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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그냥 너 / 이경아

“저기 책 읽는 아이 말이야. 밤에는 운동장을 돌아다닌대.”

“뭐? 정말?”

“어제는 오른쪽을 보고 있었는데 오늘은 왼쪽을 보고 있는 것 같아. 이상해.”

 아이들이 나를 보며 이야기해. 아이들의 이야기에 나는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해. 내가 운동장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는 상상을 하며 기쁘고 한 편으로는 진짜 그러지 못해서 슬픈 거야.

 나는 책을 읽는 소녀 동상이야. 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하얀색이고 의자에 앉아있어. 치마를 입고 있고 구두도 신었지. 모자를 쓰고 있는데 챙이 넓지 않아 앞을 잘 볼 수 있어. 그리고 손에 책을 들고 펼쳐서 보고 있지.

 내 보금자리는 초등학교 뒤뜰 한쪽에 있어.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있는 거래. 그런데 어쩐 일인지 아이들은 나를 자주 보러 오지 않아. 혼자 하루를 보내는 날이 많지. 나는 늘 책을 펴서 보고 있어. 하지만 너희도 알잖아. 매일 같은 곳만 보고 있으면 너무 질린다는 걸. 그래서 나는 다른 곳을 보기도 하고 소리도 들어. 아이들, 새, 개구리, 나비, 나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곤 하지.

 내가 앉아있는 자리 둘레에는 작은 연못이 있는데 조그만 분수도 몇 개 있어. 하지만 주위에는 울타리가 있어 아이들이 마음대로 들어오진 못해. 아이들이 울타리를 잡고 잠깐씩 안을 들여다보곤 하지. 분수에서 나오는 물은 가끔 바람이 불면 내 얼굴을 촉촉하게 적셔주기도 해. 오늘같이 햇볕이 따가워 얼굴을 뜨겁게 달구는 날은 바람이 불어주길 바라게 된단다. 난 그냥 이렇게 지내고 있어. 내가 무엇을 바꿀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한 여자아이가 자주 나를 찾아와. 그 아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하고 내 옆에 있는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해. 가끔 콧등에서 안경이 미끄럼을 타고 내려오면 쓰윽 올리는 모습이 꽤 의젓하다니까. 하지만 안쓰럽기도 해. 왜냐고? 어떤 아이와 하는 이야기를 들었거든.

“주연아, 집에 안 가? 3학년 수업 아까 끝났잖아.”

 키가 큰 아이가 다가와서 물었어.

‘아, 여자아이의 이름은 주연이구나.’

 나는 이름을 기억하고 싶어 되뇌었지.

“어? 아영 언니! 조금 있다가 가려고……. 아빠, 엄마도 늦게 오시고…… 집에 혼자 있는 거 싫어서.”

 주연이 목소리에 기운이 없어 보였어.

“저 하얀 아이 무섭지 않아? 밤에는 눈이 빨갛게 변해서 돌아다닌다던데?”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물었어.

“눈이 빨갛게 변해? 지금 괜찮은데? 난 집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워서……. 여기 있으면 혼자 있는 것보다 좋아.”

 아이들의 말을 듣고 나는 소리 내어 웃고 싶었어. 정말 내 눈이 빨갛게 변해봤으면 좋겠다. 눈이 빨갛게 되면 세상은 어떻게 보일까? 재밌을 것 같아. 나도 주연이가 옆에 있어 주어서 하루의 일부분이 무섭지 않았어. 외롭지도 않았지. 그래서 주연이가 오는 시간이 기다려졌어. 키 큰 아이는 바쁜 듯 금방 자리를 떠났어. 주연이는 내 옆에서 나와 함께 책을 읽었지.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 그날도 주연이는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거든.

“누구지? 이주연이네? 여기서도 책이야? 정말 재미없어.”

 한 아이가 웃으며 말했지. 옆에 다른 친구들 두 명도 함께 있었어.

 주연이는 눈살을 찌푸렸어.

“어? 이거 요새 인기 많은 토끼 인형이네? 한 번 보여줘 봐.”

 한 아이가 주연이 가방에 달렸던 인형을 톡 떼어갔어.

“이리 돌려줘. 내 거야.”

 주연이는 아이들을 쫓아다니며 인형을 가져오려고 했어. 하지만 아이들은 인형을 자기들끼리 주고받으면서 깔깔거렸지.

“얼른 돌려줘. 얼른!”

