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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르바다 입양 보내기

장미연

 

모든 게 그 녀석 때문이었다.

모든 게 그 녀석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모든 게…….

정말이지 난 조금도 그 녀석을 괴롭힐 생각 따윈 없었다. 뭐 그다지 달가운 존재라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처음부터 대놓고 녀석을 미워하거나 해코지 할 생각 따윈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설마설마 엄마가, 여태껏 십 년 동안 나만 사랑해온 엄마가 그런 쬐끄만 녀석 하나 때문에 사랑이 식을 거라고는 조금도, 정말 병아리 눈물만큼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 녀석이 태어나던 날부터 모든 게 바뀌어 버렸다. 특히 절대로 변하지 않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엄마의 사랑은 영원히 시베리아 벌판 너머로 날아가 버렸다. 날아가 버리기만 하면 다행이게? 아주 꽁꽁 얼어붙어 새봄이 와도 다시 돌아올 생각조차 안했다. , 이건 정말 배신이다, 배신!

오깊은하늘!”

…….”

엄마가 내 이름을 이렇게 꽉꽉 채워서 부르는 건 정말 정말 화가 많이 났다는 신호이다. 하지만 난 아무 대답도 할 수가 없다. 반항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정말이지 울음이 목구멍까지 꽉 차서 홍수가 날 것만 같아 대답을 못 하는 것이다. 대답을 하면 그 순간 목구멍까지 차오른 물들이 막 흘러넘칠 것 같다.

오 깊은하늘! 너 정말 엄마한테 끝까지 맞서 보겠다는 거얏?”

그게 아니고요. 꺼억꺼억.”

존심 상하게 나도 모르게 그만 꺽꺽대기 시작했다.

애 좀 봐. 뭘 잘 했다고 꺽꺽대고 울어, 울기는?”

그게 아니고요. 어엉.”

내 꺽꺽댐이 통했나 보다. 엄마의 치켜 올라갔던 눈꼬리가 조금씩 그 탱탱한 기운이 빠지더니 15도쯤 내려갔다.

그래, 너도 뭔가 쌓인 게 많을 거란 건 알아. 오늘은 엄마가 다 들어줄게 속 시원하게 말해봐라.”

속 시원하게라……. 엄마의 달콤한 미끼에 아까 맞은 손바닥이 김칫국물에라도 담근 것 마냥 얼얼해져 왔다.

바다는 아기잖아. 말귀도 못 알아듣는 아기가 조금 귀찮게 한다고 그렇게 거칠게 다루면 어떡해? 그래서 회초리 몇 대 때린 게 그렇게 억울했어?”

와와. 회초리 몇 대란다. 조금 귀찮게 했단다. 그래요, 엄마. 난 진짜 억울해요. 이 순간에도 얄미운 녀석은 엄마한테 찰싹 붙어서 헤헤거리고 있다. 나아쁘은 노옴! 모든 게 저 놈 때문이다. 순간 목구멍까지 차올랐던 물들이 순식간에 뜨거운 화산불로 바뀌어 화르르 화르르 타올랐다.

나이 먹어서 다시 애 낳는다는 건 엄마에게도 힘든 결정이었어. 하지만 갑자기 동생 갖고 싶다고 먼저 떼 부린 건 너였잖아? 이제 와서 이러면 어떡하니?”

그래, 알고 있다. 이기적인 아이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동생이란 건 귀찮고 성가시고 빽빽거리며 울기만 하는 것들이다.’ 그 뿐인가. ‘툭 하면 고자질을 해대서 착하고 순해빠진 형이나 누나들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하는 아주 쓸모없는 존재들이다.’라고 주변의 동생 있는 친구들이 끊임없이 가르쳐 줬다. 그래서 난 누구 보다도 동생이 있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이유를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난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외아들인 내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리라 굳은 결심을 했다.

…….

정말 그날 일은……. 다시 돌아갈 수만 있다면 내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었던 결정적인 그 일에 대해서도 더 냉정해질 수 있겠는데……. , 아쉽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인 걸 어떡한단 말인가.

1학년 때였다. 같은 반에 덩치만 믿고 설쳐대는 대범이라는 무식한 아이가 있었다. 나도 나름 싸움짱이었던 터라 그 녀석과 자주 붙곤 했다. 그 날도 어김없이 그 녀석과 한판 붙었다. 하지만 내가 먼저 주먹을 날렸다는 조금은 억울한 이유로 나만 더 오래 벌을 받았다.

