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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마음 / 김정수


지각할까 허둥지둥 나가는데
현관 앞에서 불러 세우는 우리 엄마
퉁퉁거리는 나를 붙잡고
한참을 놓아주지 않아요.

외투를 매만지며 툭툭
목도리를 다시 여며주며 툭툭
장갑 낀 손도 쓸어보며 툭툭
바지 단 밑 신발 끈까지 잡아보며 툭툭

잠시 뒤로 한 걸음 물러나
빠르게 내 몸을 쭈-욱 살피더니
마지막으로 내 엉덩이를 툭툭
그제야 출발신호 받은 말처럼 풀려났어요.

학교로 달려가는 내내
쌩쌩 바람이
외투와 목도리를 벗기려 괴롭혀도
난 조금도 춥지 않았어요.

그제야 알았어요.
툭툭, 엄마 손길이 닿은 곳마다
엄마는 오래도록 식지 않는
손난로를 붙여놓았다는 걸요.



[당선소감] "아동문학이란 줄넘기, 망설임 없이 넘을거예요"

어릴 적 줄넘기 놀이가 생각납니다.


두툼한 줄이 땅을 거칠게 때렸습니다. 줄을 꽉 움켜잡은 손들은 고집스러웠습니다. 난 공기를 찢고 땅을 가르는 파열음이, 불끈불끈 위협하는 줄잡은 손의 근육들이 정말 두려웠습니다. 그렇다고 물러나 구경만 하기는 싫었습니다. 친구들은 성큼, 잘도 뛰어들었습니다. 게다가 '꼬마야 꼬마야'란 노래를 완벽하게 마치고 사뿐하게 빠져나가 박수까지 받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친구들은 또다시 나의 뒤를 압박해왔고 그 틈에서 난 내 차례가 오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하지만 어김없이 찾아온 나의 차례. 난 두 눈을 꼭 감고 온몸의 근육을 쥐어짜 주춤주춤 들어섰지만 매번 거칠고 딱딱한 줄에 얻어맞아야 했습니다. 설레고 즐거운 줄넘기 놀이가 내게는 늘 불안이고 두려움이었습니다.

다섯 번째 도전에서야 불안과 두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줄의 리듬이 눈에 들어오는 듯합니다. 이젠 아동문학이란 줄넘기 앞에서 주춤거리지 않을 작정입니다.

문학의 길로 이끈 김옥림 선생님 감사드립니다. "게으름과 무지는 새로운 것에 대한 최대의 적이다"란 말씀 새기겠습니다. 남편 서용석, 딸 유진, 아들 지원, 늘 응원해줘서 고마워! 덜컹거리는 길 나란히 걸어준 문우 정가람, 존재 자체만으로 채찍이 되어준 현대수필 문우님들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심사위원 선생님, 좋은 글로 보답드리겠습니다.

▲1970년 충남 당진 출생
▲2006년 현대수필 등단. 김옥림 글쓰기교실
 




[심사평] 절묘한 의성어 구사… 생동감 있고 자연스러워


응모작들은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참신함과 새로움이라는 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누구나 다 아는 상식적인 내용을 장황하게 산문적으로 풀어 쓴 작품이 많았다. 그리고 과거의 동심이 아니라 현재 아이들의 정서와 감각과 생활을 참신한 시적 표현에 담아내기를 바란다.

최종적으로 서담, 최정희, 박은실, 문신, 김정수의 작품을 검토하였다. 서담의 '마당이 넓어졌다'는 작품에 담겨 있는 생각이 동시답게 산뜻했다. 그런데 함께 보낸 작품의 기복이 심해서 미덥지 않았다. 최정희의 '나무 도서관'은 동화적 발상과 활달한 상상력이 눈길을 끌었으나 기성 동시에서 흔히 보았던 발상이었다. 박은실의 '겨울나기'는 잔잔한 시상 속에 뜨개질 털실처럼 훈훈한 동심을 담았다. 그러나 이미 많이 다루어진 소재와 주제여서 새로움이 없었다. 문신이 보내온 작품은 모두 일정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서 시적 역량에 신뢰가 갔다. 그러나 동일한 소재의 반복이라서 단조로웠고 '별못'은 아름다운 상상과 시적 재치가 번뜩였으나 작위적인 면이 흠이었다. 김정수의 '엄마 마음'은 아이를 세심한 데까지 알뜰살뜰 보살피는 엄마 마음을 실감 나게 그렸다. 의성어의 절묘한 구사와 생동감 있는 리듬감이 돋보이고 시상의 흐름이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러웠다. 엄마의 사랑을 손난로에 비유한 것도 참신했다. 자연스러운 시상의 전개와 참신한 비유가 조화를 이루어 깔끔하고 산뜻하게 완결된 작품이어서 당선작으로 결정했다.


(심사위원 : 이준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