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광주일보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 고니의 동전 / 김령희

<당선작>
고니의 동전 / 김령희
“야, 비켜. 냄새나니까!”
태오가 앞서가던 고니를 확 밀치고 교실로 들어갔다.
고니는 고개를 숙이고 교실 맨 뒤 자기 책상으로 갔다. 햇살 좋은 여름날 운동장 수업을 하고 들어오는 길이라 고니에게 땀냄새가 났다. 같은 운동을 했는데도 태오에게는 비누 향이 났다.
태오는 자기 자리에 앉자마자 책가방에서 상자를 꺼내 열었다. 안에는 인터넷 게임에 사용하는 아이템 동전이 가득 들어있었다. 새로운 왕국의 왕이 되기 위해 꼭 필요한 검은 사자 동전도 있었다. 사자의 검은 갈기가 근사하게 새겨진 동전. 아이들은 동전을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만지지 마! 보기만 해!”
태오는 2학년 2반의 왕이라도 된 듯 명령했고, 아이들은 고분고분 따랐다.
“진짜 많이 모았다. 검은 사자는 어디서 구한 거야?”
“내가 말만 하면 아빠가 다 사줘.”
짝꿍이 부러워하며 묻자 태오는 으스대며 말했다.
고니는 사자 동전이 궁금했다. 엉덩이가 들썩들썩했지만 태오 옆으로 갈 수 없었다. 제자리에서 머리를 쭉 빼고 태오를 보기만 했다.
“자, 이제 4교시 시작해야지? 다들 책 펼치세요.”
선생님의 말에 태오는 상자를 가방에 다시 넣었고, 아이들은 자리로 돌아갔다.
수업 내내 교실은 시끌벅적했지만, 고니는 조용했다.
딩동댕동, 종이 울리고 수업이 끝나자 태오와 아이들은 급식실로 몰려갔다.
고니는 제일 늦게 급식실에 들어가서는 맨 구석에 앉았다. 멀뚱멀뚱 식판만 보며 오물오물 밥을 다 먹고는 급식으로 나온 딸기주스 뚜껑을 열었다. 그런데 주스를 마시려는 순간, 뒤에서 누군가가 고니의 팔을 세게 쳤다. 태오였다. 고니의 얼굴과 옷은 딸기주스 범벅이 됐다.
“갑자기 움직이면 어떡해? 나한테까지 튀었잖아!”
태오가 소리쳤다.
잘못은 태오가 했는데, 고니가 고개를 숙였다.
태오가 발을 걸어 넘어뜨리고, 공을 던져 때리고, 이유 없이 괴롭혀도 고니는 늘 가만히 있었다. 그럴 때마다 태오를 따라다니는 무리는 고니를 걱정스럽게 보았지만, 선뜻 돕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다. 모두 태오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태오가 급식실을 나가자 으레 그랬듯이 아이들이 따라 나갔다.
고니는 손으로 옷을 툭툭 털고는 식판을 반납하러 갔다. 급식 선생님이 고니를 보더니 주스 묻은 얼굴과 옷을 휴지로 닦아주었다.
“에구, 어쩌다 이랬어?”
고니는 입을 꾹 다물고 눈을 내리깔았다.
급식 선생님은 앞치마 주머니에서 젤리 하나를 꺼내 고니에게 주었다.
“이거 먹으면 기분 좋아질 거야.”
고니가 좋아하는 쫀득쫀득 젤리다. 고니는 젤리 봉지를 만지작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아직 점심시간이 남아 있었다. 태오가 있는 교실에 들어가는 것보다 걷는 게 나았다. 아이들이 없는 곳으로 마냥 걷다가 학교 창고까지 갔다.
창고 벽에는 하얀 날개를 펼친 아기천사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칫, 천사가 어딨어? 있으면 나와 보든지…….”
고니가 시무룩하게 중얼거렸다.
“딸기꽃이 피겠구나!”
그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청바지를 입은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고니는 눈을 끔벅거리며 할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너한테 좋은 냄새 난다고.”
