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머니투데이 신춘문예 시 당선작] 고요를 찾다 / 김종숙
고요를 찾다 / 김종숙 요동치던 밥솥에 뜸이 들고 솥뚜껑을 열면 거기 너무도 고요해진, 반듯한 밥알들 끓어 넘치고 치솟던 설익은 시간이 지나고 잦아든 잘 지어진 밥 까칠한 쌀알들이 반지르르한 한솥밥이 되기까지 가령, 몇억 년 동안 쌓인 사막의 무늬들이나 자세히 보기 물에 씻긴 돌의 생김새 같은 저의 격렬을 저도 종잡지 못한 일을 따라 했을 뿐이다 또는, 반듯한 간격을 맞추어 파랗게 자란 벼포기들이 탈곡이 되고 같은 자루에 동량으로 담기는 동안 바르르 떨다 잠잠해진 저울의 바늘이 함께 들어 있어 더도 덜도 없는 정량, 들쭉날쭉 흐트러진 적이 없다 흔들릴 만큼 흔들린 벼 포기들 털릴 만큼 털려 본 낟알들 갈 만큼 다 걸어가 보고야 능숙하게 제 길을 가거나 돌아오는 답습처럼 그 뒤끝은 저렇게 결 고른 한솥밥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