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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작>

 

  고등어 가족 / 장주호

 

이전의 삶이라면
분명 기요틴이 되었을
치밀하고도 잘 짜인 나무

그 반질반질한 제단 위에 올라선
모임에 어울리지 않는 입김의 뜨거움
오로지 죽어서 죽을 수 없는 존재만이
허공의 달과 눈을 맞출 수 있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가족 채찍처럼 후려치던 짜디짠 마음쇠
이윽고 죽 찢어진다
구석구석 발려진다

각자의 영역을 나온 순간부터 비극
농축된 작은 금속들은 온몸의 살을 후벼 파는데
결국엔 피 한 줄기가 느껴지는 듯하여
구긴 초대장을 얼른 이마 위로 가져간다

요리를 기다리는 콩과 꽁깍지의 사이
아픈 명을 스스로 눌러보는 것은 즐거운 일일까?
분쇄기들엔 의도가 있다는 것이 앵무새와는 다른 점
들어가는 입과 나가는 입을 구분할 수 없고

고등어의 가시는 꼭꼭 씹을 수 있다
그 자잘함에 표본이 되지는 못한다
얼굴 그림자 위로 젓가락이 곡예비행을 한다
그 짭짤함에 도무지 끊지를 못한다

 

 

  <당선소감>

 

   색을 더한 세상, 저만의 표현 길 고민할 것

대학 시절에는 물리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반도체 회사에서 근무하며 관련 인공지능 등을 공부합니다. 글쓰기와 여행, 그리고 바다를 좋아합니다. 세상에 대해 최대한 사유하고 싶었기에 천문학과 물리학 주제의 시, 아픔과 그 무의식에 관한 시, 여러 예술 작품의 오마주들, 그리고 바다, 우주, 심리, 역사 등에 관한 시를 써 왔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영화를 볼 때도, 소설을 읽을 때도, 누군가와 대화할 때도, 그 외에 양자역학 같은 분야나 여러 새로운 철학들을 접하는 순간까지, 한 번 더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Vouloir, c'est pouvoir. '원한다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라고 했던가요? 전화에서 축하한다는 그 한마디에, 세상의 채색이 한 층 더 입혀진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공계 직종에서 일하는 제가 과연 시인이 될 수 있을지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이제는 저만이 할 수 있는 표현이 있지 않을까 좀 더 고민하겠습니다.

우선 그런 가능성을 열어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가족이라는 관계의 붕괴를 소재로 쓴 당선작과는 전혀 다른 제 부모님과 형제, 세상의 재미를 알려주고 대학까지 강제 졸업시켜 준 친구들, 매출 한껏 올려드리고 싶은 멋쟁이 책방 대표님들, 마지막으로 다양한 직종에 근무하며 수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문래, 홍대, 합정의 작업실 및 독서 모임 사람들까지. 모두 우주만큼 사랑합니다.

1987년 수원 출생


 

  <심사평>

  

  무난한 전개… 작품성의 균형도 중요

시부문에는 115명의 작품이 응모되었다. 우선 '주제와 소재의 신선함', '시적 상상력과 독창성', '새로운 비유와 상징', '시적 언어의 운용', '시적 구성의 이해' 등 5가지 기준을 토대로 심사했다.

이를 바탕으로 26편을 우선 선정하고 논의를 거듭한 결과 최종 4편으로 압축됐다. '소금이 오다', '광합성의 시간', '구름의 패턴', '고등어 가족' 등이었다.

'소금이 오다'는 서사적 내레이션이 매력적인 작품이지만 자칫 수다에 그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구름의 패턴'은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읽히지만, 가벼움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가벼움을 털어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광합성의 시간'은 시적 체화의 측면에서 현실을 질박하게 잘 풀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시적 군더더기들이 약점으로 지적되었다.

'고등어 가족' 외 4편은 무난한 전개가 장점이지만, 투고된 작품들의 제목이 단조로우며 작품성이 균일하지 않은 점 등이 지적되었다.

최종 숙의 끝에 심사위원들은 '고등어 가족'을 가작으로 선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당선작이 나오지 않아 아쉬웠다.

시적 구성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작품들이 더러 있어 안타까웠다. 신선하게 주제와 소재를 다루는 시적 상상력과 독창성은 모든 창작의 생명력이라 할 수 있다.