“아닌데…….”
고니가 작은 소리로 웅얼거렸다.
“너는 네 냄새를 모르는구나? 진짜 냄새를 맡을 줄 알아야지.”
할아버지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고는 콧구멍을 넓히고 바람을 깊이 들이마셨다.
“오래간만에 바람도 쐬고 좋네. 불러줘서 고맙다.”
“부른 적 없는데…….”
고니가 중얼거리자 할아버지는 천사 벽화를 손가락으로 툭툭 두드렸다.
“네가 나와 보라며?”
“네? 할아버지가 아기천사라고요?”
“얘야, 천사도 늙는단다. 사람들이 진짜가 뭔지 모르니까 천사를 이렇게 그려놨지. 이런 데 있으려니 내가 얼마나 불편한지 몰라.”
고니는 할아버지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벽화와 할아버지를 번갈아 보다가 손가락으로 벽화의 천사 날개를 가리켰다.
“날개? 너무 낡아서 잘라버렸어. 사람들 머리카락 지저분해지면 자르는 것처럼. 난 편한 게 좋아. 청바지도 편해서 좋고.”
그때 할아버지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
“오랜만에 움직였더니 배가 고프네.”
고니는 들고 있던 젤리를 내려다보았다. 꼬르륵꼬르륵 소리가 또 들리자, 고니는 쭈뼛거리며 젤리를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나 주는 거야?”
할아버지가 묻자 고니는 머리를 끄덕였다.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봉지를 뜯고, 젤리를 한입에 다 넣고는 씹었다. 그러고는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를 꺼냈다.
“받아. 계산은 정확히 해야지.”
“괜찮은데…….”
“괜찮긴 뭐가 괜찮아! 받을 게 있으면 받고, 말할 게 있으면 똑바로 말을 해야지!”
할아버지가 말하자 고니는 고개를 숙였다.
“고개 들고!”
그러자 고니가 얼굴을 들어 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말이 잘 안 나와요.”
“왜 말이 잘 안 나와? 목소리도 이렇게 예쁜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사람들 앞에서는…….”
고니가 말끝을 흐렸다.
“눈에 힘 팍 주고, 주먹 불끈 쥐고 말해 봐. 그럼 목소리에 힘이 생길 거야!”
할아버지는 주먹 쥐고, 눈을 부릅뜨고 고니를 보았다.
“이렇게 연습하다 보면 나중에는 몸에 힘주지 않아도 편하게 말이 나올 거야. 너한테 새로운 힘이 생길 거거든! 어서 연습해 봐. 눈에 힘! 주먹 불끈!”
고니는 할아버지를 따라 하다 말고 물었다.
“근데 진짜 천사 맞아요?”
“날 못 믿겠니? 그럼 널 믿으렴!”
그러면서 할아버지는 동전을 다시 내밀었다. 그제야 고니가 동전을 받았다. 천사 날개가 새겨진 금빛 동전이었다.
“멋지지? 이 날개 너 줄게! 이걸로 뭐든 살 수 있을 거야.”
검은 사자라도 새겨져 있으면 자랑이라도 할 텐데, 고니는 이것으로 뭘 살 수 있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고니는 할아버지에게 꾸벅 인사하고 교실로 돌아갔다.
선생님이 수업을 시작하자 고니는 오줌이 마려워졌다. 하지만 화장실에 가고 싶다는 말은 나오지 않았다. 다리를 배배 꼬고, 몸을 비틀어도 소용이 없었다. 고니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교실 뒷문으로 달렸다.
“고니야, 어디 가니?”
선생님이 물었지만 고니는 교실을 뛰쳐나갔다. 정신없이 화장실로 가서는 소변기 앞에 섰다. 서둘러 반바지 지퍼를 내리려는데, 그 잠깐을 못 참고 노란 물이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바지가 젖었다.
“헉!”
허겁지겁 휴지로 닦았지만 오줌 자국은 지워지지 않았다.