 주연이는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 옷을 붙잡으며 거의 매달려있었어. 인형을 향해 손을 쭈욱 뻗었지. 하지만 인형을 들고 있는 아이는 주연이보다 키가 한 뼘은 더 커 보였어. 게다가 팔을 번쩍 들고 인형을 흔들며 약을 올리는 거야. 주연이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서 낑낑거리며 손을 뻗었어. 하지만 인형을 잡을 수는 없었어. 그렇게 공중에서 흔들거리던 인형은 어느 순간 날아가 내 발아래 연못에 떨어지고 말았어.

“얘들아, 가자. 나 이제 학원 가야 해.”

 아이들은 별일 아니라는 듯 자리를 떠났어. 주연이는 벌겋게 된 얼굴로 연못을 바라보았어. 눈에서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올 것 같았어. 주연이는 몇 번이나 울타리 주위를 빙빙 돌고 연못을 가만히 쳐다봤어. 하지만 곧 주연이는 등을 돌려 돌아갔어. 어깨가 축 처져 있었지.

 하얀 토끼 인형은 연못에 빠져서 귀만 조금 보였어. 토끼 귀를 보니 나도 마음이 아팠어. 눈앞에 빤히 보이는데 나는 주워주지도 못하고 말이야. 처음으로 가만히 있어야만 하는 내가 싫었어.

 토끼 귀는 서서히 물속으로 가라앉아 보이지 않게 되었어. 주연이는 그 후에도 가만히 연못 안을 바라보곤 했어. 아마 토끼 인형이 그리웠나 봐.

그런데 어느 날. 내 몸에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났어.

딱!

“야, 저 아이를 공격하자. 밤에는 운동장을 돌아다닌대. 귀신이 붙어있을 거야.”

딱! 딱!

 아이들 둘이서 돌을 던지기 시작했어.

“우와! 맞혔다. 이번에는 얼굴을 공격하자.”

아팠어. 마음이. 난 귀신이 아닌데……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은데…….

“눈처럼 뭉쳐봐. 이 진흙을 던져봐.”

철퍼덕. 척!

“우와! 얼굴에 큰 점이 생겼다. 하하하. 이제 귀신이 도망갔을까?”

 내 하얀 얼굴에 거무죽죽한 진흙이 붙었어. 그때 주연이가 소리쳤어.

“야, 너희들 그만해. 뭐 하는 거야?”

 주연이는 씩씩거리며 화를 냈어.

“뭐 하긴, 귀신 쫓고 있지. 너도 같이 힘을 합치자.”

 아이들은 으스대며 이야기했어.

“그만해. 귀신이 어딨어? 너희 자꾸 그러면 선생님한테 이를 거야.”

“칫, 뭐야.”

 아이들은 가방을 챙겨 바로 가버렸어. 아이들은 늘 ‘선생님’이라는 말에 뒷걸음질 치더라고.

 주연이가 나를 지켜준 거야. 주연이가 천사같이 보였어.

“아, 어떡해. 얼굴이 엉망이 되었어.”

 주연이가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어. 그러더니 갑자기 다리를 울타리 안쪽으로 넣는 거야. 주연이는 이번에는 망설이지 않았어. 울타리를 가볍게 넘었어. 그리고 양손으로 치마를 움켜쥐고 진흙밭을 지나 콩콩콩 징검다리를 건넜지. 나에게 더 가까이,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어. 그러고는 내 발 아래쪽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 한 장을 들고 끙끙 바위를 올라왔어.

 주연이가 나뭇잎으로 내 얼굴을 쓱쓱 닦아주었어.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꽃봉오리처럼 맺혔어. 그리고 곧 환한 얼굴로 나를 보았어. 주연이 머리 위에 햇볕이 쏟아지며 눈이 부셨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사람의 손길이 부드러웠어. 주연이는 다시 천천히 바위를 하나씩 내려와 징검다리로 갔어. 징검다리를 건너 연못 밖으로 나가려는데 기우뚱.

첨벙!

 축축해진 신발이 징검다리에서 그만 미끄러지고만 거야.

‘앗, 안돼!’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싶었어. 하지만 다 볼 수밖에 없었지. 주연이가 연못에 빠져 옷과 신발이 잔뜩 젖어버렸지 뭐야. 무릎에서는 빨간 피가 비어져 나오고 있었어.

“아야, 조금 까졌네. 옷이 다 젖어버렸잖아? 하하. 괜찮아.”

 주연이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어. 내가 주연이를 보고 있는 줄 알았나 봐. 주연이는 옷을 툭툭 털고 밖으로 나와 벤치에 앉아 책을 읽었지. 내가 걱정스레 계속 쳐다보는 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러고는 책을 다 읽었는지 나에게 인사를 했어.

“안녕, 내일 또 봐. 내 하얀 친구. 아, 그래. 하친! 넌 정말 하얘. 하하.”