에이 씨, 맨날 나만 더 혼나!”

투덜거리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는데 저만큼 등나무 그늘 아래 앉아있는 대범이가 보였다. 남은 분이 덜 풀려 한판 더 붙으려는데,

오빠아!”

어디선가 물방울 같은 목소리가 또그르르 굴러 나왔다. 병설 유치원에서 갈래 머리를 묶은 꼬마애가 분홍색 주름치마를 나풀거리며 뛰어 나왔다. 그리고는 대범이 녀석에게, 무식한 대범이 녀석에게 찰싹 붙더니 웃어준다. 봄바람같이. 인상파 대범이가 봄바람에 간지러운 듯 흐물흐물거린다. 봄바람이 나랑 싸우다 생긴 퍼런 멍을 걱정스레 들여다 본다. 새싹을 어루만지는 봄햇살같이. 그 봄바람, 그 봄햇살 때문이었을까? 난 그날 이후로 싸움짱에서 밀려나고 말았다.

그날 처음 ! ! !”라는 말을 잘근잘근 씹으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 때부터였다. 내게도 동생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부러움과 외로움에서 시작한 작은 생각이 갈수록 눈덩이처럼 커지더니 나중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큰 바람으로까지 자랐다. 그래서 결국은 부모님을 조르게까지 되었다.

어차피 힘든 결정 하시는 거 이왕이면 순하고 예쁜 여동생으로 만들어주실 것이지 귀찮게끔 허구헌 날 빽빽 우는 저런 애송이 남동생이나 만들어 주시다니. , 정말이지 저런 녀석은 됐어요. 필요 없어요. 녀석은 돌까지 지났으면서 아직까지도 새벽이면 깨서 이 형님의 수면을 방해하는 철딱서니 없는 짓만 한다. 그런데도 엄마는 내게만 철딱서니 없다고 한다. 이건 정말 억울하다. 그래서 나도 모르는 사이 녀석을 벼르는 사악한 형이 되어가나 보다.

어느 날 엄마와 외출 갔다 돌아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가끔 마주치는 4층 아줌마를 또 만났다. 둥글둥글한 몸매에 얼굴까지 동글동글한 그 아줌마의 눈은 네모난 뿔테 안경 너머에서 늘 웃고 있었다. 어쨌든 바다 녀석이 태어난 뒤로 내게는 하나도 상냥하지 않은 울 엄마 보다 열 배는 상냥하게 날 보고 웃어주신다. 그런데 그 날은 인사하는 나 보다 바다 녀석을 보고 더 반가워 하셨다.

어머, 애가 많이 컸네? 아유, 귀여워라. 어머, 웃기도 잘 웃네.”

그러게요. 언제 크나 했는데 벌써 이렇게 컸네요. 하늘아, 인사 해야지.”

, 엄마는 아줌마랑 수다 떠느라 내가 인사하는 것도 못 봤나 보다. 녀석이 생긴 후로 늘 이런 식이다. 억울한 잔소리까지 들어야 한다. 사람 좋아 보이던 그 아줌마도 내 인사는 건성으로 받더니 나중에야 아는 체를 하셨다.

어머, 하늘이도 많이 컸구나. 동생 생기니까 좋지?”

동생 생기니까 좋냐고? 이럴 땐 인사치레라도 , 정말 좋아요.’ 라고 헤헤거리며 대답해줘야 한다는 것쯤은 나도 어린 나이가 아니니까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사람들이 물어오면 심술이 나서 좀 더 솔직하게 대답하기 시작했다.

아니요. 하나도 안 좋아요.”

그러자 늘 부드럽게 웃기만 하던 아줌마의 눈이 단추알처럼 동그래졌다.

아니, ?”

아주 귀찮아 죽겠어요. 맨날 빽빽 울고 억울하게 나만 야단맞게 하잖아요.”

호호호. 하늘이가 동생 때문에 힘든가 보구나.”

힘든 정도 뿐이겠어요. 아주 없어져 버렸으면 좋겠구만. 이런 내 맘이 표정으로 나타났을까? 엄마가 잠시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그럼 우리 바다 입양 보낼까?”