고니는 도망치듯 화장실을 나갔다. 그리고 운동장 모퉁이에 있는 나무 뒤에 숨었다. 한참을 있다 보니 젖은 바지가 여름 햇볕에 조금씩 마르고 있었다. 얼굴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고니는 왜 안 들어오지?”
수업하던 선생님이 복도 쪽을 보며 말했다.
“제가 찾아올게요.”
태오가 손을 번쩍 들었다.
선생님의 허락이 떨어지자 태오는 얼른 교실을 나갔다.
고니는 주머니에서 금빛 날개 동전을 꺼내 보았다. 갈아입을 바지는커녕 젤리 하나도 살 수 없는 동전이었다. 눈살을 찡그리고 동전을 보다가, 화풀이라도 하듯 화단으로 휙 던졌다. 그런데 막상 동전을 던지고 나니 아쉬운 마음이 생겼다.
‘저걸로 뭐든 살 수 있다고 했는데…….’
고니는 화단으로 들어갔다. 동전을 찾아 이곳저곳 들추다가, 깜짝 놀라 엉덩방아를 찧었다. 유난히 더듬이가 긴 노린재가 보였다. 건드리기만 해도 지독한 방귀 냄새가 나는 노린재! 고니는 냄새가 묻을까 봐 조심조심 노린재를 피해 동전을 집어 들었다.
“윽, 냄새! 너 오줌 쌌냐?”
어느새 태오가 뒤에 와 있었다. 고니의 얼굴이 발갛게 달아올랐다.
“야, 선생님이 너 데려오래!”
이때 고니가 들고 있던 동전이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태오가 동전을 뺏어 들었다.
“못 보던 건데, 무슨 아이템이지? 이건 내가 가져간다!”
“내 거야…….”
고니가 속삭이듯 말했다.
“이게 왜 네 거야? 너도 주운 거잖아!”
“주운 거 아니야…….”
고니는 입술을 옴짝거렸다. 고니의 목소리는 작아서 잘 들리지도 않았다.
“야! 너 지렁이 같아. 입술만 꿈틀꿈틀!”
그때 할아버지의 말이 생각났다. 고니는 눈에 힘을 주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나 지렁이 아니야!”
드디어 고니 입에서 큰 소리가 나왔다.
“너 지금 나한테 소리 질렀냐?”
태오가 주먹으로 고니의 어깨를 때렸다. 다시 때리려고 하자 이번에는 고니가 맞섰다. 둘은 엉겨붙었고, 화단에서 엎치락덮치락 뒹굴었다. 그렇게 싸우다가 지쳐 일어났다. 싸움이 끝나는 것 같았는데 태오가 뒤에서 고니를 힘껏 밀었다. 꽈당! 고니가 넘어졌다. 무릎에서 빨간 피가 나왔다.
“이제 까불지 마라!”
태오가 날개 동전을 들고 교실로 가려고 하자 고니가 황급히 외쳤다.
“동전 줄게. 대신 냄새 팔아!”
“뭐?”
“네 냄새 나한테 팔라고.”
“그래라, 그럼.”
태오는 고니를 비웃더니 교실로 걸었다.
고니는 이대로 교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오줌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화장실로 갔다. 세면대에 딸기 비누가 있었다. 비누로 몽글몽글 거품을 내고 얼굴을 닦고, 목을 닦고, 다리를 닦았다. 무릎 상처는 피해서 닦았다. 상처는 아파서 만질 수 없었다.
그사이 교실에 도착한 태오가 당당하게 앞문을 열었다.
“선생님, 고니 찾았어요!”
태오가 교실로 들어가자 아이들이 코를 막았다. 이상한 냄새가 교실에 퍼졌다. 기분 나쁜 냄새는 점점 더 지독해졌다. 자기 등에 노린재 여러 마리가 붙어있는 것을 태오는 알지 못했다. 아이들은 창문을 활짝 열고, 손부채질을 하기도 했다.
이때 고니가 뒷문으로 들어왔다. 고니의 걱정과 다르게 아무도 오줌 냄새를 맡지 못했다. 오히려 고니 근처의 아이들은 향긋한 냄새를 맡았다.
