 꿋꿋하게 야무지게 볼을 불리면 식사를 한다.

S#26. 함바짐. INT. 밤.

밖은 어둑하고, 인부들도 밥을 다 먹고 떠났다.
세라도 식판을 깨끗하게 비웠는데, 그대로 자기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주방에서 명선은 설거지를 시작한다.
그리고 남은 수육을 잔반통에 넣으려는데 세라가 일어난다.

세라 “어머니. 수육 저 주세요.”
명선 “(호쾌하게)그래요? 고맙네.”

세라는 수육을 또 꿋꿋하게 먹는다.

명선 “(설거지를 하면서 뒤를 흘끗보고) 잘 먹으니까 보기 좋으네. 변호사 선생님.”
세라 “(수육을 꼭꼭 씹으며)알고 계셨어요? 다 먹고 소개 드리려 했었는데.”
명선 “우리 아들 도와주는 유명한 선생님인데, 왜 몰라요? TV에도 나오시고. 유명하시잖아요.”
세라 “아, 그래서 아까 수육 더 담아 주셨구나.”
명선 “맛있죠? 삶을 때, 월계수도 들어가고 당귀도 들어가서 건강하게 맛있는 거야. 잘 먹는거 보니까 더 드릴걸 그랬다.”
세라 “저는 이제 다 먹었어요. (빈 수육 그릇을 보여준다)”
명선 “(빈 그릇을 돌아보고 흐뭇하게 웃으며 설거지는 여전히 열심히)우리 아들은 잘 지내죠?”
세라 “네. 그럼요. 운동도 하고... 열심히 진료도 받고 있어요.”
명선 “아이고. 그렇게 우리 아들이 효자예요. 지 엄마라고 하면 끔찍하게 생각해요. 그때도 참... 나 때문에 병원 오다가 그렇게 돼서 내가 참...”
세라 “두건은 어떻게 되신 거예요?”
명선 “아, 이거요.(두건을 가리키며) 그 왜 병원에서... 내가 병원을 왜 갔냐면은... 쓰러졌거든요. 내가?”
세라 “(설거지 물소리에 잘 들리지 않아)예?”
명선 “(말꼬리를 길게 빼면서) 쓰러졌다고~ 내가~”

S#27. 몽타주. 명선의 일과.

>어딘가의 다른 함바 식당에서 불을 끄고 문을 잠그고 퇴근 하는 명선.
>아현 뉴타운. 아파트 신축, 임시 사무소에서 들르는 명선. 파전, 감자전 등을 바리바리 싸들고 조합장과 건설사 간부들이 있는데다 내려놓는다. 명선 “식사 안하셨으면 요기 좀 하세요.”
>조합장, 간부들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나누는 명선.
>부동산 중개업자와 근처 공실을 돌면서 주방 입지를 체크하는 명선. 명선 “여기는 데크 트기가 좀 애매한 구조다.”
>건물을 둘러본 후, 부동산 중개업자와 인사를 하고 헤어지는 명선.
>바삐 걸음을 옮기다가 무던히 그대로 옆으로 쓰러진다. 지나가던 사람들이 몰려든다.
>응급차에 실려가는 명선.
>적사병 지정 병원이라는 푯말이 보이는 병원 입구로 들어가는 응급차량

S#28. 함바집

명선은 여전히 설거지 중이다.
세라는 꼿꼿하게 앉아 있다.
명선은 꿋꿋이 이야기를 한다.

명선 “내가 전화로 그렇게 오지 말라고 그랬는데, 굳이 오겠다고 오겠다고..”
세라 “어머니. (더 목소리를 크게)저 어머니 설거지 끝나고 말씀 나눌까요?”
명선 “저는... 이게 편해요. (잦아드는 목소리로 뒤로 잠깐 돌아보고) 변호사님 얼굴 보면 눈물 날까봐 못 보겠어요. (다시 설거지에 집중한다)”
세라 “(자리에서 일어나서) 저, 어머니, 아드님은 저희하고 잘 상의해서 대응하고 있고, 어머니 뵙겠다고 열심히 방역지침에 따라 생활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저는 그 말씀 드리려고 온 거예요. 그러니까 이만 가볼게요.”

세라가 자리에서 뜨려고 하니, 명선은 설거지를 멈추고 손을 수건에 닦에 종종 걸음으로 세라에게 다가간다.

명선 “변호사님, 우리 애, 진짜 정신 똑바로 박힌 아이예요. 엄마 고생 안시킨다고 공부도 묵묵히 열심히 하고 그런 애입니다. 지금 그렇게 된 것도, 나 때문에, 나 병문안 오겠다고. 그래서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선생님. (명선의 손을 잡으면서) 우리 아들, 살려주세요.”

세라는 말없이 명선을 보다가, 법인카드를 꺼낸다.

세라 “오늘 정말 밥 잘 먹었습니다. 계산은 이걸로...”
명선 “(카드를 내미는 세라의 손을 다시 밀며) 아이고, 오늘 밥값은 상담해주셨으니까. 내가 내야죠. 잠시만요.”

명선은 주방으로 가서 큰 김치통과 반찬통을 가지고 있다.

명선 “(양손에 통을 들고) 이거, 남은 거 절대 아니고, 새 메뉴로 해놓은 건데, 이거 변호사 선생님 챙겨가세요.”
세라 “아뇨. 괜찮습니다. 일때메 그렇게 잘 챙겨먹질 못해요.”
명선 “가서, 회사 식구들도 나눠 주시고, 저기, 가족들도 나눠 주시고 그래주세요.”

명선, 직접 세라의 손에 반찬통을 쥐어준다.

명선 “난 설거지 마저 해야겠다. 아이고, 오늘 퇴근이 늦어버렸어요. 변호사님도 나도 빨리 퇴근합시다! 어여 가보세요. 멀리 못나갑니다.”

세라는 양 손에 반찬통을 들고 함바 식당을 나온다. 여운이 가시지 않는지, 식당을 나와 건물을 올려다본다.

S#29. 법조타운 거리, EXT. 낮.

아침에 바쁘게 움직이는 직장인들.
그 사이에 걸어가는 대익.
바쁜 걸음을 카메라가 뒤에서 따라가고, 어딘가에서 우뚝 서는 대익의 발.
노점 가판대에서 신물을 하나 꺼내드는 대익.
1면 타이틀 [시민 유일한씨. 어머니 병문안 가다 참변.]

S#30. 법률사무소 율동. INT. 낮.

응접실에 직원들이 출근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있다.
대익이 들어와 신문을 툭 던진다.
성식이 신문을 받아든다.
세라가 자기 사무실에서 고개를 위로 빼고 대익을 바라본다.

대익 “(손가락으로 세라를 가리키며)1면 탑.”
세라는 사무실에서 나와 성식과 함께 있고, 태블릿으로 기사 1면들을 넘겨본다.

>공시생 유씨, 평소에도 효자로 알려져
>임용절벽에 좌절감. 하지만, 적사병지정병원에 입원중인 어머니 뵈러 갔다가 봉변.
>수송차량의 관리소홀로 3호 확진자 탈출, CCTV 확보.

성식 “(태블릿 스크롤을 내리며) 댓글 반응도 실시간으로 올라오네요. 불쌍한 일한씨. 이건 나라가 나서서 치료해줘야지... 구세라 변호사님 화이팅입니다...오...(세라를 한 번 보며) 근데 대표팀, 신문은 왜 가지고 오셨어요. 여긴 댓글도 안달리는데.”
대익 “종이신문 왜 가져왔냐고? 아무도 안 사보는 가판대 신문. 그게 마지막 남은 하나라는 거야. 어쨋든, 수고했다. 구변.”
세라 “저는 보고서 올린 것 밖에 없는데요. 그 다음은...”
대익 “감사는 됐고 나는 오늘 언론사 주필들하고 선약 있으니까, 회식 있으면 알아서 하시고, 나 찾지 마라.”

S#31. 격리 병동. 일한의 격리실. INT. 밤.

일한이 격리실 침상에 옆으로 쭈그리고 누워서 핸드폰을 보고 있다.
핸드폰이는 하이미니의 라이브 방송에 실시간으로 나온다.
그리고 라방에는 하이미니와 팬으로 보이는 남성이 나와있다.

하이미니 “바이미니들, 오늘 특별한 손님 왔다구. 알죠? 빤스홀릭 오빠. 안녕하세요~. 자기 소개 쏩니다~”
빤스홀릭 “안녕하세요. 빤스홀릭입니다.”

웃고 떠드는 모습을 보고 있는 일한의 얼굴. 어둑한 가운데 핸드폰 불빛으로 어른거린다. 표정은 점점 썩어간다.
그리고 일한의 뒷모습. 쭈그린 등이 초라해보인다.
장면은 하이미니의 라이브 방송으로 크게 비치는데, 하이미니가 빤스홀릭에게 껴안고 뽀뽀를 해준다.
베시시 웃는 빤스홀릭.

하이미니 “자, 바이미니들~ 이제 팬미팅 와야되는 이유. 다 알겠지? (가까이 붙어서 어깨선부터 파진 옷을 카메라에 들이대면서) 아, 참고로 이건 예고편.”

그리고 라이브 방송이 종료된다.
핸드폰을 집어던지는 일한.

일한 “씨발, 돈도 적게 낸 새끼가. 언제부터 지가 팬이라고, 나중에 영업당해놓고 열혈은 씨발 진짜. (얼굴을 감싸쥐면서) 아씨. 내가 여기 있을때가 아닌데.”

S#32. 면회실. INT. 낮.

세라, 파일과 서류 뭉치를 간이 테이블에 올려놓고 자료를 정리한다.
그리고 몇 가지 서류들을 면회실 창에 만들어진 통로를 통해서 전해준다.

세라 “여기 보시면, 재판일자, 순서, 동선, 다 정리되어 있구요. 혹시 몰라서, 배정된 판사 성향, 검사 성향, 출신성분도 정리해뒀고. 또 판사의 예상 질문지, 검찰측 예상 심문 인과에 따라서 정리되어 있구요. 외우면 좋지만, 그러지 않아도 저희쪽에서 대응할 거고, 질의 중에 곤란하면 나를 쳐다보면 돼요. 그게 우리 사인이에요. (계속 일한의 얼굴을 보지 않다가 일한을 쳐다보면서)알겠죠?”
일한 “재판 이기면, 바로 나갈 수 있어요?”
세라 “(일한을 바라보며 뜸을 좀 들이다가) 재판은 3심제인건 아시죠? 아마, 당국은 재판 결과와 상관없이 3심까지 풀어주지 않을 거예요.”
일한 “질본에서 의료진 확인서 받고, 1심에서 이기면요? 가석방 같은거 안돼요?”
세라 “지금 일한 씨는 격리 병동에서 감호를 받고 있지, 죄를 짓고 수형을 하는 게 아니예요. 그래서 가석방이라는 말이 성립되지 않아요.”
일한 “(살짝 화를 내며)그럼, 죄 없는 사람 이렇게 잡아놔도 되는 거예요?”
세라 “일한씨는 적사병 확진자로서 치료를 받고 있는 거예요.”
일한 “그럼 못가는 거예요?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무서운 얼굴로 세라를 보며)하이미니 팬미팅 못가는 거냐구요.”
세라 “일한씨... 지금... 그것...(때문에 라고 하려다 거두고) 아니, 일한씨의 감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재판에서 이기는게 훨씬 중요합니다. (신문을 보이면서) 이렇게 기사까지 1면으로 나가고, 효자로서, 임용 절벽의 장수생으로서, 시대에 도태된 청년으로서 응원받고 있다구요. 그런데 BJ 팬미팅 가겠다고 이 난리 친거라면 사람들이 뭐라고 하겠어요? 물론 거기에 대한 대응도, 마련해두었습니다. 그것도 인간적이라고 참작될 거니까.”
일한 “지금... 내가 사람 같지도 않다는 겁니까!?(끝에 힘을 실어 소리를 지른다)”
세라 “(눈하나 깜빡이지 않고)그러니까 자제력을 잃지 마세요.”

세라는 다시 일한을 보지 않고, 자료를 정리하면서, 서류를 뒤적이는데, 세라의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운다.
일한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주먹을 면회실 유리벽 위에 댄다.

일한 “자제요? 내가 이거 못 부술 거 같아요? 그래서 얌전히 잡혀 있는 것 같습니까?”

일한의 팔뚝이 꿈틀대니, 유리창에 금이 빠직. 갈라진다.
일한의 뒤에 있던 방역요원이 일한을 자리에 앉히려는데, 일한이 툭 밀치자 저쪽 벽으로 쳐박히고 바닥에 나뒹군다.