입양이라고? 정말 우리 엄마 유치하기도 하시지. 내가 뭐 아직도 산타클로스나 기다리는 유치원생인 줄 아나봐. 엄마는 내가 바다 땜에 속상하다고 막 투덜대기 시작할 때부터 걸핏하면 입양 얘기를 꺼냈다. 내가 뭐 그 말에 속을 줄 알고?

그래요. 그게 좋겠네요.”

나도 엄마의 잔머리에 지지 않고 눈 똑바로 뜨고 대꾸했다. 그런데 이번엔 403호 아줌마가 기세 좋게 말대꾸 하는 내 말을 받아쳤다.

그래? 정말이니? 아줌마는 아기가 없어서 하늘이네가 항상 부럽던데…….”

어머 그러시구나? 하늘아, 너도 들었지?”

아이고. 두 분이 아주 쿵짝이 잘 맞으셨다. 아주 감동스럽습니다. 그런다고 내가 뭐 눈 하나 깜짝할 줄 아나 보죠?

진짜로 입양 보내게? 그럼 뭐 멀리까지 보낼 거 있어? 그냥 나한테 보내. 난 바다 욕심나니깐.”

403호 아줌마가 엄마를 보고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말했다.

글쎄요. 혼자 결정할 일이 아니니 애 아빠하고 상의해보고요.”

엄마는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 그럼 누가 속을 줄 알고? 그래요. 보내버려요. 안 보내기만 해봐라. 엄마와 403호 아줌마의 유치한 수다는 그렇게 끝났다.

수다이긴 했어도 상상만 해도 신났다. 녀석이 사라지다니……. 그럼 그 날로 난 달콤한 수면을, 자유로운 독서를, 방해 안 받는 블록 조립을……. 으흐흐흐. 상상만 해도 신난다. 에휴, 상상만 하면 뭐 하나. 어차피 날 달래기 위한 엄마의 연기였을 뿐인 걸. 정말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하나도 신경 안 썼다. 맨날 여자애들 반지 쪼가리 같은 것들만 뽑히는 해바라기 문구점의 뽑기 만큼도 기대 안 했다. 어차피 날 놀리기 위한 장난일 뿐이었으니까.

? ? 그런데……. 몇 밤 자고 학교 몇 번 갔다 왔더니 장난이장난이 아니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어느 날 아빠랑 엄마가 녀석을 재우더니 밤늦게 날 불렀다. 그러고는 심각한 표정으로 정말 그렇게도 간절히 바다가 없으면 좋겠냐고 물었다. 너무 심각하게 물으시길래 나도 그냥 목구멍에서 간신히 기어나오는 대답으로 라고 했다. 그랬을 뿐인데 어느 날 오미르바다를, 귀찮은 그 녀석을 입양 보낸단다. 403호로. 어떻게 이런 일이?

모든 게 그 녀석 때문에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번엔 모든 게 내 대답 한 마디에 정신 차리고 생각해 볼 틈도 없이 순식간에 정리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늦잠을 자서 허겁지겁 일어나 밥을 먹는데 뭔가 다른 날과 달랐다. 아빠는 이미 출근했고 엄마는 조용히 집안을 정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만, 나만 혼자서 밥을 먹고 있었다. 뭐지? 이 썰렁한 분위기는? 맨날 아침부터 집안을 어지르던 바다 녀석도 보이질 않았다. 그리고 현관 앞에 놓인 큼직하고 빨간 여행 가방은 또 뭐란 말인가? 그 가방은 엄마가 바다를 낳으러 갈 때 함께 병원에 따라 갔다가 다시 퇴원하던 날 바다와 함께 온 건데? 털도 안 난 강아지새끼 같이 쬐끄맣던 그 녀석이 아빠 품에 안겨 하품을 했지. , 그 땐 나도 녀석을 한없이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지? 에이설마?

학교에서도 내내 그 빨간 여행 가방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귀찮은 녀석, 가려면 조용히 사라질 것이지 왜 또 끝까지 날 괴롭히는지 모르겠다. 403? 403? 슬쩍 한번 들여다 볼까? 봐서? 그 다음엔? 뭐 그냥 한번 들여다 보고만 오면 되지. 그래 아줌마를 잘 따르기나 하는지 슬쩍 한번 보고만 오지, . 그래 보고만 오는 거야. 뭐 녀석이 걱정되거나 다시 데려오고 싶어서 그런 게 절대 아니다. 그래도 입양을 보냈으니 최소한 잘 있는지는 봐 주는 게 예의일 것 같아서였다.