“고니야 괜찮니? 왜 다친 거야?”
무릎 상처를 본 선생님이 고니에게 다가왔다.
“운동장에서 혼자 넘어졌어요!”
선생님이 고니에게 물었는데, 태오가 불쑥 끼어들었다.
“태오 말이 맞아?”
선생님이 허리를 숙여 고니와 눈을 맞추며 물었다.
“아뇨…… 태오가 그랬어요!”
고니는 주먹을 세게 움켜쥐고 선생님의 눈을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 그동안 태오가 괴롭힌 것들을 말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선생님은 태오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태오 엄마는 학교로 달려와서 고니의 손을 붙잡고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태오의 손은 잡지 못했다. 엄마인데도 아들의 냄새를 참을 수 없었다. 태오는 집에 가자마자 머리를 감고 몸을 씻었다. 목욕을 한참 했지만 냄새는 사라지지 않았다.
다음 날 태오가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코를 막고 태오를 피했다. 태오 근처에 앉은 아이들은 슬그머니 책상을 옆으로 옮기기도 했다. 태오는 냄새만 사라지면 아이들과 예전처럼 지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다음 날에도 태오에게 노린재 냄새가 났다. 쉬는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태오를 빼고 놀았다. 태오는 혼자 점심을 먹고, 혼자 집으로 갔다. 집에 가서는 향 좋은 비누로 씻고 또 씻었다.
하지만 다음 날도 태오는 여전히 혼자였다. 1교시가 끝나고 쉬는 시간이 되자 아이들은 교실 뒤로 몰려갔다. 태오는 동전 상자를 꺼내 열었다.
“얘들아, 이거 보여줄게!”
태오가 검은 사자 동전을 꺼냈지만 아무도 그 옆으로 가지 않았다. 아이들은 더 이상 태오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았다. 태오는 풀이 죽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런데 고니가 태오 옆으로 갔다. 태오는 고니를 물끄러미 보다가 물었다.
“나한테 나쁜 냄새 나?”
고니가 고개를 저었다.
태오는 하마터면 눈물이 날 뻔했다. 입을 앙다물고 상자 속을 뒤적거렸다.
“이상하다. 네 동전 분명히 여기 뒀는데…….”
“나 검은 사자 봐도 돼?”
고니는 눈에 힘을 주지 않았다. 주먹을 쥐지도 않았는데 저절로 말이 나왔다. 할아버지 말이 맞았다. 고니에게 새로운 힘이 생긴 것 같았다.
“고니야 미안. 네 동전 없어졌어. 대신 이거 가질래?”
태오는 사자 동전을 내밀었다.
검은 사자 동전을 받아 들고 고니가 환하게 웃었다.
금빛 날개 동전은 할아버지 손에 있었다. 할아버지는 천사 벽화 앞에서 동전을 흐뭇하게 보다가 움켜쥐었다. 그리고 감쪽같이 사라졌다. (*)
<당선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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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좋아합니다.
별들이 안내하는 길을 따라 걷다가, 지친 몸을 살며시 밀어주는 고마운 바람을 만나 바다에 다다릅니다. 바다는 모래알을 밀어내며 제게 다가와 속삭여요. 그 속삭임은 진주보다 귀한 보석이 됩니다. 바로 이야기입니다.
네, 저는 이야기 여행을 좋아해요. 방송 글을 쓰다가 이야기를 따라 흘러가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그 여행길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았어요. 울퉁불퉁한 돌길도 만나고, 돌부리에 부딪혀 넘어지기도 하고, 거센 비바람에 휘청이기도 했지요. 하지만 작은 오두막에서 이야기를 만날 때면 참 즐거웠습니다. 어디든 데려가 주는 마법의 양탄자를 탄 것 같았거든요.
상상은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줍니다. 상상은 희망이 됩니다. 상상으로 만들어낸 저의 이야기가 어린 친구들에게 희망이 되길 소망합니다.
