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한국불교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영장류의 골목 / 김보경
당선작> 영장류의 골목 / 김보경 대로에서 벗어나 어서 골목으로 가야 한다. 병석은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 대로의 인파는 느리게, 짧은 보폭으로 앞으로 밀려가고 있었다. 종로 1가와 2가 도로가 바로 내다보이는 사무실 창가에서, 몇 사람이나 모이겠어, 혀를 차던 동료의 말에 자리에 앉은 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다 나왔는데, 8차선 대로가 이렇게 꽉 차다니. ‘몇 사람이나’의 기준이 무엇이었나, 앞뒤 생각도 안 하고 거리로 나선 것이었다. 빨리 벗어나자는 생각에만 빠져 걷다 보니 어느새 사람들의 물결에 갇힌 꼴이었다. 사람들은 마치 진흙더미처럼 찐득하게 뭉쳐 한 방향으로 쏠리면서 느리게, 걷는다기보다는 흐르고 있었다. 차들은 어디서부터 끊겼는지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신기했다. 이 거리의 회사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