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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기 / 배은정



지구가 빨래를 합니다

쏴아 쏴아 
우리 동네 
더러운 먼지 씻어냅니다
콸콸콸
빨래한 물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거품 없어도 
세탁기보다 빨래를 잘 합니다

빨랫줄에 널지 않아도
해님이 바짝 말려줍니다
 

 

 

 

 

 

 

 

[당선소감]“껍질 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와”


이번 당선은 어둡고 딱딱한 껍질 속에서 꿈만 꾸던 저를 세상 밖으로 나오게 해주었습니다. 솜털이 채 마르지도 않은 갓 태어난 아기 새처럼 배울 것도 많고 알아야 할 것도 많습니다. 높은 하늘을 훨훨 날기 위해 이제 부터는 걷는 연습과 나는 연습을 열심히 하는 일만 남았네요. 그동안 함께 공부하며 서로 격려해준 ‘동쓰리’의 태경언니와 선이씨 너무나 고맙고, 아무것도 모르는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신 김용배 교수님과 김용희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한 저를 사랑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려요. 마지막으로 힘든 시간 잘 견뎌내시고 계신 울 아빠, 엄마, 동생들에게 사랑한다는 말 하고 싶습니다. 아참! 동시쓰기에 가장 많이 힌트를 준 나의 사랑스런 조카들을 빼놓을 수 없겠네요. 얘들아! 고맙고 사랑해.

배은정 약력
-한양여자대학 응용미술 전공
-(현) 동화그림작가·경희사이버대학교 미디어문예창작학과 재학


[심사평]신선한 발상·시대의 고뇌 돋보여

본심에 올라온 33명의 작품 122편을 잘 읽어보았다. 작품의 전반적인 수준이 쪽 고르고 진지했다. 무엇보다 동시에 대한 장르 인식이 올바르게 되어 있어 참 다행스러웠다. 소재도 다양하고 독자의 마음 사로잡기를 위한 스토리텔링을 많은 시에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의 의미적 요소다. 의미의 함축은 수사학을 뛰어넘는 수사학이다. 의미가 독자로 하여금 다양하게 확장되어 나갈 때 시에 팽팽한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소나기〉는 우선 발상이 신선했다. 다 아는 이야기인 듯 하면서도 힘을 잃지 않았던 것은 의미의 은닉성과 시대에 대한 고뇌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인에게 필수적인 것은 시대를 읽을 줄 아는 눈이다. 그 점에서 〈소나기〉를 당선작으로 미는데 조금의 주저함도 없었다. 정진을 기대한다.

심사위원 권영상 약력
-1981년 강원일보 신춘문예 당선
-2010년 제42회 소천아동문학상
-(현) 배문중학교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