 나는 주연이의 친구였던 거야. 기분이 좋았어.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아팠어. 젖은 신발이 내 마음을 저벅저벅 밟고 지나가서 발자국이 남은 것 같았지. 걱정이 되었거든. 괜히 나 때문에……. 다친 곳이 많이 아프지는 않을까? 나 때문에 아프고 젖어서 내가 싫어지면 어떻게 하지? 난 주연이가 좋은데……. 또다시 슬퍼졌어. 내 마음의 소리를 들은 걸까? 내 옆에 있던 단풍나무가 말했어.

“걱정돼? 아이들은 넘어지기도 하고 옷도 젖고 그래. 상처는 낫게 마련이고 젖은 옷은 시간이 지나면 말라.”

“난 친구인데 아무것도 해줄 수가 없어서……. 주연이는 내 얼굴을 닦아주었는데…….”

“친구는 뭘 꼭 해줘야 해?”

“그래도, 나도 무언가를 해주고 싶어……. 아, 나무야 너의 그늘을 좀 빌려주지 않을래? 벤치에 앉은 주연이 얼굴이 뜨거워 보여서.”

“그거야 뭐. 벤치가 나랑 좀 떨어져 있으니……아무튼 내가 팔을 좀 더 뻗어볼게.”

“고마워. 난 가만히 여기에 있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어느덧 아이들이 없는 학교에 고요한 밤이 찾아왔어. 까만 하늘에 커다란 보름달이 둥실 떠올랐어. 보름달은 푸른색이었는데 그렇게 크고 밝은 달은 처음이었어. 밤하늘을 푸른 달빛으로 가득 채우고 있어 대낮 같았지.

“내가 하룻밤만이라도 움직일 수 있으면 좋겠어. 주연이한테 선물을 주고 싶어.”

 그때 보름달 옆으로 별똥별이 ‘슝!’ 하고 지나갔어. 그래서였을까? 목에 힘을 주니 갑자기 내 고개가 스윽 움직이는 거야! 이번에는 손가락에 힘을 주어 보았지. 손가락도 까딱까딱 움직이지 뭐야!

“우와, 소원이 이루어진 거야? 막 움직이는데? 그 전설 말이야. 푸른 보름달이 떴을 때 별똥별과 함께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거. 정말이었나 봐.”

 나무는 많이 놀랐는지 가지를 부스스 떨었어. 나도 놀라서 얼떨떨했지. 처음이었으니까. 이런 낯선 기분은. 투둑투둑. 부드득부드득. 내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몸에서 하얀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거친 소리가 들렸어. 하지만 나는 조금씩 움직여보았어. 할 일이 있었거든. 처음으로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 나는 토끼 인형이 연못에 빠진 자리를 기억하고 있었지. 천천히 토끼 인형이 있던 곳으로 투둑투둑 다가갔어. 연못은 깊지 않았어. 손을 몇 번 휘휘 저으니 토끼 인형을 건질 수 있었지. 하얬던 토끼 인형은 초록색 이끼와 갈색 진흙으로 얼룩진 옷을 입고 있었어. 나는 인형을 울타리 밖으로 살짝 밀어서 올려놓았어. 인형은 데구루루 굴러 벤치 밑에 누웠어. 편안해 보였지.

“왜? 나가보지 않아? 아이들 말대로 운동장이라도 한 바퀴 돌고 오지 그래.”

 나무는 단풍 나뭇잎을 팔랑팔랑 흔들며 나에게 말했어.

“그냥, 여기가 좋아서. 나는 여기에 있는 내가 좋아. 진짜 운동장을 돌면 상상하는 재미가 하나 줄어들잖아? 마음껏 상상하며 여기에 있을래. 내가 꼭 하고 싶은 걸 했으니까.”

 나는 원래 내가 있던 자리로 돌아왔어. 편안했어. 가만히 앉아서 벤치 아래에 있는 토끼 인형을 보니 좋았어. 얼른 주연이가 내 선물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

 다음 날은 비가 많이 왔어. 주연이를 기다렸지만 오지 않았어. 빗방울이 내 얼굴을 시원하게 씻어주었어. 주연이가 괜히 연못에 빠졌던 것 같아 미안했어. 내가 싫어져서 오지 않는 걸까? 일주일 넘게 비가 계속 왔어. 내 마음속에서도 계속 비가 내렸어. 토끼 인형은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벤치 아래에서 잠만 자는 것 같았지.