학교가 끝나자 마자 집으로 달려가 가방을 던졌다. 바로 나오려는데 빨간 여행 가방이 아직도 현관 앞에 턱 하니 버틴 채 날 째려 봤다.

깊은하늘, 저 가방 좀 403호 갖다 줄래? 엄마는 차마 못 가겠다.”

안방에서 엄마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울고 난 목소리 같았다. 평소 같았으면 에이, 귀찮게 내가 왜요?’라고 했을 텐데 이번엔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빨간 가방은 그대로 둔 채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나왔다.

403호 현관 앞에서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안 났다. 짜식, 벌써 적응해버렸나? 이렇게 빨리? 아냐, 그럴 녀석이 아닌데. 그냥 한번만 직접 눈으로 보고 갈까? 403호 아줌마가 참 좋은 분이란 건 알지만 혹시 알아? 만약에, 정말이지 만약에 입양한 척 하고 우리 미르바다를 이상한 데다 팔아버렸으면 어떡해? 그래, 그것만 확인하고 가자.

초인종을 누르는 검지 손가락이 이상하게도 떨고 있었다.

어머, 하늘아! 무슨 일이니? 동생이 걱정되서 왔구나? 걱정마. 아줌마가 아주 잘 키울 테니까. 그리고 너 이제부턴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안 된다. 이제 바다는 네 동생이 아니라 아줌마 아들이니까. 앞으론 이름도 바꿀 테니깐 오미르바다라고 부르지도 말고.” 사람 좋은 403호 아줌마가 어지러운 말들을 막 다다다 쏟아놓았다. 다시 보니 조금도사람 좋아 보이지 않았다. 우리 미르바다를이상한 데다 팔아버리고도 남을 사람처럼 보였다. , 뭐 이런 또 귀찮은 상황으로 연결되나? 이왕 보낼 거면 좀 멀리 보내서 다시는 신경 안 쓰이게 할 것이지. 맨날 엄마랑 마주치면 또 엄마는 맨날 질질 짜실텐데……. 그리고 이왕 보낼 거 좀 큰 부잣집으로 보내면 나중에 늠름하고 럭셔리한 뭔가가 되서 형아를 찾습니다.’ 하고 올 수도 있잖아. 그런데 이게 뭐야? , 정말이지 여전히 귀찮네.

안 되겠어. 잠깐만 계획 수정이다. 뭐 많이, 참 많이 귀찮은 녀석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상한 곳에 팔려가게 놔두기엔 내 양심이 허락하질 않지. 그럼, 그렇고 말고.

아줌마, 우리 바다 좀 보고 가야 겠어요. 바다 어디 있어요?”

난 일부러 바다가 내 소리를 듣고 징징거리라고 큰 소리를 냈다. 아니나 다를까 내 소리를 들은 녀석이 , !” 하면서 자박자박 걸어나왔다. 짜식, 역시 내 동생이라 똑똑하군. 목소리만 듣고도 날 알아보고 나오다니……. 순간 아줌마가 바다를 안으려 했다. 난 혹시라도 아줌마에게 바다를 뺏길까봐 달려드는 바다를 낚아채듯 덥석 안았다. 아 무겁다. 이 녀석 언제 이렇게 컸지. 그래도 놓아선 안 된다. 아줌마가 뺏어가면 안 되니까. 난 어안이 벙벙해서 쳐다보는 아줌마를 뒤로 하고 잽싸게, 아주 잽싸게 바다를 안고 집으로 향했다.

그래, 조금만 계획을 바꾸자. 귀찮지만, 날 많이 괴롭게 하지만 이렇게 형을 이라고 눈물겹게 불러주잖아. 10년만 참았다가 입양은 그때 다시 생각하지, . 히힛.