제게 여행길을 터주신 심사위원님께 고개 숙여 감사 인사드립니다. 귀하고 소중한 우리 가족들, 온기로 감싸주시는 고운 멘토 선생님, 생각을 넓혀주신 교수님들, 존경하는 선생님들, 거친 길 함께 걸어가는 글벗들! 모두 고맙습니다.
그리고 나를 의심하지 않고, 굳건하게 믿어준 나 자신에게 이 말을 전하고 싶어요.
이 여행 신나게 즐기자! 반짝반짝 빛나는 우리의 이야기 여행을!
● 춘천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아동문학교육 전공 ● 2022년 마로니에 여성 백일장 장려상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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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는 어린이를 위한 문학으로 서사적 줄거리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동화는 사실성과 함께 시적 환상성을 중시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있을 수 없는 초자연의 세계까지 작품의 장으로 끌어들인다. 예심에서 올라온 동화들을 정독하면서 내면 구조의 특성으로 교육성, 예술성, 재미성, 이상성을 살펴봤다. 또한 외형 구조의 특성으로 단순, 소박, 명쾌함을 고려했다.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고니의 동전’, ‘욕이 어디로 갔지?’ 두 편이었다.
‘욕이 어디로 갔지?’는 동심의 세계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을 풀어낸 저학년 사실 동화이다. 이 작품은 주인공의 심리묘사가 세밀하게 잘 되어있는 작품이다. 방과 후 돌봄교실에서 공부하는 주인공과 욕 잘하는 친구와의 사이에서 씨줄과 날줄로 엮인 사건이 ‘기화펜’이라는 소재로 재미있게 벌어지고 있다. (기화펜은 종이에 글을 끄고 난 후 시간이 지나면 사라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음) 돌봄교실이 끝나고 주인공이 친구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사과하며 우정이 회복됨은 동심의 순수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너무 밋밋하고 감동을 주는 힘이 약하다고 생각됐다.
이에 반해 ‘고니의 동전’은 사실 동화인데도 시적 환상성을 들여와서 작품을 전개한 작품으로 참된 우정과 주인공이 왕따를 벗어나는 주제가 자연스럽게 나타나 있다. 왕따인 고니가 천사 그림 속 할아버지와 만남에서 동전을 받고, 끝내 왕따에서 벗어난 얘기를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현실 세계에서 환상 세계로 들어가기 전에 개연성을 나타난 부분과, 태오한테 있었던 동전이 천사 할아버지의 손으로 옮겨간 게 어색한 부분이었다. 그렇지만 얘기를 끌고 가는 작가의 탄탄한 구성력과 문장력에서 작가만의 개성이 돋보이기에 최종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드리며 탈락한 응모자들은 더욱 정진해서 꼭 재도전하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서향숙 아동문학가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1) 첫 장면의 폭력은 ‘말’이 아니라 ‘감각’으로 시작된다
첫 문장: “야, 비켜. 냄새나니까!”
- 괴롭힘의 시작을 “못생겼다/못한다” 같은 평가가 아니라 **냄새(몸)**로 잡아요.
- 냄새는 논리로 반박하기가 어렵죠. “그렇지 않아”라고 말해도 상대는 “난 맡았어”로 끝낼 수 있어요.
- 즉 냄새는 반박 불가능한 낙인입니다.
- 여기서부터 고니는 “말로 맞서기”가 아니라 “감각 낙인에 눌리기”로 침묵하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대비:
“같은 운동을 했는데도 태오에게는 비누 향이 났다.”
이건 현실적으로도 가능하지만, 동화적으로는 더 노골적이에요.
- 태오는 ‘비누 향’ = 관리된 몸/보호받는 집/돈의 상징
- 고니는 ‘땀냄새’ = 노동/취약/방치의 상징
- 같은 운동(같은 조건)인데도 결과가 다른 것은 “개인의 탓”이 아니라 계급적 차이를 암시합니다.
2) 동전 상자: ‘게임 아이템’이 아니라 교실의 권력 장치
태오가 꺼내는 상자는 “인터넷 게임 아이템 동전”인데, 실제로는 교실 내 권력의 화폐예요.