세라 “(같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거 깨고 나오면, 메뉴얼대로 즉시 사살입니다. 어머니도 안뵙고 죽을 생각이예요?”
일한 “효자 프레임은 개뿔. 내가 불효자인 건 내가 제일 잘 아는데, 그게 마음대로 되지도 않는데. 그래서 미안해 죽겠는데, 효자 연기나 시키고, 사람 하나를 거짓말로 위장시키고 설득하는게, 그게 법입니까? 그게... 공익 이냐구요. 공익 변호사님.”
세라 “그러니까 재판에서 이겨야죠. 참고, 기다리고 이기고 나가서 어머니도 보고, 좋아하는 여자도 보고, 팬미팅이 아니라, 남자 대 여자로 보고.”
일한 “지금 보고 싶다고요. 지금! 지금, 당장! 뭘 재고 따지고 참고, 나는 그냥 지금을 살고 싶다고요. 그러니까 내 힘으로 나가기 전에 변호사가 힘 좀 써 보라고!”

세라, 그리고 앉아서 서류들을 훑어본다. 그리고 다시 일어난다.

세라 “(눈을 한 번 감았다, 뜬다.)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어요. 저와 면회하면서 확진 및 소요가 없다는 것이 증명되면, 법원에서 면회가 가능하도록 결정문 내려올 수 있습니다. 여론도 어머니와 만나게 해달라는 의견이 많구요. 그러니 소란 일으키지 말고 앉으세요.”

일한, 자리에서 앉는다. 그리고 뒤에 쓰러진 방역요원이 눈에 들어오고, 부축하는 다른 방역요원에게 도와주려고 일어나려고 하는데, 요원이 아연실색하면서 넘어진 요원을 데리고 나간다.

세라 “하아미니 만나서 면회 신청하도록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그래서 오겠다고 하면, 일한씨의 마음이나, 내 판단처럼 사랑하는 사이가 증명되는 거구요. 만약에 안오겠다고 하면...”
일한 “그럴 일 없어요. 올겁니다.”
세라 “그래요. 그 말까지 전달할게요.”
일한 “죄, 죄송했습니다. (꾸벅 인사를 한다)”

일한이 민망함과 미안함에 도망치듯 면회실을 빠져 나간다.
세라도 돌아서서 방역복을 벗고 짐을 챙기는데, 유리창이 빠직 소리를 나며 크게 금이 가고 일부분 깨진다.
깜짝 놀라 어깨를 떠는 세라. 눈을 질끈 감고 심호흡한다.

S#33. 하이미니의 집이면서 스튜디오. INT. 낮.

조명 스태프로 보이는 자가 조도를 조절한다.
제작진이 카메라 뒤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다.
그리고 스태프로 보이는 사람이 방 구석에 몰려서 카메라에 걸리지 않게 있고, 카메라에는 하이미니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제작진 뒤로, 세라도 하아미니의 모습을 보고 있다.

하이미니 “그럼, 다음 라방에 봐요. 안뇽~~”

카메라가 꺼지고, 하이미니는 자리에서 일어나 스태프들에게 수고했다고 인사를 하는데 위에는 노출이 심한 블라우스인 반면에 아래는 펑퍼짐한 수면바지를 입고 있다.
하이미니는 그대로 세라에게 다가온다.

하이미니 “죄송해요. 많이 기다리셨죠. 긴급 라방이 편성되어서요.”
세라 “아니예요. 온 지 얼마 안되었어요.”
하이미니 “아, 저희 밥 먹을 건데, 같이 먹을까요?”
세라 “좋아요.”

세라는 가방에서 법인 카드를 꺼내, 하이미니에게 들이민다.

세라 “여기 저희 법인카드.”

그러자, 하이미니는 베시시 웃더니 스태프에게 카드를 받는다.

하이미니 “이거, 저희 법인카드. 변호사님 회사에 비해서 작겠지만 우리도 회사 단위로 움직이거든요. 아, 맞어. 소개를 해드려야지. (직원 한 명 한 명을 가리키며) 여기 우리, 카메라 조명 기사님, 그리고 여기는 PD님, 뒤에 제작실장님, 그리고 옆에는 SNS 대응팀.”

간단히 목례하는 SNS 대응팀. 그 새에도 태블릿으로 쉴새 없이 DM이 오는 하이미니의 SNS. 그리고 거기에 직접 답장 DM을 보내는 대응팀장.

하이미니 “신경쓰이시죠. 알림 끌까요?”
세라 “아뇨 괜찮습니다. 답장은 팀장님이 따로?”
하이미니 “저도 가끔 보는데 일일이 답장하기 힘들어서요. 그래도 팀장님이 답장은, 네임드 위주로 해줘요”

태블릿으로 엑셀 파일을 보여주는 하이미니.

하이미니 “이건 누적 후원 정리해놓은 네임드 명단이고요.”
세라 “거기에 우리 의뢰인 유일한씨도 있나요?”
하이미니 “네. 네. 근데 그분 지금 어때요? 건강한거예요?”
세라 “네. 신체에 이상없고 건강합니다. 걱정은 안하셔도 돼요.”
하이미니 “걱정보다도, 아마 우리 제작 실장님 입장에서 후원 끊기는게 좀 빠듯할 수도...(세라 눈치를 보고) 있지만, 더 열심히 일해야죠.”
세라 “그럼, 미니씨.. 미니씨라고 해도 되죠?”
하이미니 “네. 바이님들은 다 그렇게 불러요.”
세라 “미니씨는 평소에 유일한씨를 어떻게 생각하셨어요?”
하이미니 “음... 고마운 오빠죠. 고맙고. 아무래도 채널운영에 큰 보탬이 되니까. 투자자라 그럴까?”
세라 “그럼 유일한씨와 면회 기회가 있다면, 어떠실 것 같으세요?”
하이미니 “면회요? 글쎄요. 저는 뭐 가족도 아니고... 또 채널 운영이라는 게 좀 스케쥴 조정하기가, (뒤에서 제작실장에 손으로 X표시를 하는 걸 보고) 좀 그렇다네요.”
세라 “네. 잘 알겠습니다. 형식적으로 물어본 거라.”
하이니미니 “그리고, 솔직히 지금 온전한 몸상태도 아니라면서요. 언제 돌변할지 모르는데... 좀 전에 뉴스 속보 보니까 확진자 중에 12시간 지나고서도 공격성 보이면서 돌변한 케이스가 있고, 뭐 또 뭐라더라, 정상적으로 돌아오는 건 병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런 말도 하던데요. 뉴스에서.”
세라 “어디 기사에서요?”
하이미니 “기사가 아니라, 여기 유튜브에 그 24시간 송출하는 뉴스전문 채널 있잖아요. 거기서 교수님이라는 분이 그러시던데. 라방 하면서 실시간으로 소재있나 켜놓거든요. 음소거하고. 근데 자막은 나오잖아요.”
세라 “제가 확인을 좀 해봐야겠네요.”

세라는 유튜브 실시간 채널을 틀어본다.
채널로 줌하던 화면은 뉴스 스튜디오 장면으로 디졸브.

S#34. 뉴스24 스튜디오. INT. 낮.

뉴스 앵커가 다소 공격적인 어투로 뉴스를 진행한다.

앵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현식 교수님 모시고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교수님, 우선 우리가 이른바, 적사병으로 명명한 그 질환, 무어라 정의할 수 있겠습니까?”
교수 “예. 사실, 인류 역사적으로 여러가지 무시무시한 전염병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중에 비슷한 예로, 광견병이 있을텐데요. 이것은 랍도 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리사 바이러스에 감염된 경우를 말합니다.”
앵커 “아, 그렇군요. 그럼 이게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칩니까?”
교수 “바이러스라는게 인간을 숙주로 삼으면 그 즉시 뇌를 통해 중추신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INSERT. 광견병 증상으로 눈이 붉고 발광하는 라쿤의 모습이 보여진다. (의사의 설명은 게속 내래이션으로 깔린다.)

NAR 교수 “보통 물을 무서워하는 증상을 보이며 공수병이라고도 합나다.”
>물을 무서워하는 개의 모습.
>대조적으로 물을 벌컥벌컥 마시는 일한
NAR 교수 “그리고 신경학적으로 섬망 발작 발광 지남력 장애등을 보입니다.”
>근육을 마음대로 가누지 못하고 머리를 땅에 박는 당나귀의 모습.
>대조적으로 물구나무 서서 팔굽혀펴기를 하는 일한.
NAR교수 “이때, 바이러스에 대항하는 항체는 마비기에 가서야 형성되는데, 그때는 이미 호흡마비부터 시작되고, 신경 마비가 오니, 이미 손쓰기에는 늦습니다.”
>사람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마비증상을 일으켜 쓰러지는 대형견의 모습.
>4단 줄넘기를 하다가 밥을 넣어주는 직원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일한.

다시 뉴스 화면으로 넘어오고 앵커가 의사에게 묻는다.

앵커 “결국 전염성을 차단한 상태에서, 숙주는 빠르면 하루 늦어도 일주일 내에 사망한다 그런 말씀이신지요?”
교수 “어디까지나 광견병의 예후를 빗대면 그렇습니다. 그런데 적사병의 경우, 호르몬분비 영역까지 침범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더 나쁜 예후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앵커 “자, 그러면 우리가 소위 광견병이라 불리는 바이러스 기전, 예후를 알아봤고요. 그런데 말입니다, 지금 적사병 4호 확진자, 유일한 씨의 경우, 나는 자각이 있고, 지남력이 있으니, 생명권을 보장받아야한다. 이런 입장이거든요. 그런데 선생님 말씀처럼 곧 죽을 사람, 혹은 발병에 주변을 해치는 사람을 변호하는 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교수 “제가 법조인은 아닙니다만, 사실 전염성이 약한 바이러스는 아이러니하게도 독성이 높아, 숙주를 일찍 죽여버립니다. 그러니 전염되지 않죠. 그런데 숙주가 거리를 활보하게되면 아무래도 전염력을 더 커지겠죠.”
앵커 “자, 그러면 우리 사회는 지금, 전염력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바이러스 숙주를, 어떻게 될지 모르는 숙주를 메뉴얼대로 처분하느냐, 아니면 세상에 내놓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셈인데요. 과연 숙주를 내놓는 그것이...”

화면이 멈춘다.
세라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하이미니의 스튜디오 밖을 나와 달리기 시작한다.

S#35. 법률사무소 율동. EXT. 밖.

기자들이 좀비떼처럼 몰려와 있고, 대익이 사무소 밖으로 걸어나오자, 플래시가 터지고, 기자들이 대익의 주변으로 겹겹이 쌓여 마이크 카메라 녹음기 등을 들이단다. 대익이 조금씩 이동하면, 동선을 따라, 기자떼가 움직인다.

기자 “정현식 박사의 의견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기자2 “곧 죽을 사람을 변호하는 일은 무용하다라는 의견도 있는데요. 이에 동의하십니까?”
대익 “(걸어가면서 진땀을 흘린다) 아 그 부분은, 질병 관리본부의 공식 입장도 아니고 우리가 그것에 답변을 내놓을 입장도 아닙니다. 입장은 질본에 있고, 저희가 확인한 것은 현재, 격리 시설에서 방역 당국에 적극 협조하여 치료를 받고 있다는 사실뿐입니다.”
기자3 “재판에 이기면, 격리시설을 바로 나올 수 있습니까? 나와서 거리를 활보한다면, 전염성 차단 문제도 있는데요.”
대익 “그것은, 재판 후의 일입니다. 지금 시점에서 미래를 가정하는 것은 옳지 않고, 그 때가 되면 청와대나 방역 당국과 긴말한 협조하에 움직일 것이고...”
기자4 “그럼 재판에 이겨도 이긴 게 아니지 않습니까? 살려둔다고 해도, 격리시설에만 가둬두면 그게 인권을 확보하는 길입니까? 결국 그 시설, 비용, 세금 다 혈세로 나가는데, 변호인은 재판 이기면 끝납니까?”
대익 “잠깐.. 당신 어디서.. 나왔...(반말이 나오려다가 참고)습니까?”

대익이 눈이 매섭게 번하고, 기자가 침을 삼킨다.

S#36. 한정식집. INT. 밤.

대익, 그리고 메이저 언론사 주필들, 보도국 국장들이 앉아서 식사하는 자리.
기자들은 미리 와서 앉아 있고 대익이 허겁지겁 들어와서 웃옷을 벗어 옷걸이에 건다.

대익 “(땀을 닦고 자리에 앉으며)아까 기자 중에 안경잡이 황주필 니네 새끼기자지?”

시종 웃으며 벌써 술잔을 기울이는 기자, 황성만 주필. 이미 취한 술톤에 대익에게도 술을 권한다.

