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앓이 # 여행앓이 큰 배낭을 메고지구를 걷는 기분이 좋았다. 새 소리에발자국을 맞추며자연을 느끼는 기분이 좋았다. 때로는낯선 이들을 경계하는고산의 호령에한바탕 앓아눕기도 했지만,낯선 여행은매력적이었다. 만년설을 마주하고,잠이 들고 깨기를 수십 번,익숙해진 만년설에게감흥이 없을 무렵, 구름이 만년설 위로내려앉는다. 또 다시 낯선나를 만난다. 청춘이야기 2015. 4. 15. 19:00
블랙데이 # 블랙데이 사람들은 특별한 기념일을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보다는 여럿이우울보다는 즐거움을평범함보다는 특별함을 사람들의 심리가 만든 특별한 날. 비가 주적주적 내리고,세상은 옅은 그림자 아래에서하루를 시작한다. 블랙이라하면어둡고 침침하고 외로운 생각들이연결고리를 만들지만, 조그만 고개를 돌리면,내가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들이,그리고 어둠을 이겨내려는 생명체들이기지개를 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짜장 한 그릇에위로받을 수 있는 하루가참 좋다. 청춘이야기 2015. 4. 14. 12:00
멈춤 # 멈춤 멀리 있는 횡단보도 신호등이녹색으로 바뀌었다. 나와 함께 걷는 사람들은망설임 없이 뛰기 시작했다. 나는 뛰기 싫었다. 운동을 싫어하는 사람의 변명이었고,봄날을 자연스럽게 맞이하는한 청년의 변명이었다. 신호등은 이내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이제 차들이 달릴 차례다.거침없이 달리는 차들을 따라다시 신호등 뒤에 핀 벚꽃에 시선이 간다. 몸이 뜨겁게 달아올랐을 때는한 번쯤 멈춰서주변을 둘러보라고 인간이 만든 익숙한 발명품과말없는 자연은 속삭인다. 멈춰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은나른한 오후이다. 청춘이야기 2015. 4. 13. 11:30
낙화 # 낙화 봄을 알리는 손짓에이끌러 집을 나왔다. 바람은 지독하게 부지런했고,계절을 알고 있다는 듯,나뭇가지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벚꽃은왜 이제야 자기를 찾아왔냐고흐느끼더니 꽃잎들을 뿌려댔다. 젊은 시인은떨어지는 꽃잎을 보고이별이라고 말했다. 나는 뒤늦은 벚꽃과의 만남을추억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꽃잎들은 소복히 쌓여계절의 무덤을 만들어갈 것 같다. 그 땐,또 다시 바람이,사람의 흔적이,꽃잎을 끌고 찾아올 것 같다. 청춘이야기 2015. 4. 12. 1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