- “만지지 마! 보기만 해!”
- 아이들이 고분고분 따름
- “내가 말만 하면 아빠가 다 사줘.”
이 구조는 돈 그 자체보다 돈이 만들어내는 복종의 질서를 보여줍니다.
태오는 왕이 아니라 왕처럼 행동할 수 있는 시스템을 쥐고 있어요.
특히 “검은 사자 동전”은 상징이 강해요.
- 사자 = 권력/위엄/지배
- 검은 사자 = 더 희귀하고 더 강한 권력
- “새로운 왕국의 왕”이 되는 조건
→ 교실은 이미 하나의 “왕국”이고 태오는 그 왕국의 왕처럼 군림합니다.
반대로 고니는 “궁금하지만 갈 수 없는” 위치:
“엉덩이가 들썩… 태오 옆으로 갈 수 없었다.”
여기서 욕망(보고 싶음)은 있지만 접근이 불가능해요.
‘왕의 물건’을 탐내는 순간, 고니는 더 위험해질 수 있으니까요.
3) 급식실 딸기주스 사건: “가해가 피해를 탓하는” 전형
태오가 고니 팔을 쳐서 주스를 뒤집어놓고는 이렇게 말하죠.
“갑자기 움직이면 어떡해? 나한테까지 튀었잖아!”
이건 학교폭력 서사의 핵심 메커니즘이에요.
- 가해자는 가해 사실을 지우고
-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며
- 주변은 그 프레임에 끌려가며 침묵하게 됩니다.
그리고 고니의 반응:
“잘못은 태오가 했는데, 고니가 고개를 숙였다.”
‘고개 숙이기’는 단순한 성격이 아니라 몸으로 학습된 생존술이에요.
말하면 더 커지고, 항의하면 더 크게 돌아오니까.
여기서 군중의 모습도 정확해요.
“걱정스럽게 보았지만… 선뜻 돕지 않았다. 모두 태오 눈치를…”
즉, 이 동화의 악은 태오 한 명이 아니라 태오가 만들어내는 공기(눈치), 그 공기에 적응한 교실 전체의 구조입니다.
4) 환상 도입의 문: “천사가 어딨어?”라는 절망이 호출한 ‘가능성’
고니는 교실을 피해서 창고까지 걸어가고, 그곳 벽화의 천사를 보며 말해요.
“천사가 어딨어? 있으면 나와 보든지…”
이 말은 “신이 있으면 증명해봐” 같은 도발이 아니라,
구조적 고립 속에서의 마지막 호소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천사는 “구원”이라기보다,
- 누군가 “내 편이 되어주는 존재”
- 내가 말을 못 해도 “나를 알아봐주는 존재”
로 등장합니다.
그런데 나온 천사가 “아기천사”가 아니라 청바지 입은 할아버지인 게 중요해요.
- 동화가 흔히 택하는 “순백의 구원”이 아니라
- 현실적이고 친근한 형태의 도움을 줍니다.
- “천사도 늙는다”는 말은, 구원이 환상 속에서만 오는 게 아니라 삶의 모습으로도 온다는 선언이에요.
또 하나: 날개를 잘라버렸다는 설정.
“날개? 낡아서 잘라버렸어… 난 편한 게 좋아.”
이건 “완전한 구원”의 부정입니다.
즉 이 동화는 “천사가 내려와서 모든 걸 해결”하지 않아요.
천사는 다만 말할 힘을 연습시키고, 거래의 조건을 만들어 줄 뿐.
5) 동전의 진짜 기능: ‘무엇이든 사는 돈’이 아니라 ‘말할 힘’을 사는 돈
할아버지가 주는 금빛 동전에는 “천사 날개”가 새겨져 있어요.
“이걸로 뭐든 살 수 있을 거야.”
고니는 “젤리 하나도 못 사는 동전”이라고 생각하죠.
여기서 아이 독자의 시선을 따라가며 ‘돈’의 상식을 먼저 세워요.
