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쑥떡 / 서지희


하루 종일

한마디도 안 하다가

떡집에서 산

쑥떡을 먹으면

- 아 맛있다, 맛있다

- 엄마도 한번 먹어봐

- 너나 많이 먹으렴

엄마와의 대화가 없던 나도

어느새 파릇한 쑥처럼

쑥덕쑥덕

말이 많아진다.




[당선소감] 소처럼 한 걸음 한 걸음 우직하게 동시 쓰고파


한참 있다 웃었다, 소 한 마리처럼

 

기쁜 일이 있어도 / 한참 있다 웃는 소 / 슬픈 일이 있어도 / 한참 있다 우는 소.

 

석동(石童) 윤석중 선생님의 동시 `'의 일부다. 소를 이보다 더 잘 표현한 시가 있을까? 이 시를 읽고, 동시는 이렇게 써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때부터 그저 최선을 다해 소 한 마리처럼 느릿느릿 우직하게 썼다. 책과 종이는 쌓여 갔지만, 정작 시를 위해 가슴은 비워야 했고 마음만이 무거웠다. 그리고 한참 뒤. 이렇듯 시가 나를 웃게 만들 줄이야. 당선 통보를 받고, 감성적이고도 이상적인 `낭만' 그 자체 `동시'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나에게 있어 현재의 가장 큰 기쁨이 되는 순간이었다. 항상 저를 지지해 주시는 어머니, 얼룩송아지는 엄마 소를 닮아 얼룩소인 것을 압니다. 그리고 제 동시를 선()해 주신 심사위원님과 강원일보사, 부족한 제자 밥도 잘 사주고 펜과의 싸움에 호된 격려를 해준 노원호 스승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동시가 문학의 별임을 잊지 않고, 머나먼 한 편을 위해 순수한 소의 눈으로 동심을 파헤쳐 나가겠습니다.

 

서지희(25)

서울

프랑스 INSEEC 경영대학 국제무역학과 졸업



[심사평] 새봄에 돋아나는 파릇한 쑥 같은 수작


산뜻했으면 좋겠다. 새봄에 돋아나는 새순 같은 티도 흠도 없는 순결한 동심을 담은 동시였으면 좋겠다는 게 두 심사위원의 공통된 견해였다. 이 세상에는 없는 동시, 앞으로도 없는 동시면 더더욱 좋겠다는 게 선자들의 소망이기도 했다. 속이 깊으면서도 감칠맛 나는 작품도 생각했다. 응모작을 한 장 한 장 촘촘히 읽으면서 응모자들의 동시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열정과 헌신이 느껴져 마음이 뭉클했다.

 

몇날 며칠, 아니 몇 년 몇 해를 두고 갈고닦았을 눈물과 한숨과 고뇌를 떠올리니 응모작 앞에 캄캄해졌다. 오랜 시간 몇 번의 뒤집기 끝에 서지희의 `쑥떡'을 당선작으로 올렸다. 비비 꼬거나 뒤틀려 하지 않은 거추장스러운 수사가 없어서 좋았다. `'`쑥떡'`쑥덕쑥덕'이 갖는 시어의 고리가 잘 풀어졌다. 때로는 은유나 상징 역설 같은 장치로 은근한 재미나 즐거움을 주고 전율을 느끼게 하는 반전도 필요하겠으나, 동시는 단순해야 한다는 원론적 관점으로 보아서 손색이 없다 하겠다. 새봄에 돋은 파릇한 쑥 같다.

 

심사소감 사족, 신춘문예는 자신의 문학적 재능을 평가받는 기회이기는하나 자신이 시인으로 살아갈 소명인지를 먼저 되새겨보는 마음가짐도 필수요소라 생각하면 좋겠다. 특히 동시를 쓰는 시인은 순결하고 결연한 시정신을 가진 시인으로 한 생을 마감하리라는 의지가 필요하다. 유혹에서 자유로워야 시인으로, 시로 남을 수 있다.이재경의 `봄눈', 강현의 `', 조계향의 `알쏭달쏭'과 김민수 김영옥을 비롯한 몇 몇 응모자들의 작품도 빼어났음을 밝히며 당선자에게 큰 축하를 보낸다.

 

이화주·이창건 아동문학가