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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개구리 / 조진우

 

 

평생 웃으며 살아가라고

하느님께 커다란 입을 선물 받은

청개구리

 

그런데

하루 종일 울고만 있네?

 

아차!

 

청개구리는 뭐든

반대로 한다는 걸

하느님도 깜빡 잊으셨나 보다

 

 

 

[당선소감]

스스로 만든 병실에서 퇴원할 기회 줘 감사

 

나는 한동안 진심 없이 불손한 의도만 잔뜩 담긴 글을 만들었다.

 

새벽에 혼자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만으로 온 집안을 어지럽게 만들던 글이었다.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한 지 5년째 되던 해. 내가 좋아하던 작업실은 어느새 빛이 잘 드는 병실로 바뀌어 있었다. 정직한 글쓰기를 위한 `재활훈련'의 일환으로 몇 달 전부터 동시와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 조금 만만하게 보아왔던 동시가 그동안 `시적인 것'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좋은 스승을 얻은 셈이다.

 

어느새 노트 한 권을 가득 메운 동시들은 그간 엉성했던 나의 시 의식에 대한 반성의 결과물이다. 스스로 만든 병실에서 퇴원할 기회를 주신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린다. 당선 통보를 받은 날 저녁, 사랑하는 이름들을 여럿 불러내던 선배들의 수상 소감을 훔쳐봤다. 그 어투에서 계속 전진할 수 있을 것 같은 당당함과 진심이 흠뻑 묻어나왔다. 나는 어리석게도 사과해야 할 이름들을 더 많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가족들에게도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 두고두고 갚아가겠다. 결국 스스로 모든 관계를 망쳐버린 셈이지만, 허락된다면 내 미래의 독자들만큼은 깨끗한 글로써 마주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조진우(29)

충북 충주

원광대 문예창작학과 졸업

 

 

 

[심사평] 이화주·박두순 아동문학가

결말이 안정적인 따뜻한 이야기 작위적 아닌 순조로운 전개 빛나

 

응모작 수준이 예년에 비해 부쩍 높아졌다. 최종심에 올랐던 작품은 김물아의 `달 맛', 유행두의 `용서', 이수의 `맛있어'와 조진우의 `청개구리' 등이었다.

 

조진우의 `청개구리'를 당선작으로 올리는 데 망설임이 없었다. 시적 성숙도와 유쾌한 상상력이 단연 돋보였기 때문이다.

 

청개구리는 하느님한테서 평생 웃으며 살아가라고 커다란 입을 선물로 받았다. 그런데 정작 청개구리는 하루 종일 울고만 있다. `자기에게 주어진 능력을 왜 제대로 사용하지 않는가'라는 무거운 질문은 살짝 숨겨 놓고 재치 발랄한 유머로 말한다. `아차!// 청개구리는 뭐든/ 반대로 한다는 걸/ 하느님도 깜빡 잊으셨나 보다' 유쾌한 상상력이 빛난다. 옛이야기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차용해온 청개구리 이야기도 신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