 드디어 모처럼 하늘이 맑게 개었어. 나무는 푸르름이 더욱 짙어지고 매미는 하늘을 찌를 듯 소리 높여 노래하기 시작했어. 그때 멀리서 천사가 걸어오고 있었어. 내 친구 주연이. 가슴이 두근거렸지. 주연이가 밝은 표정으로 다가왔어. 내 마음도 맑게 개었어.

“안녕? 하친! 오랜만이지? 비가 많이 왔었는데……. 넌 여전히 여기에 있구나. 네가 좋아! 언제 와도 나를 기다리고 있잖아.”

 분수에서 튀어서 날아온 물방울이었을까? 내 눈가가 촉촉해졌어. 나는 주연이의 말에 눈물이 날 것 같았어. 내가 가만히 있어서 좋다는 친구. 내가 무엇을 하지 않아도 좋다는 친구. 나는 언제까지나 지금처럼 주연이를 기다릴 거야! 여기서.

 주연이는 언제나처럼 벤치에 앉아서 책을 읽었어. 벤치 아래에는 토끼 인형이 조용히 누워있었어. 옆에 있는 단풍나무는 가지를 살짝 더 펼치는 것 같았지. 주연이의 얼굴에 나무 그늘이 드리워졌어. 바람이 불자 그늘 사이로 스미는 햇빛에 얼굴이 살랑살랑 빛났어. 친구가 내 마음에 들어와 반짝였어.

‘나도 그냥 네가 있어 좋아.’

 

  <당선소감>

 

   ‘그냥 너’가 있어 감사하고 세상이 아름답다

  책 읽는 동상을 바라보던 열 살 아이가 있었어요. 그 아이가 어느덧 커서 어른이 되었지요. 어른이 되고 엄마가 되어 아이들과 함께하며 어린 시절의 그 아이가 생각났어요. 내 상상의 나래를 펼쳐주던 그 동상이 아직 남아있을까, 외롭지는 않았을까 생각하면서요. 그 동상은 제 마음속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거예요. 제 어린 시절을 함께하던 멋진 친구였죠.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그냥 좋고 든든합니다. 아이들, 가족들, 그리고 친구들도요. 무엇을 해주지 않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도 웃음이 나요.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따뜻하고 힘이 되지요. 아이들도 동화를 읽으며 ‘그냥 너’라서 소중하고 빛난다는 걸 알면 좋겠습니다. ‘그냥 너’가 있어 감사하고 세상이 아름답다는 것도요.

 저에게 이렇게 큰 상을 주심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저를 동화의 세계로 이끌어준 소중한 세 아이들, 늘 든든하게 제 옆을 지켜주는 남편과 부모님! 정말 사랑하고 감사합니다. 또, 동화란 어떤 것인지 알려주신 정해왕 선생님께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와 함께 동화 나라에서 살고 있는 글벗들께 이 영광을 돌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더 고심하고 노력하여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도록 애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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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사평>

 

  섬세한 '공감미'의 수준작

  올해의 불교신문 동화 분야, 흉작이라면 흉작이다. 그 많던 좋은 후보작들 어디 갔는가? 코로나가 위세 떨치고 난 후 저마다 소통에 목말라야 할 때 응모작 수도 아주 많지 않고, 수준작도 적어진 것은 왜인가? 아쉬움이 크다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냥 너’, ‘황금 달팽이’, ‘소원 들어주는 돌’, ‘세상을 지키는 비행’이 후보에 올랐다. 먼저 위의 네 작품을 선별해 놓았지만, 사실은 단연 한 작품 ‘그냥 너’만이 선자의 눈에 선명히 들어왔을 뿐이다.

 ‘그냥 너’는 책 읽는 소녀상과 한 외로운 여학생의 만남, 우정을 그렸다.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동화의 아름다움을 새삼 환기시킨 수준작이다. 여학생 주연을 둘러싼 외로운 '현실'을 상세히 드러내지 않았지만 독자들이 이 학생의 정황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으리라 여겨진다. 섬세한 공감의 미학을 갖춘 작품이다.

 ‘황금 달팽이’는 주제의 평이함이 아쉽고, ‘세상을 지키는 비행’도, ‘황금 달팽이’의 저자처럼, 어휘와 문장이 좋은 반면 무엇을 위해 썼는가가 아쉬웠다. ‘소원을 들어주는 돌’은 '작은 돌'의 여정 가운데 마지막 국면에 묘미가 있다. 이에 이르는 과정의 이야기(성황나무, 장승)가 비유적 의미를 충분히 충당하지 못했다.

 불교신문 동화 분야는 선자의 경험상 아주 좋은 작품들의 경연장이다. 이 좋은 전통이 잘 이어지기 바란다.

심사위원 : 방민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