 

<당선소감>

세상에 따뜻한 국밥 같은 글 쓸 것

 

저녁을 준비하다 당선 통보를 받았다. 느닷없이 심장 속에 철딱서니 없는 아기 도깨비 몇 놈들이 들어와 축구를 했다. 그 바람에 갑자기 목소리가 엄청 커졌다. 스토리빔으로 팥죽할멈과 호랑이를 보고 있던 깊은하늘, 미르바다, 맑음이 놀라서 쳐다봤다. ! 이쁜 것들! 쪽쪽 빨아주고 싶었다. 이번 작품 모델이 되어준 두 아들과 내 꿈 앞에 고슴도치 믿음을 준 가족들에게 너무 고맙다.

들뜬 채 이틀을 보내고 나니 슬슬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제 뭘 해야 하나?’ ‘어떡하지?’

당선만 되면 했는데 막상 되고 나니 막막해졌다. 문득 내 이름 뜻을 떠올렸다. 그대로 풀면 베푸는 아름다운 연꽃이다. 지금껏 난 진심으로 베푸는 사람이었던가? 적잖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받으려고만 하고 가족들에게 짜증이나 냈다. 이제부터라도 이름값 좀 하고 살아야겠다. 40대엔 마당 넓은 주막 지어 국밥 퍼주는 아줌마가 되겠다 한 당돌한 꿈도 다시 꾸어야겠다.

오랜만에 다시 시작한 제자에게 한번 제자는 영원한 제자다라고 격려해주신 배봉기 선생님, 이은봉 선생님, 김해등 선생님 고맙습니다. 오기만 창창했던 제 20대를 따뜻하게 토닥여 주셨던 고() 조태일 선생님 너무 너무 그립고 고맙습니다. 누구보다 딸의 꿈을 의심치 않고 믿어주었던 엄마, 아빠 고맙습니다. 하늘만큼 우주만큼 사랑합니다.

부족한 글 예쁘게 봐주신 심사위원 이상권 선생님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앞으로 사람들과 세상에 따뜻한 국밥 같은 글로 베풀며 살아가라는 뜻으로 알겠습니다.

 

1973년 강진 출생 광주대 문예창작과 졸업 강진에서 논술지도

<심사평>

시적인 리듬, 깊이있는 문장 으뜸

 

먼저 전체 응모작품에 대한 평부터 시작하겠다. 안타깝게도 동화라는 장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글이 너무 많았다. 동화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그대로 적어놓은 게 아니다. 소설하고 똑같은 서사문학이다. 주위에 아름다운 이야기 거리가 있다고 치자. 그걸 그대로 쓰면 그건 동화가 아니라 에세이에 가깝다.

동화가 되려면 작가가 이야기의 시작과 결론을 다시 짜고, 이야기를 이리저리 비틀어대고, 적절한 등장배우들을 등장시키고, 곳곳에 복선을 배치해서 작가만의 완벽한 세상을 만들어내야 한다. 다음에는 이렇게 문학이라는 옷을 입은 동화를 많이 만나기를 기대한다.

예심을 거쳐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다영이와 더미23’ ‘오미르바다 입양보내기’ ‘코쿤아이세 편이다. ‘다영이와 더미23는 인간이 하기 힘든 위험한 연기를 대신해주는 더미인형의 슬픔 삶을 다른 소재가 재미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이야기의 짜임새가 허술하다. 인형이 추락한 뒤에 곧바로 극적인 결말로 이어져야 하는데 불필요하게 나열된 에피소드도 작품 흐름을 더디게 한다.

코쿤아이코쿤옷이라는 상징성을 통해 먼 미래의 모습을 패기있게 그려내려고 하였다. 작가가 무대장치도 훌륭하게 만들어놓았고 등장인물까지도 잘 설정을 하였지만 아쉽게도 이야기의 완결성이 떨어진다. 특히 주인공이 미래사회의 특권층인 코쿤아이가 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확실하게 전달이 되지 않는다.

오미르바다 입양보내기는 새 동생이 생겼을 때 생기는 가족 내의 갈등을 다룬 이야기다. 소재는 평이하지만 시적인 리듬과 깊이가 있는 문장이 단연 돋보였다. 여러 가지 복선을 깔면서 이야기를 꾸려가는 솜씨도 안정감이 있어, 이 작품을 결정하였다. 당선을 축하하고, 너무 좁게 동화라는 틀을 한정짓지 말고, 그 어떤 장르의 문학보다 넓게 세상을 보면서 글을 쓰기를 바란다.

 

심사위원 : 이상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