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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적 / 김자미

 

 

내가 제일 좋아하는 짜장면이 멸치쌈밥한테 졌다.

쌈밥 집으로 나를 끌고 간 엄마, 하마가 됐다.

아빠 손가락만한 멸치를 싸 입 쩌억 벌리고 

정신없이 먹는다. 내가 먹든 말든 쩌억 쩍 싸 먹는다.


엄마를 하마로 만든 건 엄마 뱃속 동생이다.

뱃속에서부터 내 자리 꿰차고 엄마를 조종한다.

내 새끼 내 새끼 하던 할머니까지 휘어잡았다.

말 잘 듣는 부하 한 명 만들어 달랬더니 깨개깽

 

발에 차인 강아지 꼴은 나다. 아끼던 장난감 주나 봐라.

 

 

놀이터 데려가고 과자 사 주려고 했던 것도 취소다.

이런 내 마음 알아차렸나 보다.

엄마 배 툭툭 차며 축구 연습 한단다.

내가 축구 선수 되고 싶은 걸 어떻게 알았을까.


나도 모르게 자꾸 엄마 배에 귀를 대 본다.

'형, 좀만 기다려.' 툭 발길질 한다.

나까지 제 편으로 만든 최강적, 늦둥이 내 동생

야! 꼬맹이, 축구는 형이 최강이다.

 

 

 

[당선소감] "서툰 날갯짓으로 세상 속으로 들어갈 것"

 

오늘 또, 장롱 문을 벌컥 열고 이불에 얼굴을 파묻었어요.

"또 떨어졌나 보군"

이불들이 쯧쯧 혀를 찼을 거예요.

그런데 키득키득 웃다, 소리 지르다, 펑펑 우는 걸 보고는

"결국 미쳐버렸군."

또 혀를 찼겠죠.

공모전에서 물 먹을 때마다 머리 처박고 내지른 눈물, 콧물, 소가지까지 다 받아준 장롱 안 이불들.

"내가 당선 됐대."

이 말에 저보다 더 좋아 펄쩍펄쩍 뛰었을 거예요.

가슴까지 쌓아 놓은 이면지 다 쓰고 나면 내 글에도 날개가 달리겠지 했는데, 무릎만큼 남겨 두고 날개가 돋았어요. 아직은 날갯짓이 서툴겠죠. 다시 쌓아 놓고 힘찬 날갯짓하며 세상 속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쓰고 또 쓸 거예요. 아주 즐겁고, 아주 지루한 고통 속에 '마력'이 숨어 있단 걸 알았으니까요.


아동문학계에 큰 숲이 되라며 '多林'이라 이름 지어 주시고 행여 기죽을까 마음 살펴 주신 제게 아버지와도 같은 스승님, 감사합니다. 이름값 하겠습니다. 주저앉고 싶을 때마다 손잡아 준 동시교실 친구들, 고맙습니다. 징그럽도록 엄마 글 읽고 평해 준 솔, 진, 건 그리고 "당신 글이 최고야" 힘 실어 준 남편, 사랑합니다. 못난 글, 이뿌다 쓰다듬어 주신 심사위원님과 부산일보사에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김자미/1968년 경북 김천 출생. 2007년 부산아동문학 신인상, 편지쓰기·독서 논술 강사.

 

 

[심사평] "동생과의 경쟁심, 동시로 표현 경이로워"

 

동시도 삶의 그릇이다.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의미망이 다양하고,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체험한 삶의 모습들이 들어 있어야 한다.

최종심에 오른 작품은 '꽃씨는 압축파일' '내가 장창호다' '해님은 지금 서바이벌게임 중' '빈둥 빈둥 빈둥씨' '맘모스' '코피가 터져도' 그리고 '최강적'이었다.

'꽃씨는 압축파일'은 비유가 새롭고 의미가 있었고 '내가 장창호다'는 할아버지의 인고의 삶이 잘 형상화되었으며, '해님은 지금 서바이벌게임 중'은 콩이 익어지는 모습을 실감있게 표현했다. 

'빈둥 빈둥 빈둥씨'는 역설적 표현으로 형상화시킨 수법이 돋보였고, '맘모스'는 냉동 상태로 발견된 맘모스의 미이라에서 유추한 상상력이 굉장하였으며, '코피가 터져도'는 싸움의 용기를 나라에 걸게 하면 충무공이 될 수 있다는 발상을 동시조로 잘 살려 놓았다.

이들 중 독특한 발상과 표현이 참신하여 단연 돋보인 것은 '최강적'이었다. 나와 뱃속에 자라는 동생과의 보이지 않는 경쟁심을 동시로 표현해 낸 저력이 경이로워 당선작으로 올렸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응모자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 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