그런데 이 동전이 실제로 사는 것은 물건이 아니라 사회적 상태의 전환입니다.
동전이 제공하는 핵심은 할아버지의 훈련:
“받을 게 있으면 받고, 말할 게 있으면 똑바로 말해야지!”
“눈에 힘! 주먹 불끈!”
이게 동전의 마법이에요.
- 동전 = “교실에서 말할 권리/자기 주장”의 상징
- 날개 = “내가 눌린 자리에서 떠오를 수 있는 힘”
- 금빛 = “가치가 인정되는 상태”
즉 고니에게 부족한 건 돈이 아니라, 발화(말할 용기)의 통화예요.
6) 오줌 사건: “말 못하는 몸”이 만드는 비극
수업 중 화장실을 못 가는 장면은 너무 정확합니다.
- “가고 싶다”는 말이 나오지 않음
- 결국 옷에 실수
- 숨음
이건 단순 실수가 아니라, 앞에서 축적된 “침묵의 체질”이 만들어낸 결과예요.
고니의 문제는 “용기 부족”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학습된 위축입니다.
그래서 이 동화는 “왕따=괴롭힘”만 다루지 않고,
괴롭힘이 **일상 기능(화장실 말하기)**까지 망가뜨리는 것을 보여줍니다.
7) 전환점: “나 지렁이 아니야!” — 동전이 산 첫 번째 ‘문장’
태오가 동전을 빼앗으며 조롱합니다.
“너 지렁이 같아. 입술만 꿈틀꿈틀!”
이 조롱은 고니의 핵심 상처를 찌릅니다.
고니는 ‘말하지 못하는 존재’로 취급되어 왔으니까요.
여기서 할아버지의 훈련이 발동해요.
“나 지렁이 아니야!”
이 한 문장은 짧지만 의미가 큽니다.
- 고니가 처음으로 ‘낙인’을 부정한 문장
- 처음으로 가해자의 언어를 끊어낸 선언
- 처음으로 교실의 질서에 균열을 내는 발화
이때부터 동전은 “물건”이 아니라, 고니의 목소리 속에 가치로 전환됩니다.
8) “동전 줄게. 대신 냄새 팔아!”: 이 동화의 가장 독창적인 윤리 장치
고니가 태오에게 던지는 말:
“동전 줄게. 대신 냄새 팔아!”
여기서 동화는 단순히 “용감해졌어요”가 아니라,
권력의 기준을 역전시킵니다.
태오가 고니를 괴롭힌 핵심 도구가 “냄새”였죠.
- 태오: “냄새나니까 비켜”
- 태오: 비누 향(우월)
- 고니: 땀/오줌 냄새(낙인)
고니는 그 기준을 ‘거래’로 바꿔버립니다.
- 냄새를 팔아라 = “네가 나에게 씌운 낙인을 네가 가져가라”
- 동전을 준다 = “네가 욕망하던 권력(아이템)을 네가 가져도 좋다”
- 하지만 그 대가가 “냄새”라면, 태오는 교실 내에서 권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장면이 정말 뛰어난 이유는, 고니가 폭력으로 복수하지 않고
태오가 만든 규칙(냄새=가치)을 그대로 이용해 태오를 무너뜨리기 때문이에요.
9) 노린재: ‘악취’는 벌이 아니라, 태오의 권력 구조가 스스로 낳은 결과
고니가 동전을 찾다가 만난 존재: 노린재
- “건드리기만 해도 지독한 방귀 냄새”
노린재는 단순한 코믹 요소가 아니라, “냄새 권력”의 폭발 장치예요.
태오는 동전을 빼앗으며 다시 권력을 행사하려 하지만,
그 순간 노린재가 그의 몸에 붙어버립니다. 즉,
- 태오가 남에게 씌운 “냄새 프레임”이
- 이제 태오에게 붙어서
- 교실 전체의 관계를 재편합니다.
중요: 고니는 “태오에게 노린재를 붙이려고 계획”하지 않았습니다.
우연처럼 보이지만, 동화적 인과는 분명해요.