심사위원 : 양영길(평론가), 윤봉택(시인), 김지연(시인)


 

  <AI와 함께하는 작품 분석>

 

**「고등어 가족」**은 “가족 식사”라는 아주 일상적인 장면을 제단(희생)·십자가(고통)·기요틴(처형)·금속(가시/뼈/도구) 같은 이미지로 바꿔서, 가족이라는 관계가 주는 폭력성과 끈끈함을 동시에 드러내는 시로 읽을 수 있어요. 겉으로는 밥상 풍경인데, 속에서는 “살을 후벼 파는 의식(儀式)”이 진행됩니다.


1) 제목부터: 왜 “고등어 가족”인가

  • 고등어는 집밥/가정식의 상징처럼 흔해요. 동시에 가시가 많아 먹기 불편하죠.
  • 가족도 비슷합니다. 가장 가까워 따뜻하지만, 동시에 **자잘한 말·기억·상처(=가시)**가 많아 쉽게 목에 걸립니다.
    → 제목은 “가족은 밥처럼 먹고 사는 관계인데, 가시 때문에 늘 아프다”는 은유로 작동해요.

2) 1연 해석: “이전의 삶이라면… 기요틴… 치밀한 나무”

이전의 삶이라면 / 분명 기요틴이 되었을 / 치밀하고도 잘 짜인 나무

  • 기요틴은 처형 도구, 차갑고 정확한 절단의 이미지예요.
  • “치밀하고 잘 짜인 나무”는 원래는 “좋은 재료”인데, 여기서는 “누군가를 자르는 도구가 될 만큼” 정교합니다.

여기서 “나무”는 두 방향으로 읽혀요.

  1. 도마/식탁/상(床) 같은 식사 도구의 나무
  2. 가족이라는 구조(정교하지만 폭력성을 내장한 시스템)

즉, ‘가족’이란 공동체가 안정적이고 단단해 보이지만, 동시에 누군가를 정교하게 잘라내는 기능(배제·처벌·규범 강요)을 갖고 있다는 출발입니다.


3) 2연 해석: 제단·달·“죽어서 죽을 수 없는 존재”

반질반질한 제단… 입김의 뜨거움… 죽어서 죽을 수 없는 존재… 달과 눈을 맞춘다

  • 제단은 희생·의식을 떠올리게 해요. “반질반질”은 닳아있다는 뜻도 있어요.
    → 이런 의식(가족의 식사/행사/모임)이 반복되어 표면이 닳은 느낌.
  • “모임에 어울리지 않는 입김의 뜨거움”
    → 가족 모임에서 어떤 사람은 **뜨거운 감정(분노/서러움/눈물)**을 숨기지 못하고 새어 나오는 상태.
  • “죽어서 죽을 수 없는 존재”
    → 가족 관계는 끊고 싶어도 완전히 끊기 어렵죠.
    ‘죽었다’(관계가 끝난 것 같다) 싶어도, 명절·연락·기억 때문에 다시 살아납니다.
    그래서 “죽어서 죽을 수 없는” 역설이 나와요.
  • “허공의 달과 눈을 맞출 수 있다”
    → 아주 외롭고 고립된 존재만이 밤의 달(차갑고 멀리 있는 세계)과 눈을 맞춘다는 식의 이미지예요.
    가족 안에서 오히려 고립되는 사람의 감각.

4) 3연 해석: “십자가”, “짜디짠 마음쇠”, “죽 찢어진다”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 / 가족 채찍… 짜디짠 마음쇠 / 이윽고 죽 찢어진다 / 구석구석 발려진다

여기가 시의 핵심 고통 장면이에요.

  • “십자가”는 희생당하는 자, “못 박음”은 강제 고정(도망 못 감).
  • “가족 채찍처럼 후려치던”
    → 가족은 ‘사랑한다’며 때리기도 합니다. 말로, 기대감으로, 죄책감으로.
  • “짜디짠 마음쇠”
    • “마음” + “쇠” : 마음이 금속처럼 굳고 무거움
    • “짜디짠” : 고등어/소금기 + 눈물 + 원망의 맛
      → 가족은 결국 ‘맛(정서)’로도 남는데, 그 맛이 달지 않고 짭니다.
  • “죽 찢어진다 / 구석구석 발려진다”
    • ‘죽’은 음식이면서 동시에 뭉개진 살, 처참한 상태를 연상시켜요.
    • 찢어진 뒤 “발려진다”는 건, 상처가 도마에 펴지듯, 혹은 감정이 식탁 위에 드러나듯 퍼진다는 뜻.
      → 가족 식탁이 “치유”의 공간이 아니라, 때로는 해체·폭로·처형의 현장이 되는 역전.