성만 “아, 형님 오자마자 일얘기 입니까. (술잔에 소맥을 말면서) 일단 한잔 자시고.”
대익 “니네 종편 뉴스24부터 아주 작정하고 와꾸를 짜맞췄더만, 새끼기자들까지 동원해서.”
성만 “이야, 우리 애들 기특하다. 거기까지 다 쫓아가고. 기자정신 있네 뭘. (소맥을 원샷하고 시원해 한다.)”
대익 “다음 야마가 뭐야? 의사 인터뷰가 전부는 아닐테고. 다음 거 판 짜려고 야부리부터 털어둔 거 아냐? 잡고 있는 게 뭐야?”
성만 “(소맥을 한모금 축이려다가)에이씨 히야시가 안돼서 술맛이 그렇다, 여기.”
대익 “술? 술은 돈맛이지. (자신의 개인 카드를 꺼내놓는다.) 히야시 잘된 술집은 3차에 가면 되고.”
성만 “(카드를 흘끗보고는) 아니, 이 집도 나쁘진 않은데...(안주 중 회를 집어 초장에 묻혀 대익의 앞접시에 올려주면서) 방역요원 중에 다쳐서 그만둔 사람이 있더라고.”
대익 “요원? 다쳐?”
성만 “그래서 만나고 왔지요. 그랬더니, 치료받고 있는 그 좀비. 아니 그 확진자가 변호사한테 막 승질을 내더라는 거야. 왜 화를 내나 했더니, 누굴 만나야 되는데 못만나게 해서 빡쳤다고. 그러더라고. 근데, 우린 그게 다 엄만 줄 알고 있었잖수. 근데 그게 아니더만. 맞죠?”
대익 “(묵묵히 회를 먹는다) 많이 다쳤대냐?”
성만 “아니 뭐 심한 건 아니고, 질본에서 산재처리해서 다 해줬다니까 군말 없이 관두긴 했는데... 그래도 세상이 아는 진실과 자신이 아는 진실이 다르니, 사명감이 생긴거지.”
대익 “그래서, 너네 야마는 효자 프레임 걷고, BJ 엉덩이 흔드는 거 본닥고 엄마 등골 빼먹고, 이런 인간 쓰레기를 과연 살리는 게 맞냐? 나라에 위협이 되는 좀비를 죽이자! 이렇게 테이블 깔겠다는 거네.”
성만 “내가 무슨 시장통 야부리꾼 입니까? 그저, 우리는 언론으로서 이 나라 주인인 국민께 판단을 묻는거지.”
대익 “뭐 주인? 하하. 니네 입에서 주인 소리가 나와? 주인 무서워하지도 않는 똥깡아지가?”
성만 “무섭죠. 인권이네 평화네, 공정이네, 정신 빠진 소리하면 얼마나 무서운데요. 그럴 때 나사를 좀 조여드려야, 딴 생각 안하시지. 그게 팩트 아니겠습니까? 아시면서 잘.”
대익 “황주필. 내가 검사 내려놓고 공익 변호하고 있으니까 천하의 개호구로 보이지? (목소리를 더욱 깔고) 야, 황성만이... 나 공안하던 장대익이야. 내 눈까리가 몇 갠줄 알아? 니들 검은 속 보는 눈만 열개가 넘어. 니들이 언제 국민국민했다고 팩트니 뭐니 씨발... 건너 뛰고 이름만 대라. 누구야? 누구 만났어? 정무수석? 민정? 비서실장? 오더 내린 동앗줄 이름만 대.”
성만 “(지지 않고 목소리 깔고)무슨 소리야, 내가 정권 개나발 부는 뽀시래기로 보입니까 아직? 검사님, 아니 변호사 양반.”
대익 “이 새끼, 뇌가 빠졌네. 야, 황성만이. 너희 사주 씨발 세금 털려고 청와대, 국회 줄대고, 뒷구녕으로 세탁한 돈 먹이고, 법률 개정해서, 떨어지는 금액 계산기 두드리는거, 그거 우리 세무팀 담당이야. 까먹은 거 아니지? 그거 까면 니네 사주가 죽을까? 밑엣놈 덤티기로 올가미 씌워서 목매달아 버릴까?”
성만 “아, 무슨 (쫄았지만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이, 이야기가 거기까지 갑니까...? 선배님...”
대익 “그래, 우리 자랑스런 한국대 후배 대기자 황성만 기자님. 재판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쥐뿔 아무것도 아닌걸로, 깽판치지 말고... 우리하는 거 한번 지켜 봐죠. 소스 다 주잖아. 그걸로도 충분한데 왜 한다리 더 걸치려고 해. 그러다 다리 찢어지면, 위에서도 황기자만 꼬리 잘라 버리는 거라고, 어차피 갈아끼우면 되니까. 그러니까 좀 봐줘! 내가 오늘 2차, 3차까지 풀코스로 뫼실게. (카드 들고 흔들며)이 카드 한도 없는 거야. 자 마셔 마셔!”

대익이 소맥을 말아서 한잔씩 돌리고, 성만이 마지못해 못이기는척 잔을 받고 한 잔 들이킨다.

S#37. 법률사무소, 율동. INT. 밤.

세라가 사무실에서 관련서류를 살펴보다가 전화가 와서 받는다.

세라 “네. 늦게까지 일하시는데 죄송합니다. 저희가 아무래도 같이 입장을 정리해야할 것 같아서요.”
질병관리본부장 “괜찮습니다. 검사는 늘 업데이트 중이고, 제가 파일 보내드린 거에, 피검사, 소변검사, 혈압, 심전도, 호르몬수치 다 넣었으니까 확인해보시고, 이학적 소견도 첨부했습니다.”
세라 “감사합니다. 본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추이를 보자면요.”
본부장 “아직 미미하긴 하지만, 조금씩 낫고 있다고도 볼 수 있겠어요. 이게 안정세 아니면 공존기간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래도 수치는 그래프상 조금씩 떨어지고 있거든요.”
세라 “네. 의견 참고하겠습니다. 아직은 오프 더 레코드로 가지고 있을게요.”
본부장 “그럼 늦은데 고생하세요.”
세라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자마자,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대익. 술이 거나하게 취해있다.

대익 “노크 안해서 미안. 술 때문에 좀 봐줘. 아, 그, 얘기좀 할까?”
세라 “이것만 정리하고요.”
대익 “그래, 그래, 늘 고생이지, 우리 변호사님.”
세라 “최대 속도로 빨리 정리하겠습니다.”

S#38. 율동. 응접실. INT. 밤.

대익이 응접실 소파에 널브러져있다.
세라는 사무실에서 나와 응접실 한 켠에 있는 대형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대익 앞에 턱 내려놓는다.

대익 “(잠에서 덜 깨서) 어, 일 정리 다 됐냐?”
세라 “물로 알콜 희석하세요.”
대익 “그래, 고맙다. 재판 준비는 잘 되가?”
세라 “네. 자료준비는 빈틈없이 하고 있습니다. 근데 의뢰인이 면회를 원합니다. 그래서 접근근지명령 관련해서 가처분 신청하려고 법률 검토중이었습니다.”
대익 “그... 참, 그래 알았다. 내가 더 이래라 저래라하면 그건 내 밥그릇이지, 니 케이스는 니가 잘 정리하겠지.”
세라 “몇 차까지 달리셨어요?”
대익 “3차. 먹물새끼들, 맨날 접대 받더니 술통만 늘어가지고. 특히 황주필. 그 새끼가 날 간보는거야. 사건을 언론 프레임으로 가두려고. 그거 다 막느라 죽겠다. 진짜.”
세라 “고생하셨네요.”
대익 “어차피 지도 겁만 준거라고. 소스 주워먹을 거 없으면, 뽀찌라도 받겠다고, 그게 안되니 3차까지 뽑아먹을려고. 그래서 내가 어쨌는줄 알아?(법인카드를 꺼낸다)법인카드로 긁었다. 김영란법 빼박이라고, 다 코걸린거야. 사회생활 원데이 투데인줄 아나. 정치란 게 그래요... 언론, 정부, 검찰 다 짬짜미에다가...”
세라 “(일장연설을 직감하고 바로 말을 자르며)말씀중에 죄송한데, 저는 정치는 모릅니다. 저는 법과 사람만 보겠습니다.”
대익 “그래. 그래야지. 그렇게 해. 너는 그렇게 해. 위엣 일은 위에 맡기고...”

응접실 소파에 그대로 누워자는 대익.
세라는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서, 담요를 가져다 대익에게 덮어주고, 다시 책상 앞에 앉아 업무에 매진한다.

S#39. 법률사무소 율동. INT. 낮.

사무실 책상에 자고 있던 세라의 핸드폰 진동이 요란하게 울린다. 동시에 옆에서 뻗어있던 대익의 핸드폰도 요란하게 울린다.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고 직원들이 하나 둘 출근한다.
사무장 하나가 대익을 흔들어 깨운다.

사무장 “대표님, 신문, 신문 좀 보세요.”

대익은 비몽사몽간에 덮어있는 신문을 보려는데, 사무장은 그게 아니라며 태블릿 PC를 보여준다.
[3호 확진자. 모친이 아니라 인터넷 BJ 만나기 위해 소란. 방역요원 상해.]
일어난 세라와 대익 눈이 마주친다.
대익은 바로 핸드폰을 들어 황성만 주필에게 전화를 하지만, 꺼져있다.
이어서 다른 방송사 국장에 연락하는 대익.

대익 “김국장. 이거 뭐야? 방송 다 왜이래? 어제 내가 3차까지 풀코스로 쐈잖아.”
김국장 “모르셨어요? 어제 4차까지 갔습니다. 황주필이 이끌고.”
대익 “뭐? 그런다고 기사를 이따위로 써?”
김국장 “우리도 뭐 우라까이라, 황주필한테 전화를 하셔야지...”

대익, 대꾸도 없이 전화를 끊는다.
그러자 바로 황주필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대익 “너, 이 씨발새끼야! 이렇게 물을 먹여? 사주 좆대는 꼴 보고 싶냐?”
성만 “아, 형님. 뭐 그렇게 화들짝 놀라십니까? 이정도 메시지 가지고.”
대익 “무슨 메시지? 사람 엿먹이는 이 좆같은 야마보고. 메시지?”
성만 “선배님, 그러니까 정부 차원에서도 적사병 확진자를 거리에 내보낼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곧 죽을 사람들 재판 이긴다고 해도 곧 죽는데, 좋을 것도 없고, 너무 힘쓰지 마라, 살살 해라. 이정도 사인을 줄 수 있잖아요. 그걸 못읽어요? 눈까리 여러개라는 사람이. 공안하던 장대익이.”
대익 “어디 윗줄인지 모르겠지만, 너 실수한 거야. 이거 나라 뒤집힐 정도로 재판 밀어붙일 거니까 그렇게 알아라. 그러니까 너네도 검찰, 사법부, 언론, 청와대 총동원해라. 제대로 한 판 붙자.”

대익이 전화를 끊고, 세라를 부르려고 세라의 사무실을 보는데, 세라가 급히 어디론가 뛰어나간다.

대익 “구세라! 어디가?!”
세라 “아껴뒀던 카드 쓰겠습니다.”

위의 정장 자킷을 입지도 못하고 손에 들고 급하게 나가는 세라.

S#40. 하이미니의 스튜디오. INT. 낮.

초인종이 신경질적으로 울려댄다. 하아미니의 방송, 제작실장이 초인종을 뜯어서 불통으로 만든다.
태블릿으로 언론 기사를 검색하는 SNS 대응팀장.
[하이미니, 괴물을 만든 장본인] [BJ와 3호 확진자의 부적절한 스폰서 관계] [인터넷BJ 후원, 이대로 괜찮은가]
라이브 방송을 준비하던 하이미니는 반쯤 헐벗고 있다가 트레이닝복 자켓을 다시 입는다.

하이미니 “오늘 라방은 못하겠네요. 휴방 공지 띄워주세요.”
제작실장 “영상은? 영상도 다 내릴까?”
대응팀장 “잠깐만요. 조회수 오르는데요? 2년 전 영상까지 쭉.”
하이미니 “그럼 댓글창만 사용중지로 놓고, 영상은 놔둬요.”

하이미니는 창문을 바라본다. 기자들이 좀비떼 처럼 위를 올려다보고 있다.
창문이 살짝 열리자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진다.
하이미니는 황급히 창문을 닫는다.

S#41. 명선의 집. INT. 낮.

하이미니의 집과 다른 일반 가정집. 휴대폰이 카메라 기능을 켜둔 채로 삼각대 뒤에 세팅 된다. 카메라 뷰 안으로 명선이 등장한다. 두건을 쓰고 있던 명선이 두건을 벋자, 붕대로 감긴 머리가 나온다.