냄새로 사람을 지배하던 사람이, 냄새로 고립된다.
10) 결정적 장면: 선생님 앞에서 ‘진실’을 말하는 고니
선생님이 묻고, 태오는 끼어들고, 고니는 결국 말합니다.
“아뇨…… 태오가 그랬어요!”
이건 단순 고발이 아니라 존엄 회복이에요.
- 고니는 “주먹을 세게” 쥐고
- “눈을 똑바로” 보고
- 그동안의 일을 말합니다.
여기서 할아버지의 ‘훈련’은 단순 근육 기술이 아니라,
타인의 시선 앞에서 자기 현실을 말할 수 있는 몸의 자세를 만드는 것이었죠.
또, 선생님이 “고니와 눈을 맞춘다”는 묘사가 중요해요.
고니에게 필요했던 건 혼내기/훈계가 아니라, 눈높이에서의 인정입니다.
11) 태오의 벌은 ‘혼남’이 아니라 ‘고립’이며, 이 고립이 변화의 조건이 된다
태오에게 일어나는 일은 전형적 체벌/퇴학이 아니에요.
- 엄마도 “아들의 냄새를 참지 못함”
- 친구들이 피함
- 동전 상자가 더 이상 효력을 갖지 못함
즉, 태오의 권력은 “아이템”이 아니라
사람들이 그에게 붙어주는 집단 심리로 성립해 있었는데,
냄새로 인해 그 집단이 해체되면서 태오는 처음으로 “혼자”가 됩니다.
여기서 동화의 교육성이 섬세해요.
“너도 당해봐라”가 아니라, 권력의 방식 자체를 잃게 만드는 것이 벌이에요.
12) 마지막 화해: 고니가 ‘힘’으로 다가가지만, ‘복수’는 하지 않는다
태오가 묻죠.
“나한테 나쁜 냄새 나?”
고니는 고개를 젓습니다.
이 장면은 매우 윤리적이에요.
- 고니는 이미 “냄새”가 사람을 배제하는 도구라는 걸 겪었습니다.
- 그래서 고니는 태오를 같은 방식으로 처벌하지 않아요.
- 고니가 가진 새 힘은 “배제할 힘”이 아니라 말할 힘, 관계를 다시 짓는 힘입니다.
그리고 태오가 “사자 동전”을 내미는 건,
권력의 기호를 내려놓고 관계의 기호를 건네는 순간이죠.
13) 금빛 날개 동전의 회수: 천사의 개입은 ‘영구한 마법’이 아니라 ‘한 번의 계기’
마지막에 날개 동전은 천사 할아버지 손으로 돌아갑니다.
- “감쪽같이 사라졌다.”
이 결말이 중요한 이유:
- 고니가 계속 ‘마법 동전’에 의지하지 않게 한다
- 변화의 원인을 “외부 기적”이 아니라 “고니 내부의 힘”으로 돌린다
- 천사는 문제를 해결한 영웅이 아니라 한 번의 훈련과 계기를 준 조력자일 뿐
즉, 동전은 도구였고, 진짜 변화는 고니 안에서 생겼다는 선언이에요.
이 동화의 핵심 주제 3가지
- 냄새는 낙인이 될 수 있다
- 하지만 낙인은 영원하지 않고, 권력의 장치일 뿐이다.
- 말하지 못하는 몸이 만들어내는 고립
- 화장실도 못 가는 침묵은 ‘성격’이 아니라 폭력의 결과다.
- 힘은 복수가 아니라 발화와 관계 재구성으로 완성된다
- 고니는 태오를 ‘배제’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자리’로 이동한다.
제목 “고니의 동전”의 의미
겉보기엔 “동전을 얻는 이야기”지만, 진짜로는
- 고니가 동전을 통해 ‘자기 목소리’라는 가치를 얻는 이야기
- 그래서 동전은 결국 “발화의 통화”이고,
- 고니가 가진 가장 큰 자산은 “검은 사자 동전”이 아니라 스스로 말할 수 있게 된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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