5) 4연 해석: “영역을 나온 순간부터 비극” + “작은 금속”

각자의 영역을 나온 순간부터 비극 / 농축된 작은 금속들은 온몸의 살을 후벼 파는데 …

  • 가족은 평소엔 각자 떨어져 살다가, 명절/행사/모임에서 다시 만나요.
    → “각자의 영역”을 벗어나는 순간부터 비극이 시작된다는 말.
  • “농축된 작은 금속들”
    고등어 가시를 직접 떠올리게 하죠. 작고 날카롭고, 은근히 깊이 찌릅니다.
    동시에 가족 관계의 자잘한 말, 평가, 비교, 기억의 조각이기도 해요.
  • “피 한 줄기”
    → 말 한마디/시선 하나로도 상처가 나고, 피가 난다는 감각.

구긴 초대장을 얼른 이마 위로 가져간다

  • 초대장은 원래 “환영”의 상징인데 “구겨져” 있어요. 이미 찌그러진 관계.
  • 그런데도 이마에 가져간다 = 참고, 예의를 지키고, ‘가족 행사니까’ 참여하려는 체면/의무.
    (마치 상처 난 곳을 가리거나, 경건하게 의식을 치르듯)

6) 5연 해석: 콩·꽁깍지·분쇄기·의도

요리를 기다리는 콩과 꽁깍지의 사이 / … 분쇄기들엔 의도가 있다는 것이 …

  • 갑자기 부엌의 재료(콩, 꽁깍지)가 등장해요.
    → 가족 모임은 결국 “요리/식사”로 귀결되는 현실성.
  • “아픈 명을 스스로 눌러보는 것은 즐거운 일일까?”
    → ‘명’은 ‘명령/명(命, 목숨)’ 둘 다 걸려요.
    가족 안에서 ‘해야 한다’는 명령을 스스로 눌러 순응하는 행위가 과연 즐거운가? 라는 질문.
  • “분쇄기들엔 의도가 있다”
    → 분쇄기는 갈아버리죠. 가족이라는 구조도 개인을 ‘원하는 형태’로 갈아 넣는 압력이 있습니다.
  • “앵무새와는 다른 점”
    → 앵무새는 따라 말하기만 하지만 의도는 없을 수 있어요.
    그러나 가족의 말은 “그저 하는 말”처럼 보여도, 사실은 교정/평가/통제의 의도가 있다는 폭로.
  • “들어가는 입과 나가는 입을 구분할 수 없고”
    → 먹는 입과 말하는 입이 구분되지 않아요.
    ‘밥 먹으며 던진 말’이 곧 ‘사람을 갈아버리는 말’이 됩니다.
    또는 가족 안에서는 누가 말하고 누가 삼키는지(누가 상처 주고 누가 감내하는지) 경계가 흐려져요.

7) 6연 해석: 씹을 수 있지만 끊을 수 없는 “짭짤함”

고등어의 가시는 꼭꼭 씹을 수 있다 / … 젓가락이 곡예비행 / 그 짭짤함에 도무지 끊지를 못한다

  • “가시는 씹을 수 있다”
    → 상처를 ‘삼키며 버텨온’ 사람의 태도.
    아프지만, 스스로 무뎌지며 견딥니다.
  • “표본이 되지는 못한다”
    → 너무 자잘하고 흔한 고통이라 “사건”으로 인정받지 못해요.
    가족 안에서의 상처는 큰 폭력이 아니면 잘 기록되지 않죠.
    “그 정도는 다 겪어”로 사라집니다.
  • “젓가락 곡예비행”
    → 고등어 가시 바르기처럼, 가족 관계에서도 위험을 피해가며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 긴장감.
    잘못 건드리면 찔립니다.
  • “짭짤함에 끊지를 못한다”
    → 결정적 결론. 가족은 아프고 짜도, 완전히 끊기 어렵고, 때론 그 맛(기억/정/습관)에 중독됩니다.
    “미워도 다시”의 구조.

8) 이 시가 말하는 “가족 붕괴”의 방식

이 시는 가족이 한 번에 무너진다고 말하지 않아요.
**‘농축된 작은 금속’(가시)**처럼, 작은 것들이 쌓여 살을 후벼 파고, 결국 피가 나며, 그래도 우리는 초대장을 이마에 대고(참고), 다시 밥상에 앉습니다.

즉 붕괴는 거대한 사건이 아니라,

  • 반복되는 모임
  • 자잘한 말과 의도
  • 씹어 삼키는 관성
    이런 것으로 진행됩니다.

9) “쉽게” 한 문장으로 요약

가족은 가장 친밀한 식탁이면서, 가장 정교한 처형대일 수 있고, 우리는 그 가시를 씹어가며도 그 짭짤함 때문에 떠나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