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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 호수 / 신재순

            

 

사회과부도를

보며 생각하지

내 꿈은

바다처럼 넓은

바이칼 호수에

가는 것

북극 빙하물이 녹아

흐르는 물은 여름에도

얼음처럼 차다는데

그 물에 발을 담그는 것

바다처럼 깊은

호수 물이 짜지 않다면

정말 짜지 않다면

내 어항 속 금붕어를

풀어놓고 싶을거야

바이칼 호수 옆에

사는 친구를 만나면

바이칼 호수같이 넓은

서해 바다를 보여주는 것

바다를 본 적 없는 그 친구,

그 넓은 물이 온통

짜다는 걸 알면

뒤로 넘어가겠지

내 꿈은 그래,

바이칼 호수에 가는 것

바이칼 순환열차를 타고

호수의 처음부터 끝까지 가보는거야

 

 

 

 

 

◇ 당선소감

 

신재순

1970년생.

우석대학교 대학원 문예창착학과 졸업

옥구초등학교 교사

동시모임 '동시랑' 회원

“2013 동시작가 등단 완료”

 

늘 가지고 다니는 빨간 수첩 첫 장에 포스트잇으로 써서 2013년이 되는 첫날에 붙여 두었던 글귀입니다. 그 글귀를 오래 응시합니다. 세상 일이 마음먹은 대로 되다니. 그러니 참 고운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덧붙입니다. 이런 날이 오면, 다른 어떤 말보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마음 가는 만큼 호명해보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우석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대학원, 그 드물다는 굳고 정한 갈매나무 같은 안도현 교수님, 교수님은 거부할 수 없는 제 마음속의 영원한 스승님이십니다. 곽병창 교수님, 송준호 교수님, 박성우 교수님, 교수님들이 계시기에 문예창작과는 진정 아름다운 과입니다. 이병천 작가님, 유강희 시인, 문화영, 고현주 선생님과 함께 한 시간이 있어 더욱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원 선후배님까지 진실로 제 삶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은 대학원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옥구초등학교 마석우 교장선생님, 시를 읽어주시고, 격려해주셔서 오늘의 이 기쁨 누립니다. 동료교사, 직원, 우리 반 가온 누리 천사들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먼 곳의 아버지, 분명 아버지가 저를 이끌어 주시는 거 맞지요? 그리고 엄마, 사랑하는 가족들, 남편과 시의 첫 독자가 되는 두 딸 해솔, 해원, 사랑합니다.

동시랑 연애하는 '동시랑' 회원님들, 우리 함께 오래오래 동시랑 동시하는 거죠?

'내 생애 바이칼' 식구들, 우리의 아름다운 여행이 시가 되었습니다. 고맙습니다.

끝으로 부족한 시를 보듬어 주신 심사위원님과 매일신문사에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시로 보답하겠습니다.

술 한잔해야겠습니다. 삶보다 죽음에 가까웠던 내 스무 살과 위로와 화해의 건배!<끝>

 

 

◇심사평…독특한 소재로 동시의 지평을 넓혀준 '새로움'

 

작품의 전체적인 경향은 소재가 다양해 졌으며, 높은 수준으로 평준화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특히 전통적인 소재인 자연과 사물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동심과, 그에 따른 입말로 쓴 작품이 많았다. 이것은 오늘의 동시가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 새로운 모색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작품에서 드러난 관념적이며, 이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공상, 또는 입말(구어체)의 작품에서 오는 가벼운 말 놀음, 비유의 부적절 등은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특히 의미 없이 행과 연을 구분하지 않는 산문 형태의 동시는 어린이들이 시를 감상하는 호흡이 길지 않다는 측면에서 재고되어야 하겠다. 분명한 것은 동시는 이미지가 명징하고 언어는 절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당선의 영광을 차지한 ‘바이칼 호수’는 우선 소재부터 예사롭지 않다.

‘사회과 부도를/ 보며 생각하지 -중략- 바다처럼 깊은/ 호수 물이 짜지 않다면/ 정말 짜지 않다면/ 내 어항 속 금붕어를/ 풀어놓고 싶을 거야’ -후략-

사회과 부도에 나타난 바이칼 호수를 보고 드넓게 상상을 펼쳐나간 이미지가 놀랍다. 더하여 광활한 바이칼 호수를 동심에 담는 것이 결코 쉽지 않는데도 효과적으로 형상화하였다. 이제 우리의 동시도 위에서 언급한 일상적인 삶 속에서의 동심과, 그에 따른 정제된 입말과 함께 또 다른 지평을 넓힐 시점에 왔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소재 면에서의 다양성과, 크고 우람하고, 강건한 이미지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이칼 호수’는 하나의 방향을 제시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끝까지 당선을 겨룬 ‘핑계’는 자녀들을 보고 싶은 할머니의 마음을 동심의 눈으로 정겹게 형상화하였다.

‘쑥떡 해 놨다/ 감자 캐 놨다/ 홍시 익었다// 외할머니 날마다/ 엄마 바라기 하시며// 보고 싶단 말/ 차마 못하고 - 후략-

귀에 들리는 듯 입말을 활용한 할머니의 절절한 마음이 감동적이었다. 그러나 창의적이며 참신한 면을 보여준 ‘바이칼 호수’에는 미치지 못하였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드리며 정진을 빈다.  

 

하청호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