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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소금이야 / 양예준


고집으로 뭉친 소금.
누구도 소금을
떠먹으려 하지 않죠.
고집스런 소금이
배추에
술술 뿌려지고
나물에
솔솔 섞여지고
국물에
한 솥 녹아들면
비로소 맛 나는 음식이 되죠.
사람들은
맛과 음식을 기억하지만
그 안에
눈물 같은,
소금이 몰래 녹아있죠.
살짝은 알게 됐죠.
소금이 꼬옥,
움켜 쥔 속내를요.



[당선소감] 나무처럼 피우고 버리는 과정 계속해 나갈 것


나무가 해마다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매달고, 다시 무수한 잎들이 낙엽이 되어 떨어지고, 그러한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고. 산에 있는 흙은 낙엽이 썩어 켜켜이 쌓인 세월의 지층이라는 생각이 든다. 피우고 버리는 과정을 통해 견고하게 자라는 나무. 문학이라는 나무도 그러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얼마나 피워내고 버렸는가. 속살(나이테)을 들여다보면 아직도 어린 나무에 머문 거 같다.

매 해마다 신춘문예에 응모하였다. 게으르거나 슬럼프일 때는 한두 군데, 의욕이 과할 때는 열군데 넘게 보내기도 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한 가지 회의가 든 것은, 나는 작품을 정말 제대로 쓰고 있는가 라는 것이었다. 확신할 수 없었다. 피워내고 버리기의 과정이 너무 고되고 지난했던 것일까. 올해는 우체국에 들어가서도 표정이 심드렁했고 뒤돌아서면서 응모한 사실을 지워버렸다. 그러던 중 당선 통보를 받았다. 

동시라는 장르는 볼수록 신기하고 어여쁜 어린 아이와 같다. 삶이 지루하거나 힘들 때, 세상이 어수선할 때, 내면에서 선과 악이 맞물릴 때, 동시를 읽으면 자기도 모르게 눈에서 별이 반짝인다. 동시의 힘은 거기에 있고, 동시 한 편이 마음에 깃든다면 세상도 아름답게 변해가지 않을까. 하지만 좋은 동시를 쓰는 것은 녹록치 않았다. 앞으로도 나는 피워내고 버리는 과정을 계속해야 할 것 같다. 그러한 과정이 나에게 이로운 밑거름이 될 것이기에.

끝으로 서울과기대 대학원 문창과 김미도 교수님 및 모든 교수님들께 뒤늦게나마 마음의 빚을 갚는 것 같다. 축하를 해준 옛 원우들에게도 감사한다. 그리고 미흡한 제 작품을 기꺼이 선정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달고 맛있는 열매가 처음으로 열렸다. 계절이 바뀌면 누렇게 떠서 우수수 떨어질 것이고, 다시 파릇한 새싹이 돋아날 것이다. 

-양예준-
-1966년 서울 출생
-2012년 장생포고래창작동화 공모전 동화 당선



[심사평] 시의 따뜻함과 희망 함께 읽을 수 있어


이번 신춘문예 동시부문 응모작은 예심을 거쳐 온 20명의 작품 81편이었다. 81편의 작품을 꼼꼼히 읽으며 전체적인 성향과 수준을 가늠할 수 있었다. 이미 예심을 거쳐 온 작품들이라 작품의 수준은 고르고 비슷했다.

신춘문예 동시부문에 국한된 것이 아니리라 생각하지만, 응모자들이 동시를 대하는 태도는 곧 글의 수준과 비례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동시의 주제나 표현기법에서 특별하게 격을 허물거나 새로운 시도를 준비한 작품은 없었다. 그 것은 신춘문예 작품에 거는 ‘새로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점이기도 했다.

81편 중에서 ‘신문지 연’ ‘땡감’ ‘안과’ ‘나, 소금이야’ ‘국화꽃 핀 계단’ 5편을 골라내고, 이 작품을 다시 읽었다. 다섯 작품 모두 동시를 다루는 솜씨가 엇비슷했고, 시의 소재를 어린이의 감성에 맞게 소중한 인연으로 엮어내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 중에서 ‘나, 소금이야’를 놓고 잠시 망설였다. 함께 보내 온 ‘날개와 깃털’이 걸려서였다. ‘나, 소금이야’는 마지막을 맺는 행에서 갑작스런 마감을 한 점이 서운함을 주었으나, 함께 보내 온 다른 작품들과 함께 시가 주는 따뜻함과 희망을 함께 읽으며 동화되는 느낌이 좋았다. 그래서 ‘나, 소금이야’를 당선작으로 정했다. 당선자는 한 분이어서 아쉽지만, 그 한 분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응모한 모든 분께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정두리-
-1982년 한국문학신인상 시부 당선
-198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동시 당선
-방정환문학상, 가톨릭문학상, 펜(Pen)문학상 수상
-<신나는 마술사> 외 동시집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