명선 “(카메라 밖을 보고)이제, 하면 되나요? (고개를 끄덕끄덕) 어, 그러니까, 저는 유일한 엄마 김명선입니다. 제가, 이 자리에 앉은 것은... 그러니까... 사실은... 제가 얼마전에 수술을 했습니다. 의사선생님이 말씀하기론, 뇌의 혈관이 좀 커졌다고 하는데, 수술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도 전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머리에 무시무시한 병을 안고 사느니,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살겠다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게 사람 마음 아닙니까? 그래서 병원에 입원했고, 우리 아들이 그거 보러 오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효자가 다른 게 있습니까? 가족 아픈지 안부 묻고, 자기 일 바쁘더라도 엄마한테 일 있으면 뭐 법적으로 도와줄 순 없어도, 옆에 앉아서 마음을 토닥여줄 수 있는 게 그게 효자고 가족 아닙니까? 저도 아들도 마음이 똑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그러고 싶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지금 재판도 묵묵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답게 나와서 엄마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유명하신 분들, 선생님들, 우리 아들 빨리 낫도록 도와주시고, 응원해주세요. (카메라 밖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 아들 빨리 낫고 고쳐서 엄마랑 다시 만나자. 엄마가, 니 좋아하는 카레, 돈까스, 꽃게탕 해줄게. 우리, 건강하게 보자. 감사합니다. (정면이 아니라 카메라 밖을 보고)선생님 제 할말 다했습니다.”
세라 “(카메라를 밖에서 명선을 보고 있던 세라, 녹화 기능을 정지하고)네. 잘하셨어요.”

명선은 할 말을 다 하고, 눈물을 그제야 흘린다.
세라는 자신의 손수건을 명선에게 가져다준다.

명선 “선생님, 이렇게 하면 우리 아들 살 수 있지요?”
세라 “확답은...(사무적인 말을 하려다가 멈추고) 제가, 제가 잘 할게요. 어머니 마음이 통하게 제가 잘 하겠습니다.”

세라, 명선의 손을 잡아준다. 명선도 세라의 손에 자신의 쭈글쭈글한 손을 얹는다.

S#42. 격리 병동. 일한의 격리실. INT. 낮.

새우자세로 쭈그리고 누워서, 폰 보고 있는 일한.
동영상이 재생중인데, 명선의 인터뷰 모습이다.
일한은 눈물을 흘릴 뻔 하다가 바로 침상을 박차고 일어난다.
일한의 침상 주변으로 수 백권의 책들이 둘러쌓여있다.
그리고 초인종 기능을 하는 비디오폰이 있는 벽면으로 걸어가는 일한.
그리고 비디오폰을 뜯어낸다.
전선 가닥들이 벽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전선을 잡고, 결의찬 눈빛을 보이는 일한.

S#43. 법률사무소 율동. 대익의 사무실. INT. 낮.

대익이 창문의 블라인드를 살짝 걷고 밖을 보고 있다.
창 밖에는 시위자들이 여럿 몰려와있고, 경찰이 가이드라인을 치고 통제한다.

비서 “오늘 집회 신고는 두 건입니다.”
대익 “두 군데?”
비서 “네, 저 인권단체 중심으로 유일한 살리기 집회, 그리고 반대쪽인 좀비 처단 결기 집회입니다.”
대익 “(한숨을 쉰다) 회의 준비 다 됐죠?”
비서 “네.”
대익 “갑시다.”

바깥의 시선으로 대익이 창가에서 사라지는 모습.
그리고 시선을 따라 카메라가 줌 아웃해서 옆으로 pan하면
시외자들의 모습이 보인다.
각자의 구호를 외치는 시위대들이 대조적이다.

시위자 “시민, 유일한씨를 살려내라! 살려내라! 죄없는 국민, 적극 보호하라! 보호하라!”
반대편 “좀비를 즉각 처분해라! 처분해라! 혈세로 좀비 치료, 웬말이냐! 웬말이냐!”

S#44. 법률사무소, 율동. 회의실 INT. 낮.

대익, 성식, 사무장들, 직원들이 배석해 있다.
세라가 앞에 나와 PPT를 띄우고 브리핑을 시작한다.

세라 “지금, 각종 여론조사, 언론 동향, 소셜 빅데티어 분성상, 대략적으로 부정여론이 88%입니다.”
대익 “의뢰인 상태는 어때?”
세라 “질병본부 말로는 현상 유지중입니다.”
대익 “동요나 소란은 없고?”
세라 “아침까지 보고받은 내용으로는 그렇습니다.”
대익 “그럼, 구변은 가서 상태 좀 체크하고.”
세라 “네. 그렇게 할 예정입니다.”
성식 “그러게, 폰을 주면 안된다니까. 그걸 왜 넣어줘가지고, 걱정을 만들어.”
세라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으면 고립감에 더 큰 반발심을 일으켰을 지도 모릅니다.”
대익 “이제부터 우리는 사무실 전체가 움직인다. SNS대응 쪽으로 최변이 맡아서 체크하고.”
성식 “네. 바이럴 하는 애들 쪽으로 어머니 영상 뿌릴 수 있는 대로 뿌려 볼게요.”
대익 “그리고 다른 선수들도, 인맥, 학연, 지연 총동원해서, 검찰 동향, 사법부 방향, 체크해볼 수 있도록 하고. 구변은 이럴 때일수록 재판에 집중해라.”
세라 “철저히 대비하겠습니다.”

그때 세라의 핸드폰 진동이 울린다.

대익 “그리고, 기자들 전화는 우리 비서실 제외하곤 대응하지 말아라.”
세라 “(폰을 보며 혼잣말)기자는 아닌 것 같은데...어디서 봤지?”

계속 울리는 세라의 전화.

대익 “각자, 최선을 다해서 최고의 합을 만들어 봅시다.”

회의가 파하고, 세라도 역시 자신의 사무실 쪽으로 나가면서 전화를 확인한다.
010 번화로 계속 전화가 온다.

S#45. 법률사무소, 율동. 세라의 사무실. INT. 낮.

세라는 책상에 앉아 결심이 섰는지 전화를 받는다.

세라 “네. 구세라입니다.”
일한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습니까?”
세라 “일한씨? (손을 이마에 짚고) 아니, 어떻게, 어떻게 전화했어요? 지금 어디에요?”
일한 “걱정마세요. 병동이니까 아직.”
세라 “분명히 송신 제한 걸어두었는데.”
일한 “병동 회선을 루팅했어요. IP 전화기가 있더라구요. 쌍방향 회선이라, 전파만 잡아서 물리니까, 통화는 방금이더라구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고...”
세라 “그래요. 일한씨. 우리는 재판에만 집중할 거예요. 여론은 여론일 뿐입니다.”
일한 “재판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면서요. 어차피 국민정서법 대로 가는거 아닙니까? 지금 부정여론 88%에, 그래프 추이대로면 90, 100되는 건 시간 문제던데.”
세라 “그래서, 어머니 힘이 필요해요. 인터뷰 봤죠? 모성애 프레임이 생각보다 잘 먹히거든요. 그리고 재판 전날, 어머니와 면회가 있을 거예요. 그때 카메라도 들어갑니다. 우리쪽 친한 언론사도 부를거구요. 그러면 분명히...”
일한 “엄마, 지금 아픈 거 모르는 거 아니잖아요... 뇌동맥류는 코일색전술 받았어도 예후를 지켜봐야하는데, 엄마 함바집 일은 또 계속 하잖아요. 그런데 더 고생시키면, 그런 불효자가 세상에 어디있습니까? 그러니, 엄마는 이제 놔두세요. 면회도 안하겠습니다.”

전화 끊긴다. 굳은 표정의 세라, 머리를 잡고 고민을 한다.
그러다 이내 차 키를 들고, 사무실을 달려나간다.

S#46. 격리병동. 일한의 격리실. INT. 낮.

일한은 쌓여있는 책들을 치우고, 길을 튼다.
그리고 창문으로 다가가 창문틀째로 양 손으로 잡고 벽에서 뽑아낸다.
창틀이 있던 벽에 발을 디디고 서는 일한.

S#47. 도로. 세라의 차안. INT. 낮.

세라는 차를 최대속도로 몰아, 격리 병동으로 향한다.
차를 운전하는 틈에 질병관리본부 일한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건다.

세라 “일한씨 지금 어디 있어요?”
담당자 “일정상, 검사 후 격리실에서 휴식중일텐데요.”
세라 “일텐데요가 아니라, 가서 확인 좀 부탁할게요.”
담당자 “조용히 잘 있을텐데. 바로 가볼게요.”

전화상으로 걸어가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전화는 연결된 상태로 담당자의 목소리.

담당자 “어 뭐야. 인터폰 고장났어? 저기, 여기 문 좀 열어줘요. (문 여는 소리) 뭐야, 창문 왜 저래? 어디 갔어?”

세라, 전화를 끊고, 운전에 집중한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 한대가 부감으로 비친다.

S#48. 격리 병동. 옥상. EXT. 낮.

일한이 병동 옥상 위 난간에 아슬아슬하게 서 있다.
일한의 시선으로 밑에 분란해 보이는, 방역복 입은 요원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 중 한 명이 일한을 발견했는지, 손가락으로 일한을 가리킨다.

요원 “저기, 저기 있습니다!”

요원들이 우르르 몰려든다. 그 광경을 보던 일한은 시종 어두원 표정, 하지만 결심을 굳힌 표정이다.
그리고 일한의 시선에서 멀리, 병동 입구로 급하게 들어오는 차가 보인다.
세라의 차. 세라는 차를 대충 세워두고 내리고, 요원이 일한의 위치를 가리켜준다.
세라를 일한이 있는 쪽으로 달려온다.
일한은 그 모습을 보고, 아주 슬며시 미소를 짓다가, 그대로 카메라 프레임 아웃.
일한이 옥상에서 떨어진다.

S#49. 격리 병동. 마당. EXT. 낮.

일한이 있던 격리 병동 아래, 세라가 차에서 내려 달려오는데, 세라의 시점에서 일한이 옥상에서 그대로 떨어진다.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달리기를 멈추는 세라, 그리고 주변에 일순간 얼음이 된 방역요원들.
일한은 풀이 듬성 나있는 바닥에 그대로 쳐박혀 있다.
방역요원중 하나가 다가가려다가 옆에서 만류한다.

요원 “지금 가면, 안전한 거 맞아?”

요원들은 아무도 다가서지 못하는데, 세라가 요원들을 제치고 앞으로 걸어간다.
일한에게 점점 다가가는 세라.
그런데 일한이 꿈틀거리더니 팔과 목이 꺾인 채로, 두 다리를 딛고 자리에 선다.
세라도 일시정지하고.
일한은 팔, 목을 뚜둑하고 정위치 시키더니, 풀 숲 어딘가로 손을 뻗는다. 카메라가 비스듬히 설치되어 있다.
카메라의 시점에서 일한이 화면을 그대로 들어올린다. 45도 각도로 뻗은 팔, 일한은 카메라를 보고 이야기한다.

일한 “나는... 새로운 사람입니다.”

S#50. 몽타주. 일한의 유튜브. 반응.

>이전 씬과 연결되어 화면은 유튜브 창으로 변환된다.
>유튜브 화면 밑으로 조회수 좋아요 숫자가 1부터 순식간에 1000만을 돌파한다.
>일한의 유튜브 계정, [새사람] 이라는 메인 화면이 보인다.
>일한이 설치해둔 카메라 시점에서 일한의 투신과 일어서는 모습이 다시 재생된다.
>사람들이 거리를 걸으며, PC방에서, 원격 수업중, 일한의 투신과 부활을 본다.
>본부장이 노란색 재난상황 점퍼를 입고 단상에 서서 브리핑한다.

본부장 “검사 결과, 유일한씨는 현재 외과적 소견상 문제가 없는 상태입니다. 감염 여부는 일부 질병과 달리 비말 감염 접촉 감염이 없으며, 바이러스는 혈액 감염에 의해서만 옮앆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앞으로의 면회, 재판, 특별 활동과 관련해서 일정한 거리를 두고 대면 접촉이 가능합니다.”

>그리고 하이미니도 본인의 방에서 일한의 모습을 본다. 어둑하고 청소가 안된 방.

S#51. 하이미니의 스튜디오. INT. 밤.

하이미니 두터운 후리스와 수면바지를 입고 있다가 벗는다.
돌핀 팬츠와 트임셔츠를 입고, 머리를 뒤로 틀어올려 묶는다.
그리고 라이브 방송을 킨다.
카메라 시점은 라이브 방송 장면으로, 댓글창에 광속으로 올라간다.

하이미니 “바이미니들 오랜만이야. 내가 라방 왜 켰는지, 알 사람을 알겠지? 댓글 볼까? 다 같은 얘기네.”

하이미니 폰이 울린다. [제작실장]
하이미니는 폰을 그대로 덮어두고 다시 방송에 집중한다.

