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매일신문 신춘문예 수필 당선작] 나침반 / 김순애
나침반 / 김순애 여행 가방에서 나온 꾸러미가 제법 묵직해 보였다. 얼마나 정성 들여 포장을 했을까. 겹겹이 싸인 비닐을 풀고 포장지를 벗기는 남편의 손놀림이 조심스럽다. 상기된 낯빛이 새 장난감을 얻은 아이와 같다. 나침반이었다. 하나같이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오래된 것들, 한두 개가 아니었다. 나무와 구리로 만들어진, 갈색 빛이 도는 크고 작은 나침반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냈다. 둥근 모양, 거북이 모양, 북극성이 박힌 것, 해시계가 달린 것, 심지어 그 하나에 백 년의 달력이 새겨진 것도 있었다. 저것들을 구하려고 얼마나 거리를 누비고 다녔을까. 이국땅 낯선 골목을 떠도는 남편의 형상이 나침반 바늘과 겹쳐졌다. 남편은 4년째 인도에서 혼자 지내고 있다. 처음 인도 발령이 났을 때 그는 많이 망설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