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경남신문 신춘문예 시 당선작] 앵두나무 상영관 - 진혜진
앵두나무 상영관 / 진혜진 신호등은 봄을 켠다길 하나 사이에 두고 마주 선 두 그루이도시에 앵두가 없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은 길목마다 앵두나무를 심었다 우듬지에 앵두가 켜지는 순간, 몇 갈래의 속도가 생긴다몇 분 간격으로 익어 터지는 앵두비와 졸음 사이에 짓무른 앵두붉은 앵두는 금지된 몸에서만 터져 나온다한 쪽 눈을 질끈 감는 사이길바닥에 누운 흰 사다리를 오른다아이가 손을 들고 소나기 그친 사이를 뛰어간다할머니는 한 칸 한 칸 신호음 사이를 건너고 있다사람들이 마중과 배웅으로사다리를 건너면 앵두의 색깔이 바뀐다 빨강을 물고 순식간에 달려가는 계절이 다른 계절의 입술에 물리듯 앵두나무 뿌리는 발설되지 않은 소문까지 뻗어있다 앵두가 지고나면 초록 이파리여름 정원에 비비새 울음으로 남아그 울음 끝으로 떨어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