하이미니 “보자... 스폰... 해명? 해명은 무슨. 내가 연예인이야, 공인이야, 뭘 해명해 씨발. 앞으로 해명이니 스폰이니 다 밴 먹인다. 그러니까 아닥하고 들어. 자, 바이들... 유일한 오빠 알지? 지금 대한민국에서 젤 핫한 사람. 근데 그 사람하고 나하고 무슨 사이냐, 언론에서 존나 떠들어 댔잖아. 그래 맞아. 우리, 원래 알던 사이야. 그리고. 일한 오빠하고 나 깊은 사이 맞아. 그리고 중요한 거 뭔지 알아? 일한오빠가 나 면회오라고 했다고. 이게 다 내 면회때문에 나온 포포몬쓰라니까. 뭔지 알지? 그러니까 나 면회 간다. 그리고 라방하니까 기대하라고.”

방송을 끊고, 폰을 드는 하이미니.
[구세라] 에게 전화를 건다.

하이미니 “방송 봤어요? 아, 못보셨어요? 괜찮아요. 이제 짤로 도배될 거니까... 뭐긴요. 저하고 일한오빠 면회요. 네? 회의요? 회의할 게 뭐 있어요? 아... 절차요? 내, 어차피 준비하려면 저도 시간 필요하니까 가능한 빨리 회의해주세요. 네.”

전화를 끊는 하아미니, 그리고 황당한 표정의 세라가 끊긴 전화를 가만히 들고 있는 장면으로 전환된다.

S#52. 법률사무소. 율동. 장대표 사무실. INT. 낮.

세라, 대익의 사무실 문을 벌컥 연다.

세라 “대표님, 회의 필요합니다.”
대익 “(전화를 받고 있다) 네. 네.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회의는 여기서 하자, 시간이 없어.”
세라 “면회는 수순대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대신...”
대익 “접견인을 바꾸겠다고?”
세라 “네. 알고 계셨네요.”
대익 “(태블릿을 보면서 손가락을 툭툭 친다) 지금 난리야, 그 하이미닌가 하는 애가 일한과 사랑하는 사이라고 그랬다며? 언론에서 제대로 물었어. 선견지명이 있었네, 구세라.”
세라 “아닙니다. 일한씨... 아니, 의뢰인이 상황을 유리하게 이끌었습니다.”
대익 “그러게. 투신 소동도 그렇고, 유튜브 개설도 그렇고. 지금 조회수가...”
성식 “(노트북을 들고 사무실로 들어오며) 1억뷰 찍었습니다. 지금 글로벌 스타예요.”
대익 “그래, 카메라 들어가지? 언론사는?”
성식 “저희쪽 라인 위주로 깔았습니다.”
대익 “장소는 어떻게 되냐? 대면 가능하면 어디 벤치에서 만나야하는 거 아냐? 그림 나오게.”
세라 “방호 면회실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성식 “좀 답답하지 않겠어?”
세라 “만일 둘이... 그렇게 죽고 못사는 사이라면... 오히려 닿지 못한 손길, 눈물, 회한 같은 것들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성식 “역시... 디렉터셔.”
세라 “하아미니는 우리쪽과 동행할 예정입니다.”

S#53. 하이미니의 집 앞. EXT. 낮.

기자들, 하이미니의 팬덤이 우르르 몰려와 있다.
하이미니가 문 밖으로 나오자, 카메라, 기자, 구경꾼들이 막 몰려든다.

기자 “정말, 유일한씨와 연인 관계 맞습니까?”
기자2 “어떤 이야기 나눌 생각이십니까?”
하이미니 “(걸어가면서)라이브로 송출 되니까, 저희 방송에서 확인해주세요.”

이때, 기자들 뒤에서 검은 모자를 쓰고 음습해 보이는 인물로 포커스가 줌 인된다.
팬미팅때 최우수 회원으로 하이미니에게 뽀뽀를 받았던 빤스홀릭이다.

빤스홀릭 “안돼!! 가지마!!! 가서 감염되면 죽어!!”

빤스홀릭이 기자들을 치면서 뚫고 들어오려고 한다.
가이드라인이 무너지면서, 구경꾼들과 기자들이 엉키고 치대진다.
차에서 대기하던 성식과 세라가 튀어나간다.
세라가 하이미니의 손을 잡고, 끌고 오고, 성식이 등을 지고 주변 기자건, 사람이던 다 쳐낸다.
경찰이 빤스홀릭을 제지하는데, 육중한 몸집으로 달려든다. 하이미니의 머리를 잡아채려는 빤스홀릭.
그 때, 세라가 빤스홀릭의 팔목을 붙잡는다. 서로 노려보는 세라와 빤스홀릭. 그 뒤로 보이는 하이미니.

빤스홀릭 “(막상 대면하니 찌질한 톤으로)가,가면 위험하잖아. 미쳐서 물리면 어쩔려고 그래.”
하이미니 “물리면 물리라지. 어차피, 인생 지루한 반복인데, 나도 새사람 되지 말란 법 있어?”

하이미니의 매몰찬 대답에 빤스홀릭을 힘을 뺀다. 그리곤 그대로 경찰들에게 제지당한다.
세라는 그 틈에 하이미니를 차에다 간신히 태운다.
성식이 뒤따라 운전석에 타고 차는 출발한다.

S#54. 도로. 차 안. INT. 낮.

율동에서 배차된 밴. 뒷자리에 세라와 하이미니가 타고 있고, 성식은 운전중이다.
세라는 하이미니에게 서류를 건넨다.

세라 “대본까진 아니지만, 몇 가지 유의사항이니 가능한 질문들 추려봤어요.”
하이미니 “네. (대충 훑어본다)”
세라 “카메라 송출은, 팩트라이브 유튜브에 실시간으로 하나, 뉴스전문채널에 하나, 그리고 하이미니 라이브 방송으로 하나, 총 세군데로 송출될 거예요. 그러니까 숙지할 건 숙지 해야 돼요.”
하이미니 “저는 자유롭게 대화할 거예요. 오빠도 그러길 원할 거예요. 그러니까 대본 필요 없어요. 연기하라는 것도 아니고 뭐야.”
세라 “정말 아니예요? 연기?”
하이미니 “상관없잖아요. 어차피, 변호사님도 그림이 필요한 거 잖아요. 각자 필요한 거 교환하면 끝이잖아요. 그정도는 눈치껏 맞추죠.”
세라 “아까 물려도 상관 없다 그런말 하던데, 그건 진심 아니죠?”
하이미니 “글세요. 저는 그냥 그때 그때 하고 뇌 안거치고 그대로 나오는 스타일이라.”
세라 “걱정은 안해도 돼요. 면회실은 유리창으로 나뉘어 있고, 방역요원들, 경찰, 군인까지 대기할 거니까. 그리고, 대기 동안에 일한씨에게도 미리 입을 맞춰둘 거고요.”
하이미니 “지금 바로 보는 거 아니예요?”
세라 “절차상 필요한 거예요. 조율은 해야죠.”
하이미니 “어디서요?”
세라 “격리실 안에서요.”
하이미니 “나는 왜 칸막이 면회실에서 보고, 변호사님은 직접 봐요?”
세라 “변호인이니까요.”

둘의 묘한 신경전에 성식은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가속 페달을 밟는다.

S#55. 격리병동. 일한의 격리실. INT. 낮.

세라가 격리실 바깥 센서에 열람 카드를 찍자, 문이 열린다.
일한의 격리실은 수많은 책, 음악 CD, 전축, LP, 대형 TV까지. 그리고 운동기구들이 널려있다. TV에는 적사병 관련 뉴스가 보도되고 있다.
그러다 퍽퍽 소리가 들리는데, 일한이 웃통을 벗고 한 쪽에서 샌드백을 치고 있다.

세라 “뭐예요?”
일한 “캡틴 아메리카요.”
세라 “예?”
일한 “어벤져스. 영화 보니까 캡틴 아메리카가 이걸 하더라고요. 근데 나도 되네요.”

일한이 샌드백을 강하게 치자, 멀리 날아가는 샌드백, 그리곤 샌드백을 새 걸로 교체해서 달아둔다.

세라 “(서류를 일한에게 주며) 오늘 면회에서 주의할 가이드라인이예요.”
일한 “네. (슥 보고는) 별 거 없네요. 다 외워뒀어요. 가면서 리마인딩 할게요.”
세라 “우리 입장에서 둘의 관계가 인정만 되면 정상적인 인간으로 (계속 샌드백을 치는 일한) 정상적인 인간임을! 증명할! 근거로서 채택될 수 있어요! 듣고 있어요?”
일한 “(샌드백 치는 걸 멈추고)변호사님이 그런거면 그런 거겠죠.”

일한 샌드백 다시 치려는데 쓰러진다.
세라가 놀라서 쓰러진 일한에게 빠르게 다가간다.

세라 “일한씨! 일한씨! (다가가서 일한을 일으키려는데 역부족, 겨우 앉혀 벽에 기대게 한다) 무슨 일이에요?!”
일한 “호, 호르몬의 파도...라고 논문을 봤어요.”
세라 “의료진 부를까요?”
일한 “소용없어요. 의료진은 정상궤도에 있을때만 보니까, 그게 조절이 돼요. 조절을 하면 이렇게 힘써서 샌드백도 치는데, 그러고나면 후폭풍으로 자율신경 교란이 와서 방전되듯이 꺼져요...”
세라 “그러니까 치료를 받아야죠. 그래야...”

일한 고개를 저으면서 TV를 가리킨다.

앵커 “이어서 속보입니다. 적사병 0호 전파자로 분류되던 몰도바의 여성이, 티베트에서 발견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티벳 카일라스 산기슭에서 고원 산악 등정팀을 안내하던 셰르파가 눈발에 묻혀 쓰러진 한 사람을 발견했다고 하는데요. 그 생김새나 행색이 적사병 0호 전파자와 유사하다고 합니다.”
세라 “저게 왜요?”
일한 “..저 곳에 답이 있을지도 몰라요. 우선 면회는 변호사님 말씀대로 진행할게요.”

세라는 일한을 침상에 눕히고 격리실을 빠져나온다. 세라는 시계를 보다가 축 처진채로 쉬는 일한의 모습을 다시 흘끗 쳐다본다.

S#56. 격리 병동. 방호 면회실. INT. 낮.

카메라가 세팅되고, 하이미니가 접견인 석에 앉는다. 세라가 이 모든 상황을 주관하는 담당자로서 하이미니의 뒤에 배석한다.
일한이 면회실로 들어온다. 들어온다.

하이미니 “오빠.(유리창에 손을 뻗으며)”

그렁그렁한 하이미니의 눈이 클로즈업
그와 대조적으로 딱히 감정이 없는 일한의 눈.
그 모습을 방호복을 입지 않은 채로 팔짱을 끼고 지켜보는 세라.
일한은 세라와 하이미니를 번걸아 천천히 쳐다본다.

하이미니 “오빠. 내가 이렇게 왔잖아. 뭐라고 얘기 좀 해봐. 너무 놀랐어?”
일한 “(유리 가까이 얼굴을 댄다)연기 그만해.”
하이미니 “오빠, 왜그래? 나 안보고 싶었어. 우리 그렇고 그런 사이잖아.”
일한 “그만하라고.”
하이미니 “(역시 유리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거의 복화술로) 머리까지 다친 거야? 연기라니, 정말 보고 싶어서 온 거잖아. 목숨걸고.”
일한 “나에 대한 연기가 아니라, 세상에 연기 그만하랄 소리야.”
하이미니 “이렇게 나오기야? 카메라 돌고 있다고, 연기든 호갱이든 우리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자고, 윈윈하자는거야.”
일한 “너 말고 엄마 카드도 있다던데. 그 쪽이 더 효과적이지 않을까?”
하이미니 “엄마, 엄마 찾지마, 이 마마보이야. 넌 지금 갇혀있다는 걸 기억해. 나, 여기에 인생 베팅했거든. 지금 완전 잭팟 진적인데, 물리면 나 밖에서 무슨 짓 할지 몰라... 정말 불효자 만들어줘? 이 좀비 새끼야.”

일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콧잔등을 씰룩하더니, 주먹으로 유리창을 콱 깨버린다.
그러나 하이미니, 예상이라도 한 것처럼 놀라지 않고, 일한의 팔을 보고 좋아한다.
그리고 한 입에 팔을 야무지게 물어버린다. 일한이 팔을 빼자 피가 솟고, 얼굴이 피를 흘리던 하이미니가 광적으로 웃는다.
세라가 놀라서 뒤쪽 벽에 바짝 붙는다. 방역요원도 각자 벽 구석으로 몸을 붙인다.

하이미니 “(카메라를 보고)바이미니들!! 다 봤지!? 나도 이제, 새로운 사람이라고!! 나도 이 지긋지긋한 인간을 버리고 새롭게.... 새롭.... 새...”

하이미니의 눈동자가 희게 변했다. 초점을 잃고, 이성을 잃고, 공격본능에 눈을 뜬다.
그리고 정면에 있는 세라를 타겟팅한다.
진땀을 흘리며, 긴장해 얼어있는 세라.
하이미니 이빨을 내보이며 침을 질질 흘리고, 세라를 물려고 달려든다.
그때, 일한이 유리창을 깨고 나와서 하이미니의 목을 붙잡아 비틀어 버린다.
그러자 히이미니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고, 그것이 그대로 세라의 피부에 묻는다.
세라가 휘청하며 정신을 잃을 것 같자, 방역요원이 세라를 부축하려 가려는데, 다른 방역요원이 말린다.

요원 “잠깐!!! 이거, 메뉴얼이 어떻게 되는거야?!”

눈치를 보던 요원들이 방호포를 가져와 세라를 덮어씌운다.
세라의 머리 위게 시커멓게 덮이고, 그대로 F.O

S#57. 공항. INT. 낮.

빠른 F.I
카트를 끌고 들어오는 중년 남자.
구정무. 세라의 아버지다.
비행기에서 받은 신문이 카트 맨 위에 올려져있다.
황성만 주필의 단독 기사.
[면회인 죽음. 변호인 감염, 확진자 극악한 범행. 이래도 안전한 나라인가.]
카트를 끌며 전화를 거는 정무.

정무 “황선생 나야. 지금 공항.”
성만 “어 그래요. 딸래미 걱정되어서 들어온 거요?”
정무 “그럼 안 들어오게 생겼어? 기사도 그따구로 내고.”
성만 “나도 나라가 걱정되니까 글 한자 쓴거요. 누가 읽기나 하나 요즘. 근데 임상은 어떻게 돼가고 있어요? 기사거리도 없는데 술이나 한잔 하실까?”
정무 “딸래미부터 봅시다. 보고, 나중에 접촉하자고. 소스는 바로 드릴테니까.”

정무 전화를 끊고, 빠르게 카트를 민다.

S#58 .격리병동. 일한의 격리실. INT. 낮.

유튜브를 라이브로 켜둔 일한. 각도를 맞춘후, 테이블과 본인 모두를 비춘다.
테이블에는 옷감, 자, 가위, 초크 등이 있다.

일한 “오늘은, 옷을 재단해볼 건데요. 우선 자신의 치수에 맞게 기장을 잽니다.”

일한을 팔을 뻗다가 한계에 부딪히지, 관절을 툭 빼서 팔을 더 늘려 초크로 선을 긋는다. 가위질하고, 박음질하는 일한. 그런데 미싱하는 데를 손가락을 대고 박는다.

일한 “애매할땐 손가락 대서 박아버리면 됩니다.”

여유롭게 테일러로서 정장은 재단하는 일한.
일한은 정장을 멋있게 갖춰입는다.
그리고 창문을 통해 자신의 격리실을 나선다.

S#59. 병동 INT. 밤.

세라가 침상에서 창 밖을 보고 있는데머리 하나가 불쑥 올라온다. 일한이다.
깜짝 놀라는 세라. 정장차림에 한번 더 놀란다.

세라 “어떻게...”
일한 “글세요. 아마 변호사님도 하게 될 지도?(창을 타고 넘어서 병실로 들어온다)아, 그러면 안되죠. 변호사님은.”
세라 “경찰은 아직 안왔어요?”
일한 “그것보다... 부모님이 왔어요. 변호사님 부모님.”

세라, 창 밖을 보는데 나무와 건물에 가려 정면은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병실에 엎드리는 일한.
귀를 바닥에 단 채로 쉿 조용히 하라고 제스처를 취한다.

일한 “그래도 안됩니다. 내가 권위자라니까.”
세라 “뭐예요?”
일한 “변호사님 부모님하고 앞에 지키는 사람하고 얘기하고 있네요.”
세라 “설마... 오실리가 없는데...”
일한 “오셨는데 어떻게 하겠어요.”
세라 “근데, 그게 들려요?”
일한 “네. 그렇게 되었네요.”
세라 “나도 그렇게 될까요?(다리를 움츠리며) 겁나네요.”
일한 “아니오. 변호사님은 사실... 감염되지 않았어요.”
세라 “어떻게 알아요?”

일한 세라에게 다가가서 이마에 손을 올린다. 그리고 손목을 들어 진맥한다.

일한 “열도 안나고, 심박도 정상이고, 그냥 정상인이예요.”
세라 “이제 의사 흉내까지?”
일한 “맞아요. 그냥 해본거예요. 다들 그렇게 하니까. 근데 정상인건 맞아요.”
세라 “어떻게 확신해요?”
일한 “변호사님은 생물을 보면, 종을 구분하죠? 아니, 그냥 사람 보면, 남자다 여자다. 본능적으로 알죠?”
세라 “그건 당연히...”
일한 “나도 그래요. 나와 같다, 다르다는 그저 보면 알아요. 그러니까 내일 음성판정 받고 나가면 돼요. 부모님도 뵙고. (눈을 좌우로 굴리다가)아, 경찰이 왔네요. 기자회견...잘 할게요.”

세라 침대에 있다가 일어나 일한에게 다가간다.
넥타이 매무새를 고쳐주는 세라.

일한 “어긋났어요?”
세라 “(고개를 가로젓고) 다들 이렇게 하길래.”

일한이 피식 웃는다. 그리고 다시 창문을 통해 내려간다.

S#60. 격리병동. 정문. EXT. 밤.

소리치는 정무. 그 뒤로 세라의 엄마, 미라도 있다.

정무 “아니 면회가 안된다니, 왜요? 안돼요?”
직원 “적사병 지침상 24시간 대기 의무가 있습니다.”
정무 “뭔 24시간 딱 보면 몰라? 적사 바이러스라는게 변이도 빨라서 이제 바로바로 반응한다니까 유럽 뉴스 안봐? 아니, 저 죽은 그 여자 유튜버 보면 몰라요?”
정무 “우리 딸은 멀쩡했잖아. 또 멀쩡하잖아. 내가 보면 알아. 내가 감염병 전문가야!”
직원 “그래도 안됩니다.”

S#61. 격리병동. 중앙홀. EXT. 밤.

일한이 수갑을 찬 두 손을 수건으로 가리고 입장한다. 팔짱을 끼고 있던 경찰이 풀어준다.
일한은 마이크가 있는 단상에 선다.
플래시가 터진다.

기자 “검찰이 살인죄로 추가 기소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일한 “살인... 이요. 살인죄면, 이 나라 국민인 것을 인정하는 게 아닐까 생각되는데요.”
기자2 “그럼 죄값을 치르겠다 이 말씀이십니까?”
일한 “그런데... 하나 물어볼게요. 살인죄는 사람을 죽인건데, 좀비를 죽이는 것이 정말 살인 맞습니까? 나는 좀비에게서 다른 살아있는 사람을 지키려고 했습니다.”
기자3 “그 과정에서 변호인이 감염되었는데, 죄책감은 없으신지.”
일한 “저의 변호인은 감염되지 않았습니다. 음성 판정 후 귀가조치 될 것입니다.”
기자4 “본인이 그걸 어떻게 확답할 수 있습니까?”
일한 “나는... 이 모든 걸을 초월하는... 신인류입니다.”

S#62. 격리병동. 정문. EXT. 낮.

정문의 철문이 열리고, 세라가 등장. 걸어서 나오자, 세라의 아빠, 정무와 엄마, 미라가 차에 탄 채로 마중나와 있다.
세라는 그대로 차 뒷자석에 타고, 차는 그대로 출발한다.

S#63. 세라의 본가. INT. 밤.

미라가 한 상 차림을 내어 오고, 정무, 미라, 세라, 이든이 자리에 앉아, 대식가 집안답게 음식을 맛깔나게 먹고 있다. 이때 정무가 흐름을 한 차례 깬다.

정무 “그 친구는 어때?”
세라 “누구요?”
정무 “누구긴 의뢰인.”
세라 “재판 받아야죠.”
정무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해서, 우린 그 친구가 필요해. 해외 환자들은 임상을 버티지 못하고 다 죽었거든.”
세라 “그래서 한국 들어오신 거예요?”
미라 “딸, 너는 세상을 칼로 자르듯이 생각하니, 겸사겸사...도 아니고, 일이란게 다 중첩되고 이어지는 거야.”
정무 “아마 정부 승인 나면, 그 친구가 실험에 참여하게 될 거다. 말하기에 따라 본인이 그것 원할 수도 있고.”
세라 “원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데요?”
정무 “어떻게 되는 건 없지 정부의 지침이면...”
세라 “정부가 법 위에 있어요? 자유를 구속하겠다면 소송하겠어요. 변호인으로서.”
미라 “야 너는 아버지 내일 청와대 들어가시는데 꼭 밥상머리에서 그렇게 냉정하게 할래?”
정무 “최대한 너 피해받지 않는 선에서 얘기해볼테니까 너는 그렇게 알고, 재판 준비나 열심히 해. 그리고... 이겨. 재판 이겨라. 무죄 받아야, 시험에 자발적 참여 형태로 보일수 있으니까.유죄인데 실험하면 죄수 인권이니 강제니 뭐라도 또 떠들어 댈거 아냐.”

세라가, 밥숟갈을 놓고 정무를 째려본다.
정무는 세라 눈을 피하고, 고기를 집어서 세라의 밥그릇에 얹어준다.

S#64. 세라의 방. INT. 밤.

세라는 대익에게 전화를 건다.

세라 “네. 대표님. 고급 정보입니다. 삼약바이오, 구정무 CEO 청와대...”
대익 “(거의 동싱)니네 아버지 청와대 들어간다고 하지?”
세라 “어디서 들으셨어요?”
대익 “듣기는... 나도 청와대 불려간다.”
세라 “설마, 짜웅 맞추는 거 아니죠.”
댕기 “글쎄말이다. 지금 시대가 어느시대인데... 우선 내가 위에서 그리는 그림이 뭔지 한번 봐볼테니까 그때 우리 스탠스 한번 맞춰보자.”

S#65. 청와대. 회의실. INT. 낮.

청와대 비서실장, 민정수석, 국방부 장관, 외교부 장관, 그리고 대익과 정무가 앉아있고.
대통령이 등장한다. 회의실 가장 상석에 앉는 대통령.

대통령 “시간을 간소화해서, 바로 브리핑 받을게요. 삼약바이오, 구대표팀 시작하시죠.”
정무 “우선, 적사병 발원지라고 볼 수 있는 몰도바, 루마니아, 그리고 동유럽 중심으로 적사병 확진자의 샘플이 공유되고 있고, 그 관리 감독은 러시아가 쥐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걸 헤거모니 싸움에 쓰려다 보니... 협조가 쉽지 않습니다.”
대통령 “외교부 차원에서 방도는 없습니까?”
외교부 장관 “핫라인을 최대한 가동해보고 있는데, 미국도 여의치 않다는 입장입니다.”
대통령 “그러니 결국 남은 건 우리쪽 샘플 채취와 실험이라는 말이네요. 이해했습니다. 그걸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건 무엇입니까?”
정무 “만약에, 적사병 바이러스의 온전한 DNA를 채취해서 게놈 지도를 완성하면, 백신, 치료제까지 얻을 수 있습니다.”
대통령 “확진자의 안위는요?”
정무 “어디까지나 데이터의 기점만 해주는 것이고, 활력징후나 건강에 전혀 무리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만 본인의 동의여부가 문제입니다.”
대통령 “수석님, 지금 확진자는 구속된 상태죠?”
민정수석 “네. 그리고 방역법 위반, 살인죄, 형 집행금지 소송이 걸려있습니다.”
대통령 “사법부가 판단하겠지만 유죄가 되면...”
민정 “참작과 감혐을 조건으로 실험에 동의 각서를 받으면 일이 용의할 수 있습니다.”

손을 드는 대익.
비서실장이 고개를 끄덕하자, 대익이 한마디 한다.

대익 “강제할 순 있겠지만, 유죄와 실험은 여론에 큰 영향에 줄 수 있습니다. 인권탄압 이야기도 나올 것이고, 이게 오히려 정부에 더 부담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변호사가 국선출신 인권쪽으로 통이라 법적으로 물고 늘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민정 “구세라 변호사 맞죠? 우리 구정무 대표 따님이시고. 몸은 괜찮습니까? 저희도 놀랬는데, 변호사 업무 괜찮겠어요?”
정무 “격리 끝나고 음성 판성 받아서, 집에서 쉽니다. 하실 말씀들은 잘 알겠는데, 근데, 요즘 아이들이 부모말 듣습니까? 어떻게서든 재판은 끝까지 밀고 갈 생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또 재판이 뭐 여기 분들이 결정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대익 “그래서 말인데, 두가시 시나리오 모두 대비해두는 편이 좋겠습니다.”
대통령 “어떻게요?”
대익 “미국의 경우, 열입곱 나이에 핵융합에 성공한 학생이 있었습니다. 집에서 핵융합 회로를 스스로 만들어냈는데, 이 기술이라는 건, 큰 무기면서 국방전력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연방 정부에서 그 소년을 데려갔습니다. 국방력으로 편입시킨 거지요. 우리 의뢰인은 취업준비생이고, 10년째 벌이가 없습니다. 그러니... 국방부에서 스카우트 개념으로 지원하면서 실험을 한다면 무죄라도 결과는 똑같게 됩니다.”
대통령 “국방부 입장은 어떠세요?”
국방부 장관 “예. 아무래도, 인구수가 떨어지기 때문에 병력 개혁이 불가피한데... 먼 이야기가 될 수 있지만, 저희는 혈청 단계까지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숫자는 줄어도 개인 병력의 전투력 상승을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대통령 “그렇군요. 이 정도 두가지 시나리오 대안이면, 어느정도 정리가 되는 모양새입니다. 말이 많으면 탈이 나니까, 대법원장을 그래서 일부러 안 불렀어요.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고, 우리는 우리 플랜대로 세부적인 방안을 수립하도록 하십시다.”

대통령이 나가고 비서실장이 따라나간다.
정무와 대익이 한시름 놓은듯 한숨을 쉬고, 서로 어깨를 두드린다.

S#66. 법률사무소 율동. 대표실. INT. 밤.

대익 소파에 누워있다.
세라가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다.

대익 “노크는 끝까지 안하지?”
세라 “어떻게 됐어요?”
대익 “그냥, 하던대로 하면 돼. 사법부를 정부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세상이 아니다. 특히 유,무죄 판단을 건드리면 안 되지.”
세라 “그래서 대안 제시하려고 대표님 청와대로 소환한 거 아니에요?”
대익 “딱히, 그런 대안도 없는 모양이더라고.”
세라 “그래서요? 설마, 우리쪽에서 제시한 건 아니죠? 유무죄 상관없이, 시행령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법들로 묶어두려고.”
대익 “야, 세라야, 유죄든 무죄든 판결 끝나면, 그 이후는 우리 영역이 아냐. 너도 이 재판 끝나면, 그냥 재판 하나 끝낸 거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거라고.”
세라 “일한씨는 어떻게 되는데요? 재판 이겨도, 실험체로 끌려가는 거면 이기는 게 무슨 소용인데요?”
대익 “그럼 질거야? 내가 지라고 하디? 우리는 우리 하는대로, 정부는 정부 하는대로, 또 의뢰인은 자기 몫 챙기고, 그렇게 서로 윈윈 하면 되는거야! 언제부터 그렇게 의뢰인 인생 전반에 매몰되었어? 구세라 변호사님이!”
세라 “만약에 나라에서 일한씨 상대로 무슨 짓을 한다면, 그것까지 못하게 반소할 거예요. 완전히 정부를 묶어둘 거예요. 무죄로 끝이 아니게, 내가 막을 겁니다.”

세라, 대표실 방문을 쾅 닫고 나간다.

대익 “우리 구세라, 너무 유능해. 걱정이네.(어디론가 전화하는 대익)어, 최변 요즘 업무 어떻게 되고 있나? 어. 마무리 단계? 그래? 너, 사건 이첩받을래?”

S#67. 격리병동. 도로. EXT. 밤.

세라가 급히 차를 주차하고 격리병동 가는 길로 걸어오르는데, 일한이 보인다.
일한이 부식차를 등지고 있다.
세라가 달려가, 근처에 있던 직원에게 묻는다.

세라 “무슨 일이에요?”
직원 “아니, 부식차가 들어오다가 고장이 나가지고, 꼼짝도 안하는 거예요. 직원들 두달치 부식인데. 근데, 저 유일한 선생이 보더니만, 본인이 밀면 된다고, 그래서 저렇게 밀어서 옮기고 있어요.”

일한을 팔짝을 끼고, 부식차 뒤에 등을 기댄채 뒤로 걸어서 부식차를 밀고 오르막길을 오른다.
직원들이 오르막길 위, 병동 입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세라 “유일한씨.”
일한 “격리된 지 얼마 되지도 않으신 분이 왜 왔어요? 집에서 쉬지.”
세라 “우리 재판해야죠. 상의할 것도 있고. 간단한 문제가 아니예요.”
일한 “왜요? 변호사님 아버지가 나 실험한대요? 그래서, 위에서 짜웅 맞춰서 나 붙잡아둔다고?”
세라 “어떻게 다 알아요? 설마 청와대까지 지파로 들려요?”
일한 “아니. 딱 보면 알지, 그정도 머리는 돌아가요. 변호사님 아버지 입국한 거나, 돌아가는 판세나, 변호사님 이렇게 급하게 들어온 거나. 와꾸가 맞잖아요.”
세라 “맞아요. 설명 쉬워서 좋네요. 아무 유죄든, 무죄든, 일한씨는 실험체로 묶일 거예요. 아마 무죄라면 국방부에서 전력으로서 스카웃하는 딜을 추진하겠죠. 저는 변호사로서 무죄뿐만 아니라, 이후의 삶까지 건드리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예요.”
일한 “음... 차라리 이건 어때요? 재판을 안하는 거예요.”
세라 “재판을 안받다뇨? 설마 지금 다른 마음 품고 있는 거 아니죠?”

부식차가 병동 입구에 도착한다.
일한은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직원들을 박수를 치다가 일한과 주먹 인사를 나눈다.

일한 “보여드릴게 있어요. 올라가요.”

일한은 창문을 타지 않고, 정상적인 사람처럼 엘리베이터를 타고 세라는 일한을 따라, 일한의 격리실로 올라간다.

S#68. 일한의 격리실. INT. 밤.

일한의 격리실에 대형 스크린이 걸려있고, 뉴스가 나오고 있다.

앵커 “적사병 관련 새로운 소식입니다. 적사병 0호 전파자로 알려진, 몰도바의 매춘부 카탈린씨가 티베트에서 중국의 국가안전부로 이송되었습니다.”

자료화면으로 언뜻, 카탈린의 모습이 보이는데, 안색이 좋지 않고, 머리칼을 땀에 젖어있다.
리모컨으로 뉴스 화면을 정지하는 일한.
카탈린이 본인을 찍는 카메라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이 정지화면으로 보인다.

일한 “카탈린. 임신했어요.”
세라 “중국 정부 공식 입장이예요?”
일한 “보면 알아요.”

그리고 일한은 일어나서 책상으로 가더니, 자료들을 잔뜩 안아서 세라 앞, 밥 먹는 식탁에 툭 놓는다.

일한 “법률을 따져보고, 외교 관계도 따져 봤을때, 카탈린 취급의 종착지는, 러시아 오렌부르크예요.”

일한은 말을 하면서 무언가 물건을 정리하는 모습이다.

세라 “거기면 흑돌고래 교도소 있는 곳이네요.”
일한 “맞아요. 죄수들이 그곳에서 살 바에 차라리 죽겠다고 하는 곳이요. 그러니까 거기 있으면, 카탈린이나 아이나 모두 죽어요.”
세라 “지금 무슨 소리 하는거예요? 제 귀에는 마치, 오래 알고 있는 사람처럼 들리는데, 저 여자 잘 알아요?”
일한 “영화 혹성탈출 알죠?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세상. 만약에 세라씨가 혹성에 불시착 했는데, 그래서 혼자 있었는데, 저기 갇혀 있는 똑같은 사람을 본다면 어떨 것 같아요?”
세라 “그래서 지금, 본인과 같은 사람을 구하러 가겠다는 거예요? 재판도 다 때려치우고?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고생해서, 재판을 준비하고 또 준비했는데!”
일한 “그래서, 좀 쉬라고 상황을 만들었더니, 다시 오셨네요.”
세라 “설마... 나 격리시키고 재판에서 떨어뜨리려고, 하이미니 죽인 거예요? 나 피 뒤집어씌울려고?”
일한 “그런 의도가 아닌 건 잘 아시잖아요. 정말 위험했잖아요. 그건 하나부터 열까지 변호사님을 위한 일이었어요.”
세라 “그럼, 이 일도 마무리해요. 그러면 내가, 러시아든 미국이든 연줄 닿는데로 빼돌려 줄게요. 그러면 되잖아요.”
일한 “나에게 필요한 건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예요. 그래서, 가능한 빨리, 지금이라도 떠나고 싶네요.”

일한을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어느새 짐을 다 싸기 직전이다.
마지막 짐을 넣고, 큰 배낭을 식탁에 또 턱 올려둔다.

세라 “못 가요. 여기서 못 나가요. 내가 막겠어요. 날 죽이든 난 여기서 한 발짝도 안 움직여요. 그게 의뢰인을 살리는 길이예요. 탈출했다는 게 알려지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요?”
일한 “내가 변하면서 여러가지를 깨우치게 됐는데요. 그 중에 한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세라를, 입을 앙다물고 손을 벌리고 일한이 나가지 못하게 막는 자세를 취한다.
일한은 가방을 뒤로 메다가, 다시 내려두고 이야기한다.

일한 “대한민국은 나를 못 막아요.”
세라 “그럼 대한민국이 아니라, 나는요? 구세라가. 내가 가지 말라고 하면요. 가지 마요.”
일한 “...세라씨는 선택이 필요해요. 아버지, 가족, 법률사무소, 재판부, 사법부, 정부, 사회, 여론 그 가운데에서 폭압을 계속 맞던지, 아니면 적절하게 위치를 지키면서 서로 타협하면서 살던지. 무어가 되었든 인간으로서 힘든 길이예요. 그 길을 가세요. 나를 막지 말고.”
세라 “싫다면요? 전부 거절하겠다면요...”

세라, 일한 정적인 상태로 서로를 바라보며 대치한다.
일한의 얼굴 근육이 꿈틀거리다가, 핏줄이 서고 눈이 더 붉게 충혈된다.
세라의 시선에서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일한이 빠르게 움직여 세라를 향해 확 튀어온다.
F.O
F.I
세라의 옆 얼굴이 바닥에 누운 채로 클로즈업 되어 보여진다.
세라의 눈에서 눈물이 흐른다. 그대로 카메라가 부감으로 바뀌면, 격리실 바닥 여기저기에 피가 보인다.
방역요원이 급하게 들어오고, 힘이 없이 늘어지는 세라를 침상으로 옮겨 싣고, 산소호흡기를 단다.

S#70. 병동 정문. EXT. 낮.

대기중이던 기자들, 지지자들, 처벌하라는 시위자들이 나른하게 있다가 일한을 보고 일어난다.
일한이 걸어나오자, 사람들이 좀비떼처럼 정문으로 나가와 일한을 보려고 하고, 경찰은 사람들을 일한을 제지하려한다.
병동 안쪽에 있던 경찰이 정문 쪽으로 향하는 일한을 막아서는데, 일한이 툭 밀치자, 저 멀리 벽까지 날아가는 경찰.
사람들이 정문의 철문에 붙어있는걸 본 일한이 소리친다.

일한 “떨어지세요.”

일한의 목소리는 낮지만 큰 공명이 생겨, 사람들이 귀를 막고 고통스러워하다가, 철문에서 뒤로 물러난다.
일한이 철문에 손을 대고 힘을 주자, 철문이 떨어져나간다.
일한이 주변을 천천히 훑어본다.
경찰특공대들이 부리나케 출동해 도로를 점거하고 막아선다.
지지자들, 시위자들이 멈칫하고 일한을 쳐다보기만 하는데
시위자들 중 누군가 일한에게 달려든다. 빤스홀릭이다.
빤스홀릭이 일한의 배를 칼로 찌르는데, 일한이 가만히 있는다.
칼이 박힌 곳에서 피가 조금 나는데, 일한이 칼을 뽑자, 살이 재생되고 피가 멎는다.
일한을 칼을 들고 빤스홀릭을 바라보다가 칼을 바닥에 버린다.

일한 “이걸로 우리 관계는 철회하고, 하이미니... 아니 김찬미 장례식이나 가봐.”

일한이 빤스홀릭을 옆으로 치우고 걸어가는데, 일한의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사람들이 멀어진다.
이때, 수신호에 맞춰 경찰들이 사람들을 바리케이드 밖으로 몰아낸다.
경찰 특공대 들이 바리케이드에 총구를 올려두고, 일제히 일한을 겨눈다.
경찰 특공대 팀장이 확성기에 대고 말한다.

팀장 “유일한씨. 이렇게 다시 볼 줄 몰랐네요. 그때 사살명령 중지하고, 인계해준 팀장입니다. 기억나죠?”

일한, 피식 웃는다.

팀장 “이렇게 나오면, 진짜 메뉴얼대로 사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정문 앞이고, 도로까지 안나왔으니까 지금이라도 돌아가세요. 그러면... 벌집 되는 건 피할 수 있습니다.”

일한, 고개를 끄덕끄덕 하더니, 떨어져나간 철문을 가볍게 든다.
그리고 병동쪽으로 뒤돌아 가는듯 하더니, 방향을 틀어 경찰특공대쪽으로 내달린다.

팀장 “젠장! 사격! 전원 사격!”

경찰 특공대의 총성이 요란하게 울린다. 철문이 너덜너덜해진다. 하지만 일한은 그대로 경찰 특공대의 바리케이드를 훌쩍 뛰어넘어, 딱에 쿵 하고 선다.
특공대 팀장이 놀라서 쳐다보다가 좀전의 일한처럼 피식 웃는다.
일한의 앞에 1개 대대 규모의 군인들이 막아섰다. 장갑차, 자주포까지 등장한 상태.
일한이 다시 피식 웃는다.
그리고 주먹으로 땅을 강하게 치자, 땅이 갈라지고, 군부대의 오와열이 흐트러지고, 기계화 병기들이 꺼진 땅으로 나뒹군다.
그리고 빠르게 앞으로 튀어가는 일한.

S#71. 세라의 병실. INT. 낮.

일한의 전투 모습이 먼 거리 카메라로 잡힌, 뉴스 화면이 보이고, 세라를 침상에 쭈그리고 앉아서 뉴스를 보다가, 일한의 모습을 확인한 후, TV를 끈다. 그리고 고개를 무릎에 파묻는다.
정무, 미라, 이든이 세라의 병실에 찾아온다.
모두 세라를 앉아주고 다독인다.

S#72. 세라의 집. INT. 낮.

이 날의 식탁은 고기 파티다. 각종 고기들이 올라와 있는 밥상.
세라가, 고기를 쌈싸서 집어 먹는다.

이든 “아빠는... 이제.. 어떡해?(누나 눈치를 보며)”
정무 “뭘 어떻게 하긴, 다시 해외 나가서 자료 구하려고 뛰어다녀야지.”
미라 “부모 걱정은 마세요. 아버지는 아버지 하는대로, 나는 나대로, 아들 딸은 각장 하던대로 하면 돼. 일상적으로 돌아가면 되는거랍니다.”
세라 “나, 증여 받으려고. 파주 집 나한테 줘. 증여세는 내 앞으로 하고.”

밥 먹다가 일순 멈추는 가족들.

미라 “그럴래? 너무 잘 생각했어. 잘 생각했어, 우리딸!”
정무 “그래도, 아부지 한국 들어온 보람이 있네. 역시, 사람을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눠야, 얘기가 통한다니까.”
미라 “그래서 이사는? 회사에 짐 있잖아. 아들, 가서 누나 좀 도와라.”
이든 “나도 스케쥴 많아.”
미라 “휴학중인 게 스케쥴은 무슨!”
이든 “아, 누나 그냥 회사에 살지.”
세라 “짐 얼마 없어. 나 혼자 옮길 수 있어. 그리고 회사는 당분간 좀 쉬려고.”
정무 “아.. 그래? 그래, 좀 쉬어. 너무 달려왔잖아.”
세라 “아빠만 할까?”
정무 “나는 이번 일만 잘 끝나면 두다리 쭉 뻤고 자는 거야.”

헛 웃는 정무와 하하하 웃는 미라.
그리고 열심히 식사하는 가족들의 모습, 줌 아웃된다.

S#73. 파주의 전원주택. EXT. 낮.

이삿짐을 실은 용달차가 주택 앞에 선다.
세라가 내려서 용달차 기사와 짐을 내린다.

기사 “원래 우리는 차만 대주는 건데...”
세라 “네. 기사님. 감사합니다. 인건비는 더 계산할게요.”

세라, 기사와 옷장 등 큰 짐만 집 안 마당으로 옮기고
나머지 짐은 혼자서 옮긴다.
그릇 닦아 정리하고, 책들 정리하는 세라.

S#74. 세라의 주택. INT. 밤.

세라는 저녁을 차려먹는다. 찌개에 밥을 하고 미라가 견출지에 이름붙인 반찬들을 꺼내놓는다.
그러면서 태블릿을 식탁에 거치해두고 실시간 뉴스를 튼다.
뉴스에 속보로 러시아, 흑돌고래 교도소 이야기가 나온다.

앵커 “얼마 전, 러시아 정부가 중국 국가안전부로부터 적사병 0호 전파자 카탈린 씨의 신병을 인도받고, 흑돌고래 교도소에 구금되었다는 사실을 전해드렸는데요. 오늘 새벽, 흑돌고래 교도소에 괴한이 침입해, 카탈린 씨를 납치했다는 소식입니다.”

교도소 CCTV 화면에 뉴스에 나온다.
모자달린 두꺼운 우의를 쓴 검은 실루엣이 보인다.
교도소 경비대들이 달려들지만 나가 떨어진다.
검은 실루엣은 총알도 통하지 않고, 그대로 교도소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카탈린을 데리고 교도소를 탈출하는 검은 그림자, CCTV와 눈을 마주치는데, 일한이다.
자료화면 송출이 끝나도 다시 뉴스 앵커가 나온다.

앵커 “당국은 이들의 행선지가 과연 어디인지 쫓고 있는데요. 전문가들은 카탈린 씨과 과거 티베트 고원에서 발견된 점을 미루어, 이들은 알 수 없는 이유로, 오지를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탐사 매체들은 이미, 히말라야 16좌, 열대 우림, 카일라스 산 등에 도착해 이들의 행방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이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살 보금자리를 원하는 것으로 보이는데요. 그렇다면 이 들이 애초에 어떤 관계인지... 전문가들은...”

세라는 보다가 태블릿을 끄고, 밥을 먹는데 집중한다.

S#75. 세라의 집. 거실. INT. 낮.

세라가 커피를 내려마시고 있다.
커피 머신이 있는 탁상 뒤로 창문이 있는데, 세라가 커피를 내리고, 커피를 홀짝이고, 태블릿을 보는 동안, 창 밖의 풍경으로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뀐다.
그리고 딩동 소리에 문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세라.
세라가 문을 열자, 현관에 바닥에 우편이 떨어져있다.
봉해진 우편을 열어보니 엽서가 나온다. 러시아 캄차카 반도의 풍경이 있다.
그리고 엽서의 뒤에는 다른 내용 말고, 위치 좌표와 클라우드 주소가 적혀있다.
세라는 노트북을 켜고, 클라우드 주소를 들어가보는데 사진 파일이 있다.
러시아 아에로플로트 항공사 비행기 사진.
블라디보스토크 풍경사진.
캄차즈키 공항사진.
그리고 클류쳅스카야산 어귀에서 드론으로 찍은 듯한 영상이 하나 있다.
영상에서 일한은 클류쳅스카야산을 오른다. 그리고 품에는 누군가를 안고 있다.
클라우드에 텍스트 파일도 있어 열어보는데 이렇게 적혀있다. 새사람을 위해.

S#76. 클류쳅스카야산. 정상 근처 EXT. 낮.

화산의 분화구에서 용암이 넘실댄다.
멀리 부감으로 화산을 오르는 일한이 점처럼 보인다.
일한은 어느새 클류쳅스카야산 정상에 오른다.
심호흡하는 일한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그리고 카메라에서 휙 사라지는 일한.
용암으로 몸을 던지는 일한.

S#77. 세라의 집. INT. 낮.

마당에 수풀, 나무가 많이 자라, 우거진 상태의 집.
세라는 집 안에서 홀로 커피포트에 물을 끓여 차를 타먹는다.
차를 한모금씩 홀짝이다가 갑자기 심하게 구토를 하는 세라.
그리고 피를 이내 곧 토하면서, 식탁 아래로 쓰러진다.
쓰러지면서 입고있던 펑퍼짐한 원피스가 말려 올라가는데, 세라는 임산한 상태다.
세라의 온몸에 핏줄이 곧두선다. 눈이 충혈되고, 숨을 헐떡인다.
그리고 참을 수 없는 고통에 신음하는 세라.
손 끝을 세워 바닥을 긴다. 얼굴에서 피눈물이 나고, 아래로 하혈이 발생한다
피, 눈물, 땀이 범벅이 되어, 기어가는 세라.
하지만 문은 한참 멀다.
문이 조금씩 느리고 클로즈업 되다가, 도어락 번호 누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열린다.
누군가의 발이 들어온다.
그리고 들어와서는 세라에게 다가간다.
병을 하나 건넨다. 하얀손. 세라를 그걸 받아마시고 안정된다.
세라의 시선으로 위로 천천히 올려보는데, 여자다. 동유럽 여자.
적사병 0호 전파자. 카탈린이다.

카탈린 “Welcom Home.”

숨을 헐떡이며, 아이를 바라보는 세라, 살며시 짓는 미소.

S#78. 클류쳅스카야산. EXT. 낮

클류쳅스카야산은 전경이 보이다가, 분화구 근처로 줌인 하고,
분화구의 암석군 어딘가에 손이 턱하고 걸쳐진다.
암석에 손을 짚어 몸을 끌어올리는 사람, 일한이다.
얼굴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피부가 타들어가는 모양인데, 점점 회복된다.
일한이 산 정상에 서서 심호흡하며 공기를 크게 들어마신다.
F.O

엔딩 타이틀 – 새사람

ENDING CREDIT


 

 

  <당선소감>

 

   -

  글을 쓰기 위해 많은 글을 탐독했습니다. 그리고 당선 소감을 쓰기 위해 역시나 많은 당선 소감들을 훑어보았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나는 소감을 말할 게 아니라, 고해를 해야 하겠다.”

 저는 영화학도입니다. 하지만 최근엔 영화와 거리를 두며 지냈습니다.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되는 곳을 조금 소홀히 하듯이 영화적 글쓰기를 멀리하고 다른 동네의 문을 심심찮게 두드렸습니다. 이번 신춘문예도 비슷합니다. 이곳저곳을 서성이며 나의 자리가 있는지 노크했습니다.

 돌아간 어깨를 다시 돌려준 것은 시나리오였습니다. 영화학도인 것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다가 신춘문예가 다시 일깨워주었습니다. 그 수고로움에 죄송합니다. 시나리오를 끼고 서서, 두드렸던 문들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들이 채워준 시적 감수성, 동화적 상상력, 소설의 체급은 아직 제 몸 어딘가에 붙어 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영화학도일 테지만, 그들을 털어버리지 못할 것을 알고 또 한 번 사과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만났고, 앞으로 만날 여러 문파의 선생님들께 계속 어정뜬 위치 어딘가에 머물 모습을 보여드릴 것이라 죄송합니다. 학교를 졸업한 후 글쓰기의 바다에 표류하면서 선생님과의 만남을 과제로 삼았습니다. 지근거리에서 기약 없는 시간 동안 선생님이 되는 것을 자처해준, 원주의 돌쌤에게 감사함을 전합니다.

  끝으로 내 언급은 언제 나오나 기대하고 있을 가족들에게, 지면을 핑계 삼아 통으로 감사 인사를 전하게 돼 죄송합니다. 대신 이 말을 끝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러뷰 올(Love you all).

● 1985년 부산 출생
● 추계예술대학교 영상시나리오과 졸업


 

  <심사평>

 

  

  기생충-미나리처럼… 수준 높아진 작품들

  예년에 비해 훨씬 더 수준이 높아졌음을 느낀 심사였다.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게임’ 등 한국영화와 콘텐츠의 저력을 전 세계에 떨치고 있는 만큼 재능 있는 작가들의 도전은 반가웠다. 당선작을 선정하는 데 심사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보통은 심사위원들이 자신이 선정한 한 편의 작품을 동시에 외치면 대부분 같은 작품이라 서로 보는 눈이 비슷하다며 웃곤 했는데 올해는 달랐다.

 그렇지만 공통의 교집합은 ‘새사람’이었다. ‘새사람’은 지금의 감염병 시대 분위기가 반영돼 있는 새로운 히어로물로 캐릭터 창작능력과 대사감이 뛰어난 작품이었다. 국민을 우롱하는 권력층에 대한 묘사, 권언유착을 날카롭게 꼬집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빛과 그림자를 다루는 점도 좋았다. 구성이 다소 혼란스럽고 결말의 개연성이 부족한 점은 아쉬웠는데 이야기의 재미와 완성도를 해칠 정도는 아니었다.

  인기 절정의 아이돌과 성소수자의 역할 바꾸기를 다룬 응모작 ‘드랙’은 소재에 비해 풀어나가는 방법은 다소 평이한 아쉬움이 있지만 단순한 재미만이 아닌 깊이 있는 주제가 돋보였다. 60대 아들이 40대 초반의 젊은 엄마와 보내는 사흘간의 꿈같은 여정을 그린 ‘배론’은 담백하고 문학적인 작품이었다. 하지만 끝까지 내외하는 모자지간이 다소 어색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나이 차를 뛰어넘는 모자지간의 기류가 형성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실제 사건 실화를 모티브로 한 ‘정의사회구현’도 영화적이며 매우 잘 쓴 시나리오였다. 다만 사실에 픽션을 가미할 때는 실제 인물을 미화시키지 않는 신중함이 따라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됐다.

심사위원 : 이정향, 주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